[진유연] 그때는 팔고 지금은 사겠다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입니다.

모두 무탈하신지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서 어느정도 확진자 수가 꺾이긴 했지만, 전염병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전염! 되는 것이다 보니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으면 의미가 덜하지 않나 합니다.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의 개학이 연기된 데다 추가로 연기 논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집에만 있고 외식도 자제하다 보니 집에서 먹는 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반찬, 메뉴 돌려막기도 한두 번이지 이게 월 단위로 넘어가니 더 이상 만들어 먹을 음식도 없고, 배달도 한계가 있고 그런 상황이 되어가고 있죠. 그러니 그동안은 ‘그래도 음식 만들어 먹어야지, 사 먹는 건 그래’ 하던 분들도 배달음식으로, 배달음식을 이용하던 분들은 온라인 밀키트 등을 주문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네, 점점 더 온라인화에 가속도가 팍팍 붙고 있습니다.

무슨 말 하려고 이렇게 서론이 길어지나? 

온라인화에 필수인 택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로젠택배 매각 이번에는 성공?

아실 만한 분들은 당연히 다 알고 있는 로젠택배 매각 건. 지난 2011년 ‘미래에셋나이스PEF’를 결성한 뒤 유진그룹으로부터 로젠택배를 8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펀드는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Baring Private Equity Asia)와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1600억원에 매각, 이후 2016년에 매각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에 다시 매각 시도를 해서 여러 입찰자가 있긴 하지만 주요 유통대기업들은 다 참여하지 않고, 상위 택배사들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매각 불발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네요.

로젠택배는 매출액 약 4,000억(2018년 기준 3,700억), 영업이익 200억 대(18년 207억) 정도로 국내 택배업계 5위 쯤 위치하고 있습니다. CJ, 한진, 롯데, 우체국 다음으로 점유율은 약 7% 가량 됩니다. 주요 화주는 이커머스 중소형 화주사이며 C2C 택배에 특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최근 이커머스 쏠림으로 인해 관심이 조금 올라오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보유한 자산이 크지 않고(부동산, 설비 등) 시스템의 개선 작업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매각 측에서는 희망가를 약 4,000억 원 정도로 기대하고 있어서 금액에 대한 이견이 꽤 큰 편이죠. 영업이익이 높은 편이긴 하나 개인 셀러에 집중되어 있고, 가지고 있는 자산(부동산, 시스템)이 적은 데 비해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쓱 한번 사볼까 하는데요!

이렇게 큰 반향없이 몇몇 업체의 입찰희망만 있던 로젠택배에 SSG이 등장! 신세계가 3월 12일 SSG를 통해서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라인 주문량이 급증하니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온라인이 대세를 넘어 특정 영역이나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온라인 ‘Only’ 가 되어 가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접 관리 가능한 배송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세계와 택배, 무언가 연결고리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SEDEX, 택배시장 본격 진출 http://www.etoday.co.kr/news/view/96111

신세계는 과거 물류 자회사 세덱스를 통해서 택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두둥) 네, 모두 다 아는 이야기라도 이펙트를 주면 다르지 않을까 해서 괄호를 활용했습니다. 신세계는 택배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15년 전에… 그럼 그 배송사는 어쩌고 지금 로젠택배를 인수한다는 걸까요?

한진,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인수! 네, 한진이 2008년 9월에 300억을 들여 샀거든요.

한진은 세덱스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기존 세덱스의 고객사, 영업소, 지입차주, 협력회사 등에 대한 계약 관계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분간 별도 법인으로 세덱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사 발췌)

당시 대기업들이 여러 택배업을 하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영업 손실이 발생하면서 택배사들이 매각, 통폐합되고 하던 시기. 삼성의 HTH 택배, 동원택배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면 물류를 오래 봐오셨군요.

“후발업체 줄도산”…택배시장 재편 급류탈 듯 2008년 9월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2&aid=0001988888

이런 상황이어서 당시에는 굿딜이었습니다. 신세계 측에서는 잘 팔았고 한진에 부정적이라는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글을 쓰기 위해서 조금 체크해 보니, 당시 한진에 세덱스를 매각하면서 5년 간 신세계 물량을 한진과 독점하기로 하고, 물론 반대 급부로 배송비는 동결 수준으로 했다고 합니다. 나름 물량과 영업소 등이 필요한 한진과 털고 싶고 배송은 필요한 신세계의 이해가 잘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그때는 서로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 매각에 들어가지 않은 부동산들은 또 차익을 남기고 팔았을 테니.

그때는 잘 털었다고 생각했는데…

매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셜커머스 3사가 등장하고 점점 온라인이 규모가 커집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해서 ‘배송이 이만큼 중요하고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었구나’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금번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송이 밀리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때는 잘 팔았지만 지금은 다시 사야겠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매각하던 당시에도 이커머스는 20% 가까운 성장을 보이고 글로벌로 봐도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던 상황이었는데 단일 기업도 아니고 유통 그룹사의 자회사로 보유하던 택배사를 굳이 팔았어야만 했나 하는 점입니다.

쭉쭉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인데…

(대기업 계열이지만) 군소 업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택배 시장은 지속적으 확장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물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통사의 자회사인 배송사를 그렇게 크지도 않은 금액에 팔았다는 부분이 꽤나 아쉽습니다. 지금은 검토중이라고 하는데 혹시라도 4,000억 까지는 아니겠지만 2~3,000억을 들여서 로젠택배를 다시 산다고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의사결정자의 패착이 아닌가 합니다. 그 당시 매각을 결정하고 지금 다시 인수를 검토하는 누군가의 짧은 판단으로 생각됩니다.

