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무인결제에 숨어있는 ‘개인화 추천’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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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할 수 있다면
저에게 작은 취미가 있다면 ‘책 사기’입니다. 책 읽기 같은 흔한 취미 아니고요.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책을 ‘사는’ 것이 취미입니다.
얼마 전에도 창업을 준비하는 한 지인과 커넥터스가 준비하는 어떤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가만히 듣던 그가 ‘형, 이 책 읽어봤어?’라며 운을 띄우더군요.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마크 랜돌프의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제목인데, 읽어보면 좋을 거라고요. 책 제목만 듣고 저희가 준비하는 사업이 망할 거라는 암시인가 싶었는데, 그런 내용은 아니라 하고요. 이야기 듣자마자 구매해서 지금 바로 제 옆에 있습니다.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요.
또 얼마 전에는 링크드인에 한 지인이 서평을 올렸더라고요. 보니까 쿠팡 관련 내용인데, 이건 참을 수 없습니다. 역시나 바로 온라인 주문했고요. 참고로 제 책 사기 취미 중에서도 하위 항목을 당당히 차지하는 것이 ‘아마존 책 사기’인데요. 국내 발간된 아마존 관련 책은 거의 다 구매했거든요. 이제 살 아마존 책이 없어지니 쿠팡 책까지 건들기 시작한 것이 요즘 이야기입니다. 네,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면요. 얼마 전 한 도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에서 일하는 지인이 신규 론칭했다고 저에게 소개해준 서비스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절판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데요. 고객이 요청하는 ‘단 한권’의 주문도 생산을 하는 POD(Print On-demand) 방식을 여기 적용했습니다.
물론 당장 여러분이 원하는 모든 책을 ‘단 한권’이라도 구매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고객 수요가 많이 보이는 책에 한해서 조금씩 출판사와 협의해 절판 도서를 부활시켜 플랫폼 구매창에 연동시키고 있는데요. 소비자는 댓글을 통해 구매를 희망하는 절판 도서의 생산을 요청할 수 있는데, 벌써 댓글이 400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그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세상에 책 사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는 생각에 참 기쁘고요. 물론 저와는 다르게 많은 분들은 책을 사기만 하진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구매하고 싶은 ‘단 한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요. 커넥터스에 올라오는 수많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단 한 권이라도 특별한 가치를 담아서 잘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이거 진짜 할 건데, 농담이 아니라는 것은 조만간 연재될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물류 이야기 아닐 것 같고요. 달콤 쌉싸름한 스타트업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도 의미 있게 다가가야 할 텐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제타플렉스 스캔앤고, 직접 써 봤습니다
얼마 전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방문했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선 아니었고요. 여기 적용됐다는 무인결제 기술 ‘스캔앤고(SCAN&GO)’를 직접 사용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전국 매장(롯데마트, 롯데마트맥스)이 10개밖에 안 되는데, 그중 가장 접근성이 좋았던 점포가 ‘제타플렉스’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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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에 따르면 스캔앤고는 ‘계산대에 줄 설 필요 없는’ 비대면 결제 서비스입니다. 물론 몇 해 전 화제가 된 ‘아마존고’처럼 그냥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들고 걸어 나가면 알아서 결제되는 기술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요. 셀프계산대 라인에 비치된 바코드 스캐너와 카드리더기로 알아서 결제를 하는 일반적인 무인결제 방식보다는 좀 더 개선된 기능처럼 보였거든요. 그 디테일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느끼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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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 번 써보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편한지 제가 직접 제타플렉스에서 사용해본 ‘스캔앤고’는요. 일단 모바일 앱 ‘롯데마트GO’를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는 과정(저 같은 경우 까먹은 롯데 멤버십 비밀번호를 찾는 과정)에서 오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요. 이 과정을 한 번 마친 사람에게는 확실히 셀프계산대보다 편리하겠구나 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회원가입까지 끝냈다는 전제하에 스캔앤고 사용법을 잠깐 설명하자면, 롯데마트GO 앱 메인화면 가운데 아래 ‘SCAN&GO’ 버튼을 탭하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바코드 스캐너’처럼 변하고요. 이것으로 매장에서 구매할 상품 바코드를 이리저리 스캔하고 디지털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죠?
