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에 이어 배민도 따라간 무한 공짜배달 출혈 경쟁, 피 흘리는 건 플랫폼이 아니라고요?
1. 배달의민족이 4월 1일부터 모든 알뜰배달 주문에 적용할 수 있는 공짜 배달 쿠폰을 살포합니다. 기존 제공해 온 배민배달(한집배달·알뜰배달) 10% 할인 쿠폰 지급 혜택은 유지하는데요. 소비자는 이 두 쿠폰 중에서 희망하는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언론 배포 보도자료를 통해서 ‘멤버십·패스 없어도 주문할 때마다 무료배달 됩니다’는 카피를 전했는데요. 여기서 멤버십과 패스는 각각 경쟁 플랫폼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를 겨냥한 듯한 모습입니다.
3. 배달의민족에 앞서 지난달 18일 쿠팡이츠는 월 4990원에 구독 가능한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회원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혜택을 추가한다고 밝히고, 같은 달 26일부터 적용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응한 듯 요기요는 지난달 29일 월 4900원의 가입 요금을 내면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요기패스X'의 가격을 한시적으로 2900원으로 인하했고요.
신승윤
4. 쿠팡이츠와 요기요 사용자들이 별도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무제한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반면, 배달의민족은 '멤버십이 없어도 적용 가능한'이라는 경쟁사들이 거슬릴만한 조건을 붙여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묶음배달 서비스인 '세이브배달'에 한정하여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의 방식 또한 그대로 가지고 왔죠.
5. 배달의민족 입장에서 특히 거슬리는 것은 요기요보다는 쿠팡이츠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는 분기별 수백억원에 달하는 쿠팡이츠 시장 침투 방어 비용을 별도 예산에 편성했고요. 무제한 공짜 배달 혜택 살포 이전부터 쿠팡이츠가 적용하고 있던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 쿠팡이츠 10% 할인에 대응하여, 배민배달 10% 할인 쿠폰을 거의 무제한으로 살포하고 있었습니다.
6.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치고받는 경쟁은 이미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 여러 번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두 플랫폼의 경쟁이 공방이 뒤섞인 난타전으로 넘어갔으며, 누가 먼저냐 할 것 없이 서로의 방식을 적극 베끼고 있다는 것 정도로 갈음합니다.
신승윤
7. 쿠팡이츠가 본진인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가 가진 1400만의 고객 네트워크를 차별화 요소이자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만큼, 배달의민족은 1위 배달 플랫폼이라는 고객 네트워크를 레버리지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쿠팡이츠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고 요약 가능하겠습니다.
소비자는 좋습니다
8. 배달 플랫폼들의 쿠폰 팡팡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환영할 일입니다. 배달의민족을 기준으로 10% 할인이냐, 무료 배달이냐 어떤 쿠폰을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잠깐 고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뭐가 됐든 최대한 할인 액수가 높은 쿠폰 하나를 선택해서 적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9. 첨언하자면 배달의민족의 무료 배달 쿠폰은 최소주문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알뜰배달에 한해서만 적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알뜰배달에 따른 배달비용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2000원을 전후해서 움직이고 있으니 대략적인 할인액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10. 반면, 10% 할인 쿠폰은 최대 3000원(4월 기준, 3월에는 최대 2000원 할인이었음)까지 한집배달, 알뜰배달 상관없이 모두 할인 적용이 됩니다. 이에 3만원에 최대한 맞춰 배달 주문을 한다면 최대 할인액수인 3000원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도 보도자료를 통해서 주문 단가가 높을 수록 10% 할인 쿠폰이 무료 배달 쿠폰에 비해서 유리하다고 설명했으니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출혈 경쟁 속, 피 흘리는 자 누구인가
11. 하지만 한 편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 입점한 음식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두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살포하고 있는 공짜 배달 쿠폰은 명목적으로는 플랫폼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이야기 되지만요. 사실상 그 비용의 근원은 두 플랫폼이 음식점들로부터 수수료와 별도로 받는 '배달비'에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엄지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