택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추정컨대 시장의 성장과 별개로 수익성 이슈를 더 크게 판단했을 수도 있고,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10여 년 전 택배 서비스를 생각해볼 때 대기업 계열사인 택배사들이 그룹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가 합니다. 삼성, CJ, 신세계 등 굴지의 대기업 입장에서, 여러 사건과 사기가 많던 이커머스를 주 고객사로 하는 사업에다 일반 소비자의 인식도 좋지 않은 택배 사업이 그룹사 이미지에 부정적이라는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매각 금액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이죠. 그리고 추가로 5년 간 배송 계약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배송 물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영업 손실이라고 해봐야 정말 적은 수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 시장 전망을 봐도 온라인이 확실히 성장하던 시기였고 누가 봐도 온라인이 완전 메인은 아니지만 분명히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당연히 배송! 택배가 필수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굳이 팔았다는 것은 그 외에는 딱히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미 많이 지난 일이니 관련해서 아는 내용이 있으시면 말씀주십쇼.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미리 감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추가) 세덱스는 초기에 흉흉했다?! 사장단 회의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도 한 번 제대로 잘 해보자! 향후 운영 계획을 짜고, 전 직원들이 사기를 올리는 바로 그때 전격 매각 발표! 직원들은 전혀 몰랐을까요? 그리고 한진가와 신세계에서 말이 나오다 누군가 ‘그러면 내가 사줄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군요. 실제 매각가는 발표된 것과 다르다… 도 제보 받았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어떤 일이든 지나고 나서 말하기는 쉽습니다. 로또 1등 번호 ‘아~~ 저 번호 내가 사려고 했는데…’ 금번 주식 폭락장에서도 ‘응,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주식 시장이 떨어질 줄 알고 있었어.’ 이렇게 말하는 건 쉽죠. 그러면 떨어질 줄 알고 미리 다 현금화하거나 아니면 하락장에 베팅을 직접하였는가 하는 건 다른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고요. 신세계의 세덱스 매각 이후 로젠택배 인수 참여, 물론 산 것도 아니고 사볼까 해 정도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때 분명히 맞았던 선택이 지금 와서 보니 패착이 된 사안으로 보이긴 합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해당 산업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보면 조금은 더 긴 안목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신세계가 유통 사업을 접고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성장세에 있는 부분을 단기적인 이익이나, 다른 이슈로 바꾸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시행하는 등의 실수를 반복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룹사 이미지에 비해 택배업이 부담이 된다고 했다면 확실한 서비스, 택배 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통해서 오히려 새로운 이미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온라인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도 택배, 배송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그 시점에 배송을 직접 진행해서 시장 경쟁축을 바꿔버린 쿠팡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전체 서비스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을 직접 확인했다면 당연히 그 부분을 개선하고 역으로 강점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예상이라는 것이 항상 어렵고, 그에 따라 시행하는 것은 훨씬 더 무거운 일이지만, 사업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 정확한 방향성을 잡고 쭈욱 가는 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시장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시장의 본질을 향해 가는 것을 병행해야지 시장이 조금 바뀐다고 해서 본질을 바꾸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역시 이렇게 글을 쓰고 여러가지 의견을 내지만 지나고 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들도 많겠죠. 다만, 그럼에도 같은 관점을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서 꾸준히 나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제프 베조스의 조언

“저는 종종 ’10년후에는 뭐가 바뀔 것 같습니까?’ 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 질문도 흥미롭기는 하죠. 그런데 아무도 ’10년후에도 바뀌지 않을 게 뭡니까?’ 라는 질문은 안하더군요. 제 생각엔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속한 리테일 비지니스에서는 항상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이건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또,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을 원하고, 물건을 고를 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원하죠. 10년후에 소비자가 저에게 와서 ‘전 아마존을 좋아하지만, 물건값 좀 올려 받으면 좋겠네요’ 라고 말하는 건 상상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배송 좀 천천히 해주세요’ 라는 말도 나올 리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뭔 지를 안다면, 거기에는 큰 투자와 노력을 해도 좋은 것이죠”

테크니들 발췌 https://techneedle.com/archives/19915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젠택배 인수의 실익 부분에 대한 내용은 따로 없습니다. 각 기업에서 용처가 있으면 당연히 좋을 매물일 테고, 그게 아니라면 당연히 살 일도 없을 테니. 그리고 제가 유통이라는 영역은 전문가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택배업 그리고 M&A는 전혀 다르니까요. 전문가라는 건 말 그대로 ‘특정 분야’ 전문가이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따로 코멘트 하기는 어렵습니다. ‘유통 관점’이라는 부분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택배사를 인수하는 건 나쁜 선택지는 아니고 좋은 일이죠. 다만 비용 부분을 감안한다면 4,000억은 조금 비싸 보이네요.

커머스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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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현). 롯데마트 창조혁신팀(사내 컨설턴트), 11번가 전략기획실, GS홈쇼핑 e상품전략팀, 11번가 마케팅전략팀, 위메프 기획조정실장, 원더스 CMO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유통연구소(진유연)를 설립했습니다. "입금이 아이디어를 만든다" 필명은 커머스가이 입니다. 유통/물류 기업 컨설팅 및 외부 기고, 강연 다수 진행.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 및 멘토링 진행 경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