이게 마트에서 하나씩 상품을 카트에 담다보면 내가 담은 상품들이 전부 얼마인지, 예산을 초과하진 않을지 걱정되곤 하잖아요. 스캔앤고를 사용하면 디지털 장바구니를 통해 내가 지금까지 카트에 담은 상품이 무엇이고, 그렇게 담은 상품들의 총 가격이 얼마인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상품 스캔은 한 번의 사고 없이 문제없이 잘 됐고요. 혹시나 해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할인행사 가격이 디지털 장바구니에 잘 반영되는지도 테스트해봤는데요. 디테일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1+1 행사를 진행 중이라면 혹여 ‘하나’만 들고 갈 고객이 걱정됐는지 1+1 행사중 안내 팝업을 띄워줬고요. 3개 이상 구매시 개당 1290원, 5개 이상 구매시 개당 990원이 되는 파프리카 상품도 할인 기준이 되는 숫자 이상을 장바구니에 채워 넣으면 할인 가격이 자동 적용되더군요.
마지막으로 매장 곳곳에 보물찾기처럼 배치돼 원래 계산대까지 가져가야만 할인이 적용됐던 ‘종이쿠폰’ 역시 디지털 장바구니에 적용 가능한데요. 우선 상품 바코드를 스캔해서 디지털 장바구니에 담아놓고요. 이후 종이쿠폰을 별도의 기능을 통해 따로 스캔하면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 식입니다.
그렇게 쇼핑을 마치면 롯데마트GO 앱내 결제 기능을 통해 결제를 진행하면 되는데요. 결제가 정상 처리되면 QR코드 하나를 발급해주고요. 이 QR코드를 매장내 위치한 스캔앤고 전용 게이트에 스캔하고 나가면 됩니다. 글로 설명하니 장황한데, 실제로 해보면 꽤 간단한 편이고요.
결과적으로 스캔앤고는 전자저울과 갖가지 센서를 달아야 하는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결제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인프라 투자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갈 것처럼 보였고요. 아직 센서가 제대로 고객이 집어드는 상품 정보를 인식 못해서 진열대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아마존고식 무인결제에 비해서 조금 더 고객의 손은 많이 가지만, 공간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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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계산대’보다 특별히 좋은가 묻는다면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선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사실 스캔앤고가 셀프계산대보다 편리하긴 했지만, 그 경험이 종전 익숙한 셀프계산대와 비교하여 ‘압도적’이냐고 되묻는다면 그 정도까진 아니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아마 셀프계산대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을 때, 스캔앤고를 이용하여 결제하고 나갈 것 같긴 하지만요. 모바일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라면 스캔앤고보다 익숙한 셀프계산대 사용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것도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이 스캔앤고 설치가 아마존고보다 저렴할지는 몰라도 당연히 공짜는 아니거든요? 제가 관계자에게 듣기로 셀프계산대 라인 하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400만원 정도인데요. 이 스캔앤고 게이트를 설치하는 데, 대략 셀프계산대 7~8대 정도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당연히 게이트를 설치할 별도의 공간 역시 마트에서 할당해 줘야 하고요.
어떻게 보면 롯데마트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스캔앤고’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셈인데요. 그럴만한 유인은 충분한 것일까요? 그러니까 기존 셀프계산대는 사람 계산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유인이 충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시장에 확장할 수 있었지만요. 스캔앤고는 셀프계산대와 비교한다면 ‘인건비’ 절감 효과가 탁월하다고 보기엔 좀 애매하잖아요? 어차피 사람 없는 건 똑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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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롯데마트의 스캔앤고 솔루션을 적용한 기술업체인 ‘스캔딧(Scandit)’을 통해 확인해봤는데요. 사실 일반 매장 방문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롯데마트에 적용된 스캔앤고는 셀프계산대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무인결제’ 지원 목적의 솔루션이 맞지만요. 운영 관점에서는 전에 셀프계산대가 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오프라인 현장을 배회하는 고객 ‘데이터’ 수집을 통해서요.
잠깐 옛날이야기를 꺼내보죠. 1990년대 기존 매장 결제라인에 설치된 POS(Point of Sales) 시스템을 통해 유통업체는 상품 매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요예측과 발주 관리가 가능해졌고요. POS의 보급으로 유통업계에는 본격적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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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OS는 매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상품들의 매출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여 배회하는 ‘특정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갖는지까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고객이 ‘치킨너겟’ 시식코너에서 맛본 상품이 맛있어서 카트에 잠깐 넣을 수 있지만요. 매장을 돌다가 만난 1+1 할인 냉동만두를 만나고 마음을 바꿔 다시 치킨너겟을 진열대에 집어넣을 수 있잖아요. 이런 정보는 POS에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죠.
물론 치킨너겟을 판매하는 시식코너 직원은 이런 정보의 디테일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마트 운영사는 모를 것이 자명하고요. 사실 시식코너 직원도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치킨너겟 매출이 저 옆에 만두 코너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대충 인지하겠지만, 그것을 정확한 ‘데이터’로 어딘가 기록하고 있지는 않겠죠.
