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온누리상품권’ 전용 온라인몰의 기쁨과 슬픔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23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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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디어의 먹고사니즘을 묻는다면
오랫동안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면서 왕왕 들었던 질문이 있다면 수익모델과 관련된 것입니다. 무료 콘텐츠를 배포하는 미디어 서비스 운영사라면, 눈에 보이는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으니 충분히 궁금할 법 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에 대한 답변은 회사마다 달라졌지만, 공통적으로 콘텐츠 외에 보이지 않는 돈 버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정도로 갈음할 수 있었습니다.
커넥터스를 시작하고 나서도 비슷한 질문은 종종 받아왔습니다. 태생이 유료 콘텐츠 멤버십인 커넥터스의 수익모델은 비교적 명확하게 여러분이 지불하는 월간 4900원의 구독료지만요. 저희 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구독자 규모가 만들어지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그때까진 여러 기업 및 기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하던 대행 사업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수익모델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보셨을지 모르는 ‘광고’입니다.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발송한 CJ대한통운의 화물운송 플랫폼 경쟁 전략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대표적인 광고 상품 포맷인 ‘브랜디드 콘텐츠’인데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상품 문의가 꾸준히 들어와서 유의미한 규모의 수익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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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수익모델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유는 사실 자랑이 하고 싶어서입니다. 최근 저는 한 브랜드 기업 대표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해당 기업이 가정의 달을 기념으로 만든 선물세트 기획이 너무 잘 돼서, 최근 일 매출액 2000만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대표님은 “브랜드를 만들고 지난 3년 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면서 “스승의 날을 맞아 따로 빼놓았던 선물세트 상품을,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에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 브랜드 기업은 지난해 저희 광고 상품에 대한 인바운드 문의를 주고, 이용까지 한 ‘광고주’였습니다. 너무나 기쁘면서도, 동시에 화끈거렸습니다. 저희는 광고 상품의 값으로 이미 적지 않은 수익을 정산 받았고, 그렇기에 우리야말로 이 기업에게, 대표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먼저 이렇게 큰 고마움의 인사로 돌아오다니, 행동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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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저희 콘텐츠를 믿고 미디어 파트너로 선택해준 많은 기업과 기관의 마케팅 담당 실무자, 대표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만들어진 것은 결국 저희와 함께해주신 소중한 독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커넥터스는 성장할 수 있었고요. 여러분이 있기에 저희는 떳떳하게 쓰고 싶은 콘텐츠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엄지용이었고요. 오늘의 뉴스픽은 신승윤님이 이어가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정부발 로컬 커머스 디지털화, 쉽지 않은 이유
BC카드가 20일 ‘BC 온누리몰’을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BC 온누리몰은 그 이름처럼 ‘온누리상품권(충전식 카드형)’만을 사용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인데요.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잠깐 소개하자면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전국 단위 상품권으로 지류 상품권의 경우 5%, 카드형 상품권의 경우 10%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BC 온누리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으로 예를 들자면, 먼저 온누리상품권 앱에 연결된 은행 계좌에서 상품권 충전을 할 수 있고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가리지 않고 결제용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BC 온누리몰에서 결제를 한다면 미리 충전해 둔 온누리상품권 금액이 차감되는 데, 연결 계좌에 10만원을 등록했다면 9만원만 차감돼 상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입니다.
돌아와서 BC 온누리몰에는 농축수산물과 반찬, 건강식품, 전자제품 등 70개 소상공인 업체의 6000여개 상품이 입점했습니다. BC 온누리몰은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만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정책 하에 개인은 월 200만원 한도 내에서 상시 10% 할인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번에 등장한 BC 온누리몰과 같이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들은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온라인 온누리시장(온누리몰), 우체국쇼핑 전통시장관, 이지웰 온누리 전통시장몰 등 10여개 쇼핑몰에서 충적신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고요.
특히 온누리상품권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라인’에 진심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별도의 예산을 들여 온라인 특별전을 여는 등 온라인 상품권의 디지털 사용처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고요. 온누리상품권 온라인몰에서는 매일 특정 상품 카테고리 할인 이벤트, 한정 상품에 대한 ‘100원 딜’ 이벤트 등 소비자를 모으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지류 상품권(5%)보다 두 배 높은 10% 할인율을 온라인에 적용했으니, 확실히 온라인을 밀어주기 위한 정부의 의지는 읽히는 셈입니다.
온라인에 진심이 된 현실적인 이유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 온라인 활성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온누리상품권의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오프라인’에서 상품권 이용이 제한적이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법에 따라 지정된 전통시장 또는 골목형 상점가’에서 가맹점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라 지자체는 2000㎡ 내 30개 이내 점포가 밀집한 지역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할 수 있는데요.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밀집 상권이 많지 않아 상점가 지정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요.
애초에 전통시장 상인들조차 온누리상품권 활용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 점포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2023년 기준 40.94%에 불과할 정도였으니까요. 매출을 밀어준다고 해도 안 하는 이상한(?) 상인들이 무려 10곳 중 6곳에 달한다는 건데요.
