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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는 상생할 수 있을까요?(feat. 쿠팡)

엄지용
엄지용
- 27분 걸림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6월 29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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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상생 선봉장은 PB?

28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쿠팡의 거대한 부스였는데요. 쿠팡은 부스 전체를 PB(Private Brand)를 주제로 꾸몄고요. 협력하고 있는 제조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디지털 유통대전 참가PB 통한 소상공인과의 상생 사례 소개, 쿠팡 뉴스룸]

쿠팡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쿠팡과 협력하는 PB 제조사 숫자는 20% 증가했고요. 협력하는 PB 제조사의 매출 또한 동기간 36% 증가했는데요. 이는 동기간 쿠팡 전체 매출 증가율(26%)보다 큰 수치라는 것이 쿠팡의 강조사항이고요. 그만큼 쿠팡 안에서 PB 매출 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소 제조사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고 강조하는 쿠팡 부스 홍보 문구 ⓒ커넥터스

전시장 한 편에는 탐사, 코멧, 곰곰 등 쿠팡의 주력 PB 상품이 진열되기도 했는데요. 특이하게 보였던 것은 쿠팡이 그것을 제조한 협력업체의 이름까지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이는 쿠팡이 이번 부스 운영으로 단순히 쿠팡이 전개하는 ‘브랜드’를 널리 알린다는 것 이상으로, 제조업체와의 ‘상생’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챙겨가겠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부스에 전시된 쿠팡 PB 상품들의 모습. 유통업계에서 PB 상품을 소개하면서 실제 상품을 만든 ‘제조업체’의 이름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커넥터스

지난주 커넥트레터에서 전했듯, 쿠팡은 최근 CJ제일제당으로 대표되는 일부 납품 브랜드업체와 공급가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고요. 이로 인해 공급업체에 대한 쿠팡의 갑질(?) 논란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의 독주와 불안한 셀러들, 그리고 틈새’, 커넥터스]

그 와중 쿠팡이 논란을 방어하기 위해 내세운 무기는 이들 쿠팡 PB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의 성장이었는데요. 쿠팡이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판로를 제공하여, 그들의 빠른 성장을 지원했다는 것이죠. 쿠팡은 비단 이번 부스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PR 자료를 배포하며 쿠팡과 협력하여 성장한 제조업체들의 사례를 적극 알리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곰곰쌀탄생비화 공개PB 상품으로 지역 농가 돕기 나서, 쿠팡 뉴스룸]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과 손잡고 베스트셀러 PB제품 만들었더니 매출 17배 뛰며 해외진출..”경영난 극복하며 고용·투자 확대”, 쿠팡 뉴스룸]

위클리 뉴스픽 :

요즘 잘 나가는 PB의 비결

PB는 사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유통업체와 브랜드업체 간의 헤게모니(주도권) 다툼의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업체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제조업체와 협력하거나, 직접 상품을 생산하여 이를 ‘브랜드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통업체는 이러한 브랜드들이 널리 판매될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갖추고 있죠.

두 주체는 기본적으로 상품 생산부터 고객 전달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협력 관계입니다. 근본적으로 유통업체가 더 많은 고객을 온오프라인 채널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명성을 만든 ‘브랜드사’의 상품이 필요하고요. 제조업체가 더 많은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사’의 판로가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주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는 과거부터 계속해서 이어져 왔습니다. 그 이유는 두 주체가 가치사슬 안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나누고 있기 때문인데요. 주체간 힘의 차이에 따라서 때로는 브랜드사가, 때로는 유통업체가 더 많은 이익의 파이를 가지고 가고자 ‘납품가’를 쥐고 흔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분쟁을 ‘갑질’이라 단순히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서 나오는데요. 트래픽 파워가 막강한 유통사가 브랜드사를 압박하듯,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제조사들 역시 과거부터 최근까지 유통사를 압박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갑질을 당했다고 하기엔 너무 거대하기도 하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장관까지 나서 "가격 인상 자제" 압박하자...CJ제일제당까지 백기 들었다, 한국일보]

결국 이러한 파워게임의 연장으로 브랜드사는 ‘D2C(Direct to Customer)’라는 키워드를 앞세우며, 자사몰과 같은 자체적인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고요. 반대편의 유통사들 역시 직접 상품을 기획, 개발하고 제조업체에게 생산을 위탁하여 자체 상품을 확보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PB인 것입니다.

