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못 잡은 패션 시장,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어떻게 장악했나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하루 만에, 아니 몇 시간 만에 모든 것을 문 앞으로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은 '이커머스의 상식'을 완전히 바꿨죠. 고객들은 배송의 속도에 익숙해졌고, 웬만한 플랫폼은 더 이상 '빠름'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졌습니다. 신선식품, 생필품, 전자기기, 심지어 반려동물 용품까지… 쿠팡은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하나의 카테고리만은 예외입니다. 바로 '패션'.
여성 패션 플랫폼인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쿠팡의 로켓배송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객의 쇼핑 일상에 침투해왔죠. 동대문 기반 사입 셀러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짜고, 플랫폼 전용 물류망을 구축해, 익일배송을 넘어 당일배송·새벽배송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더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1020 여성 고객의 쇼핑 리듬 자체를 설계해버린 것입니다.
쿠팡이 속도로 게임을 끝냈다고들 말하지만, 이들 패션 플랫폼은 묻습니다. "속도보다 먼저 바뀐 것은 고객의 '기대' 아닐까요?"
이제 빠른 배송은 단순한 물류 서비스가 아닙니다. 누가 고객의 생활 패턴을 가장 잘 이해하고, 거기에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가에 대한 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지금 가장 앞서 있는 건, 놀랍게도 패션 플랫폼들입니다.
물류·공급망 전략 백브리핑
STREAMLINE: 쿠팡도 못 잡은 패션 시장,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어떻게 장악했나
(2025.07.22)
❶ Point of View ㅣ '빠른 배송'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의 싸움이다
지그재그와 에이블리가 선도하는 '빠른 배송'은 단순히 고객에게 더 빨리 옷을 보내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이는 동대문 셀러 → 전용 풀필먼트 → 라스트마일 파트너 → 1020 여성 고객까지 연결된 하나의 쇼핑 생태계 설계이며, '쿠팡'이 닿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즉, 빠른 배송의 경쟁력은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가 일상인 고객'과 맞닿아 있는 플랫폼 설계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❷ Inside the Move ㅣ 지그재그 vs 에이블리, 다른 방식으로 빠른 배송을 설계하다
지그재그: 딜리버스와 협업해 전용 풀필먼트-라스트마일 분리 전략. '직진배송'은 2021년 론칭 후 2024년까지 연평균 물량 95% 증가율 기록. 2024년엔 주 7일 배송 도입으로 월간 배송 물량 150만 건 돌파.
에이블리: 자체 풀필먼트 내재화 + 물류사 연결 모델. '오늘출발' 거래액은 2024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52% 증가로 월 거래액 200억원 돌파. 당일배송 비중은 전체 주문의 35% 까지 확대.
두 플랫폼은 모두 1020 여성 타깃 + 중저가 사입 셀러 중심으로, 배송 자체를 상품의 일부처럼 설계한 UX 전략이 특징입니다.
❸ Business Playbook ㅣ 쿠팡이 넘보지 못하는 유일한 시장, 바로 동대문 패션
쿠팡은 거의 모든 산업을 장악했지만, '패션 배송' 만큼은 예외입니다. 왜일까요?
- 셀러 입점 기피: 쿠팡의 무료 반품 정책은 셀러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유발 (평균 반품률 15-20% vs 패션 전문몰 8-12%)
- 브랜드 이미지 관리: 일부 브랜드는 쿠팡 입점이 브랜드를 '디스카운트' 시킨다고 판단
- 고객 습관의 벽: 쿠팡에선 옷을 잘 사지 않는 소비자 행동도 존재
- 재고 회전율 미스매치: 패션의 빠른 트렌드 변화(평균 4-6주) vs 쿠팡의 대량 구매 방식(8-12주 회전)
- 사이즈/핏 복잡성: 패션 특유의 높은 교환률(25-30%)은 쿠팡 물류 모델에 부적합
결국, 패션만의 속도와 리듬은 쿠팡보다 지그재그·에이블리가 더 잘 이해하고 설계한 셈입니다.
