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쿠팡 같은 물류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3월 24일 금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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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의 시간
최근 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사내 임직원 대상의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참가하고 싶었던 자리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이번 건은 다음을 기약하며 거절하게 돼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독립적인 주제를 요청 받아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는 곧장 발표할 수 없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요. 그렇다고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가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내서 저의 이야기를 듣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요청받은 주제와 관련하여서도 새롭게 자료를 준비한다면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요. 다음달 초 저희가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가 두 건이나 겹쳐버린 것이 큰 부담이 됐던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하나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도 잠깐 소개드렸던 ‘물류 실무자들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가 드디어 공개돼 1기 모집을 시작했고요. 이번 모임은 커넥터스 독자가 직접 ‘커뮤니티 빌더’가 되는 첫 시도로 저희에겐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이번 모임을 성공시키고, 향후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커넥터스 안에 확장해나가고 싶은 게 제 욕심인데 그만큼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물류 노하우 함께 나누는 스터디 모임을 만듭니다, 커넥터스]
두 번째는 저와 함께 일하는 김철민 대표가 주도하여 준비하고 있는 컨퍼런스가 4월 5일 열립니다. 주제는 무려 ‘생성형AI의 물류 활용’인데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미디어 특유의 이슈 파이팅이 섞였지만요. 생성형AI 관련 행사는 챗GPT가 화제가 된 이후 지금까지 여러 개 있었지만, 물류가 교집합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한 자리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기업 연사진들이 이 자리에 모이는데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삼성SDS, LG CNS, 로지스올, 쿠팡 등 물류를 다루는 수조원 매출 규모 대형 기업 임원들이 발표자 및 토론 패널로 참석하고요. 뤼튼테크놀로지스, 테크타카, 플로틱, 밸류링크유 등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자들 역시 함께 모입니다. 저도 모더레이터로 한 세션을 맡았는데, 이 때문에 겸사 신경 쓸 것이 쌓였네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챗GPT, 생성형AI는 어떻게 ‘물류’에 스며들까?, 커넥터스]
돌아와서 요즘 제 글이 커넥터스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부 피드백을 조금씩 받고 있는데요. 콘텐츠 창작자로 마음 아픈 지적이지만, 요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들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모임들을 잘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구조를 짜고 있고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더욱 많은 외부 파트너들과의 미팅을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는 하나둘 커넥터스에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업무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인데요. 왜냐면 그간 우리에게 있어 정말 큰 숙제였던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만드는 열쇠를 드디어 찾은 것 같거든요.
사실 우리가 유료 콘텐츠로 소규모 조직이 먹고 사는 것은 증명했지만, 콘텐츠를 통해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지금의 3명 조직은 먹고 살아도 10명 조직, 더 나아가 100명 조직으로 성장은 도저히 불가능해보입니다. 여기 커뮤니티가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전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콘텐츠와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돈을 벌긴 어려워도, 비즈니스 확장성을 지원하는 도구이자 진입장벽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저희는 최근 그 기본 얼개를 만들었고요. 올해 이에 대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아직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계속해서 하나하나 증명하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아마존, 쿠팡 출신 물류 개발자의 디테일
얼마 전 커넥터스 사무실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물류업체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천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 업체의 고민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성장을 만들기 위해 어디서 차별화 경쟁력을 찾아야 할지 저에게 묻더군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실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 3대 이커머스 플랫폼을 포함하여 ‘풀필먼트’ 서비스를 고민하지 않는 플랫폼을 오히려 찾기 어려운 요즘이지만요. 한 편에서 지난해 3자 물류 형태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던 물류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것도 사실입니다.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팬데믹이 촉발한 이커머스의 성장은 정체기를 맞았고요. 이커머스의 파생 상품으로 함께 성장가도를 그리던 풀필먼트 서비스의 성장에도 적색등이 켜졌습니다. 지속적인 호황을 그리며 겁 없이 늘어나던 물류 인프라는 이제 어떻게든 공실을 메꾸기 위한 파격적인 할인율이 매겨지며 시장에 공유되는 요즘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이커머스 위기의 진짜 이유, 닷컴버블 ‘생존 기업’의 비밀, 커넥터스]
이제는 어쩌면 ‘진짜’가 갈릴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동성 악화로 돈으로 성장을 사들이는 캐시 드라이브 모델이 망가진 상황에서, 저단가 물량 수주를 통한 단순한 몸집 부풀리기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법이 됐습니다. 한 편에서 대중소 기업을 막론하고 물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와중,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는 그 자체로 시장 니즈가 돼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물류를 잘한다고 하는 중에, 진짜배기를 고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물류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그 순간
그런 의미에서 하나 되짚어 살펴볼 것은 풀필먼트의 핵심 경쟁요소로 흔히 이야기되는 ‘시스템’입니다. 물류 시스템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 주문이 발생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운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역량이라 평가받기 때문인데요.
