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창고 로봇의 진화 : AGV에서 AMR, 생성형 AI 휴머노이드까지
글. 송상화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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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고는 기술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했습니다. 인력 위주의 수동 창고에서 자동화 컨베이어 벨트가 늘어선 기계식 설비 기반의 분류센터(DC)로 변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각종 자동화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풀필먼트센터(FC)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는데요. 향후에는 사람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물류센터에 충분히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물류창고 자동화 환경. 이를 이해하기 위해 그 역사와 미래까지 총정리해 봤습니다.
2. 물류창고가 풀필먼트센터로 진화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역시 이커머스입니다. 물류창고는 과거 B2B 중심의 크고, 무거우며, 한정된 종류의 재고만을 다루다 최근에는 B2C 이커머스 중심의 다품종 소량 재고까지 감당해야 하는데요. 이에 따라 창고 운영의 복잡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요. 여기에 투입되는 노동력 역시 훨씬 늘어났습니다.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는 상승하며, 향후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때 물류 로봇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대별 로봇의 탄생 배경과 업무 환경 변화를 알아봅니다.
3.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창고 자동화는 과거부터 쭉 존재했던 개념이잖아요? 자동화 컨베이어 벨트와 분류 소터, 상품 피킹과 패킹을 돕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 PAS(Piece Assorting System)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요. 해당 자동화 설비와 ‘로봇 자동화’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 걸까요? 결국 다 자동화를 위한 설비인 건 똑같은 거 아니에요? 관련해 자동화 로봇 솔루션만이 가진 확실한 차별점과 더불어 그 도입 시사점을 정리해 봅니다.
4. 전 세계에서 물류 자동화 로봇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관련 기술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지만요. 여전히 물류 로봇을 양산하고 실제 물류 창고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숙제가 산재해 있습니다. 이를 하나씩 짚어보고요. 경제성과 효율성 외에 또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찾아봅니다. 나아가 물류 자동화 로봇은 향후 생성형 AI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 청사진을 한 번 그려봤습니다.
CHAPTER 1
물류 산업의 전환점 : 물류 창고 로봇
물류 산업은 기술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미디어에 소개된 물류 현장의 모습을 기억해 볼까요. 기계식 설비로 가득했던 예전과 다르게 지능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넓은 물류 창고 내 다양한 형태의 물류 로봇들이 바쁘게 상품을 이동시키고 포장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인간 작업자에 의존적이던 과거 물류 현장을 기술이 빠르게 대체하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물류 체계로 전환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물류 현장의 로봇 자동화를 더욱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과 같은 신속한 배송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물류 시스템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품을 고객에게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밤 12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해야 하거나, 낮에 주문한 상품을 당일 저녁까지 배송하는 상황이 일상화되며, 짧은 시간 내에 물류 창고 내에서 상품을 찾아 포장하고 출고하는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시장의 물류 서비스 기대 수준은 크게 올라가고, 물류 현장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류 창고에서 해당 작업을 담당해야 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거친 물류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작업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 전체 물류비가 증가하는 것 역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류 산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이라는 특성이 있으며, 창고에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작업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합니다. 즉, 시장 변화에 맞춰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할 필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류 로봇은 이러한 환경에서 물류 서비스 품질을 크게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전환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능화된 물류 로봇들이 작업자를 도와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키고,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물류 현장을 보다 안전하고 일하기 편한 곳으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물류 서비스 운영 방식이 자리 잡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로봇 기반 물류 창고 자동화는 향후 몇 년 내 물류 현장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기대로 인해 많은 수의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투어 물류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상당 부분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데요. 이에 본고에서는 물류 로봇이 기존 물류 자동화 방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래 물류 로봇 도입과 관련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CHAPTER 2
물류 창고의 진화: 웨어하우스에서 DC, FC까지
물류 로봇의 도입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로봇이 운영되는 물류 창고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물류 창고는 물품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간헐적으로 필요할 때 출고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창고(倉庫)라는 표현 역시 물건이나 자재를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물이라는 의미였고요. 영어 표현으로 ‘웨어하우스(Warehouse)’는 물품 보관에 초점을 맞춘 건물을 의미합니다.
웨어하우스 형태의 물류 창고는 입·출고가 빈번하지 않고, 물품의 보관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곳에 위치했습니다. 이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은 건데요. 따라서 물류와 관련된 부가 서비스는 크게 필요하지 않은 시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류 창고 운영의 목표는 보관 효율성 최대화였고, 비용 절감이 중요한 지표가 되었죠.