❹ Market Impact ㅣ 배송은 빨라졌고, 고객은 더 자주, 더 많이 사기 시작했다
- 지그재그 '직진배송'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 시장 점유율 12.3%→15.1%
- 10대 신규 고객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월평균 구매 빈도 2.3회→3.8회
- 에이블리는 '오늘출발' 확대로 셀러 입점 문의 월 300% 증가, 고객 재구매율 68%→81%
- 빠른 배송 이용 고객의 평균 주문금액: 일반 배송 대비 23% 높음
빠른 배송은 단순한 물류 옵션이 아닌, 고객 충성도 유발 장치이자 신규 고객 유입 자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❺ Competitor Matrix ㅣ 패션 커머스 '빠른 배송' 전략 비교
플랫폼 | 배송 서비스 | 전략 방식 | 주요 고객군 | 물류비 비중 | 경쟁력 포인트 |
---|---|---|---|---|---|
지그재그 | 직진배송 | 전용 물류사 연계 (딜리버스) | 10~20대 여성 | 매출의 4.2% | 주 7일 당일/익일배송 |
에이블리 | 오늘출발 | 자체 풀필먼트 + 외부 연계 | 10~30대 여성 | 매출의 5.1% | 6개월 거래액 252% 증가 |
브랜디 | 샵배송/샌드박스 | 풀필먼트-입점 동시 운영 | 10~30대 여성 | 매출의 4.8% | 물류센터 직접 운영 확대 |
W컨셉 | 스탠다드배송 |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 | 20~40대 여성 | 매출의 3.2% | 트렌디/고가 중심 큐레이션 |
쿠팡 | 로켓배송 | 종합 커머스 전국망 | 전 연령 | 매출의 8.1% | 패션 카테고리는 한계 |
❻ Beyond the Numbers ㅣ '패션만 가능'한 게 아니다. '패션처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 빠른 배송 단가는 낮아졌다 → '폴리백 포장 + 자동 분류 + 단일 품목군' 구조로 건당 평균 1,200원
- 동대문 사입 특성상 풀필먼트 자동화 효율 87% (일반 커머스 대비 15%p 높음)
- 반면, 고가·복합구성 상품에선 여전히 어려움 존재 (명품, 아우터 등)
Editor's view: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수치보다 '구조화된 상품군'입니다. 빠른 배송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상품'과 함께 자란다는 것.
❼ Risk & Challenge l 빠른 배송의 이면, 풀어야 할 숙제들
■ 수익성 압박
- 물류비 상승(전년 대비 8-12%) vs 고객 배송비 부담 의지 감소
- 당일배송 건당 적자: 평균 800-1,200원
■ 구조적 리스크
- 셀러 의존도 심화: 상위 100개 셀러가 전체 거래액의 68% 차지
- 배송 품질 관리 한계: 포장 불량, 상품 손상 클레임 월 15% 증가
■ 확장성 문제
- 수도권 집중(85%) vs 지방 배송망 취약
- 성수기(가을/겨울) 물량 폭증 시 배송 지연 빈발
❽ Future Expansion ㅣ 패션을 넘어,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 가능성
■ 뷰티/코스메틱
- K-뷰티 트렌드와 연계한 신제품 런칭 당일배송
- 개인 맞춤 화장품 소량 다품종 배송 모델
■ 반려용품
- 소량 다빈도 구매 패턴 활용 (사료, 간식, 위생용품)
- 반려동물 응급상황 대응 당일배송
■ 개인화 생활용품
- 맞춤 제작 상품 (폰케이스, 액세서리 등)
- 소량 주문 최적화된 포장·배송 시스템
❾ Implementation Takeaway ㅣ 다른 업계가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원칙들
■ 도입 검토 체크리스트
- [ ] 상품 표준화 가능성 (SKU 복잡도 < 500)
- [ ] 목표 고객층의 배송 민감도 (배송비 vs 속도 트레이드오프)
- [ ] 지역별 물량 집중도 (수도권 > 60%)
- [ ] 셀러/공급업체 협업 의지도
■ ROI 측정 방법론
- 고객생애가치(CLV) 증가율: 빠른 배송 고객 vs 일반 고객
- 신규 고객 획득비용(CAC) 변화: 배송을 통한 자연 유입 효과
- 재구매율 개선도: 첫 배송 경험 → 2차 구매 전환율
- 평균 주문 가치 증가: 배송비 절약 심리 → 추가 구매 유도
❿ Summary Insight ㅣ 빠른 배송의 승자는 속도가 아니라, 그 속도를 일상으로 만든 자다
'빠르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빠름'을 기본값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느냐, 그 문법을 누가 선점했느냐가 게임의 본질입니다.
패션 커머스는 이 점에서 배송의 기능을 넘어, 배송을 라이프스타일로 만든 첫 사례입니다. 이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성공 공식을 다른 카테고리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답은 '상품의 특성'보다 '고객의 습관'을 먼저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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