물론 여기서 전제가 있다면, 굳이 모든 이커머스 판매자들이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소규모 판매자들은 많은 경우 고객 주문이 들어온 이후의 집품과 포장, 출고 작업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고요. 재고 변동 상황은 ‘엑셀’ 파일에다가 적어두는 식으로 관리하곤 하는데요. 이 과정이 무리 없이 실수 없이 소화가 된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는 없겠죠.
[함께 보면 좋아요! : 물류 시스템 비망록 : 언제까지 ‘엑셀’로 물류 하나요?, 커넥터스]
하지만 물량이 많아지고, 작업자가 늘어나고, 물류센터가 거대해지고, 그 거대한 물류센터가 전국 단위로 몇 개씩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수작업은 태생적으로 많은 실수를 야기하고요. 여러 파악할 수 있는, 혹은 파악조차 안 되는 이유로 인해 엑셀에 기입한 재고와 현장 실물 재고는 수시로 뒤틀리기 마련입니다. 잦은 작업 실수는 배송사고로 이어지고요. 이에 CS는 터지고,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고, 매출은 꺾이고, 운영비용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바로 이럴 때 이커머스는 ‘물류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기 마련인데요. 물류 시스템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물류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비용과 복잡해진 물류환경에 따른 손실분, 그리고 물류 시스템 도입에 따른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쿠팡 같은 시스템’을 공유한다고?
여기서 또 고민이 생긴다면 대체 ‘좋은 물류 시스템’이란 뭐냐는 건데요. 사실 그 답은 시스템 사용자의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지라 ‘정답’은 없지만요. 그럼에도 괜찮은 레퍼런스를 살펴보는 건 가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컨대 이미 한국에서 대규모 이커머스 물류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쿠팡’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물류센터 디자이너가 전하는 ‘풀필먼트’를 완성하는 필수요소, 커넥터스]
물론 쿠팡 물류 시스템의 디테일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무리 저희라도 조금 어려움이 있는데요. 대신 실제 아마존과 쿠팡에서 일했고, 물류 시스템 개발을 리드했던 개발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을 채울 수는 있겠죠? ‘마치 쿠팡과 같은 물류 시스템의 대중화’를 영업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솔루션 업체 테크타카 양수영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카카오, 롯데가 동시 투자한 ‘물류 시스템’의 비밀, 커넥터스]
“2011년 아마존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2016년 쿠팡에 수석 개발자로 합류해 물류 시스템 개발 총괄을 맡았습니다. 로켓배송의 효율화를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배송기사 분들에게 적합한 루트(Route)를 짜줄 수 있을지,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피킹할 수 있을지 시스템에 반영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경험은 테크타카 창업까지 이어졌고요. 우리의 1차적인 목표를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마치 쿠팡과 같은 수준의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여 네이버나 11번가와 같은 쿠팡이 아닌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중소 셀러들까지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세미나 발표 中
풀필먼트 시스템의 특이점
돌아와서 테크타카의 풀필먼트 시스템은 크게 5가지로 구성돼있습니다. 순서대로 CMS, OMS, WMS, TMS, SCM 시스템인데요. 테크타카는 이러한 시스템을 모듈화하여 필요한 고객사에게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합니다. 각 시스템의 디테일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CMS(Commerce Management System)
CMS는 쉽게 말해 ‘상품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네이버, 쿠팡, 지마켓, 11번가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 입점하는 국내 판매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만든 시스템인데요. 일일이 각각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셀러툴에 상품 정보를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복수채널 상품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고요. 사은품 등 여러 상품을 결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기능 또한 제공합니다.
테크타카가 강조하는 CMS의 특장점은 상품 SKU(Stock Keeping Units) 별 특성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SKU별로 보관 온습도, 파손 가능성, 완충재 필요 여부 등 관리 포인트를 시스템 안에서 지정, 생성할 수 있고요. 이러한 포인트는 이어 이야기할 현장관리 물류 시스템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요.
예컨대 물류 작업 중 파손 가능성이 있는 ‘세제’ 상품이 있다고 하면요. 이 상품의 파손율을 시스템이 계산할 수 있고요. 합포장 배송시 세제와 함께 포장된 상품들에 미칠 영향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환/반품에 따른 손실 발생 확률을 고려하여 해당 상품을 합포장하는 것과, 낱개 포장하여 출고하는 것 중 어느 방식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지 알고리즘 기반 추천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2) OMS(Order Management System)
테크타카가 제공하는 두 번째 물류 시스템은 OMS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의 판매자들은 다양한 판매채널에 동시 입점해서 상품을 판매하고요. 이 각각의 주문채널에서 발생하는 ‘고객 주문’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꽤나 큰 번거로움을 야기하는데요. 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OMS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미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사방넷’, ‘이지어드민’과 같은 멀티채널 통합 주문관리 솔루션들이 같은 영역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죠.
