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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코드(No Code), 노디자인(No Design), 노마케팅(No Marketing); 노서비스(No Service) 시대

김창수
김창수
- 16분 걸림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정말 없어질 것인가?" 이 질문에 나는 단연코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혹자는 말한다. "이제 반복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고, 전문가들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면 된다"고. "새로운 영역이 열릴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타자수의 예를 보자. 과거 모든 문서 작성은 타자수의 몫이었다.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고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타자 치는 능력은 모든 사무직원의 기본 스킬이 되었다. 물론 속기사처럼 특수 분야는 남았지만, 대부분의 타자수는 사라졌다.

개발, 디자인, 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론 최상위 전문가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작업을 담당하던 전문가들의 시장은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의 능력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됐다.

유통산업에서 AI 활용은 5단계로 발전할 것 같다.

1단계는 AI가 존재하지만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계다. 초기 AI는 코드를 생성하지만 오류가 많고, 디자인의 퀄리티가 낮으며, 마케팅 문구도 활용하기 어려웠다. 2단계는 전문가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다. 개발자가 AI의 도움으로 코딩을 빠르게 하고, 디자이너가 더 많은 시안을 만들며, 마케터가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한다.

3단계는 일반인들이 AI를 직접 사용하는는 단계이다. 개발자 없이도 AI와 대화하며 웹사이트를 만들고, 디자이너 없이도 고퀄리티 이미지를 생성하며, 마케터 없이도 SEO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한다. 전문가가 필요 없어지는 단계다. 4단계는 AI가 시장 분석부터 기획, 실행까지 스스로 작업을 수행한다. 마지막 5단계는 AI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단계다. AI가 트렌드를 분석하고, 상품을 기획하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까지 한다. 인간은 최종 의사결정만 하면 된다.

지금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로 보여진다. 3단계로 완전히 넘어가면 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것이다. 개발, 디자인, 마케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Commodity Skill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만 할 수 있던 일을 일반인이 직접 수행하면서 시장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 일반인들은 전문가와 AI 중 누구에게 의뢰할지를 고르게 될 것이다.

AI 활용 5단계

생성형 AI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과 대화하듯 AI에게 작업을 지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자에게 "주말에는 배송일자 선택을 막아주세요"라고 요청했고, 디자이너에게 "이미지를 좀 더 밝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으며, 마케터에게 "이런 톤앤매너로 작성해주세요"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이 모든 요청을 AI에게 하면 된다. 그러면  실시간으로 수정을 해준다.

코딩을 몰라도 v0와 대화하면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디자인 툴을 몰라도 Midjourney에 설명하면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마케팅 이론을 몰라도 ChatGPT와 대화하면서 효과적인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전문가에게 의뢰할 때처럼 자신의 니즈를 설명하고 수정을 요청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No 서비스 시대'의 의미다. No Code, No Design, No Marketing. 더 이상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유통산업의 높은 진입장벽, 서비스 에이전시

유통산업에서 중소상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높은 진입장벽이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상인들은 웹사이트 구축, 상품 페이지 디자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웹사이트 제작에 500만원 이상, 상세페이지 디자인에 페이지당 30만원 이상, 마케팅 대행에 매월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제품 사진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대여료, 모델 섭외 비용, SNS 콘텐츠 제작비 등을 더하면 초기 투자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용 지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렌드 변화에 따른 웹사이트 개편, 신제품 출시에 따른 상세페이지 추가 제작,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계속해서 서비스 에이전시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중소상인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에이전시와의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도 심각한 문제다. 웹사이트 수정에 최소 일주일, 상세페이지 디자인 수정에 3일, 마케팅 콘텐츠 제작에 2-3일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이러한 지연은 곧 기회 손실로 이어진다.

서비스 에이전시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인력 고용에 따른 고정비용과 작업 시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서비스 비용을 낮추거나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소상인과 서비스 에이전시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은 전자상거래의 진입장벽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수천만원짜리 전문가의 영역이 이제는 몇만원으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된 것이다. 중소상인들은 시간과 비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노코드(No Code): 코딩 없이 개발하기

온라인 셀러가 쇼핑몰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수백만원을 들여 자체 개발하는 독립형 자사몰을 구축하거나, 카페24나 메이크샵 같은 웹빌더형 임대몰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상공인들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웹빌더형 임대몰을 선택한다.

하지만 웹빌더형 임대몰도 무료는 아니다. 카페24의 경우 기본 월 이용료가 있고, 디자인 템플릿은 별도 구매해야 한다. 특히 기능 수정이 필요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필자의 경우 카페24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유료 디자인 템플릿을 구매했다. 나중에 주말 배송 기능을 수정하려고 했더니 개발자에게 5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ChatGPT에 "쇼핑몰 코드를 입력하고 주말에는 배송일자를 선택하지 못하게 코드를 수정해줘"라고 요청해봤다. ChatGPT는 필요한 코드를 생성했고, 이를 쇼핑몰에 적용하자 원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 개발자에게 50만원을 지불하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던 작업이, 이제는 AI와의 5분 대화로 해결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 홈페이지를 만들 때는 Vercel의의 v0를 활용했다. 서비스 기획서를 v0에 입력하자 자동으로 홈페이지 구조도를 만들고 실제 페이지를 코딩하기 시작했다. "버튼을 더 크게 해줘", "여기에는 블로그가 나오게 해줘", "SNS와 연결하는 기능을 넣어줘"와 같이 사람과 대화하듯 요청하면서 반나절 만에 홈페이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개발 의뢰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ChatGPT와 v0와 같은 인공지능 툴만 있다면 누구나 원하는 때에 원하는 기능을 직접 만들고 수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디자인인(No Design): 디자인 몰라도 디자인하기

