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쿠팡의 물류 자동화,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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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첨단 물류센터가 매물로 나온 사연
최근 신세계그룹 여러 계열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최근 커넥터스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던 이마트의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운영 위탁 결정 및 매각 소식까지 대화 소재가 연결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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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류를 위탁하는 주체가 ‘신세계’라는 국내 최대 유통그룹이고, 그것을 받는 주체가 또 국내 최대 종합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이기 때문에 이번 소식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요. 1PL(First Party Logistics) 물류 내재화와 3PL(Third Parties Logistics) 물류 위탁의 갈림길에서의 고민은 오래 전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곳에서 있었던 물류업계에서는 꽤나 해묵은 주제 중 하나이고, 그 장단점도 꽤나 명확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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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자사가 다루는 다양한 카테고리와 상품 물성에 맞춰 물류를 맞춤형으로 운영할 수 있고, 운영 조직 통제가 용이한 것이 1PL의 장점이라면요. 꽤 큰 고정 비용이 투하되고, 물동량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1PL의 단점이겠죠. 특히 물류를 내재화한 기업의 ‘물동량’이 그리 크지 않다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3PL보다 1PL의 비용 효율이 당연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걸 반대로 돌리면 곧 3PL의 장점과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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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이번 신세계의 결정을 단순히 옳고 그른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다곤 보지 않습니다. 신세계 또한 어느 정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자사 서비스에 특화한 자동화 물류센터를 내재화하여 운영한 것이 분명하고요. 처음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보정에 등장했던 그 시기만 하더라도, 업계에서 이 물류센터는 물류의 미래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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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후 상황은 여러모로 신세계에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상황만 정리하더라도 엔데믹 이후 소비 침체가 와서 이커머스 성장률은 예전 같지 않았고요. 그나마 남은 성장률은 쿠팡으로 대표되는 경쟁사에 빼앗겼습니다. 결정적으로 본진인 이마트마저 ‘적자’를 보며 재무 위기가 본격화됐을 뿐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장기적 관점으로 물류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당장 맞은 위기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반등을 꾀하기는 요원하다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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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렸다면 이후에는 3PL에 맞춘 운영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물류 위탁’이 갖는 장점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요. 거기에 맞춰서 조직과 운영 방법론을 재정비하면 되고, 제가 만난 신세계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닥친 상황에서 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앞에 무운이 있길 바랍니다.
위클리 뉴스픽 :
쿠팡이라면 어떨까요?
이번 신세계의 이슈를 보면서 저는 한 편에서 ‘쿠팡’이 떠올랐습니다. 쿠팡이 지난 2023년 첨단 로봇 자동화 설비를 곳곳에 배치한 대구 물류센터를 공식 오픈하여 운영하기 시작했지만요. 사실상 그 전까지 쿠팡의 물류센터는 별다른 자동화 설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쿠팡이 숱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아직까지도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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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물류센터는 재고를 보관해두고 입출고 작업을 진행하는 풀필먼트센터뿐만 아니라, 도착지 인근 배송거점인 ‘캠프’까지 포함하는 숫자인데요. 풀필먼트센터만 추리면 현재 100개가 조금 안 되는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물류 인프라가 첨단 자동화 설비가 들어선 수만평 이상의 규모로 지어진 대형 센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사용한다지만, 거의 모든 업무가 수기 작업으로 진행되는 소형 물류센터가 상당수 존재하거든요. 단순히 물류센터의 숫자만 보고, 쿠팡의 물류 인프라가 굉장하다고 해석하긴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리고 쿠팡이 이러한 아날로그 물류센터를 곳곳에서 활용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인프라 확충 속도보다 빠른 고객 수요 증가 속도를 최대한 ‘유연하게’ 감당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컨대 고속도로 진입로 인근 괜찮은 입지에 수만평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상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2~3년이면 세상이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 사이 고객 수요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 수 있고,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쿠팡은 불과 몇 개월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는 아날로그 물류센터를 고객 수요를 유연하게 받아내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필요가 없어진다면, 과감히 이 물류센터들의 문을 닫고 기존 혹은 신규 센터와 통폐합을 반복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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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
와중 탄생한 무려 10만평 규모의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가 서두에 언급한 쿠팡 대구 센터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라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팔방미인은 아닙니다. 물론 쿠팡의 홍보 담당자들은 미디어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설비들이 너무나 좋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만요. 현장 물류 실무자들이 보기에 ‘무조건 좋은 자동화 솔루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장단점이 운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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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흔히 미디어 PR 자료로 많이 등장하는 선반을 지고 움직이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로봇들은 쿠팡 물류센터에도 있는데요. 이 로봇 설비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로봇이 고속으로 이동하다가 혹여 선반에 담긴 물건 중 하나가 떨어진다면요? 모든 로봇이 작업을 멈추고,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대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멋있기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고민할 부분이 많다는 물류업계의 평가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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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쿠팡이 오토배거(Auto Bagger)라고 부르는 자동 포장기는 진짜 효율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작업자가 봉투 포장지에 물건만 집어넣으면, 알아서 송장을 부착하고 포장을 봉인하는 굉장히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화 설비인데요. 이는 실제 쿠팡뿐만 아니라 물류업계 다양한 현장에서도 왕왕 사용되는 설비로, 쿠팡에서도 그 효율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포장하는 것 대비 4배 이상의 속도를 만들 수 있다고요.
