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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화물차 번호판이 ‘노란색’으로 바뀌니 생기는 일

엄지용
엄지용
- 33분 걸림
‘지구를 살리는 에코마일’ 친환경 물류 활동 네트워킹 데이 - 이벤터스
기후 대응과 친환경 물류 활동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혜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 섭니다. ‘에코마일’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폐기물 자원순환 활동이 최초로 이뤄지는 주거반경 1.6㎞ 구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만든 용어인데요. 비욘드엑스가 생활물류에 이어 두번째로 밀어붙이는 물류혁신 키워드입니다. 이를 통해 생활형 친환경 물류 해법과 폐기물 자원순환 기술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에코마일 영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친환경 기술기업, 그리고 제조유통업계, 투자, 학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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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번호판 쿠팡차와의 조우

얼마 전 동네를 산책하다가 평소와는 다른 쿠팡차의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쿠팡 화물차의 번호판은 원래 ‘흰색’이었습니다. 흰색 번호판은 ‘자가용’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자가용 번호판이 달려있는 쿠팡 화물차는 ‘자가용 화물차’입니다.

기존 흰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쿠팡차와 이번에 조우한 노란색 ‘배’ 번호판을 달고 있는 쿠팡차의 모습 ⓒ커넥터스

그런데 제가 만난 쿠팡차는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노란색은 ‘영업용’ 번호판을 의미하고요. 그 중에서도 국토교통부가 택배 전용으로 1.5톤 미만 소형 화물차에 대해서 증차를 허용해주고 있는 ‘배’ 번호판을 달고 있었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택배용 화물자동차 개인운송사업을 하기 위하여 ‘배’ 번호판을 발급받는 요령, 탑차맨]

사실 일반인들에게 쿠팡차의 ‘번호판’ 색깔이 달라지는 것은 별 관심 없을 사소한 변화겠지만요. 물류업계에서 노란색 번호판이 달린 쿠팡차가 확산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쿠팡과 택배로 경쟁하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같은 회사들은 이미 이 변화에 촉을 기울이고 있고요. 실제 커넥터스 취재 결과 쿠팡은 바뀐 노란색 번호판과 연결하여 ‘새로운 형태’의 물류 사업을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하고 있기도 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물류 아닌 쿠팡 물류가 ‘물류’가 되기까지

본격적으로 그 변화를 설명하기 전에 왜 쿠팡이 ‘하얀색’ 자가용 번호판을 화물차에 사용했고,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먼저 정리해봅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을 말합니다(제2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제3조).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제56조).

따라서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요. 하지만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은 오랫동안 정부에 의해 수급이 조정되고 있었습니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의 결과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사실상 신규 증차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죠.

[함께 보면 좋아요! :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 정책 무엇이 바뀌었나?, 세계일보]

그 결과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에는 현재 30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이 매겨져서 거래되고 있고요. 번호판을 보유한 운송업체가 화물차주에게 ‘영업용 번호판’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지입제’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지입제 문제점 /수수료 떼이고 유지비는 전담 /운임 60~70%만 차주들 손에, 한겨레]

물류 아닌 물류의 탄생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했고요. 국내 유통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로켓배송을 위한 ‘직영’ 배송조직을 직접 고용을 통해 대규모로 확충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한다? 수천여대가 넘어서는 차량에 ‘영업용 번호판’을 달아야 되겠고요. 수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이를 위해 번호판 하나당 수천만원의 번호판 가격을 부담하는 것은 당시만 하더라도 ‘적자’ 가도를 달렸던 쿠팡에게 부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매해 거듭되던 이커머스 파괴적인 성장과 이를 소화하기 위한 택배차량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증차를 허용한 ‘배’ 번호판이라는 선택지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택배용 화물자동차 허가신청/관리, 한국통합물류협회]