전자상거래에서 상세페이지와 마케팅용 이미지 제작은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제품 상세 이미지, 사용 이미지, 분위기 이미지 등 수십 장의 사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포토그래퍼, 스튜디오, 모델 섭외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기존 쇼핑몰 운영시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포토그래퍼를 섭외하고, 스튜디오를 임대하고, 모델까지 섭외해서 이틀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비용은 포토그래퍼 100만원, 스튜디오 대여 50만원, 모델료 100만원 등 총 250만원 이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면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제작했다. 우선 Pinterest에서 원하는 분위기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았다. Pinterest는 전세계 사용자들이 다양한 이미지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찾은 레퍼런스 이미지를 ChatGPT에 보여주고 "이런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Ideogram 프롬프트를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ChatGPT는 이미지의 특징을 분석해 상세한 프롬프트를 만들어줬다. 이 프롬프트를 Ideogram에 입력하자 원하는 스타일의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제품 사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 간단했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촬영한 후 WeShop에 업로드했다. WeShop은 AI로 자동으로 배경을 제거하고, 새로운 배경을 합성해 고화질 상품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더 놀라운 것은 모델이 제품을 사용하는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모델의 얼굴을 원하는 이미지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세페이지 제작은 더 쉽다. 가비아에서 만든 제디터는 상세페이지 자동생성 서비스로, 복잡했던 상세페이지 제작 과정을 단순화했다.

제디터에 상품명과 앞서 만든 제품 사진들을 업로드하면 AI가 자동으로 상세페이지의 기본 구조를 만들어준다. 특히 의류나 잡화의 경우 제품 특성에 맞는 착용 컷 배치, 사이즈 정보, 소재 정보 등을 자동으로 배치한다.

생성된 상세페이지는 세부 조정도 쉽다. 제디터는 드래그앤드롭 방식의 편집 도구를 제공해 텍스트 수정, 이미지 교체, 레이아웃 조정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깔끔한 상세페이지를 완성할 수 있다.

기존에는 상세페이지 한 장을 제작하는데 디자이너에게 최소 3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고, 수정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제피터를 사용하면 월 구독료로 무제한 제작이 가능하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

이처럼 AI는 디자인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50만원의 촬영 비용과 한 달의 기다림이 필요했던 작업이, 이제는 하루 안에 몇만원으로 가능해졌다. 더구나 AI가 만든 결과물은 전문가의 작업만큼이나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디자인 작업이 특별한 의뢰가 아닌 일상적인 작업이 된 것이다.

노마케팅(No Marketing): 마케팅 몰라도 광고 만들기

온라인셀러에게 마케팅 콘텐츠 제작은 가장 큰 업무 부담이다. SEO에 맞는 블로그 포스팅, 고객을 사로잡는 SNS 콘텐츠,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의 설명문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은 그동안 마케팅 대행사의 몫이었다. 대행사들은SEO에 맞게, 고객을 후킹할 수 있게, 최신 트렌드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필자도 쇼핑몰 운영 초기에 마케팅 대행사를 이용했다. 매달 블로그 포스팅 5개, 메타 광고용 콘텐츠 10개, 구매고객 리뷰 50개 등을 의뢰했다. 블로그 하나에 15만원, 광고용 콘텐츠 한 세트에 20만원, 리뷰 하나당 1만원 등 한 달 비용이 100만원이 넘었다. SEO 최적화, 트렌디한 문구, 고객의 관심을 끄는 내용으로 제작했지만, 비용 부담이 컸다.

최근에는 ChatGPT와 Claude를 활용해 이런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있다. 특히 필자가 컨설팅하는 자동차정비서비스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정비소에 정비과정 사진만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ChatGPT는 그 사진만 보고도 "기아 K8 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 점검 과정입니다. 첫 번째로 배터리 셀의 전압을 측정하고..."와 같이 전문적인 정비 과정을 설명하는 블로그를 작성해준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수준의 글이다.

새로 준비 중인 서비스의 마케팅도 AI로 진행 중이다. Claude에게 서비스 기획서를 먼저 학습시켰다. 그리고 관련 사진을 올릴 때마다 "이 서비스의 주요 타겟층인 2030 여성들이 관심 가질 만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문구를 작성해줘"라고 요청한다. Claude는 서비스의 특징을 이해하고 타겟층에 맞는 톤앤매너로 글을 써준다. 사진 속 상황을 파악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장점을 녹여내는 방식이다.

마케팅 대행사는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리지만, AI는 실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수정 요청도 즉시 반영된다. 또한 한번 학습된 브랜드 톤앤매너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서비스 에이전시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2024년 현재, AI는 개발 의뢰, 디자인 제작, 마케팅 대행이라는 서비스 에이전시의 핵심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웹사이트 제작을 위해 개발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상세페이지 제작을 위해 디자인 회사를 고용할 이유도 없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마케팅 대행사에 의뢰할 필요도 없다. AI와의 대화만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일부 고도화된 서비스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서비스 용역은 사라질 것이다. 이미 많은 중소상인들이 서비스 에이전시 대신 AI를 선택하고 있다. 비용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결과물의 품질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비스 에이전시의 종말, 이것이 'No 서비스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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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KAIST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를, 연세대에서 MBA를, 영국 샐퍼드 대학에서 디자인매니지먼트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에서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경험 분야를 이끌었고, 이후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를 창업해 매출 200억 달성, 한국물류대상 수상 등의 성과로 기업가적 역량을 입증했다. 현재는 비욘드엑스(BX) 인공지능 디자인연구센터장으로 AI와 디자인의 융합을 탐구한다. 문의: cs007.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