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면 생길 일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7월 6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커넥트레터 구독하기(무료)

카카오톡으로 매일 유통물류 뉴스 받기(무료)

커넥터스가 스타트업이라고요? 하하...

언제부턴가 스타트업 데이터 포탈 ‘혁신의숲’에서 커넥터스를 운영하는 법인 비욘드엑스가 검색되고 있습니다. 저도 지인의 제보를 통해 얼마 전 그 소식을 접했는데요.

혁신의숲 스타트업 DB는 혁신의숲이 자체 등록하거나, 누군가의 등록 요청을 받은 것을 혁신의숲이 심사하여 등록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혁신의숲의 기준, 그러니까 등록 요청 기업이 ‘스타트업’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등록 요청이 반려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저희를 ‘스타트업’이라 봐줬기에, 저희가 이 포탈에 등록된 것일 텐데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제 생각을 밝히자면 저희는 스타트업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외부에 스타트업 미디어임을 내세운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기도 하고요.

비욘드엑스는 2019년 김철민 대표가 창업한 미디어입니다. 1인 미디어로 운영되던 당시 수익모델은 기업과 기관의 요청을 받아 여러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것이었고요. 이를 통해 대학생이나 기업 임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물류 분야 지역 창업업체의 파트너십이나 투자를 연계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 비욘드엑스는 눈에 보이는 미디어 측면의 수익모델보다는요. 보이지 않는 B2B 영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9월 저는 비욘드엑스에 콘텐츠 담당 각자 대표로 합류했고요. 2021년 10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안에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를 오픈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짐작했겠지만, 저의 역할은 비욘드엑스에 전에 부족했던 트래픽 측면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었고요.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커넥터스는 성장했습니다. 수천명의 구독자가 월 단위로 지불하는 4900원의 구독비용이 커넥터스의 첫 번째 수익모델이고요.

뉴스레터, 블로그 등 무료 채널을 포함하여 수만명의 트래픽을 아우르기 시작하자 전에 없던 ‘광고’ 요청이 먼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를 무료 채널에 발송하는 방식으로 광고 수익모델을 조금씩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느껴졌겠지만, 우리의 수익모델은 레거시 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유료 구독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B2B 광고나 협찬에서 나오는 매출보다 비약적으로 높다는 차이점은 있을 것이고요. 테스트 중인 광고 사업 또한 독자 여러분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겠지만요. 본질적으로 레거시 미디어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에 우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어차피 혁신의숲에 검색해도 다 나오는 것 그냥 밝히자면, 제가 합류한 첫해인 2021년 비욘드엑스는 1.7억원 정도의 매출과 8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만들었고요. 커넥터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22년 3.8억원 정도의 매출과 80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만들면서 각각 124%, 907% 가량의 성장했습니다.

비욘드엑스의 최근 3개년 손익 ⓒ혁신의숲

여전히 귀여운 매출과 영업이익이지만 어쨌든 저희는 단 한 번의 외부 투자유치 없이 자생하고 있고요. 두 명의 각자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 그보다 더 많은 외부 협력 콘텐츠 파트너들과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과분한 영업이익 덕분에 몇 달 전엔 수천만원 정도의 세금을 국고에 내는 영광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했네요.

자랑하듯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2022년, 전에 없던 수익모델이 추가되며 배수 이상의 급성장을 만들긴 했지만요. 앞으로도 배수 이상의 성장을 만드는 것은 지금 현재 구조만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구독자 숫자는 꾸준하게 늘어났지만, 태생이 무료 콘텐츠와 경쟁하는 구조로 인해 유료 지식 콘텐츠 시장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았고요. 언제든 우리는 성장 정체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준비하고 있고요. 그 방법은 인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당장 제 눈에 보이는 시장의 기회는 ‘광고’에서 보이는데요. 향후 이를 원활히 받아낼 수 있는 유통물류 비즈니스 포탈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만난 많은 분들에게 밝힌 저의 숙원입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우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우리는 단단하게 핵심 가치인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다지면서 더 큰 성장을 위한 구조를 짜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 준비가 된다면 SI가 됐든, FI가 됐든 투자유치를 통한 유상증자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수억원의 매출 구조를 수십억원으로, 나아가 수백억원 구조로 확장할 것입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라는 그룹에 묶이는 것이 부끄럽고, 솔직히 우리를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그때가 온다면,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가 버티컬에서 유일한 성장을 만들어낸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요.

