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와 어둠의 ‘노트북깡’, 왜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은 침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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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으로 용산 전자상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 및 가전 카테고리의 티메프 사태 미정산 피해액은 3708억원으로, 모든 카테고리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데요. 헌데 이상하게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은 조용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부분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모습인데요. 바로 여기에 이커머스 업계에 숨은 오랜 어둠 ‘노트북깡’과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입점 상인 및 벤더, 제조사, 카드사까지 얽힌 내막을 커넥터스가 파헤쳤습니다.

2.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2000년대 후반으로 십수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손님, 맞을래요?"로 유명한 용산 전자상가의 불명예스러운 밈이 탄생한 시점이면서, 네이버로 대표되는 가격비교 서비스의 활성화로 용산 지하상가의 쇠락기가 겹친 시점이기도 한데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전자기기 카테고리를 선점하기 위해 용산 상인들과 손잡았고요. 용산 상인들도 도래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태초에 네이버가 있었고,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합니다.

3. 판매자들이 모색한 활로는 '어뷰징'에 가까운 방법이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마케팅 비용을 활용하여, 판매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었죠. 문제가 생겼다면 이후 플랫폼들 간의 경쟁은 더욱 격화되며 역마진 출혈 경쟁까지 감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요. 여기 더해 제조사와 카드사까지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플랫폼들의 경쟁을 지원하는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 이익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4. 노트북깡은 티메프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지금도 또 다른 플랫폼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전자기기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이상한 공생이 계속되는 이유를 GMV, 그러니까 거래액을 향한 플랫폼의 욕망 때문이라 분석했고요. 이미 깡에 동참한 업체들은 이게 아니고선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인지라, 멈출 수 없이 깡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수십년 동안 사라지지 않은 이커머스 업계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CHAPTER 1

왜 티어1 용산 상인들은 침묵하고 있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피해자 그룹으로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티메프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들의 이야기를 별도로 청취했는데요. 이는 그만큼 티메프의 미정산 피해그룹 중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요. 실제 기획재정부의 25일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 및 가전 카테고리의 티메프 사태 미정산 피해액은 3708억원으로 전체 카테고리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할 정도라죠.

티메프 사태 업종별 미정산 금액 분포.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들이 대거 포진된 디지털 및 가전 카테고리 피해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

오프라인 기반의 용산 전자상가가 왜 티메프 사태의 핵심 피해자 그룹으로 부상했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티메프 사태 대응 TF에 따르면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들은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상가를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가 급감함에 따라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요.

특히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는 재작년부터, 티메프 측이 용산 전자상가 총판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역마진을 감수한 마케팅 비용을 적극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다수의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들이 티메프에 입점해 판매량을 늘렸고, 그 결과 용산 전자상가 전체 곳곳에서 미정산 피해를 본 판매자들이 속출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미정산 피해 업체 중에서는 회생, 파산을 준비 중인 이들까지 존재하고요. 이렇게 된다면 해당 업체에게 대금을 받지 못한 납품, 물류업체까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판매자는 “티메프 입점 판매 마진율이 2~3%인데, 정부 대책의 대출 이율이 3%가 넘어간다”며 난감함을 표하기도 했고요.

물류까지 번지는 티메프 사태, 현장이 말하는 해결책은?
CHAPTER 1 땡볕 거리로 나온 티몬·위메프 셀러들 13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환불을 받지 못한 피해 소비자들과 미정산 피해 판매자들이 연대하여 서울시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인데요. 이들은 “서로가 피해자임을 이

그런데 말입니다. 커넥터스는 이번 사건에 대한 현장 취재를 하던 중 의외의 상황을 마주합니다. 먼저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비췄고요. 그나마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피해 대책을 호소하며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가장 피해가 클 것이라 생각되는 1차 공급사(Vendor)가 아니라요. 2~3차 공급사라는 증언 또한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왜 1차 공급사는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다 닿게된 정보가 있었으니, 용산 전자상가에서 오래 전부터 횡행해 왔다는 일명 ‘노트북깡’의 존재였는데요. 업계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노트북깡이라 지칭했으나, 사실 이건 ‘전자기기깡’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자기기 전 품목에 걸쳐서 만연해 있었고요.

전현직 오픈마켓 전자기기 MD 및 전자제품 브랜드 담당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전자제품 제조사와 납품업체, 카드사, 그리고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암묵적으로 협업하여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어뷰징이 여기서 자행됐다고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실제 팔린 상품은 하나지만, 판매가 대비 3~4배 이상으로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을 부풀렸고요. 납품업체와 제조사, 카드사는 그 과정에서 각자의 실적을 채우고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말이죠.

“현재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로 티메프 미정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대부분 티어2(T2)나 티어3(T3)으로 분류되는 일종의 2~3차 벤더(Vendor, 공급자)입니다. 이들과 비교하여 더 큰 자본과 규모로 움직이는 상위 총판이자 1차 공급자를 티어1(T1)이라 부르는데요. 티어1 기업들의 티메프 미정산 피해 규모는 기업당 수백억원에 달할 만큼 티어2, 티어3 기업보다 훨씬 크거든요. 그런데 지금 티메프 사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티어2, 티어3 기업이고, 오히려 티어1 기업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 것 같아요? 오랫 동안 전자기기는 GMV 뻥튀기에 활용됐어요. 이는 커머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벤더사이자 입점 판매자, 전자기기 제조사, 나중에는 카드사까지 모두 각자의 이익을 목표로 한마음으로 ‘깡’을 자행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자기기깡은 티메프 사태가 터져 수습이 안 되는 지금도 타 플랫폼에서 옮겨져 같은 방식으로 계속되는 중입니다. 네이버쇼핑에서 같은 모델의 노트북, 모니터를 판매하는 셀러가 수백곳이나 된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2010년대 전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 18년 경력의 커머스 전자기기 MD A씨

CHAPTER 2

태초에 네이버 가격 비교가 있었고,

노트북깡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부터 최근 티메프처럼 판매자로부터 받는 수수료(8%)를 초과하는 역마진 할인 쿠폰(9%)을 발행하는 극단적인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고요. 어느 정도 '한도'가 정해진 선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최저가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쿠폰을 살포하던 것에서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LG그램 노트북 동일 모델에 대한 네이버 쇼핑 원부. 같은 모델임에도 수백곳의 판매처가 검색되며, 그중 최저가 판매처가 최상단에 노출되는 구조다. ⓒ네이버쇼핑 캡처

당시 용산 전자기기 유통업체 MD로 일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 시작점은 2008년도로, 네이버 가격 비교로 인해 더 이상 용산 전자상가 판매자들의 호구 잡이식 가격 부풀리기가 먹히지 않게 됐던 시점과 맞물리는데요. 네이버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면, 위 사진과 같은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를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 동일 카테고리 및 상품에 대한 가격비교 시스템을 '원부(카탈로그 매칭 시스템)'라고 불렀는데요. 이 원부에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다양한 외부 이커머스 플랫폼 및 쇼핑몰, 그러니까 지마켓,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의 상품들이 한데 묶여 노출됐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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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와 어둠의 ‘노트북깡’, 왜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은 침묵할까
CHAPTER 1 왜 티어1 용산 상인들은 침묵하고 있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피해자 그룹으로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티메프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용산 전자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