하지만 생각해보면 국토교통부가 ‘배’ 번호판을 바탕으로 택배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이고요. 그 이전부터 자가용 화물차를 바탕으로 ‘로켓배송’ 사업을 하고 있었던 쿠팡에게는 당시 이러한 대안을 고려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쿠팡이 선택한 전략은요. 누가 봐도 물류이고 택배인 로켓배송을 최소한 법적으로는 물류가 아니게 만든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인데요. 그래서 외부 화주사의 물량을 받아 물류비를 받고 처리하는 ‘택배업체’ 화물차에는 모두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달려있죠.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다른 사람의 요구’를 받아서 수행하는 서비스가 아닌 직매입하여 소유권이 공급사에서 쿠팡으로 이전된 ‘자사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서비스고요. 1만9800원 이상 상품을 주문한 고객은 ‘무료’로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운송의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사실 좀 많이 옛날이야기긴 하지만 원래 쿠팡의 로켓배송 무료 이용을 위한 최소 주문금액은 9800원이었는데요. 이 시기만 하더라도 9800원 미만 주문 고객에게 쿠팡은 2500원의 배송료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 금지’ 측면에서 법적으로 논란이 되자 쿠팡은 로켓배송 이용을 위한 최소 주문금액 미만 주문을 한 고객은 로켓배송 주문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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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쿠팡은 누가 봐도 택배 사업을 하면서도, 택배 사업을 하지 않는 사업자가 된 것인데요.관련된 일화를 하나 소개 드리자면요. 2015년 제가 재직했던 물류전문매체 CLO가 국토교통부와 함께 스타트업 정책간담회를 열었는데요. 당시 간담회에 참여한 박대준 쿠팡 정책실장(현 신사업 담당 대표)은 “쿠팡 내부에서 쿠팡은 물류기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로켓배송 또한 물류라기보다는 하나의 고객 서비스”라 강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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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류를 물류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냐고요? 2015년만 하더라도 쿠팡은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자가용 화물차로 수행하는 로켓배송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전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쿠팡이 물류를 ‘물류’라고 인정하는 순간, 진행 중인 소송전에 불리한 발언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쿠팡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요. 결과적으로 쿠팡은 2017년 한국통합물류협회와의 소송전에서 승소하며 그들이 만들어낸 ‘물류 아닌 물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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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기업’이 된 쿠팡과 이상한 풀필먼트

이제 쿠팡은 물류를 물류라 부를 수 있습니다. 2018년 쿠팡은 물류자회사 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설립하여 ‘택배 사업자’ 자격을 처음 취득했고요. 쿠팡 아닌 3자 물류 비중을 일정 수준 맞춰야 하는 조건으로 인해서 그 자격을 중간에 자진 반납하기도 했지만, 2021년 다시 한 번 택배 사업자로 지정받기 이릅니다. 택배 사업자가 됐다는 것의 의미는 앞서 이야기했던 택배 전용 ‘배’ 번호판을 정부로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조건을 취득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택배업 재진출한다…국토부 최종승인, SBS]

물론 쿠팡이 택배 사업자를 취득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쿠팡 차량은 ‘하얀색’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쿠팡 차량이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요. 이에 맞춰서 쿠팡이 예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야 공식 석상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이 연결되니 ‘풀필먼트(Fulfillment & Logistics by Coupang)’입니다.

2020년 쿠팡은 ‘로켓제휴’라는 이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합니다. 로켓제휴는 이후 제트배송, 현재 ‘로켓그로스’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바꿔나갔지만, 현재 쿠팡 풀필먼트 비즈니스인 ‘로켓그로스’의 원류라 볼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해서 로켓제휴는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와 시스템을 3자 판매자들에게까지 제공해주는 물류 사업이고요. 사실상 쿠팡이 3자 물류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로켓제휴는 이용하는 3자 판매자를 대상으로 기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물류는 판매자가 알아서 처리하는 방식과 비교하여 높은 30%대의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고요. 여기서도 사실상 ‘물류비용’이 수수료에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로켓그로스 제트배송 수수료, 용의주도신]