위클리 뉴스픽 :

‘티메파크+11번가’가 의미하는 것

투자 혹한기라 불리는 최근 누구보다 폭발적인 M&A 행보를 보인 기업이죠. ‘큐텐’이 최근 11번가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투자은행 업계를 인용한 매일경제 보도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저 또한 당사기업 측을 통해 “(큐텐의 11번가 인수 추진에 대해서)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11번가마저 품을까…네이버·쿠팡 양강에 도전장 내민 이 회사, 매일경제]

[함께 보면 좋아요! : 11번가 “큐텐서 인수 공식 제안 안했다”, 지디넷코리아]

그간 큐텐이 추진했던 속칭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 인수합병 행보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냥 풍문으로 넘기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전처럼 갑툭 결과만 발표되는 일이 이번이라고 없으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이 거래는 할 만한 것일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큐텐과 11번가가 얻을 것이 명확해야 할 텐데요. 정말로 일부 미디어들이 이야기하듯, 큐텐이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고착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파급을 만들 수 있을까요? 커넥터스가 투자업계와 크로스보더 물류 및 이커머스 업계 현직 임원과 실무자들에게 질문하여 답변 받은 내용을 정리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먼저 취재에 응한 모든 이들이 공감한 건 “큐텐의 11번가 인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근거는 인수를 추진하는 큐텐과 11번가 양측이 얻는 ‘재무적인’ 관점의 편익이 명확하기 때문인데요.

우선 큐텐이 앞서 추진한 모든 인수합병 거래의 공통점이 있다면 큐텐의 물류 자회사(중간지배기업으로 싱가포르 법인 Qxpress Pte. LTD.가 지분 100% 보유하여 운영) ‘큐익스프레스’ 상장이라는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나스닥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 상장 후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넥터스는 앞서 큐텐이 인수를 추진한 티몬과 위메프 사례에서 그 의도를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큐텐X티몬, 첫 이커머스 프로젝트는 ‘이것’으로 정해졌다?,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큐텐은 정말 위메프를 인수할까? 내부자들의 생각, 커넥터스]

그 분석은 실제 큐텐의 이후 행보를 통해 들어맞았습니다. 우선 큐텐은 현금이 아닌 큐익스프레스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고요. 성장 정체와 기업가치 하향 조정을 겪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 주식을 상장을 앞둔 ‘큐익스프레스’의 것과 교환하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기존 투자자들의 엑싯(Exit, 투자회수) 창구를 연 것입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기업가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734억원의 매출을 만든 국내 최대 크로스보더 물류기업이고요. 북미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 해외지점을 두고, 19개 물류거점을 운영하며 전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기점으로 하는 물량 처리에 강세를 보인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죠.

여기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다지만, 이미 북미,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입점 셀러들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물동량을 큐익스프레스가 처리하고 있고요.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큐텐이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량 또한 큐익스프레스가 영업하기 시작하면서, 그 규모를 키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싱가포르 1위 물티슈 파는 한국 셀러가 ‘재고 없이’ 상품 카테고리 늘리는 법(feat. 큐익스프레스), 커넥터스]

큐익스프레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그들이 다루는 ‘비큐텐’ 물동량은 80%에 달하고요. 당시 큐텐이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큰 방향성은 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보다는 ‘큐익스프레스’가 만드는 물류망에 있다는 이야기를 큐텐 관계자가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글로벌을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을 시작점으로 했다는 특성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큐텐의 한국 소비자 트래픽과 한국 셀러 네트워크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실제로 2020년 큐익스프레스가 글로벌에서 처리한 3900만건의 물동량 중 한국에서 발생한 물동량은 한국발, 한국향을 모두 합쳐서 2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은 ‘티메파크’ 인수를 통해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수백만 단위 MAU(Monthly Active Users)를 확보할 수 있고요. 덩달아 거기 입점한 셀러 네트워크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량을 큐익스프레스가 처리함으로 물동량 증대와 규모의 경제 구축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내는 데 도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현실’에 보이는 증거

실제 큐텐은 티메파크를 인수한 이후 ‘큐익스프레스’와 본격적인 결합에 착수했습니다. 순서대로 티몬은 1월 ‘Qx프라임’, 인터파크쇼핑은 4월 ‘아이프라임’, 위메프는 6월 ‘W프라임’이라는 이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름은 다르지만 이 서비스는 모두 ‘큐익스프레스’의 물류망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국내는 물론 ‘해외배송’까지 연결한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티메파크 입점 한국 셀러들의 물량을 글로벌로 보내기 위한 영업이 시작된 것이죠.

여기 한국향 인바운드 크로스보더 물동량 증대를 목표한 협력도 관측됐는데요. 대표적으로 티몬은 올해 1분기 직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큐텐의 해외 배송 상품을 티몬에 연동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요즘 미국과 유럽의 큐텐 입점 셀러들 사이에서는 이상하게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 소비자들까지 보내는 큐텐 주문이 많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는 큐텐이 그들 플랫폼에 입점한 글로벌 셀러 네트워크를 새로 인수한 ‘티메파크’와 연결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큐텐과 티몬으로부터 직접 국내외 이커머스 전략을 들어봤다, 커넥터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11번가’에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큐텐은 11번가 인수를 통해서 한국 시장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1번가는 트래픽 기준으로 쿠팡, 네이버에 이은 3위 플랫폼으로 평가받고요. 이전 큐텐이 인수했던 티몬과 위메프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많은 사용자 트래픽을 자랑합니다. 트래픽을 단순 합산한다면, 한국의 3위 이커머스 플랫폼이 SSG 연합군에서 큐텐 연합군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죠.

