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브레인을 다운로드할 시간이다
2만 달러 휴머노이드의 도래, 그리고 ‘지능을 가진 물류’로 옮겨가는 게임의 룰
인터뷰: LG CNS 손동신 스마트물류센터 로봇담당 위원
극한의 딜레마에 빠진 물류 산업
"니즈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비용은 계속 줄여야 한다." LG CNS 손동신 스마트물류센터 로봇담당 위원이 현재 물류 산업의 현실을 한 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이커머스 급성장과 새벽배송 일상화,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이 만들어낸 삼중고는 물류 자동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존 자동화 기술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손 위원은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구축 측이나 운영 측에서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화물 적치·보관·피킹·분류는 상당 부분 자동화됐지만, 하차·검수·상차 등 물리적 환경이 다양한 영역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세대 로봇의 등장: 브레인을 갖춘 휴머노이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4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손 위원은 기존 AMR(자율주행 로봇)과 4세대 로봇의 핵심 차이를 "브레인을 가지고 있느냐"로 구분했다.
"4세대 로봇이 등장하면서 사람이 다니는 환경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 손 위원의 설명이다. 이는 물류뿐만 아니라 실제 공장 작업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변화를 의미한다.
손 위원은 AI 기술의 진화를 △전통적 AI △생성형 AI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순으로 구분했다. 피지컬 AI는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서 일을 수행하는" 혁신적 기술로, 짧은 지시만으로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하드웨어 가격 혁명이 바꾸는 게임의 룰
손 위원이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 경쟁력이다. "테슬라가 2만 달러를 공언한 이후 중국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가격이 2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며 하드웨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유니트리(Unitree) 로봇의 경우, 비전 센서·음성 인식·관절 제어보드·배터리 등 하드웨어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핵심은 지능형 브레인 시스템이다. 반면 테슬라나 미국 선진 업체들은 선형 액추에이터 기술을 통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가격 혁명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중소형 물류센터나 개인 사업자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가시권'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둘째, 하드웨어 대중화로 인해 경쟁의 핵심이 "브레인의 확보"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LG CNS가 보여주는 지능화 성과
LG CNS 스마트물류센터의 성과는 지능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준다. 총 이동거리 22% 감소, 피킹 정확도 89%에서 98.7%로 향상, 상차 시간 42% 단축, 포장 시간 1.4분에서 0.8분으로 43% 단축 등 모든 지표에서 개선을 보였다. 작업자 이직률도 현저히 감소했다.
손 위원은 "물류 설비와 로봇의 지능화를 위해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비용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LG CNS의 AI 엔진은 컴퓨터 비전, 음성 인식, 강화학습 기술을 통합하여 수천 개의 변수를 동시에 처리한다.
특히 "믹스트 팔레타이징이 사업적 가치가 더 크다"고 언급했다. 박스를 테트리스처럼 쌓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사람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 석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특수 그리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람처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판단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업계에서 구현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한국의 기회와 도전
한국의 AI 로봇 산업 경쟁력에 대한 손 위원의 평가는 냉정하다. "국내는 AI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많이 앞서가고 있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여 로봇 학습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있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완전히 비관적이지는 않다. "중국의 브레인 수준이 아직 높지 않다"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영역에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봤다. 또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영역을 제시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물류센터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형 물류센터나 개인들이 사용하기에 더 적합한 형태"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솔루션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ChatGPT 로봇 브레인' 시대 예고
손 위원이 제시한 가장 혁신적인 비전은 "ChatGPT 모델처럼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브레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물류 자동화의 완전한 민주화를 의미한다.
"로봇 알고리즘을 하나씩 개발하는 것보다 적재적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브레인을 확보해서 로봇을 투입하고 활용을 잘 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앞으로의 경쟁 패러다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물류센터를 3D로 모사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복잡한 작업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텔레오퍼레이션(원격 조작) 기술도 4세대 로봇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별 대응 전략
물류 기업들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피지컬 AI 기반 로봇 도입 준비에 나서야 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지능형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투자를 집중하고, 중국처럼 체계적인 로봇 학습 데이터 수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커머스 및 소매 기업들은 단계적 도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형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중소형 센터에도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복잡한 작업은 원격 조작으로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기술 벤더들은 ChatGPT처럼 다운로드 가능한 로봇 브레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형 물류센터와 개인 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과 석션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고도화된 그리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지능화 혁명의 시작
4세대 로봇 시대의 도래는 물류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2만 달러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화되면서 물류 자동화의 민주화가 시작됐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브레인, 설비가 아닌 지능, 자동화가 아닌 인지화가 될 것이다.
손 위원의 마지막 통찰처럼, "적재적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브레인을 확보해서 로봇을 투입하고 활용을 잘 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다. 지능형 물류 혁명의 창구는 열려 있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자들에게만 주어질 것이다.
■ 물류 지능화 핵심 기술 5가지
1. AI 기반 최적화 엔진: 컴퓨터 비전, 음성 인식, 강화학습 통합으로 수천 개 변수 동시 처리
2. 혼합 팔레타이징: 박스를 테트리스처럼 쌓는 작업을 실시간으로 수행
3. 특수 그리퍼: 기존 석션 방식 한계 극복, 다양한 화물 처리 가능
4. 디지털 트윈 & 텔레오퍼레이션: 3D 모사 기술과 원격 조작으로 완전 자율화 한계 보완
5. 실시간 IoT 모니터링: 물류센터 전반 데이터 수집·분석으로 최적화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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