제가 계속해서 ‘사실상’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이유는 있습니다. 여전히 쿠팡 화물차가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 3자 판매자의 상품을 자가용 화물차로 배송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쿠팡이 자가용 화물차로 배송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매입한 쿠팡의 상품’을 ‘무료’로 배송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로켓제휴 출시로 인해 3자 판매자의 상품을 배송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돼 자가용 화물차 운송에 법적 이슈가 생길 수 있고요. 로켓제휴를 이용하는 3자 판매자에게 물류비를 받는다면 ‘유상운송’이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법적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쿠팡은 로켓제휴를 이용하는 판매자에게 ‘물류비’를 받지 않고, 굳이 수수료를 올려받는 형태를 취했고요. 특약매입(판매분 매입)을 도입하여 물류센터에 보관된 3자 판매자의 상품이 실제 고객에게 팔렸을 때 쿠팡이 매입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쿠팡의 자가용 화물차에 화물을 태우기 전에 상품의 소유는 쿠팡에게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가용 화물차로 배송을 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로켓제휴’는 로켓배송과 뭣이 다른가, 바이라인네트워크]

물류센터 입고 이후 ‘매입’이 발생하는 로켓제휴의 특약매입 구조 ⓒ쿠팡

진정한 의미의 풀필먼트가 등장한다면

배경 설명이 꽤 길었는데요. 이제부터 최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쿠팡은 지난 3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로켓그로스’ 출시를 알렸는데요. 사실 로켓그로스는 2020년 로켓제휴부터 이름을 바꿔가며 하고 있던 것인데, 뭔 뜬금없는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일반판매자도 로켓배송 가능"…쿠팡, 로켓그로스 출시, 뉴스1]

하지만 이는 ‘노란색 번호판’ 쿠팡차가 확산됨과 맞물리며 생긴 대표적인 변화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은 기존 쿠팡에 소속됐던 배송기사 ‘쿠팡친구’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서 3월까지 그들의 소속을 물류 자회사 CLS로 전환하고자 했고요. CLS로 전환하는 쿠팡친구에게 ‘화물운송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습니다. 화물운송 자격증이 있어야만 택배전용 노란색 ‘배’ 번호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사전 준비를 취한 것이고요. 이를 통해 과거 이상했던 쿠팡의 물류 아닌 풀필먼트 ‘로켓그로스’는 진정한 의미의 ‘물류사업’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CLS로 옮기는 쿠팡친구가 매일 아침이 불안한 이유(feat. 택배)

커넥터스 취재 결과 로켓그로스의 변화는 소비자가 마주하는 앞단이 아니라, 판매자가 마주하는 ‘뒷단’에 있었습니다. 지난 4월부터 로켓그로스의 새로운 요금제가 도입된 것인데요. 대표적인 변화는 기존 30%대의 판매가격 대비 수수료를 받았던 로켓그로스의 수수료가 일반 마켓플레이스 입점 수수료와 동일한 카테고리마다 다른 10% 내외의 판매 수수료로 내려갔고요.

여기 보관요금과 입출고요금, 배송요금이 추가로 과금되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관요금은 1CBM당 1000원(보관기간 1~30일 기준)으로 재고가 쿠팡 물류센터에 체화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요금이 1CBM당 5000원(91일+)까지 올라가고요. 입출고요금은 상품 사이즈에 따라서 1750원(소형), 1800원(중형), 2400원(대형)이, 배송요금은 2350원(소형), 2500원(중형), 3300원(대형)이 과금됩니다. 본격적으로 쿠팡이 풀필먼트에서 ‘물류비용’을 받기 시작한 거죠.