“PB는 유통업체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PB 자체가 ‘이익’을 높인다기 보다는요. 중간 유통 단계 축소로 원가를 통제하고, 수익성을 만들 수 있는 작전의 폭을 넓히는 수단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기존 유통채널에서 공급받았던 NB(National Brand) 대비 주도권을 가지고 가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 박진용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 제 11회 유통산업주간 개막 컨퍼런스

PB와 협력하는 파트너들

사실 PB와 상생할 수 있는 대상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설명에 앞서 잠깐 브랜드사의 개념을 설명하자면요. NB(National Brand)라는 이름으로 전국 단위 명성을 만든 브랜드를 갖춘 대형 제조회사가 있고요. 또 한 편에서는 MB(Manufacturer Brand)라고 일컬어지는 중소규모 제조회사들이 있습니다.

PB는 NB든 MB든 협력 주체를 따로 가리진 않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GS25 PB 상품이자 팔도가 생산한 ‘점보도시락 라면’처럼 대형 브랜드업체도 유휴 공장 라인을 활용하여 위탁생산을 하지만요. 이 중 상대적으로 PB 협력에 절실한 것은 NB보다는 MB일 수 있습니다.

MB 역시 자체 브랜드를 제조하여 전개하지만요. NB만큼의 브랜드 명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해서 그들의 상품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PB 위탁생산은 MB 제조사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쿠팡의 곰곰 즉석밥 PB 제조업체 ‘시아스’의 2023년 1~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70%나 늘어난 것처럼요.

반면, 기존 시장 지배력을 갖춘 NB 회사들은 PB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단적인 예로, 유통업체들이 CJ제일제당의 ‘햇반’을 공급받길 원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에 채널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만약 유통업체가 전개하는 PB 즉석밥의 영향력이 햇반보다 커진다면요? 햇반이 빠지더라도 매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면요? 굳이 유통업체는 햇반을 납품받고자 절실해질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잘 나가는 PB의 성장 방향

사실 쿠팡뿐만 아니라 대중소를 막론한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PB 상품을 기획, 출시하고 있지지만요. PB를 성공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저 역시 수백~수천억원 연매출을 만들고 있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대표로부터 PB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고민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이유는 그만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200억 매출 흑자 유통사가 전하는 아마존 브랜드 셀링 AtoZ, 커넥터스]

“PB는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에게 기존 납품하는 업체들의 상품과 비교하여서 더 저렴하게 구해오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품질 측면의 스펙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조회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아직 전체 매출 대비 PB상품의 비중은 낮지만, 킬러 상품 중심으로 PB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연매출 2000억원 규모 리테일 업체 대표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박진용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초기 PB는 기존 NB가 보유한 유명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만드는 ‘미투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노브랜드 (농심) 알새우칩’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마트의 PB ‘바삭한 갈릭새우칩’처럼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어떤 브랜드를 활용하여 더 저렴한 가격에 들어가서 괜찮은 품질을 증명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으니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노브랜드 바삭한 갈릭 새우칩 리뷰(노브랜드 알새우칩)

하지만 이러한 미투 상품만으로는 ‘PB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낮춘 가격 때문에 오히려 이미 브랜드를 갖춘 공급사의 상품을 받는 것에 비해서 이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고요. 공장 생산원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규모’인데, 매출이 미미한 초기 PB로는 이미 대량 생산에 들어간 NB에 비해 생산 원가가 비대해질 수 있거든요.

따라서 요즘 PB는 그 자체로 독립 브랜드를 구축하는 ‘프리미엄’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인데요. 심지어 소매업체 브랜드를 전면에서 빼버린 PB 상품들까지 출시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6년 만에 돌아온 혜자 도시락이름값두 달 만에 400만개 팔렸다, 조선일보]

[함께 보면 좋아요! : 연세우유 생크림빵 1년의 기록, BGF라이브]

여기선 최근 편의점들이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PB 상품들을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GS25의 ‘혜자 도시락’이나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 등이 대표적이고요. 이런 독립적인 프리미엄 PB는 ‘오픈런’을 만들 정도로 매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냈고요. 점포에 방문했는데 해당 상품이 품귀라면, 다른 상품을 겸사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싼데 괜찮네” PB 사러 왔다 쇼핑 더한다, 아시아경제]

