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에 숨은 두 가지 의도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쿠팡이 내년 1월부터 3자 판매자 대상으로 제공하는 ‘로켓그로스’ 요금제를 개편합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그로스는 판매자들이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 입고만 하면 이후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입니다.
2. 쿠팡 소비자에게는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는 3자 판매자의 상품에 ‘판매자 로켓’ 뱃지가 달려 노출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쿠팡이 직매입하여 빠른 물류를 연계하여 판매하는 ‘로켓배송’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나, 상품의 소유주가 쿠팡이 아닌 ‘3자 판매자’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3. 이번 개편은 지난해 3월 로켓그로스 공식 론칭 선언* 이후 첫 번째 개편이라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쿠팡은 공지사항을 통해 “이번 변경은 판매자분들에게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물류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판매자들의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당사의 약속”이라 밝혔지만요. 이번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에는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첫 번째는 ‘물류 수익성 강화’이고, 두 번째는 ‘판매자 고착도’ 강화입니다.
* 로켓그로스의 전신은 2020년 시작한 ‘로켓제휴’입니다. 이후 제트배송을 거쳐 로켓그로스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됐는데요. 지난해 로켓그로스 공식 론칭 선언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것은 기존 추가 수수료 형태로 받던 로켓그로스 이용 요금을 본격적으로 ‘물류비’ 형태로 과금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커넥터스 콘텐츠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넥터스
비용 절감, 혹은 고착도 강화
4.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제 개편을 쿠팡이 본격적으로 물류 사업 수익화를 향해 나아가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쿠팡은 이번 개편으로 기존 Small, Medium, Large로 나뉘었던 사이즈 구간을 더 세분화해 극소형, 소형, 중형, 대형1, 대형2, 특대형 등 6개로 변경했고요. 이중 중형 이상 상품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이는 중대형 제품 배송에서 발생하던 손실을 줄이려는 의도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5. 또한 종전까지 쿠팡이 부담하던 로켓그로스 상품 반품 회수와 재입고 비용도 이제 판매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로켓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무제한 무료 반품’ 혜택으로 인해 반품률이 높은 쿠팡의 특성상, 이 조치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6. 한편 미디어에서는 다소 주목하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번 요금제 개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셀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프로모션’ 혜택이 돋보입니다. 예컨대 쿠팡은 소형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요금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하했고요. 심지어 2027년 1월까지 입출고와 배송 비용의 35~40%를 할인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7. 이 정도 할인가라면 어떤 셀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입니다. 특히 소형 이하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에게는 정상가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참고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한 한국정경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쿠팡 전체 상품의 80%를 2kg 이하의 극소형 상품이 차지하고 있고요. 이는 쿠팡이 단순히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성장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8. 마치 쿠팡이 초창기 로켓배송을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당시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와우 멤버십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쿠팡을 떠나지 못한 것처럼요. 셀러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9. 판매자들은 일단 저렴한 프로모션 요금으로 로켓그로스를 경험하고요. 이후 판매가 보장된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한 번 이 구조에 익숙해지면, 이후에는 쿠팡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지겠죠.
네이버 배송에 찬 물 끼얹기
10. 이번 쿠팡의 파격적인 프로모션 소식에 가장 당황한 쪽은 네이버일 겁니다. 불과 일주일 전, 네이버는 도착보장을 ‘네이버 배송’으로 리브랜딩 하면서 새롭게 출발한다고 선언했는데요. 당시 네이버가 내세운 전략은 직접 물류업체와 계약해 실질적인 네이버 배송 물류비를 낮춰 셀러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1. 네이버가 브랜드 이름까지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빠르게 물량을 확보해 쿠팡과 경쟁할 만큼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여기 프로모션 요금으로 찬 물을 끼얹은 셈이 된 거죠.
12. 이제 상황은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네이버가 적어도 로켓그로스 프로모션 할인가보다 저렴한 물류비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네이버의 기대만큼 셀러들의 네이버 배송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셀러들은 네이버 배송을 굳이 선택하지 않고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쇼핑을 기존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보전하는 채널로 이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13. 그렇다고 네이버가 쿠팡에 맞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네이버 배송 서비스 제공과 연결되는 택배, 물류업체 운영사 등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14.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가 말한 ‘모두가 함께 돌리는 생태계 플라이휠’의 허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생태계에 속한 모든 구성원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모델에서는 극단적인 할인 정책을 도입하기가 어렵습니다. 할인에 대한 부담 또한 나눠져야 하는데, 누군가는 불만족할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고 네이버가 그 모든 비용 부담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도 한계가 있겠죠.
프로모션은 영원하지 않기에
15. 다만 이번 쿠팡의 전략 역시 계획대로 순탄히 흘러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격적인 조건의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이번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에 대해 셀러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는데요.
16. 특히 중형 이상 제품의 요금이 인상된 점과, 반품 관련 비용을 셀러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판매자들은 프로모션 요금보다는 정상 요금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고요.
17. 따라서 적어도 쿠팡이 약속한 2027년 1월까지는 프로모션 혜택 덕분에 셀러 이탈이 극심하지는 않겠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요. 그 이후에는 셀러들이 대규모로 쿠팡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18. 특히 네이버가 최소한의 대안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쿠팡이 자주 그랬듯이 거래액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을 테지만요. 결국 수익성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실현이 어려워질 겁니다.
19. 그리고 쿠팡이 늘 영향력을 확장하길 원하던 패션 카테고리에선 이번 개편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패션의 경우 다른 카테고리보다 반품이나 교환율이 높은데요.
20.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인하여, 패션 셀러들은 아무래도 쿠팡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고와 배송 비용은 프로모션으로 저렴하더라도, 반품 비용 부담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21.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패션 상품이 많이 팔리는 쿠팡에서 이는 더욱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감수할만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미지 때문에 쿠팡을 이미 기피하고 있기도 한데요. 따라서 당분간은 직매입이 아니라면 쿠팡의 패션 카테고리 확장 속도는 오히려 더뎌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