하지만 고객이 ‘스캔앤고’를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롯데마트는 앱 로그인 정보와 고객이 선택한 방문매장 정보, 그리고 스마트폰 GPS를 바탕으로 어떤 고객이 특정 매장에 진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요. 그 매장 안에서 고객이 스캔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실제 카트에 담은 상품이 무엇인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이 쇼핑 중간에 장바구니에 담긴 어떤 상품을 제거했다면, 실제 카트에 담긴 해당 상품도 매장 진열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롯데마트가 매장 방문 고객 대상 ‘타깃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전 제타플렉스에 방문했던 고객이 치킨너겟 한 봉지를 스캔했지만, 끝내 구매하지 않았다는 데이터를 롯데마트가 알고 있다면요. 오늘 같은 고객이 만두 한 봉지를 스캔할 때 한 달 전 봤던 ‘치킨너겟’을 추천 상품으로 앱상에서 띄워줄 수 있거든요. 여기 더해 10% 할인쿠폰을 얹어서 말이죠. 그럴 수 있다면 그 고객의 구매전환율에는 분명 긍정적인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다른 예로 제타플렉스는 롯데마트의 특화매장으로 1층 전체를 ‘체험’을 강조한 주류 판매공간 ‘보틀벙커’로 확보해둔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여기 매주 토요일마다 제타플렉스에 와인을 사러 오는 고객이 있다고 해볼께요. 그리고 저 같이 1년에 한 번 제타플렉스에 갈까말까 하는 또 다른 고객이 있다고 해보죠. 그리고 제타플렉스에 마침 한정판 프리미엄 와인이 입고됐다고 하겠습니다. 제타플렉스 입장에서는 그 와인을 매주 토요일마다 오는 충성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 같은 뜨내기 체리피커에게 판매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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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전자’라는 답이 돌아오겠지만, 사실 이전에 매장 방문 고객 데이터를 알 수 없었던 롯데마트는 그것을 선택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스캔앤고’를 바탕으로 특정 고객의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확보했다면요. 매주 방문하는 충성고객이 우리 매장을 바로 오늘 방문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요. 해당 고객에게만 롯데마트GO 앱을 통해 한정판 와인 입고 소식을 팝업으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당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할인 쿠폰’을 앱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온라인의 전유물이 무너진다면
그러니까 매장 방문 고객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이것을 백단에서 분석할 수 있는 역량만 있다면요. 오프라인 매장은 종전 ‘온라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매장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고요.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됐던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된 가격’이나 ‘개인화된 쿠폰’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쿠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인데요. 다소의 논란은 있었지만 쿠팡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가 로그인했느냐에 따라서 같은 상품이지만 ‘다른 가격’을 노출하고 있거든요. 고객에게 추천하는 상품 페이지와 심지어 순위표까지 다 다르게 노출됩니다. 유통업체에게 이러한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고도의 데이터 분석 역량이 바탕이 돼야 할 수 있는 굉장한 ‘실력’이라 저는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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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로 저 같이 로켓와우 멤버십을 끊었다 다시 가입했다를 3~4번 반복하는 누가 봐도 체리피커인 고객에게는 굳이 한 달 멤버십 무료 혜택을 더 줄 필요가 없을 텐데요. 최근 몇 년 동안 멤버십을 유지했던 다른 고객이 어떤 이유로 해지 신청을 했다면, 이 고객을 다시 한 번 끌어올 유인이 쿠팡에게 있을지 모르겠죠.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멤버십 가격을 4990원으로 인상했을 때, 일부 고객만 선정하여 ‘해지방어’ 무료 멤버십 이용 쿠폰을 발행했는데요.
