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feat. 물류 AI)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픽쿨’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한국에선 쿠팡에 투자한 ‘비전펀드’ 운영사로 잘 알려진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 9일 2023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회계연도는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이번 실적은 2024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성과를 반영합니다.
2. 이번 실적 발표에서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라인 사태’에 대한 소프트뱅크그룹의 입장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나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인 영국 반도체 기업 ARM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물류 AI의 활용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 방향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3. 회계연도 4분기 말 기준 소프트뱅크의 순 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는 27.8조엔이었으며, LTV(Loan to Value, 대출 대비 자산 가치 비율)는 8.4%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p 가량 개선된 수치입니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RM의 주가 하락에 따라 실적 발표 당일 기준 순 자산 가치는 26조엔이었습니다.
4. 전체적으로 엔화 약세로 인해 소프트뱅크의 자산은 2조엔 가량의 이익을 보았으나, 당기순이익은 0.7조엔 가량 감소했습니다. 기말 현금은 약 4.7조엔이었는데,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그룹 CFO는 이를 ‘높은 수준’이라 평가했습니다. 이번 분기 소프트뱅크의 주요 사업 실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순매출 : 1조5746억엔
2. 투자 손실 : 204억엔
3. 당기 순이익 : 2311억엔
5. 이어지는 내용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이번 실적 발표 자료와 소프트뱅크 그룹 경영진 및 Arm CFO, 일본 기자단 등이 참석한 실적 발표회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AI 기술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와 방향성을 제시한 모습이었습니다.
낮아진 중국, 알리바바 의존도
6. 먼저 소프트뱅크그룹의 각 투자 펀드별 수익성을 살펴봅니다. 비전펀드1은 0.1억달러의 평가이익을, 비전펀드2는 3.36억달러의 평가손실을, 라틴아메리카 펀드는 0.05억달러의 평가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기타 투자 손실은 0.58억달러에 달했습니다.
7. 이번 실적 발표에서 두드러진 것은 중국 중심이었던 기존 소프트뱅크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였습니다. 2020년 3월 말 기준 52%를 차지하던 소프트뱅크의 중국 기업 투자금액은 이번 분기 말 기준 6%로 상당 부분 감소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대해 중국에 편중된 위험이 완화된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8. 같은 기간 소프트뱅크 포트폴리오에서 48%를 차지하던 최대 포트폴리오 알리바바의 비중은 현재 0%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소프트뱅크 포트폴리오 중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ARM으로 동기간 10%에서 47%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9. 이런 변화는 소프트뱅크그룹이 기존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AI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022년 11월 실적발표를 끝으로 행사장에 등장하지 않다가,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소프트뱅크월드에 등장하여 AGI(인공 일반 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와 ASI(인공 초지능,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10. 손 회장은 “AGI는 인간 지능의 10배 수준으로 10년 안에 도래하고, 20년 후에는 인간 지능의 1만 배 가량 되는 ASI가 등장할 것”이라며 “ASI를 활용하지 않는 인간은 현재 인간 기준으로 봤을 때 금붕어 수준의 지능을 가질 것”이라 주장했는데요. 그야말로 AI가 대세가 되는 미래를 그린 것입니다.
11. 그의 말마따나 이후 소프트뱅크그룹은 AI를 접목한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고, 실제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올해 투자한 섹터를 보면 AI, 그 중에서도 물류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에 집중 투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 소프트뱅크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에 ‘산업 자동화 및 로봇’ 분야에만 16억달러를 투자했는데요. 대표 투자기업으로 언급된 심보틱(Symbotic), 버크셔그레이(Berkshire Grey), BALYO 등은 모두 물류센터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3. 소프트뱅크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클라우드 창고 자동화 솔루션 ‘그린박스(GreenBox)’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그린박스는 소프트뱅크가 65%,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로봇 기반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 심보틱이 35% 출자한 조인트벤처입니다. 이를 통해 AI와 물류를 결합한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었고요.
14. 소프트뱅크가 100% 인수한 ‘버크셔그레이’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버크셔그레이는 AI를 활용해 물류센터 내 피킹 및 분류 작업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소프트뱅크는 단순히 AI 솔루션에 투자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한 제2, 3의 시장을 노리는 모습입니다.
AI 시대가 온다면 따라올 전력 이슈의 열쇠
15. 그런 관점에서 소프트뱅크의 핵심 포트폴리오사인 ARM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ARM CEO의 발언 내용을 인용했고요. ARM의 CFO는 직접 소프트뱅크 실적발표 행사장에 배석할 만큼 ARM을 향한 소프트뱅크그룹의 애정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6. 사실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류가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전력 부족’입니다. 현재 기술로는 전력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7.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460TWh(테라와트시, 4600억 kWh)로, 영국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AI 칩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을 운영하는 기업의 지상 과제이자 경쟁력이 됐다는 게 소프트뱅크 측의 평가였습니다.
18. 소프트뱅크는 ARM이 이런 전력 부족 이슈를 극복하고자 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라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ARM은 전력 소비량 기준으로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AWS Gravition의 경우 60%의 효율성을 향상시켰고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Cobalt는 40%, 오라클의 Ampere Altra Max도 60% 가량 효율이 늘었다는 평가입니다.
19. 특히 구글의 새로운 자체 칩셋인 Axion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ARM의 Neoverse V2 Core를 탑재한 이 제품은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50% 가량 향상됐고,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는 60% 가량 개선됐습니다. 구글은 해당 제품을 내부에 이미 구축했으며, 외부 용도로는 연말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20. 참고로 ARM은 더는 모바일 중심의 칩셋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했던 2016년 당시만 하더라도 모바일 사업 부문이 지배적이었지만요. 현재 ARM의 모바일 관련 매출은 50% 미만이었습니다. 오히려 클라우드 및 자동차, IoT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AI 투자는 계속된다
21.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몇 년 이내에 5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특히 2023 회계연도에 투자한 금액은 39억달러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이 50억달러는 대부분 ‘전략적 투자’를 위한 예산입니다.
21. 소프트뱅크그룹은 앞으로도 AI 분야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 비중 조정을 통해 위험 분산과 새로운 기회 모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22.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50개가 이미 상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3월 말 기준 ‘쿠팡’이 소프트뱅크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포트폴리오사로 나타났습니다. 쿠팡 경영진들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 관계를 거론한 바 있고요.
23.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그룹 CFO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위험은 절대 변하지 않는 와중, 기업에게 있어 최고의 리스크 헤징 방법은 변화”라며 “소프트뱅크가 따르고자 하는 것 또한 이 방식”이라 밝혔습니다.
24. 한편, 이날 실적 발표에서는 네이버와 50:50 지분 투자로 설립한 A홀딩스가 지배하는 ‘라인야후’ 관련된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실적 발표 초반에 야후재팬 설립 과정, 보다폰 재팬 인수와 소프트뱅크 모바일로의 재탄생, 스프린트(Sprint) 인수 이후 티모바일과의 합병 등은 언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