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영업이익’ 흑자 달성한 컬리, 지속가능성 예측해봄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컬리가 창립 9년 만에 드디어 첫 영업이익 흑자를 냈습니다. 올해 1분기 자회사 등 종속기업의 실적이 포함되지 않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약 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요.
2. 다만 종속기업의 실적이 포함된 연결 재무제표 기준 컬리는 약 2억원의 영업 손실을 보면서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요. 별도 기준 흑자 전환 또한 겨우 달성한 터라, 이를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여전한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3. 최근 컬리뿐만 아니라 많은 커머스 기업들이 손익 개선에 나서면서 월간, 분기, 심지어 연간 흑자 달성까지 성공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이와 같은 흑자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의 산물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저에게 있어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단지 비용을 덜 써서 만들어낸 숫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체질 변화에 기인한 흑자 전환인지 살펴보는 것이고요. 둘째는 수익 확대와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이 동시에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컬리의 첫 흑자의 의미와 앞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컬리의 체질을 바꾼 3가지 변화
5. 사실 컬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공헌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다만 미래를 위한 여러 투자 때문에, 손익 분기점 도달을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6. 드디어 지난해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동남권 및 평택 물류센터가 오픈하면서 대대적인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됐고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을 향해 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바로 뒤이어 작년 12월 첫 월간 EBITDA 흑자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드디어 영업이익 흑자 전환까지 해내면서 그들의 의지를 증명합니다.
7. 공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이번 컬리 흑자 전환의 1등 공신은 공헌이익률 개선에 있습니다.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하여 산출 가능하고, 공헌이익률이란 공헌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눔으로 계산 가능한데요. 컬리의 경우 매출총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물류비용률은 떨어지면서 공헌이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① 뷰티컬리
8. 이를 이끈 주요한 변화들을 시기 순으로 나열해 보면 우선 ‘뷰티컬리’ 론칭이 있습니다. 화장품 카테고리는 종전 컬리의 주력 카테고리였던 식품에 비해서 마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2022년 11월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27% 내외에서 움직이던 컬리의 매출총이익률은 28% 내외로 약 1%p 상승했습니다.
9. 뷰티컬리는 컬리의 운영비용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컬리가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뷰티컬리 제품들도 배송하기 때문인데요. 단위 가격은 높은 데 비해, 부피가 작은 화장품의 특성이 발휘되면서 뷰티컬리 론칭 이후 컬리의 매출 대비 포장비 비중은 1%p 가량 개선됐습니다.
10. 컬리에 따르면 작년 기준 뷰티컬리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 선까지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올해 1분기에는 특히 뷰티컬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나 늘어났다고 하고요. 이렇게 뷰티 매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컬리의 손익은 더욱 개선될 것입니다.
② 물류망 개편
11. 두 번째 변화는 컬리의 물류망 개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각각 지난해 2분기, 3분기 가동한 동남권, 평택 물류센터가 안정화된 이후로 컬리 수익 개선 흐름에 확실한 힘을 보태는 모습인데요.
12. 물론 물류센터 가동 초기에는 매출 대비 물류비 비율이 일시적으로 치솟기도 했지만요. 2023년 4분기 이후로는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추가적으로 물류비용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요. 특히 올해 1분기엔 1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확실한 손익 개선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③ 충성고객 타깃 마케팅 효율화
13. 마지막으로 작년 8월 운영을 시작한 ‘컬리 멤버스’를 비롯한 충성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형태의 마케팅 효율화도 흑자 전환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14. 컬리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이 직매입한 상품 거래액에서 나오기 때문에, 쿠폰을 발급하면 할인액 만큼 매출에서 차감되는 구조인데요. 컬리의 거래액 성장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격 협상력이 올라가 매출총이익률이 좋아졌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15. 따라서 컬리의 매출총이익률 개선에는 매입원가 절감보다는 쿠폰 마케팅 효율화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되는데요. 우선 과거와 달리, 구매 의향이 높은 유료 멤버십 고객에게 마케팅 지출을 집중했다고 합니다. 또한 쿠폰 사용 조건도 조정하여, 개별 주문의 건단가도 지속적으로 높여왔는데요.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전체 손익마저 움직이게 만든 겁니다.
체질 개선은 성공했으나
16. 컬리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이러한 세 가지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비즈니스 체질 개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요. 일단 매출 대비 물류비 비율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작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요. 반대로 매출총이익률은 조금씩 상승하면서, 이 둘이 만들어 내는 총 공헌이익의 규모는 계속 커져가고 있습니다.
17. 한편 그간 컬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충성고객들의 양과 질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합니다. 컬리의 핵심은 ‘장보기’ 커머스인 만큼 습관적으로 컬리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늘릴 수만 있다면, 손쉽게 사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 물론 앱 지표 기준으로 컬리의 MAU 성장은 정체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월 기준 고객들의 평균 방문 일수나, 인당 사용 시간은 역으로 상승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광고 선전비를 대폭 줄이고도, 컬리의 매출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 하지만 어떻게든 빠른 흑자 전환 달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컬리의 성장이 둔화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20. 다행히 작년 3분기 이후에는 분기별로 4~5% 정도의 매출액 성장은 꾸준히 보이고 있고요. 올해 1분기에는 거래액 기준으로 작년 대비 13% 성장하여 상당히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요. 같은 시기 온라인 식품 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18.7%인 것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실질적인 역성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21. 플랫폼이 계속 성장하려면 신규 고객을 데려와야 하는데, 컬리가 광고선전비를 대폭 삭감한 이상 일정 부분 성장 정체는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손익 개선 속도까지도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22. 최근 언론에서 컬리와 많이 비교되는 쿠팡의 경우, 흑자 전환하던 당시 이익률이 개선되던 속도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이는 시장 평균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공급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3. 반면 컬리는 시장 평균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이는 곧 쿠팡처럼 평균을 웃돌며 성장하는 곳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컬리는 ‘3자 배송’, 즉 오픈마켓 형태의 상품을 늘리기도 하고요.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켜 카테고리를 넓히는 등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 있다고 보입니다.
24. 하지만 컬리가 가진 브랜드 컬러가 너무나도 뚜렷했던 만큼, 외연 확장의 속도는 너무나도 더딥니다. 따라서 PB 강화 및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공헌이익률 개선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요.
25. 이와 동시에 과거 CU와 했던 협업 모델 등을 활용하여서요. 마치 최근 무신사가 무신사 스탠다드를 확장하듯이, 오프라인 등 새로운 채널로 영역을 넓혀 추가 매출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