여기서 테크타카의 OMS가 강조하는 경쟁사와 비교한 특장점은 주문을 조금 더 자주, 빠르게 수집함으로 ‘실시간성’을 보장한다는 부분입니다. 예컨대 시스템상에서 특정 판매채널의 주문이 수집된 시점에 고객 주문 취소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이 취소 정보를 시스템이 곧바로 수집하지 못하고 현장 출고하게 된다면 그대로 불필요한 배송과 상품 회수에 따른 물류비 손실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시스템의 ‘실시간성’을 챙겼다는 것이 테크타카측 설명이고요.
아울러 테크타카의 OMS는 여러 물류센터를 운영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출고관리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시스템 사용자는 대시보드를 통해서 서로 다른 판매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 주문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현재 서로 다른 여러 물류센터에 보관돼있는 재고 현황을 바탕으로 특정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의 출고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때 어느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을 출고하는 것이 ‘최적’의 의사결정이 될지는 사용자의 가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시스템 사용자가 비용 절감을 우선한다면, 고객이 함께 주문한 상품들의 ‘합포장 가능 여부’를 고려하여 특정 물류센터에 출고를 지시할 수 있고요. 만약 ‘당일배송’이나 ‘도착보장’과 같은 특정 조건이 걸려있는 상품이라면 조금 더 비용은 많이 쓰더라도 소비지 인근 물류센터에서 출고를 지시할 수 있습니다. 테크타카의 OMS는 이런 의사결정을 시스템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요.
3)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OMS에 고객 주문정보가 들어온다면, 이 정보는 실물 상품 재고가 보관돼있는 물류센터에 전달되고요. 물류센터에서는 주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보관된 상품을 찾아 집품하고 포장하는 과정이 후행돼야 합니다. 이 물류센터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작업자들의 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WMS인데요.
사용자는 WMS를 통해 현재 물류센터 특정 선반과 보관함에 어떤 상품들이 얼마나 보관돼 있는지, 혹은 비어서 보충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고요. WMS는 물류센터 재고 데이터와 집품 작업자들의 현재 위치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피킹 작업 동선’을 추천해줄 수도 있습니다. 물류센터 관리자 역시 WMS를 통해 현재 물류센터 안에서 진행 중인 작업 진척도를 파악, 관리할 수 있고요.
피킹 이후 ‘포장’ 작업에서도 WMS는 활용됩니다. 앞서 테크타카의 CMS에서 상품 SKU별 특성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정보를 바탕으로 WMS는 포장 작업자에게 특정 상품에 관한 최적 포장재와 부자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서 특정 고객 주문의 합포장 여부와 상품 부피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호수의 포장재 사용을 작업자에게 추천할 수 있고요. 별도의 냉매 포장이 필요한 신선식품의 경우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고객에게 도착할 예상 배송 타임라인을 감안하여 상품 품질 유지에 필요한 아이스팩의 적정 개수를 추천해줄 수도 있다고요.
4)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테크타카가 개발, 제공하는 네 번째 물류 시스템은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이후 ‘배송망’을 관리할 수 있는 TMS입니다. TMS는 쿠팡이나 컬리처럼 택배 외에 배송기사 네트워크를 직접 관리,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배송 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차량내 상품 적재 순서나 배송 경로를 추천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특히 테크타카가 자사 TMS에서 강조하는 특장점은 보다 세분화된 ‘배송 권역 관리’인데요. 예를 들어 하나의 ‘우편번호’를 부여받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한다면요. 테크타카의 TMS는 하나의 단지당 몇 개의 물건이 평균적으로 유입되는지 분석할 수 있고요. 같은 우편번호지만 담당 권역은 세부적으로 쪼개서 배송기사에게 할당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쿠팡을 제외하면 테크타카의 TMS에만 존재하는 기능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기능은 배송권역의 주문밀도가 높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180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 400여개의 박스가 평균적으로 배송된다면요. 통상 200여개의 박스를 적재할 수 있는 택배차 한 대만으로는 이 아파트단지 배송의 정시 마무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시스템이 아파트 단지 권역을 여러 개로 쪼개 각기 다른 배송기사에게 할당하여 추천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하고요.