2023년 1~5월 기준 주요 쇼핑앱 MAU 및 설치자 현황 ⓒ와이즈앱

더군다나 11번가는 지마켓과 함께 오랫동안 한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하던 사업자였고요. 새롭게 등장한 쿠팡과 네이버에게 ‘지배적’ 지위는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가 만들어내는 고인물(?) 셀러 네트워크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최근 11번가가 아마존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해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들리고 있는데요. 11번가 인수를 통해 아마존을 통해 한국을 나가는 물동량을 새롭게 큐익스프레스에 연결할 수만 있다면, 큐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겠죠.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살 때까지만 하더라도 셀러들이 많이 중복되지 않을까 저는 좀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오픈마켓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물론 여전히 겹치는 셀러들이 있겠지만, 11번가의 규모가 규모인지라 새로 확보하는 한국 셀러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고요.

좀 더 상상을 해보면 인수 이후에도 11번가와 아마존의 계약 관계가 살아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아마존의 글로벌망을 활용한 해외 물류 연결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량까지 통제하긴 어렵겠지만, 한국에서 나가는 물량 정도는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이를 통해 다국간 크로스보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 쿠팡이 중국에 거점을 만들어서 현지 소싱을 강화했듯, 큐익스프레스가 진출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제조거점과 판매자망을 활용한 한국 소싱도 가능한 시나리오겠네요”
- 크로스보더 물류업체 임원 A씨


물론 큐텐이라고 11번가를 인수할 현금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최근 큐텐 입점사들의 정산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이것을 큐텐의 현금흐름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하나의 징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큐텐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큐익스프레스’의 지분과 11번가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을 통한다면 현금이 부족한 것은 M&A에 큰 이슈가 되지 않고요. 또 지금까지 큐텐이 인수했던 기업들처럼 11번가 역시 이커머스 시장의 모멘텀을 잡지 못하고 기업가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오히려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11번가는 왜 팔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11번가가 이번 거래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무엇일까요? 11번가는 투자업계에 익히 알려진 SK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분기당 수백억원 단위의 적자는 계속되는 와중, 여전히 명확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와이즈앱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1번가 MAU는 915만으로 올해 1~4월 평균치인 916만과 비교하여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지 못했고요. SK스퀘어의 공시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163억원으로 직매입 비중 증대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1400억원) 대비 54.5% 증가했지만요. 같은 기간 순손실은 248억원으로 전년 동기(265억원)과 비교하여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IPO 앞둔 11번가, '직매입 확대' 재고자산 10배 늘었다, 더벨]

[함께 보면 좋아요! : 2.0 선포한 11번가, 무엇이 달라지나?, 커넥터스]

이런 상황에서 11번가의 ‘약속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받은 5000억원의 투자금액에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인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IPO 대신 매각으로 선회?”…SK스퀘어, 적자 11번가 큐텐에 팔까, 이코노미스트]

이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와 기업가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내 IPO는 어렵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고요. 앞으로 11번가가 성장의 반전을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이 더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의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면, 11번가에게는 ‘매각’이라는 새로운 엑싯 창구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 항간에는 11번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하향한 큐텐 매각을 용인하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하지만요. 한 편에서는 차라리 11번가 주식을 큐익스프레스로 바꿔 가져가는 것이 11번가 투자자들 입장에서 오히려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가 그랬듯, 11번가가 이커머스 업계에서 별다른 반전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 상장을 앞둔 큐익스프레스의 큰 그림에 올라타는 것이 ‘엑싯’에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11번가는 올해 하반기까지 IPO를 못하면 투자자들의 지분을 오히려 비싸게 사와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이 먼저 인수 제안을 했다고 하면, SK스퀘어는 오히려 고마워 할 것 같습니다. 올해 IPO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것이니까요. 기존 11번가 주식을 들고 있던 LP(Limited Partner)들 입장에서도 쌍수 들고 환영할 것 같고요.

현재 11번가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말고는 국내 이커머스 사업에 돌파구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그간 11번가와의 협력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단 말이죠. 다만, 큐텐은 지속적으로 공격적 M&A를 통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니, 파트너십 측면에서도 11번가가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있어 보입니다”
- 유승우 SK증권 연구위원

근데 정말 ‘시너지’가 나올까요?