마지막으로 쿠팡은 ‘무인 지게차’도 물류센터 안에서 활용하는데요. 흥미로운 것이 이 설비는 생산성만 본다면, 사람 작업자에 절반도 못 미친다고 해요. 지게차를 잘 운전하는 숙련된 노동자가 한 시간당 팔렛트를 60~70개 정도 올릴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무인 지게차는 30개 정도밖에 올리지 못한다고요.
그런데 분명 사람보다 못한 이 무인 지게차에게 의외의 효율이 있다고 합니다. 명절과 같은 성수기에는 폭증한 물동량과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경쟁사에 따른 노쇼로 인해, 지게차 운전자를 구하고 관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무인 지게차는 경쟁사가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부르더라도 도망치지 않잖아요? 사람 지게차 운전자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돌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물류 내재화와 아웃소싱, 그리고 자동화와 매뉴얼 운영 사이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통상 100개의 물류 현장이 있다면, 그곳 모두가 다르다는 게 많은 물류 실무자들의 평가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상황을 이해하고, 각자의 목표에 맞춰 현장 테스트를 반복하여, 자사에 맞는 자동화 설비나 운영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물류 자동화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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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물류센터에서도 조금은 ‘린(Lean)’한 사고관이 필요할지 모르겠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신세계’ 같은 물류센터, ‘쿠팡’ 같은 물류센터를 단순히 따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답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을지 모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물류 자동화 기획은 ‘저기 옆에 경쟁사가 무엇을 시작했는데, 그것 좀 알아봐’와 같은 탑다운 하달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텀업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조그마한 현장 테스트를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게 한 번에 몇천억원 짜리 비싼 설비를 까는 것이 아니라요. 3~5억 정도면 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자동화 설비들이 요즘 참 많은데, 그런 것들을 유연하게 깔아보고 실행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성패에 따라서 이걸 확대할지 말지를 고민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 이커머스 물류 자동화 담당 고위 관계자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쿠팡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
지난주 커넥터스는 최근 공정위의 쿠팡 자사 상품 밀어주기 관련 과징금 부과 이슈를 조명했습니다. 커넥터스의 댓글은 유료 구독자만 남길 수 있는 만큼, 소위 말하는 ‘불판’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편인데요. 지난주 토요일 올라온 제휴 콘텐츠와 관련하여서는, 여러 독자님들의 뜨거운 반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됐든,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신 독자님들께 고맙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공정위의 쿠팡 자사 상품 밀어주기 제재, 공정했나요?,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이 남겨준 여러 댓글의 맥락은 쿠팡에 대한 거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쿠팡이 그동안 행한 온갖 나쁜 짓들이 있는데, 왜 제목을 이렇게 달았는지 묻는 분부터, 쿠팡이 마켓플레이스 입점 셀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PB 상품을 전개하는데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이야기, 피해자는 쿠팡과 같은 카테고리에서 상품을 전개한 셀러라는 이야기 등등 다양한 목소리가 들렸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쿠팡 셀러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다음날 바로 송고됐는데,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혹여나 쿠팡뿐만 아닌 그 누구에게든 불공정 행위를 받거나 목격했다면, 그리고 해당 내용에 대한 콘텐츠화를 희망한다면, 저희에게 제보를 주시면 이 또한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PB ‘임직원 리뷰단’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구매 셀러와 상위 노출 업자의 입장, 커넥터스]
제가 처음 물류 콘텐츠 창작자 일을 시작한 것이 2014년이니, 저의 커리어는 쿠팡 로켓배송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상생’은 쿠팡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쿠팡이 고객밖에 모르는 바보일지언정, 공급사와 판매자들에게 그리 친화적인 기업이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쿠팡과 협력하는 숱한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고요. 그렇기에 셀러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들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었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판매자 ‘민심’으로 읽는 네이버 VS 쿠팡, 커넥터스]
그리고 이제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국내 최대 유통사로 성장하며, 흑자까지 달성하여 돈까지 벌고 있는 쿠팡의 가장 큰 숙제는 ‘대관’입니다. 최근 신세계의 사례처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쿠팡과 물류 서비스 경쟁을 지속했던 이들이 슬슬 전선에서 발을 빼고 있고요. 이커머스 업계에서 홀로 독주하는 쿠팡에게 그들의 비즈니스를 가로막을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의 규제’에 있기 때문입니다. 괜히 쿠팡이 대관 담당 실무자 출신의 박대준 대표를, 김앤장에서 쿠팡의 대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송전을 승소로 이끈 강한승 대표를 리더십으로 기용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7분기 만에 적자 전환 했다는 쿠팡의 노림수,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미 정부의 아마존 고소, 국정감사 앞둔 ‘쿠팡’에 미칠 영향, 커넥터스]
이번 공정위의 제재 발표는 과거부터 쿠팡에 상존했던 ‘상생’ 리스크를 전면으로 드러냈습니다. 판단 결과에 따라서 쿠팡이 현재 전개하는 수익 사업 상당수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쿠팡은 이전보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쿠팡이 압박받고 있는 지금 상황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장 공정위 발표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PB 우대 진열은 불공정 행위에서 예외가 됐기에,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운신의 폭은 이 전보다 조금 더 넓어질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앞으로 있을 법정 판단 결과와 무관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쟁이 만드는 효용을 믿는 사람입니다. 쿠팡이 대부분의 성장을 독식하는 현재의 구도보다는, 쿠팡을 견제하는 플랫폼들이 서로 다른 가치를 바탕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며 서로 견제하는 구도가 이어지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당사자인 플랫폼 운영사들에게는 괴로울 수 있지만, 이 시장의 핵심 이해 관계자인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더 좋은 콘텐츠 전하기 위해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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