이와 별개로 여전히 ‘저가’가 파괴적인 힘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박 교수의 예시에 따르면 점포에 배치하는 상품 대부분을 PB로 채우는 ‘다이소’나 ‘알디(ALDI)’가 대표적이고요. 이들은 통상 구매가 잦고, 저관여 상품들이 모여 있는 생필품(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PB를 성장시킵니다. 나쁘지 않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PB의 규모를 키워 원가 경쟁력을 확충하는 방식인데, 쿠팡의 PB 전개 역시 이를 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1천 원짜리 팔아 매출 3', 고물가 시대 아성다이소 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알디(ALDI)와 리들(LiDL)로 대표되는 HDS(Hard Discount Store) 운영사들은 통상 400~500평 규모로 우리나라 준대형 슈퍼마켓과 비슷한 사이즈를 운영하는데요. 우리나라 준대형 슈퍼의 SKU가 8000~9000개를 다룬다면, 알디와 리들은 많아야 3000개 정도의 굉장히 적은 SKU를 가져가고요. 그 중 PB 비중은 80~90%에 이릅니다. 저가형 PB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PB까지 함께 전개하고 있음은 물론이고요.

이들의 전략은 ‘롱테일’을 완벽하게 잘라내는 것입니다. (SKU가 적기 때문에) 점포에 방문하는 10명의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포기합니다. 1~2명은 원하는 상품이 없어서 점포를 떠나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이고요. 대신 회전율을 극대화해서 운영효율을 끌어 올리는 모델입니다”
- 김연희 BCG 대표 파트너, 제 11회 유통산업주간 개막 컨퍼런스

상생이 PB에 도움되는 이유

처음 주제로 돌아와서 PB는 정말 ‘상생’에 도움될 수 있을까요? 사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PB를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유통업체의 주도권은 커지고요. 그 주도권의 영향은 PB를 제조하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하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상품 공급에 대해서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겠죠. 이에 따라 PB를 만드는 제조업체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이익률은 오히려 매출 증가에 따라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누구 하나의 이익이 누구 하나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제로섬 방식은 오히려 PB의 장기적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김연희 BCG 대표 파트너는 알디와 리들의 사례를 꺼내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알디와 리들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유는 협력업체와의 수평적 관계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서 그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파트너사의 고정 공급가를 유지해주고요. 심지어 원가가 올랐다고 하면, 오히려 그 인상분을 매입가에 반영해주기까지 합니다. 이 외에도 협력업체의 신제품 개발 R&D나 자본(CAPEX) 투자를 지원하기도 하는데요. 그들이 왜 이런 일을 하냐면, 괜찮은 협력업체 하나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 김연희 BCG 대표 파트너

김연희 파트너에 따르면 알디와 리들은 장기적이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무기로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이들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운영비용을 8% 이상 절감함으로, 유통사, 고객, 협력업체 간의 윈윈(win-win)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고요.

김 파트너의 예시에 따르면 알디와 리들은 서로 다른 파트너사의 원재료를 공동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비용을 낮췄고요. 점포의 선반 공간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파트너사의 포장 방식을 최적화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포장지가 구겨진 부분에 배치돼 인식률이 낮았던 포장지 바코드를 조금 더 스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위치로 바꾼다거나요. 다양한 ‘맛’의 제품을 함께 포장하는 공정을 제조 파트너가 사전 준비하여, 점포 진열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요.

알디와 리들은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김연희 파트너의 설명이다. ⓒ커넥터스

쿠팡은 상생의 생태계를 증명할까요?

쿠팡으로 시작했으니, 쿠팡으로 정리하며 마무리해보면요. 모두와의 상생은 정말 유니콘 같은 것입니다. PB 강화를 통해 유통업체의 주도권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유통업체가 전개한 PB와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을 공급하던 브랜드사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과 한껏 힘 싸움을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처럼요.

마찬가지로 쿠팡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셀러들 역시 PB와의 경쟁은 달갑지 않습니다. 실제 중간상으로부터 상품을 받아 납품하는 소규모 판매자는 물론, 브랜드력이 약한 MB 제조사들도 쿠팡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이 전개한 상품과 같은 영역에서 쿠팡 PB 등장은 재앙과도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쿠팡은 결국 원가 측면에서 더욱 더 효율적인 상품을 공급해줄 파트너사를 찾아갈 것이기에, 브랜드가 약한 리셀러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쿠팡 PB를 제조하는 파트너 입장에서 쿠팡과의 협력은 분명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쿠팡 PB를 제조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도 점차 커지는 쿠팡의 영향력은 말 못할 걱정으로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숱한 PB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마진 압박은 언제든 그들에게도 현실화될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쿠팡이 이번 행사장 부스에 붙여놓은 홍보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쿠팡은 고객에게 전례없는 속도, 셀렉션, 가격,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엔드투엔드 프로세스에 투자했다고 했고요. 이를 통해 쿠팡 고객은 늘어났고, 이는 쿠팡과 함께하는 중소상공인의 매출 성장에 기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류 인프라 기반의 유통 구조 단순화로 중소 제조사와 윈윈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앞서 김연희 파트너가 이야기한 알디와 리들 사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모두의 상생은 사실 쿠팡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 들이대도 어려운 이슈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중소상공인과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강조한 만큼, 그 발언을 계속해서 현실로 증명해주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상생은 저희도 고민입니다