또 하나 최근 테크타카가 TMS에 추가한 특별한 기능은 ‘오배송 탐지’인데요.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배송기사가 배송 완료후 촬영하는 사진을 시스템이 인식하고요. 303호에 배송해야 하는데, 403호로 배송이 가는 것과 같은 작업자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조치했다고 합니다. 문장으로 푼다면 굉장히 사소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왕왕 발생하는 실수고요. 하루에도 수만~수십만건의 물동량을 옮기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에서 이러한 시스템 디테일은 비용 절감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5) SCM(Supply Chain Management) 시스템
테크타카가 한창 개발 중인 아직 출시되지 않은 마지막 물류 시스템은 ‘SCM’인데요. 테크타카가 생각하는 SCM 시스템의 주요 기능은 ‘수요 예측’입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고객 수요를 예측하여 물류센터에 적량 재고를 발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직이 시스템에 적용될 예정이고요.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에 따르면 물류의 궁극체는 ‘재고 없는 물류’지만요. 현실적으로 재고 없는 물류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발주 재고를 필요한 만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역할을 ‘수요예측’ 시스템이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수요예측이 잘 된다면 입고, 보관, 폐기 등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지고요. 동시에 사장재고를 줄이고 물류센터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수요예측 솔루션은 인공지능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점쳐지는데요. 더 많은 상품별 고객 수요 데이터가 쌓일수록, 학습을 바탕으로 예측 정확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고요. 이를 바탕으로 발주뿐만 아니라 선반이나 오프라인 매장의 자동보충, 이벤트 물량 유입에 따른 물류센터 작업자 사전 확보 등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여러분의 현장은 어떤가요?
여기까지 읽어본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처음 글을 시작하며 언급했듯 물류 시스템 도입에 ‘정답’은 없습니다. 현재 다루고 있는 상품의 특성, 주문 규모, 물류센터 네트워크의 규모에 따라서 필요한 기능은 천차만별일 것이고요. 어느 단계까지는 거창한 물류 시스템이 아니라 ‘엑셀’이 오히려 더 괜찮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많은 물류 실무자들의 의견입니다.
결국 풀필먼트의 근본 역량은 시시각각 오르내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이커머스 고객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최대한 사고 없이 목표한 시간 안에 안전하게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것일 텐데요. 시스템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임을 기억하며, 각자의 현장에 적합한 방법을 찾는 데 오늘 콘텐츠가 도움이 됐길 희망합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쿠팡의 틈새를 찾아서
2022년 기준 쿠팡이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자리를 꿰찼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했죠. 그 와중 쿠팡과 경쟁하는 이들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래 수조원 단위의 적자를 감수하며 확보한 ‘물류 역량’과 어떻게든 한 판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니까요.
이 와중 네이버 물류 연합군의 선봉장 CJ대한통운이 최근 출시한 통합 배송 브랜드가 있으니 ‘오네’인데요. 기존 택배가 제공하던 익일배송뿐만 아니라 새벽배송, 당일배송, 일요일배송과 같은 택배는 제공하지 못했던 물류역량을 여기 통합했습니다. 눈치 챘겠지만 오네에 통합된 물류 서비스들은 택배는 원래 못했지만, 쿠팡은 하던 것들입니다. CJ대한통운이 쿠팡의 물류에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인데요. 근데 택배망으로 못했던 이 서비스, 어떻게 구축한다는 것인가요? 커넥터스가 그 운영 방법론과 남아있는 숙제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CJ대한통운이 준비한 쿠팡 대항마, ‘오네’의 기회와 위기(오퍼레이션 관점에서), 커넥터스]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나무 어상자’를 아시나요? 관심 있게 본다면 우리 주변 수산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인데요. 저도 몰랐는데 이 나무 상자가 사용된 지는 무려 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나무 상자가 최근 ‘빨간색 플라스틱 용기’로 전환되고 있는 것 아시나요? 별거인가 싶은데, 해양수산부의 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주력’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이유가 있었고, 바꿀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산물 용기 전환 프로젝트에 숨어있는 역물류 비즈니스 측면의 의미를 커넥터스가 취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부산공동어시장이 60년만에 나무 어상자를 ‘OOO’로 바꾼 이야기, 커넥터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콘텐츠는 커넥터스 필진인 기묘한님의 글인데요. 지난달 무려 영국 현지 여행 중에 취재를 하여 이 콘텐츠를 공유해줬습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던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한국형 아마존고가 등장했지만요. 우리가 지금 느끼듯, 활성화된 무인매장은 존재하지 않는데요. 이 콘텐츠를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런던 현지 ‘아마존 프레시’ 탐방기,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요?,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2주 연속 뉴스레터 지각을 해서 참 송구합니다. 어제 정부기관 행사에서 만난 한 물류기업 실무자 분에게 ‘뉴스레터 마감하러 갑니다!’라고 힘차게 말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어쨌든 금요일 퇴근 시점에 만난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큰 감사를 전하고요. 다른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금요일에 발송한 콘텐츠가 목요일에 보내던 콘텐츠보다 오픈율이 높은데요. 의도치 않게 A/B 테스트 비슷한 것을 한 느낌인데, 뉴스레터 발송일 변경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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