커넥터스 취재 결과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서 ‘매장 매출’을 공개하기 꺼리는 사장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에는 여전히 정식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노점이 많고요. 그들은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이에 따른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 소비자가 ‘지류 상품권’으로 상품권 가액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나머지는 상인이 현금으로 거슬러줘야 하는데요. 아무리 ‘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이 편리하다 해도, 전통시장 및 골목 상권을 주로 찾는 세대는 어르신들이잖아요? 그래서 여전히 상인들은 지류 상품권을 받을 일이 많고, 돈을 거슬러 줄 일도 많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때 지류 상품권과 상품가의 차액인 ‘거스름돈’을 상인들이 일일이 계산하여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사장님의 지출(거스름돈)이 부가세 등 세금 산정에 반영되지 않고, 지류상품권 전체 가액의 매출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니까요. 못할 것은 없지만 여러모로 번거롭기 때문에, 온누리상품권을 어둠의 방법으로 현금화하는 사장님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실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전통시장 내 한 상인은 “명절 등 온누리상품권이 대량으로 들어올 때면 이를 현금화하기보다 일단 가지고 있는다”며 “이후 다른 매장에서 직접 사용하거나, 대량의 상품권을 받아주는 도매상을 찾아 소위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 사장님들의 입장이었다면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가맹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당장 온누리상품권의 주요 사용처인 ‘골목형 상점가’는 2000㎡ 내 30개 이내 점포가 밀집한 지역을 의미하는데, 이걸 소비자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애매하고요. 또 도매시장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에서 제외되는데요. 온누리상품권 주요 사용처인 지역 시장 안에서도 소매뿐만 아니라 도매점포가 혼재돼 입점해 있는데, 이 또한 소비자의 혼란을 늘리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려면 집 주변 가맹점을 찾아 머릿 속에 기억해두거나요. 충전식 온누리상품권 금액이 1만원 이하로 내려가면 연결 계좌로부터 자동 1만원을 충전하는 ‘자동충전’ 기능을 활용하여, 여기저기 쓰다 보면 혜택을 받겠지 식으로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실제 맘카페에서는 이 방법을 통해 파악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하더군요. 10% 할인이 작지 않은데, 이걸 쓰기가 참 애매하니까요.
온라인도 숙제가 없진 않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BC 온누리몰을 비롯한 온누리상품권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지원하는 것이고요. 전통시장 상인을 비롯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을 온라인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소상공인에게는 판로 확보를, 소비자에게는 상품권 활용처를 만들어 준다는 전략인 것인데요. 실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판매 금액 회수율은 2019년 60.3%에서 2023년 기준 91.6%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런 노력에도 상품권 사용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상인들의 반응도 없진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온누리상품권의 문제라기 보다는요. 오프라인 상점들의 디지털 전환, 그 자체의 어려움을 이유로 꼽을 수 있겠는데요.
전통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달, 배송 등 이커머스에 도전하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톡톡하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매장 운영과 함께 별도로 상품을 등록하고, 결제 확인 후 포장하고, 배송처리에 정산에, 이후 CS까지 감당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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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온라인 판매는 시장 상인회 같은 상위 단체에 위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요. 자연스럽게 대행 수수료가 나가게 돼서, 온라인으로 많이 팔아봐야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취재 중 만난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배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온누리상품권 가맹이 가능한 전통시장, 그리고 골목형 상권 내 상점의 경우 대부분 ‘저관여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데요. 여기서 저관여 상품이란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 일상 속 자주 구매하는 식재료, 생활용품, 간식을 비롯한 먹거리가 대부분인데요. 이는 온누리상품권 10% 할인 혜택을 등에 업더라도 혹독한 이커머스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볼 수 없겠습니다. 굳이 중국 플랫폼까지 갈 필요 없이 이미 전통시장 개별 소매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도매 사업자들까지 온라인 직판몰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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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통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전용 온라인 쇼핑몰 사업 역시 과거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비롯한 여러 정부의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중 어느 한쪽에게라도 매력적이어야 할 텐데, 아직은 민간 이커머스 서비스에 비해서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 전용 온라인몰은 로컬 커머스의 디지털 전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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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민간 서비스가 출동한다면 어떨까요?
사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로컬 커머스의 디지털 전환은 주요 민간기업들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로컬 서비스의 강자 네이버뿐만 아니라 당근, 배달의민족, 카카오와 같은 수천만 월간 사용자 트래픽을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 서비스들이 이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데요. 최근 카카오의 실적발표에서 주요 전략 키워드로 언급되는 ‘카카오톡 채널’과 ‘비즈니스 메시지’ 역시 이 로컬 서비스와 강하게 결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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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당근’의 성과를 이끈 가장 큰 핵심 성공 요소도 바로 이 ‘로컬 광고’였는데요. 당근은 소상공인에 최적화된 ‘구인’ 광고를 유가로 연계하여 판매하면서, 막대한 로컬 트래픽을 수익화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저희 어머니도 이걸 쓰고 있더라고요? 디지털 문맹에 가까운 분이었기에 과금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웠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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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배달 하던 배달의민족 역시 태생이 ‘로컬 서비스’라는 데 의의를 표할 분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지역에 있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하는 구조인 것이니까요. 이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직접적으로 당근과 같은 영역의 서비스까지 확장한 것은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도 같은데요. 로컬 서비스 영역에서 빅테크의 대격돌은 이미 시작된 만큼, 민간 서비스들의 변화도 계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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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테크기업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굉장히 로컬의 냄새를 풍풍 풍기는 기업이 하나 있으니 hy(전 한국야쿠르트)인데요. 전국 1만1000여명이 있다는 hy의 움직이는 판매망 ‘프레시 매니저’들은 이제, 움직이는 풀필먼트센터와 같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은 만들지 못하는 차별화된 구독경제 커머스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이 hy의 계획인데요. 그들의 청사진과 남아있는 과제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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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여러모로 산업과 비즈니스의 경계가 흩어지고 있는 빅블러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아닌가 싶은데요. 커넥터스의 주요 아젠다 중 하나에 ‘로컬 커머스’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하게 의미 있는 업계 소식 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고요.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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