작은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커넥터스에게도 ‘상생’은 고민되는 주제입니다. 저희도 성장을 하면서 다양한 외부 미디어와 제휴를 통한 협력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제휴가 체결됐다는 것은 공동의 이익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요. 이 협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말로 서로의 이익에 도움 된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협력 사례를 독자 여러분에게도 공유 드리자면요. 리테일 전문 유료 콘텐츠 멤버십 채널을 운영하는 ‘데일리트렌드’와 IT 전문 유료 콘텐츠 멤버십을 운영하는 ‘픽쿨’과는 월 한 건씩 서로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여 각자의 채널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휴를 통해 양측 미디어는 콘텐츠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여 신규 구독자 유입의 마중물로 사용할 수 있고요. 이와 더불어 기존 구독자 여러분의 만족도도 높아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가 리소스 부족으로 인해 다루지 못했던 많은 주제를 파트너 미디어의 콘텐츠로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만족하고 있고요. 단적인 예로 아래 ‘이온’ 같은 업체에 대한 분석 콘텐츠는 데일리트렌드 김소희 대표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겠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은 리테일로 돈 벌지 않는다, 커넥터스]

아울러 최근 커넥터스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2023> 연사로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표를 정리한 콘텐츠가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현지 행사장에 직접 방문, 취재한 픽쿨 이태호 대표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 드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일론 머스크의 생각 : 테슬라, 트위터, 그리고 AI, 커넥터스]

마찬가지로 커머스 업계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운영자 기묘한님과도 콘텐츠 제휴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먼저 매달 한 건씩 기묘한님의 독립적인 기고가 커넥터스에 올라오고 있고요. 이에 대해서는 커넥터스가 기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당신이 만나는 가격이 실시간으로 달라진다면 생길 일들(feat. 쿠팡), 커넥터스]

이와 별도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에 소개된 내용 일부를 커넥터스에 매주 토요일 큐레이션하여 전달 드리고 있기도 한데요. 트렌드라이트는 저희 채널에 송고되는 콘텐츠 내부에 배치한 ‘아웃링크’를 통해 이 트래픽을 뉴스레터 신규 구독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고요. 저희는 기존 저희 독자 여러분에게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올웨이즈는 어떻게 혹한기 6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나, 커넥터스]

첨언하자면 커넥터스의 MAU(월순방문자수)는 15~20만 정도를 오가는데요. 커넥터스가 수천명의 사용자가 구독하는 유료 미디어임에도, 이렇게 높은 MAU가 나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희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에 입점했기 때문이고요. 더 구체적으로는 네이버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저희 콘텐츠를 포탈 방문 사용자에게 노출시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트래픽을 만드는’ 협업 채널로도 괜찮은 효율을 보여줄 수 있죠.(네이버도 고마워요.)

이 외에도 한진, 리멤버, 얼룩소와 같은 업체와는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뉴스레터 콘텐츠를 파트너사가 운영하는 미디어 채널에 별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저희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체 트래픽을 늘렸고요. 저희는 CP(Content Provider)로 콘텐츠 공급에 대한 비용을 별도 정산 받았습니다. 이와 별개로 해당 미디어 채널을 통해서 커넥터스로 신규 유입되는 독자 측면의 효용도 있었고요.

여기까지 지난 1년 반 동안 저희가 진행한 콘텐츠 측면의 협업 사례를 모두 말씀드렸는데요. 좋은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이중 한진과 리멤버와 체결했던 계약은 현시점 종료됐고요. 그만큼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은 저희에게도 쉽지 않고, 개선시킬 많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이후에도 새로운 업체들의 협력 제안은 계속해서 오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시점 논의 중인 건들에 대한 결과는 차차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도록 하고요. 추가적인 협업도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관심이 가는 분들은 편히 제 이메일(connect@beyondx.ai)로 연락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항상 읽어주는 독자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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