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스러워지는 네이버 커머스, 이 길이 맞나요?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이윤숙 네이버 쇼핑 부문장은 지난 11일 열렸던 ‘단(DAN) 컨퍼런스’ 미디어 질의응답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는 쿠팡하고 모델이 조금 달라서 쿠팡을 이기냐 안 이기냐는 질문에 대해서 항상 좀 곤혹스러운데요. 쿠팡은 쿠팡의 길을 가고, 저희는 저희 길을 갈 것 같습니다”
2. 최근 네이버 커머스는 쿠팡에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응 전략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우리의 길은 다르다”며 네이버 커머스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겁니다.
3. 핵심은 쿠팡이 모든 것을 내재화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플라이휠 전략’을 취한다면, 네이버는 거대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플라이휠을 돌리겠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네이버만의 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네이버 커머스가 목표로 하는 것은 쿠팡과 같이 빠르고 편리한 배송을 동일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인데요.
4. 물론 네이버가 제시한 플라이휠을 돌리는 방법이 다르긴 합니다. 쿠팡이 가능한 모든 것을 내재화한 자산을 통해 처리하고자 한다면, 네이버는 여러 외부 파트너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이를 이루겠다는 것이니까요.
엄지용
5. 하지만 이와 같은 전략은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막대한 투자 없이도 단기간 내에 커머스 서비스의 경쟁력을 ‘쿠팡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성과이지만, 이러한 전략은 효율성 측면에서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요.
6. 한때 네이버를 커머스 시장 1위 플랫폼으로 만들어 준 강점들과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네이버 커머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거슬러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성공 요인, 거슬러가나요?
7. 그동안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서의 막대한 ‘트래픽’이고요. 둘째는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로 인한 ‘목적형 쇼핑’ 수요의 독점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국내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셀러 및 상품 풀 확보였습니다.
8. 그런데 이번에 네이버가 내세운 ‘플러스스토어’는 기존 네이버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서비스는 추천 기반의 ‘발견형 쇼핑’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이는 네이버가 가장 유리한 전장에서 벗어나, 오히려 불리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9. 사실 고객 맞춤 추천은 이미 쿠팡도 잘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네이버는 목적형 쇼핑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대신해 고객에게 새로운 추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기존 고객에게 혼란만 줄 가능성이 큽니다.
10. 더욱이 네이버 플러스스토어는 내년 상반기 중 별도의 앱으로 출시될 예정인데요. 이는 네이버가 가진 ‘슈퍼 앱’으로서의 강점을 버리는 전략처럼 보입니다.
11.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견형 쇼핑에 굳어진 기존 고객들의 습관을 바꾸려면 아예 새로운 앱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앱을 따로 설치하고 트래픽을 모아 월간 사용자 3천만명이 넘는 쿠팡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12. 따라서 기존 네이버 고객들을 설득해 자연스럽게 쇼핑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리셀 플랫폼 크림과 같은 특정 제품군을 위한 버티컬 서비스라면 모르겠지만, 종합적인 쇼핑 서비스를 별도로 앱으로 출시하는 것은 무의미한 투자로 보입니다.
13. 마지막으로 도착보장에서 서비스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네이버 배송’ 중심으로 커머스 서비스를 재편하면서, 과거 네이버의 경쟁력이었던 낮은 수수료 전략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14. 네이버 배송은 각종 솔루션 수수료와 풀필먼트 비용을 판매자들이 분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물론 여전히 쿠팡 대비해서는 네이버의 수수료가 낮지만, 비용 부담이 커진다면 앞으로도 판매자들이 네이버를 최우선으로 선택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15. 기존의 도착보장을 네이버 배송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하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등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분명 좋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은 네이버 커머스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될 겁니다.
그럼에도 네이버에 기대하는 이유
16. 다만 네이버가 설사 쿠팡의 ‘하위 호환’이라 하더라도, 쿠팡과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17.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쿠팡의 독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쿠팡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고, 네이버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18.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제휴 확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많은 곳들이 네이버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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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또한 쿠팡도 최근 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 예컨대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인 ‘알럭스’ 론칭 같은 결정은 기존 쿠팡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본질적인 차별화 없이 별도 앱으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쿠팡답지 않고요. 이런 쿠팡의 빈틈을 네이버가 공략할 수 있다면, 역전의 기회도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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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그러나 지금처럼 쿠팡의 길을 뒤쫓는 방식으로는 네이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네이버만의 차별화를 반드시 찾아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2. 예를 들어 ‘지금 배송’과 같은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요. 당장은 전체 네이버 거래액에 비해 너무 작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요. 네이버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도 적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일 겁니다.
23. 이는 실제로 ‘도착보장’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네이버 커머스 전체 거래액의 정체를 막지 못한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네이버는 지난 8월부터 멤버십 회원에게 ‘도착보장’ 무료 배송을 한시적으로 제공했었는데요. 이를 통해 해당 회원들의 ‘도착보장’ 거래액은 무려 50% 가까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24.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3분기에도 네이버 커머스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단지 형태만 바꿔 쿠팡의 길을 따라가는 걸로는 부족했던 겁니다.
25. 따라서 네이버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제휴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제휴로만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조 단위의 투자를 지속하는 쿠팡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만으로 대응하려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26. 그리고 이종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시점에서, 네이버와 쿠팡의 사업 모델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27. 어쩌면 오히려 이제 네이버는 쿠팡과 비슷한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쿠팡의 방식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더 유리한 무대로 경쟁 무대를 옮기고 자신만의 차별화를 통해 승부를 걸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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