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대전역점 수수료 논란 속으로... 선악은 없었다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성심당 대전역점의 재계약을 둘러싼 수수료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건 역시 성심당이 대전역 입점에 따라 코레일유통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금액인데요.

2. 코레일유통은 적어도 내부 규정에 따른 최저 수수료인 월 매출액의 17%에 맞춰 4억40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반면, 성심당은 기존 금액이 1억3000여만원 가량이었는데 이를 갑자기 4배 가까이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역 내부에 위치한 성심당의 모습. 논란의 향방에 따라 더 이상 대전역 안에서 성심당을 보지 못할지 모른다. ⓒFlickr

3. 성심당 대전역점이 입점했던 자리에 대한 공개 입찰은 지금까지 네 차례나 유찰됐고, 현재 5차 입찰이 진행 중인데요. 성심당은 여기에 참여는 하되 기존 수수료에 준하는 금액을 낸다고 밝힌 상황이라, 끝내 대전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 사실 여론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성심당에 우호적이었습니다. 코레일유통이 요구한 수수료는 연 50억원 수준으로, 그 금액을 내느니 차라리 근처에 새로 매장을 내는 것이 나을 정도였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성심당이 그간 쌓아온 선한 브랜드 이미지도 대중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한 몫 했습니다.

5.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성심당을 탓하는 의견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성심당이라 할지라도 원칙은 지켜야 하며, 특혜성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더욱이 얼마 전 성심당이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을 제친 영업이익 실적으로 화제가 됐던 터라, 그만큼 잘 벌면 충분히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지 않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성심당과 코레일, 여기 선악이 있나요?

6. 제 생각을 밝히자면 우선 초기 기사들의 논조처럼 코레일유통을 무작정 악덕 기업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 봅니다. 코레일유통은 어쩔 수 없이 운영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요. 더욱이 감사원과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지적을 받았기에 더욱 눈치가 보였을 상황입니다.

7. 그렇다고 성심당의 입장이 공감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3~4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성심당의 주장이 꽤 돈을 잘 벌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단순한 엄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8. 애초에 성심당은 철저한 ‘박리다매’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800명 가까이를 고용할 정도로 인건비 부담이 큰 사업 구조를 압도적인 매장 회전율로 극복하는 구조였는데요. 이렇게 만들어낸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원재료 매입까지 효율화한 덕택에, 품질은 뛰어나면서 가성비까지 갖춘 빵을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 매출 원가율, 원재료비 비중, 인건비 비중 연도별 변화 추이 ⓒ트렌드라이트

9.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인건비의 절대적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고요. 물가 상승에 따라 원재료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성심당이 높은 회전율로 비용을 상쇄하려면, 매출액에서 원가와 변동비를 차감한 공헌이익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10. 이런 배경에서 기존 성심당은 높은 매출 성장으로 수수료 비용을 상쇄하는 형태로, 실질 수수료 비중을 4%대로 운영했지만요. 이번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되면, 이 비중이 갑자기 17% 내외로 올라갈 수 있고, 당연히 성심당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1. 물론, 그래도 작년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라면 성심당은 이를 감당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건비는 매년 인상돼야 한다는 점, 최근 물가 상승 추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고려하면 현재의 마진은 결코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12. 더군다나 성심당의 매출 규모 또한 변동성의 위험을 내포합니다. 갑자기 성심당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겠으나, 현재의 성장세가 정체되기만 해도 수익성은 떨어질 것입니다. 당장 내년이라도, 성심당의 매출 성장이 정체되거나 혹은 소폭 빠지기만 해도 대전역점은 바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13. 따라서 성심당에게 수수료 인상은 당연히 피하고 싶은 이슈입니다. 괜히 성심당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이고요. 과거 비슷한 일을 겪고 부산역을 떠난 삼진어묵 역시, 매출 하락이 이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하니 함께 살펴보고 생각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14. 따라서 어쩌면 이번 문제의 본질은 결국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문화와 비효율성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성심당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보다 보면 코레일유통은 국유 재산을 성실히 관리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성심당에게만 낮은 수수료를 주는 건 직무유기라는 식의 주장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15. 하지만 단지 낡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정말 성실한 것일까요? 모든 경우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편의주의적인 업무 방식이 오히려 무수한 기회비용을 만들고 있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16. 그렇다면 왜 코레일유통은 이렇게 융통성이 없는 걸까요? 애초에 그런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민간 유통업체들은 성심당과 같은 핵심 콘텐츠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특혜를 봐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특혜 관련 비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내부 감사 제도 덕분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매장의 성과가 직원의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17. 반면에 코레일유통은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라, 성과 기준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내부 인사이동이나 승진 적체가 심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18. 사기업처럼 유연한 업무 환경과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 체계가 있었다면, 이미 예전에 이번 성심당 수수료 논란과 같은 이슈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제도들이 정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코레일유통의 수수료 정책이나 기준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고요.

19. 생각해보면 애초에 17~50%에 달한다는 현재의 수수료 체계는, 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요. 이는 결국 고객에게 낮은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고객의 역사 내 상업 시설 이용이 줄어들면 입점 매장 업주, 나아가 역내 상점을 운영하는 코레일유통까지 불행해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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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쪼록 이번 성심당 수수료 논란을 계기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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