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킹’만 잘해도 물류센터 생산성이 높아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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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커머스 물류 실무에서 생산성은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작업을 처리했는지에 대한 측정 지표인데요. 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작업은 ‘출고’이고요. 그 출고 중에서도 생산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 오늘 다룰 주제인 ‘피킹(Picking)’이라는 현직자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왜 피킹만 잘하더라도 물류센터 생산성이 높아지고, 비용을 줄이고, 작업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지 현직 이커머스 물류센터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합니다.
2. 피킹은 생전 처음 물류를 하는 단기 알바가 잠깐의 교육을 받더라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이 ‘피킹’ 최적화를 목표하는 덴 다 이유가 있겠죠. 이 글에선 먼저 기본적인 피킹 프로세스의 개념을 잡고 가고요. 이와 함께 겉보기엔 쉬워 보이는 피킹이 효율화를 고민한다면 어려워지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3. 모든 물류가 그렇듯 부분 최적화는 전체 최적화를 담보하지 못합니다. <이동-식별-집품-이동-전달>이라는 프로세스의 단순 반복 작업인 피킹만 하더라도, 작업자의 이동 시간을 줄이더라도 오히려 식별 및 집품 과정에서 작업 시간이 늘어나서 전체 피킹 효율성은 떨어지는 일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이론을 넘어 실무에서 먹히는 피킹 효율화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4.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물류 실무에서 활용하는 피킹 방식과 피킹 자동화 솔루션을 알기 전에, 피킹 효율화를 위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다잡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나 정답은 없지만, 정답을 찾기 위한 가이드는 존재합니다. 다양한 실무 예시와 함께 알 수 있습니다.
PROLOGUE
이커머스 물류 실무 가이드, 어디 없나요?
“이커머스 스타트업 물류 담당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몇 년 동안 수많은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물류 관련 강연을 하며 여러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현업을 뛰며, 이직을 고민하는 물류 담당자들에게도 통용됩니다. 그들에게도 “이 기업 요즘 어때?”와 같은 평판을 묻는 질문을 왕왕 받곤 했거든요. 그 질문 속에는 그들이 해당 기업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녹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전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서 같은 물류라고 불리는 업무더라도, 그 디테일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사실상 현장에서 펼쳐지는 거의 모든 일을 물류 담당자가 맡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문화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와중에 이런 업무를 고도화할 수 있는 어떤 경험과 노하우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일목요연 정리한 내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뿐입니다. 물류학 전공서는 잘 정리된 프레임워크를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요. 그것은 규모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됐기에,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커넥터스>와 같은 전문 미디어나 교양서가 물류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전하기도 하지만요. 아무래도 콘텐츠 창작자가 물류 실무를 전문적으로 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무자의 깊은 고민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가족과 함께 상품을 포장하여, 계약한 택배사를 통해 출고하던 이커머스 셀러가 어느 정도 상품이 팔리는 순간 3자물류(3PL) 기업의 서비스 이용을 고민하고요. 3자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던 업체는 어느 순간 자사물류를 내재화할 것을 고민합니다. 3자물류를 사용하든, 자사물류를 내재화하든,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기업들은 이커머스의 성장 단계에서 숱하게 펼쳐질 물류와 관련된 고민들을 몸으로 익히며, 각자의 노하우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노하우는 어떤 한 기업의 역량으로만 남거나요. 때때로 이직을 선택한 현장 실무 담당자와 함께 기업에 체득되지 않고 사라질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물류 운영의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현재까지 그런 가이드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애초에 물류를 다루는 교양서 자체가 부족하고요. 제가 2022년 1월 출간한 단행본 <커넥터스>가 수천권 수준의 판매량에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도서 온라인몰 물류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요.
그래서 <커넥터스>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입고와 적치, 출고와 주문 및 재고관리, 물류센터 세팅과 설비 및 시스템 도입, 협력업체 커뮤니케이션과 물류비 측정, 현장 인력관리와 R&R 분배, 조직문화 설계까지. 이커머스 물류 성장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와 솔루션을 아우르는 <커넥터스> 안에 연재로 담아보고자 합니다.
이 연재는 커넥터스의 오랜 독자이기도 한 양거봉 이지로지스 물류센터장과 함께합니다. 그는 프리오 이전에 배민프레시, 미팩토리, 팀프레시, 펫프렌즈, 다노 등 다양한 브랜드, 커머스, 물류 스타트업에서 ‘이커머스’ 물류센터 현장부터 SCM(Supply Chain Management)까지 다양한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작게는 수십평 규모부터 크게는 수천평까지. 새로운 물류센터를 세팅하고, 가동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미 세팅된 거대한 물류망을 다루는 대기업 실무자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작은 형태의 물류부터 효율을 만들고 성장시킨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 오랜 노하우를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들과 하나둘 나누겠습니다.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일컬어지는 이커머스 물류 현장의 다양한 고민을 알고, 해결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번 연재를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피드백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몇 달 이상 장기전이 될 이 프로젝트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더 고도화하고 싶습니다. 아래부터는 양거봉님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풀필먼트 실무 백서 연재 리스트
EP1-1. 스타트업 물류 하드보일드 : 어느 실무자의 하루
EP2-1. 풀필먼트 운영 개선을 위한 선행 과제, ‘관점의 확장’
EP2-2. 택배를 넘어선 이커머스 기업들, 후발주자들이 바라볼 물류의 틈새
EP3-1. 5개의 이커머스 스타트업 물류센터를 ‘셋업’하고 배운 것
EP3-2. 개미 셀러도 할 수 있는 이커머스 물류 셋업 AtoZ
EP4-1. 이커머스 폭발 성장이 ‘물류’를 터뜨릴 수 있다고요?