이렇듯 큐텐과 11번가가 합쳤을 때 생길 ‘재무적인’ 관점의 시너지는 분명 있어 보이지만요. 운영 측면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아마존’의 향방인데요. 현재 11번가가 아마존과 체결하고 있는 계약이 과연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한 이후에도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따라온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설사 인수 이후 계약이 이어진다고 해도 11번가와 아마존의 계약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아마존’이기 때문에, 여기 연결되는 물류망이 ‘큐익스프레스’에 연결될 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함께 나왔습니다.

두 번째로 한국 소비자 트래픽 확보 측면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의견은 다소 갈렸습니다. 11번가의 MAU가 이전 큐텐이 인수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일정 부분 고객 중복이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트래픽 측면에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한 편에서는 M&A 이후 SK텔레콤의 지원이 끊길 것이 예상되기에, 그 트래픽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11번가 매출이 그간 견고했던 이유 중 하나는 SKT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한다면 SK텔레콤과 연결된 멤버십이나 포인트 지급 같은 혜택들이 사라질 텐데요. 그렇게 된다면 11번가 인수는 사이트 하나 확장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고요.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존과 협업을 확실하게 끌어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이 또한 큐텐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마존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담당 실무자 B씨

세 번째로 큐텐에 입점한 해외 판매자의 상품을 11번가에 연결했을 때의 매출 시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은 나왔습니다. 애초에 해외직구 상품풀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티몬과는 다르게 11번가는 오래 전부터 해외직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큐텐에 입점하는 셀러들은 11번가에도 이미 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실무자의 평가입니다.

“큐텐의 동남아시아 쪽 상품이 그렇게 독립적인가 본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큐텐에서 잘 팔고 있는 해외 셀러 분들은 네이버에도, G마켓에도, 11번가에도 다 팔고 있거든요. 물론 중국 판매자들은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업체들이 많아서 독립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그들조차도 결국에는 여러 플랫폼에 동시 입점하지 않을까요? 셀러들 입장에서는 매출이 나온다면 굳이 플랫폼을 가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담당 실무자 B씨


정리하자면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11번가가 큐텐에 매각할 양사의 이해관계는 존재하지만요. 그 결합이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 완연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느냐는 사실 다른 문제고, M&A 이후에도 다양한 숙제가 다가올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결국 두 기업의 인수설을 ‘실체’로 완성시킬 수 있는 마지막 조각은 가격에서 나올 것 같은데요. 싸게 사고 싶은 자와 비싸게 팔고 싶은 자 사이에서 ‘적정가’를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변화를 주목할 만합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적정가를 찾는 이들

적정 (납품)가를 찾고 있는 또 다른 업체가 있으니 아직도 싸우고 있는 쿠팡과 CJ제일제당입니다. 요즘 두 기업은 홍보력을 자랑(?)하며 사실상 서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난타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방금 또 소식이 들어왔는데, CJ제일제당이 컬리와 협력해서 ‘햇반’ PB를 만들었네요? 하하...

[함께 보면 좋아요! : '컬리 햇반' 나온다…단독 상품 강화하는 플랫폼, 서울경제]

그런데 한 편에서는 쿠팡과 CJ제일제당 두 기업의 ‘극적인’ 화해 시나리오가 올해 4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양측이 겉으로는 대립각을 세울지언정, 실무단에서는 화해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고요. 그 이유는 이 대결이 장기화될수록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고요. 동시에 두 기업의 다툼이 길어질수록 남 좋은 일만 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연을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끊나지 않는 햇반 전쟁,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속내, 커넥터스]

또 이번 주에는 현대차의 시스템 중추가 된 포티투닷이 FMS(Fleet Management System) 기업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구체적인 인수 가격을 전해듣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경제적인(?) 가격에 잘 사왔다는 평가가 들리더군요. 이와 연결된 현대차그룹의 ‘물류 시스템’ 시장 진출 시나리오를 커넥터스가 취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물류 FMS 인수한 포티투닷, 현대차그룹의 진격 방향 에측, 커넥터스]

마지막으로 지난 번 커넥트레터를 통해 잠깐 소개했던 소식이죠. 무려 물류 로봇으로 ROI(Return On Investment)를 증명하고, 비용절감분으로 인한 편익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물류업체가 있다고요. 로봇을 물류센터에 적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많은 미디어에 소개됐지만, 로봇 물류로 ROI를 증명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요. 커넥터스가 화제의 물류기업을 만났고, 그들이 돈 버는 물류 로봇을 만들 수 있었던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돈 버는 AGV 물류 로봇을 만나다,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서문이 많이 거창했는데, 저희의 모든 성장은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 덕분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커넥터스는 독자 여러분에게 더 도움되는 콘텐츠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항상 감사드리며, 저는 다음주 목요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VENT] 누적 구독자수 3000+,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재테크 제외 입점 채널 중 구독자수 압도적 1위. 숫자로 증명하는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대표자, 실무자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가입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