그런데 2000년대 초반 월마트(Walmart)와 같은 전문 유통기업이 크게 성장하며 물류 창고에서 유통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물류 창고는 ‘유통 센터(Distribution Center, DC)’라는 개념으로 고도화되었고, 물류 네트워크 내에서 물품의 흐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기 시작했죠. ‘Distribution’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진 의미가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유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물류 창고의 명칭이 ‘DC(Distribution Center)’로 변화된 것은 유통 측면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월마트의 사례는 DC로서의 물류 창고 기능 및 설비, 운영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다수의 협력업체에서 상품을 공급받아 미국 전역에 자리한 매장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크로스도킹(Cross-docking)이라는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합니다. 크로스도킹 체계에서 물류 창고는 보관 기능을 최소화하고, 물류 창고의 입고와 출고를 담당하는 도크(Dock)를 최대화합니다. 미리 상품을 물류 창고에 보관하던 전통적 창고 개념에서 흐름에 초점을 맞춘 DC로 전환함으로써 기존 보관 기능을 최소화하고, 하역과 분류 및 적재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개념으로 변화했습니다.
크로스도킹 형태로 운영되는 DC에서는 공급받은 상품을 매장별로 분류한 후 목적지가 같은 여러 업체의 상품을 하나의 트럭에 적재해 즉시 운송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이때 매일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매장별 재고와 미래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각각의 매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량만큼 협력업체에 주문이 이뤄지는데요. 협력업체는 개별 매장으로 상품을 배송할 필요 없이 크로스도킹 거점으로 일괄 운송합니다. 해당 물류거점에서 분류 및 매장별 상품 운송이 이루어지는 체계가 도입된 것이죠.
월마트의 크로스도킹 체계가 큰 성공을 거두며, 유통 산업 전반에 대형 물류 창고를 크로스도킹 형태의 유통 센터로 개발하는 것이 보편화 됐습니다. 물류 창고가 보관 및 재고 비용, 운송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매장에서 주문한 상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체계가 구축된 것입니다. 상품 운송 과정이 효율화되면서 재고 보관 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주문하는 체계가 만들어지자 유통 기업들은 큰 원가 절감 효과를 얻었고요. 이들은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다음은 어떤 변화가 이어졌을까요? 아마존(Amazon)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물류 창고의 개념이 한 번 더 변화합니다. 이제 고객들은 PC와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비교 검색하고 한 번에 여러 상품을 구매하고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하나의 박스에 여러 상품을 포장하여 신속하게 배송하는 형태로 물류 체계를 고도화했습니다. 고객 배송 마감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다양한 상품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함에 따라 고객 근처에 다수의 물류 거점을 설치했죠. 재고를 각각의 물류 거점에 분산 배치한 다음 고객 주문에 따라 다품종 소량 배송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전까지 물류 창고의 개념은 보관이 강조되는 창고(Warehouse)에서 흐름이 강조되는 유통센터(Distribution Center)로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주문 처리 복잡성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물류 프로세스와 설비가 요구됐죠.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고객 만족(Order Fulfillment)’ 개념이고요. 물류 창고는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 FC)’로 변화합니다.
풀필먼트센터 개념에서 물류 창고는 매우 다양한 상품을 소량씩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 주문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상품을 하나의 상자에 포장하여 출고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로 운영됩니다. 기존 물류 창고와 달리 풀필먼트센터에서 담당하는 고객은 소량 다품종 주문을 신속하게 요구하는, 까다로운 일반 소비자들입니다. 처리해야 할 주문 역시 기존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는데요. 과거 물류 창고와 연결된 고객은 제조 공장이나 유통 대리점 등 비즈니스 고객(B2B)이었던 반면에 풀필먼트 센터에서 담당하는 고객은 최종 소비자(B2C)들로 변화했습니다. 이들은 매우 다른 특성과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어 주문 대응이 까다로워졌죠. 이에 물류 창고의 레이아웃(Layout)과 설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물류 창고의 변화는 결국 대량 보관 및 소규모 고객 대응에서 다품종 소량 주문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체계로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고객 주문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요. 마케팅 및 프로모션으로 갑작스럽게 수십에서 수백배로 주문이 몰리는 한편, 다시 주문이 급격하게 줄어들기도 하는 등 수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곧 물류 창고에서의 주문 처리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로봇 기반 물류 창고 자동화는 이러한 물류 창고 및 고객 수요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 물류 로봇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역시 기존의 보관 및 흐름 기능에서 '고객 주문 만족'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초점이 변화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중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