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커머스가 맞은 위기, 약점 보완보다는 ‘강점’을 강화할 때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분명 지금 위기입니다. 물론 저는 과거에도 네이버 커머스가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수차례 공유 드렸지만요. 한 편에서는 네이버 커머스의 향후 전망을 낙관하는 이들 역시 많았는데요. 그만큼 네이버가 그간 증명해 온 사업 기반이 워낙 튼튼했기 때문이고요. 쿠팡에게 다소 밀린 감은 있지만, 여전히 이커머스 시장 내 양강 구도는 굳건합니다.
2. 하지만 최근 들어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건 대외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이 네이버가 가지고 있던 롱테일 카테고리 측면의 강점을 정확히 노리면서, 영향력을 확장했고요. 네이버가 직격탄을 맞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서서히 위기론이 퍼져나갔습니다.
3. 더군다나 네이버의 실적에서도 악재가 보였는데요. 지난해 4분기 네이버 거래액 성장률은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실질적으로 역성장 했고요. 올해 1분기에도 네이버의 거래액 성장 둔화는 계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던 시도들
4. 당연히 그간 네이버가 위기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쿠팡과 경쟁하고, 중국 커머스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히 해왔는데요. 이는 대부분 네이버 커머스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돼 있었습니다.
5. 예컨대 네이버는 쿠팡과의 배송 품질 격차를 줄이기 위해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했습니다. 직접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 없이, 파트너사를 모집하여 배송 및 물류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이었습니다.
6. 또 네이버는 NFA를 기반으로 하는 빠른 물류 솔루션 ‘N도착보장’을 2022년 11월 론칭하면서, 배송 서비스 품질을 쿠팡에 근접한 수준까지 키웠습니다. 최근에는 한시적이지만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혜택에 무료 배송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7. 네이버는 쿠팡 로켓배송 직매입 기반 상품 대비 구색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브랜드스토어’를 육성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CJ제일제당처럼 쿠팡과 갈등 중인 제조사들을 모아,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만들기도 했고요. 덕분에 한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에셋 라이트의 한계가 있었다면
8. 하지만 네이버의 도전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에셋 라이트(Asset Light) 구조로 대부분의 사업을 네이버가 직접 하지 않고, 외부 파트너의 힘을 빌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9. 예를 들어 네이버가 NFA와 도착보장을 통해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쿠팡의 속도를 어느 정도 흉내 낼 수는 있었지만요. 주 7일 쉬지 않고, 최소주문금액이 없는, 새벽과 당일배송을 포함하는 빠른 물류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쿠팡과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있었습니다. 무리해서 이를 뒤따라가더라도, 결국 비용 효율에선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10. 구색 및 가격 영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의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방대한 중소 셀러들을 플랫폼으로 인입시켰고, 이들의 자연 경쟁을 바탕으로 낮은 가격을 만들고자 했지만요. 직접 협상하여 매입한 상품이기에, 가격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쿠팡과 견줄 순 없었습니다.
11. 이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들과의 비교에서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배송 품질로 차별화하기엔 쿠팡 대비 애매했고요. 가격 측면에서는 오히려 압도적으로 밀렸습니다. 네이버는 어떻게든 부족한 점들을 빠르게 보완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오는 격차를 단기간 내 극복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12. 물론 이러한 네이버의 전략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특성상 가격(Price), 구색(Selection), 편의성(Convenience)으로 대표되는 주요 영역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은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 예를 들어 쿠팡의 배송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이용을 망설일 겁니다. 알리익스프레스 만큼 극단적으로 저렴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격이 저렴해야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쿠팡에 남을 것입니다. 가격뿐만 아니라 구색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는 것은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입니다. 네이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뻔히 보이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오히려 강점을 강화해야 합니다
14.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결정적으로 고객을 우리 플랫폼에 락인시키는 것은 ‘핵심 기능’이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무언가를 보유해야, 시장 내 입지를 지키는 것은 물론 더욱 키워갈 수 있습니다. 쿠팡의 빠른 배송, 중국 플랫폼들의 낮은 가격처럼요.
15. 과거 네이버 커머스의 강점은 국내 1위 포탈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비교’였습니다. 가장 싼 가격은 오직 네이버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었기에, 쇼핑 경로의 시작점을 네이버가 오랜 기간 장악해 왔던 건데요. 온라인 쇼핑의 핵심 채널이 PC에서 모바일로, 모바일 내에서도 웹으로 앱으로 이동하면서 네이버는 이러한 헤게모니를 조금씩 상실하게 됩니다.
16. 실제 수치상으로 보아도, 네이버 쇼핑을 통해 전환된 것을 뜻하는 제휴몰 거래액이나, 네이버 쇼핑 내 클릭 수가 정체된 것을 넘어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렇게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선, 각기 배송과 가격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지닌 쿠팡과 알리·테무를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17. 따라서 네이버는 기존에 가진 강점들을 다듬어, 압도적인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빠르게 구축해야 합니다. 예컨대 네이버 플러스의 핵심 혜택이던 포인트 적립을 확대하거나요. 혹은 네이버페이 생태계를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더욱 확장하여 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18. 쇼핑 검색 역량에 콘텐츠 강점을 더하여, 다시금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을 장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서 상품을 탐색하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여기에 네이버 쇼핑을 이질감 없이 연결시켜,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전환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쿠팡 파트너스 같은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기능을 블로그나 카페에 구현할 수도 있을 거고요.
19. 네이버가 위기라고 했지만, 지금도 3위와는 아득한 격차를 벌리고 있으며 동시에 쿠팡과는 밀착하게 붙어 있는 2위 사업자입니다. 더욱이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인만큼, 분명 네이버가 커머스와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또한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네이버가 하루빨리 그들의 강점을 살려, 커머스 경쟁 구도를 다시 재밌게 만드는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