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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다음은 휴머노이드 로봇: 진짜 혁명이 몰려온다

김창수
김창수
- 16분 걸림

글. 김창수 비욘드엑스 인공지능 디자인연구센터 센터장

공상과학에서 현실이 된 미래

요즘 우리는 놀라움의 연속 속에 살고 있다. Chat GPT의 등장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고, 글을 써주고 심지어 그림까지 그려주는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이제 우리 앞에는 더 놀라운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로봇들이 실제로 걸어다니고, 물건을 나르고, 요리를 하고, 집청소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Chat GPT가 가져다준 놀라움은 이제 놀라움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충격과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류가 그동안 꿈꿔왔던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변화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인터넷? 스마트폰? 그런 건 애교 수준이었다.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 구조가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등장: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 속도는 가히 놀랍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불과 1년 반 만에 계란을 다루고 옷을 개는 수준에 이르렀다. 11개의 자유도를 가진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고, 스스로 실수를 고치며 환경을 인식한다. 이미 테슬라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2~4년 안에 2만 달러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테슬라 옵티머스 2가 계란을 잡아 옮기고 있다. 출처: Tesla

Figure AI의 '피규어'는 더욱 놀랍다. 설립 직후 첫 모델을 내놓더니 7개월 만에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자연스러운 대화와 함께 환경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한다. "먹을 것을 줘"라는 명령에 사과를 선택해 주고, 철판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스스로 교정한다. 오픈AI,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거물들이 6억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은 이 로봇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피규어가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고 있다. 출처:Figure A

Apptronik의 '아폴로'는 이미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조립 키트를 전달하고 자동차 부품을 검사하는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NASA의 발키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아폴로는 인간과의 협업을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으며, 안전성과 대량 생산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Apollo가 토트를 터거 카트로 옮기고 있다. 출처: Apptronik

이들 로봇은 현재 공장, 물류센터, 연구소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자사 공장에서 부품을 옮기고 조립하는 작업을 돕고 있으며, 아폴로는 자동차 제조 라인에서 인간 근로자와 협업하고 있다.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는 Agility Robotics의 'Digit'가 상자를 나르고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용 사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 로봇 혁명의 비밀: 생성형 AI의 힘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인간의 복잡한 동작을 모방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섬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수십 년간의 연구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은 늘 '곧 실현될'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이러한 어려움은 물류센터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예로 들면 더욱 분명해진다. 물류센터용 로봇을 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다.

첫째, 환경의 복잡성이다. 물류센터는 수많은 종류의 상품,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상자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로봇이 이러한 복잡한 환경을 이해하고 내비게이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둘째, 물체 인식과 조작의 어려움이다. 각기 다른 형태, 크기, 무게를 가진 상품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힘으로 집어 올리는 것은 고도의 시각 처리 능력과 정교한 제어 기술을 필요로 했다.

셋째, 유연성과 적응력의 부족이다. 기존의 로봇들은 미리 프로그래밍된 작업만을 수행할 수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인간과의 협업 문제다. 물류센터에는 여전히 많은 인간 작업자들이 있다. 로봇이 이들과 안전하게 협업하면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학습의 어려움이다.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거나 작업 방식이 변경될 때마다 로봇을 재프로그래밍해야 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난관들로 인해 실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은 계속해서 지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그루트(GR00T: Generalist Robot 00 Technology) 플랫폼을 사례로 살펴보면, 어떻게 생성형 AI가 로봇 개발에 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그루트는 대규모 언어-비전 모델(LVM)을 활용하여 로봇이 거의 모든 종류의 물체를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물류센터 환경에서도 로봇이 다양한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루트는 End-to-End 학습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복잡한 작업의 전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한다는 의미다. 개발자가 일일이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없어졌고,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엔비디아 GROOT Training Model, 출처 : Nvidia

그루트의 또 다른 강점은 시뮬레이션 학습이다. NVIDIA의 Isaac Sim을 활용해 디지털트윈 가상 환경에서 수천 대의 가상 로봇을 만들어 수천,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이는 실제 환경에서의 위험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면서도 로봇의 학습 속도를 폭발적으로 향상시킨다.