이게 다 ‘데이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하고 싶어도 못했던 영역인데요. 이제 스캔앤고와 같은 데이터 수집 솔루션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생각해봐요. 디지털 가격표와 결합돼 실시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격이 변하는 모습을요. 여기 더해 고객의 충성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등급의 할인 쿠폰이 뿌려지는 모습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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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롯데마트GO 앱 내에 이러한 개인화 추천과 쿠폰 발행 기능까지 구현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는 상품을 스캔하면 연관된 할인 상품을 ‘추천’해주는 팝업이 노출되는 것이 전부이고요. 이 추천 기능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됐다기보다는 사람이 일일이 연관 상품을 라벨링한 결과에 기반하여 추천 팝업을 노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 저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깡통햄을 스캔하면 근처 매대에서 할인 행사 중인 ‘골뱅이캔’을 추천해줬고요. 그렇게 또 골뱅이캔을 스캔하여 장바구니에 담으면, 다시 아까 전에 스캔하여 이미 장바구니에 담은 ‘깡통햄’을 추천해줬거든요. 이런 무한 추천의 연쇄는 아무리 봐도 ‘개인화 추천’에 의한 결과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다만, 향후 롯데마트 스캔앤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다면요. 그리고 그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상품과 특정 고객을 매칭할 수 있는 역량이 롯데마트에게 쌓인다면요. 앞서 이야기했던 다양한 개인화된 마케팅 기능을 실제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현실’이니까요
실제 스캔딧에 따르면 ‘스캔앤고(이는 롯데마트가 붙인 이름으로 스캔딧은 ‘셀프체크아웃‘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이 기능을 판매합니다.)’ 솔루션은 한국에서는 롯데마트가 첫 적용 사례이지만요. 글로벌에서는 이미 많은 유통업체가 사용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개인화 추천’ 영역의 기능까지 활용하고 있는 고객사들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Aeon)의 비대면 결제 서비스 ‘레지고(Regigo)’가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스캔딧에 따르면 이온 매장에서 결제되는 전체 매출의 15~20% 정도가 레지고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 사용 비중이 매우 크고요. 심지어 이온은 매장 내부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별도의 교육 영상을 반복 노출할 정도로 레지고의 확산에 진심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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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로 글로벌 와인 브랜드 ‘데너(DENNER)’ 매장도 스캔딧의 셀프체크아웃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고객이 매장에 진열된 와인 바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와인의 평점을 노출하고,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의 마리아주(Mariage)를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기능까지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충분한 상품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는 추천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스캔딧의 설명이고요.
과연 롯데마트는 스캔앤고를 통해 전에 없었던 ‘오프라인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앞으로 스캔앤고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 살핀다면 그 과정을 독자 여러분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건 기존 POS를 기반으로 하는 셀프계산대가 제공하지 못하던 영역이고요. 바로 여기서 롯데마트가 굳이 셀프계산대가 이미 존재하는 데 불구하고 또 다른 무인결제 솔루션 ‘스캔앤고’를 도입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예산시장에서 물류가 보인다면?
요즘 저는 백종원 대표의 예산시장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관련 유튜브 콘텐츠는 이미 다 챙겨봤고요. 특히 최근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졌듯, 예산시장 주변 상권 일부 상인들과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사이의 갈등이 촉발되고 있는데요. 물류로 치면 ‘에셋라이트’ 연합군형 물류가 왜 어려운지 완전 다른 산업군의 콘텐츠에서 함께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백종원]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와 카카오가 맞붙은 물류 전장, ‘에셋 라이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커넥터스]
그래서 백종원 대표가 예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무엇이냐. 전형적인 큰 규모의 ‘자산’ 투자가 수반되는 운영을 택했습니다. 백종원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인 예덕학원을 통해 리모델링할 예산시장 매장 부동산을 매입했고요. 시장 인테리어와 입점 상인 선정, 메뉴 개발 등과 관련한 운영을 더본코리아가 관장하고 관련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궁금하셨을 이야기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종원]
이러한 자산 투자를 바탕으로 한 구조가 뒷받침 됐기에 백종원 대표는 예산시장 일부 한정된 공간에서나마 서비스 품질과 가격 등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요. 반면, 통제되지 않는 주변 상권에서는 여전히 계속해서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이슈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뭔가 ‘자산’을 내재화한 물류를 운영하는 쿠팡이 연합군형 물류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물류에 비교하여 갖는 차별점이 여기서 보이지 않나요?
이에 예산시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물류와 커머스, 네트워크 비즈니스 관점에서 풀어보면 재밌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혼자서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취재거리가 준비된다면 조만간 예산시장으로 불쑥 떠나 현장을 살피고,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이처럼 물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을 물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즐겼는데요. 요즘에는 저 혼자 헛소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해주고 있음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최근 커넥터스에 소개됐던 아래 콘텐츠도 그런데요. 글을 작성한 사람은 물류와 전혀 상관없이 오라클, 가트너, KT 등에서 IT 관련 사업 기획자로 일했던 현직 IT 전문 미디어 대표고요. 다루는 주제는 통신 3사가 왜 전부 뜬금없이 물류를 하고 있냐는 것인데, 이런 이종과 결합되는 콘텐츠는 항상 설렙니다. 어디서 볼 수 없는 커넥터스의 독립적인 관점이 반영되는 것이니까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 KT 출신이 보는 통신사가 ‘물류’ 사업에 빠져든 이유,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 하고요. 마침 오늘은 제가 ‘우아한’ 어떤 회사에 출강을 나가는 날입니다. 2016년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창업자가 당시 제가 일하던 회사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기조연사로 나와서 스스로를 물류 문외한이라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한 것이 기억나는데요. 7년이 지난 지금은 IT 문외한인 제가 플랫폼 회사에서 물류 이야기를 하게 됐으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혹시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은 제가 헛소리를 한다면, 정말 뭣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으니 귀엽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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