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 기여하지 않는 마케팅에 돈쓰는 브랜드가 늘어나는 이유
글. 기묘한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 이 콘텐츠는 트렌드라이트가 연재하는 「커머스 리터러시, 알고사는 즐거움」 시리즈의 1월 31일 공개 무료 회차를 발췌, 편집했습니다. 더 많은 콘텐츠는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저는 러닝을 할 때면 꼭 ‘나이키 런 클럽’을 실행합니다. 매번 기록을 확인하고, 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인데요. 이 앱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이키가 만들고 서비스하지만, 정작 여기에서 운동화를 살 수는 없습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제공하는 내용은 놀랍도록 알찹니다. 기록 측정은 물론, 상세한 코칭까지 제공하니까요.
그런데 나이키가 원하는 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목표는 우리가 더 뛰는 겁니다. 매일 더 꾸준히, 자주, 많이 뛰도록 채근하죠. 주기적으로 챌린지를 만들어 러닝을 격려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뛰도록 유도합니다. 마치 제가 기록이 나아지는 것에 신나서 하루라도 더 뛰러 나가게 되는 것처럼요.
나이키처럼 때론 귀찮을 정도로 고객의 삶에 개입하는 브랜드는 또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시작해 현재는 지식 플랫폼을 지향하는 뉴닉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인데요. 뉴닉에서는 ‘오렌지’라는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글을 읽거나, 글을 쓰고 반응할 때마다 하루에 최대 3개의 오렌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모아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죠. 뉴닉은 이렇게 저를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쓰게 만듭니다.
귀찮은(?) 마케팅이 늘어나는 이유
이처럼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일정한 리워드를 제공하는 대신 고객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기본적인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혹시 멤버십 서비스에 몇 개나 가입하셨는지 떠올려 보세요. 아마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은 서비스에 가입해 있을 겁니다. 이들 서비스는 제가 구매할 때마다 일정 부분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며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CRM은 고객을 특정 행동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상품 후기를 남기거나, 특정 브랜드에 ‘좋아요’를 누르기만 해도 포인트를 주죠.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매장 안에서의 행동을 넘어 매장 밖, 우리의 일상으로까지 들어오는 것들이 자꾸 눈에 띕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자꾸 무언가 행동하도록 유도하며, 때론 귀찮을 정도로 간섭하기도 하죠.
브랜드들이 우리의 행동에 이토록 집착하기 시작한 이유는,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패션 쇼핑몰이 왜 상품평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지 떠올려 보세요. 옷을 살 때 우리는 핏이나 색상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후기를 꼭 살펴봅니다. 특히, 나와 비슷한 키와 몸무게, 체형을 가진 사람이 남긴 후기를 보면 신뢰가 크게 올라가죠.
기업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구매 후 상품평을 남기도록 유도합니다. 단순한 리뷰뿐 아니라 사진과 신체 정보를 함께 작성하도록 권유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를 자발적으로 하는 고객은 극소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고객에게 이를 상기시키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라는 브랜드는 고객의 첫 구매가 바지일 경우 기대 매출이 증가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지라는 상품 자체가 아닙니다. 바지는 사이즈와 핏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물며 직원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결과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던 것이 핵심이었죠. 이를 기반으로,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는 매장에서 직원과의 교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멤버십 제도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매장에 들르기만 해도, 들려서 옷을 입으면, 여기에 자주 찾는 직원을 등록하면 그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형태로요.
이처럼 고객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마케팅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더욱 그러한데요. 왜냐하면 우리가 클릭하거나 터치하는 모든 행동이 측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행동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철저히 분석되죠. 결국,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계산해 멤버십이나 포인트 정책에 반영하게 되는 겁니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포인트나 쿠폰은 회사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매출 기여도를 평가해 필요하면 확대하거나 줄이고, 비용이 과도해지면 아예 폐지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나이키 런 클럽이나 뉴닉 오렌지 챌린지 같은 사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이런 활동들은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매장 밖에서 이루어지고, 구매와는 전혀 관련 없는 행동을 요구하기도 하죠. 따라서 비용 대비 산출 효과를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