로봇을 디지털트윈에서 학습시키는 NVIDIA Isaac Lab, 출처 : Nvidia

더욱이 엔비디어는 로봇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통합하여 로봇 제네레이션 파운데이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필요한 기업들은 엔비디어 그루트에서 자신만의 로봇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인해 테슬라의 옵티머스, Figure AI의 피규어, Apptronik의 아폴로 등 최근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로봇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용화와 대중화를 앞당기는 핵심동력이 되고 있다.

산업 현장의 혁명: 물류센터의 무인화 가능할까?

산업 현장, 특히 공장과 물류센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공장에서는 이미 여러 형태의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자사 공장에서 부품을 옮기고 조립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 Apptronik의 아폴로는 메르세데스-벤츠 생산 라인에서 더욱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폴로는 인간 근로자와 협업하며 조립 키트를 전달하고 차량 구성 요소를 검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 로봇은 고도의 시각적 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식별하고, 품질 관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류센터는 대규모의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며, 그 운영 방식은 여전히 노동 집약적인 형태로 남아 있다. 국내 물류센터의 자동화율은 50% 미만으로, 하루 수천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물류현장에서는 Agility Robotics의 'Digit'가 주목받고 있다. Digit는 현재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 중이다. Digit'는 자율 이동 로봇(AMR)에서 물품을 집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작업을 담당한다. Digit의 유연한 팔과 정교한 그리퍼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상자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또한, 내장된 AI 시스템은 작업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아마존 물류센터에 배치된 Agility사 Digit, 출처: Agility

만약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Apptronik의 아폴로가 물류 현장에 적용된다면, 현재 Digit가 하지 못하는 더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옵티머스의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은 작은 부품이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아폴로의 고급 시각 처리 능력은 복잡한 포장 작업이나 품질 검사에 적용될 수 있을것이다.

가정의 변화: 가사노동에서의 해방 가능할까?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Aloha' 프로젝트는 요리, 청소, 빨래 등 일상적인 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Aloha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바닥을 청소하며, 세탁기에 옷을 넣고 돌린 뒤 건조된 옷을 개어 정리할 수 있다. 이 로봇의 특징은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작업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요리 중 재료가 부족하면 사용자에게 알려주거나, 청소 중 발견된 물건을 적절한 위치에 정리할 수 있다.

Aloha 로봇이 요리를 하고, 걸레로 흘린 와인을 닦고,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출처 : Aloha Github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가정용 애플리케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향후 식사 준비, 잔디 깎기, 노인 돌봄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igure AI의 피규어 역시 장기적으로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Apptronik의 아폴로도 엔비디어와 함께 가정용 버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pptronik사의 Apollo 가정용 활용 모습, 출처 : Apptronik

이러한 로봇들의 등장은 가사노동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가사 업무에서 해방된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싱글 가구에게 이러한 로봇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대의 서막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테슬라는 2025년까지 2만 달러 수준의 옵티머스 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현재 산업용 로봇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산업 현장에서 이 로봇들은 인간 노동자 대비 높은 비용 효율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고 성능은 향상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NVIDIA의 프로젝트 GR00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의 도입으로 로봇의 학습과 적응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둘째, 로봇 부품 기술의 발전과 함께,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서 하드웨어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셋째,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대기업부터 Agility Robotics, Figure AI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목격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와 경제, 그리고 일상생활을 크게 바꿀 것이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에 통합되고,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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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KAIST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를, 연세대에서 MBA를, 영국 샐퍼드 대학에서 디자인매니지먼트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에서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경험 분야를 이끌었고, 이후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를 창업해 매출 200억 달성, 한국물류대상 수상 등의 성과로 기업가적 역량을 입증했다. 현재는 비욘드엑스(BX) 인공지능 디자인연구센터장으로 AI와 디자인의 융합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