EP4-2. 터져버린 이커머스 물류를 해결할 구원투수 ‘커뮤니케이션’
EP5-1.모든 이커머스 물류의 고민이 ‘비용 집행’으로 연결되는 이유
EP5-2. 1PL과 3PL의 갈림길,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체크리스트
EP6-1. 대체 물류 효율과 ‘바코드’가 뭔 상관이냐 묻는 사람들에 대한 항변
EP6-2. 이커머스 물류 관리의 시작, ‘기준 정보’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EP7-1. ‘입고’ 관리에 소홀한 물류센터 생산성, 안녕할 수 있을까요?
EP7-2. 이커머스 물류 효율을 좌우하는 복병, ‘입고 관리’ 방법론 AtoZ
EP8-1. 이커머스 물류의 알파이자 오메가, ‘출고 관리’가 뭐길래
EP8-2. 이커머스 출고 관리를 잘하는 가장 쉬운 방법,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EP8-3. 첨단 자동화 없이도 ‘출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네 가지 전제
EP8-4. 출고 효율을 결정하는 ‘이커머스 주문 관리’ 방법론
EP8-5. ‘피킹’만 잘해도 물류센터 생산성이 높아진다고요?
CHAPTER 1
‘물류 생산성’을 늘리고 싶다면 주목!
(전편에서 계속) 물류센터 작업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생산성’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작업을 처리했느냐로 측정 가능한 생산성은 물류의 기본 성과지표인 ‘비용 절감’과 ‘캐파(Capacity, 물량 처리를 위한 한계 생산성) 증대’, ‘작업 정확도 증대’ 등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물류센터 프로세스는 작업별 생산성에 대한 예측치를 기반으로 계획, 관리, 평가되곤 한다.
양거봉
여러 차례 연재를 통해 강조했듯, 물류센터 안에서 벌어지는 숱한 작업 프로세스 중에서도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단연 ‘출고’다. 이커머스 주문 처리 환경에서 출고 업무는 거대한 주문 변동성이, 예측 불가능한 주기로 발생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출고 업무는 사전 대응이 어려우며, 고객 주문 마감과 택배 집화 사이의 시간 제약 역시 촉박하다.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생산성이 예측치 이하에 머무른다면, 시간 내 출고를 위한 비용은 크게 증가할 수 있으며 출고를 넘어서 물류 전체 생산성에 악영향이 확산되기도 한다. 그만큼 출고관리 업무를 잘해야 하는 이유다.
양거봉
그렇다면 효율화를 위한 대상을 ‘출고’ 안으로 좁힌다면, 그 중에서도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작업 과정은 무엇일까. 각 물류 현장의 특성이나 다루는 상품의 물성, 주문의 양과 구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출고 프로세스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오늘 다룰 주제인 ‘피킹(Picking)’이다.
CHAPTER 2
효율화의 힌트가 ‘피킹’에 보이는 이유
피킹 효율화의 생산성 기여도가 높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피킹을 하는 데 걸리는 ‘작업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가장 오랜 작업 시간이 걸리는 프로세스는 소비자까지의 ‘배송’이지만, 이는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택배사에 위탁을 맡기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질적으로 물류센터 내 입고부터 출고까지 통제 가능한 물류 프로세스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은 피킹인 셈이다.
양거봉
물론 특정 물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순하게 길다고, 이 업무가 모든 물류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작업에 걸리는 시간보다는, 얼마나 그 시간을 줄여서 효율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다.
그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피킹은 이미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상용화된 물류 자동화 솔루션들은 대부분 그 기능과 목적이 ‘피킹 효율화’ 영역에 집중돼 있다. 또 풀필먼트 최적화를 위한 물류학계 연구 역시 대부분 피킹 동선 설계와 상품 배치 최적화를 다루고 있을 정도다. 이는 낮은 이익률로 투자 집행이 어려운 물류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피킹에는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연구할 만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양거봉신승윤
무엇보다 필자는 숱한 물류 현장에서 피킹 작업 효율화가 생산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사실 지금껏 필자가 연재하며 소개한 기준정보부터 입고, 적치, 주문 관리에 이르는 숱한 이커머스 물류 효율화 방법론은 대부분 ‘피킹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구상됐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 쿠팡에서 사용하는 랜덤스토우(Random Stow)는 재고의 보관 편의를 염두에 둔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작업자들의 피킹 동선 최적화를 목표하는 방법론이다. 또 지난 주문관리 기고에서 소개했던 웨이브 및 배치(Batch) 관리는 전산처리 영역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피킹 횟수의 최적화를 목표하는 방법론이었다. 그 전에 입고관리를 다루며 이야기했던 대형 업체에 대한 납품 및 적재 기준 설정은 사실 피킹 상품 구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피킹은 물류센터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짧은 움직임 중 하나로 보이지만, 실은 이커머스 물류 전체 지표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피킹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단위당 작업 처리에 투입되는 시간은 감소하고, 출고 생산성은 늘어나게 된다. 덩달아 피킹 효율화는 물류 캐파와 물류비용, 정확도, 당일 출고율 등 서비스 지표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피킹 생산성이 물류 전체의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보더라도 과언 아니다.
CHAPTER 3
이토록 단순한 피킹이 어려운 이유
실무적으로 피킹이란 집품과 이동, 분류까지의 일부 혹은 전체 프로세스를 모두 칭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확한 피킹 업무의 범위와 형태는 물류 현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글에서 피킹은 ‘고객 주문 구성에 맞춰 보관 공간에 위치한 상품을 찾아 이동, 분류하는 과정’이라 정의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중략)
양거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