단순 판매 수수료가 아닌 물류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쿠팡의 운영 최적화 관점에서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됩니다. 이제 쿠팡은 상품 카테고리 특성에 따른 물류 공수와 적재율 등을 감안하여 서로 다른 비용을 판매자에게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풀필먼트 사업자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체화재고’인데요. 팔리지 않고 물류센터에 잔류하는 재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물류센터의 생산성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쿠팡은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늘어나는 비용으로 위험에 대한 금액을 수익화 하게 됐고요. 미래에는 아마존이 이미 하고 있듯, 체화 재고 청산과 관련한 상품까지 론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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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물류사업을 공식화한 쿠팡의 편익이 있다면 바로 ‘반품’ 재고처리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는 것인데요. 기존 특약매입 방식에서는 판매된 이후 재고의 소유주가 ‘쿠팡’으로 바뀌었잖아요? 이는 바꿔 말하면 고객 변심으로 반품되는 상품 재고에 대한 소유 주체가 판매자가 아닌 ‘쿠팡’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번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으로 쿠팡은 이러한 반품 재고에 대한 책임 역시 판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됐고요. 당연히 이에 따라서 생기는 운영비용 절감의 효용 역시 쿠팡이 누리게 됩니다.

쿠팡이 ‘집화’ 사업을 시작했다!

노란색 번호판 화물차가 확산됨에 따라 쿠팡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도 있는데요. 바로 이미 모든 택배사들이 하고 있는 ‘집화(집하)’입니다. 매입한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여 출고시키는 쿠팡의 물류와는 다르게, 기존 택배사들은 고객사의 물류센터나 사무실에서 상품을 사전 집화하는 과정을 선행해야 하는데요. 택배기사들은 배송 업무 중간중간 화주사 집화 업무를 통해 건당 100~400원 정도의 부가 수익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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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쿠팡이 이미 도입하여 확산하고 있는 택배 대리점 사업 ‘퀵플렉스’ 소속 택배기사라고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쿠팡 안에서 집화 업무가 시작된다는 것의 의미는요. 쿠팡이 그들의 물류망을 통해서 기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지만, CJ대한통운이나 한진 등 택배사의 물류를 이용하고 있던 판매자의 물류를 뺏어올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요. 더 나아가 쿠팡 마켓플레이스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지마켓, 11번가처럼 쿠팡 외 플랫폼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의 물류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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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다면 진짜 쿠팡은 ‘택배업체’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게 되는 것이고요. 택배업체가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롭게 이익을 만들 수 있는 ‘수익모델’이 쿠팡 안에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상을 단순히 허튼 소리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쿠팡이 그렇게 많이 따라한 ‘아마존’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일부 구현하여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MCF(Multi-Channel Fulfillment)’가 그것인데요. MCF는 아마존의 물류망을 통해 월마트, 이베이, 쇼피파이와 같은 타 플랫폼 주문 건까지 처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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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택배사의 본격 경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커넥터스는 쿠팡이 최근 이 ‘집화’ 관련 업무를 일부 로켓그로스 입점 업체와 협력하여 테스트하기 시작한 것을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기존 로켓그로스가 3자 판매자가 판매할 재고를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하는 것부터 시작됐다면요. 이 집화 사업은 3자 판매자가 운영하는 여러 물류센터의 재고를 ‘순회 픽업(밀크런)’하여 쿠팡의 물류망을 태워 최종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판매자는 굳이 쿠팡 물류센터까지 상품을 입고하고 여기 입출고 비용과 보관비용으로 대표되는 물류비를 지불하기 아까울 수 있습니다. 물론 쿠팡이 로켓그로스 입점 판매자에게 붙여주는 ‘로켓배송’이나 ‘제트배송’ 뱃지가 만들어내는 매출 상승의 편익이 있지만요. 만약 자가 물류센터를 그대로 운영하면서도 이 뱃지의 효용을 누리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면, 굳이 쿠팡 물류센터까지 여러 재고를 입고하는 행위를 선행할 이유는 없겠죠?

그런데 쿠팡이 공식적으로 3자 판매자의 물류센터에서 ‘집화’를 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면요? 3자 판매자는 자사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을 포장하여 쿠팡에 인계함으로 창고요금을 제외한 ‘배송요금’만 쿠팡에 지불할 수 있겠죠?

쿠팡 입장에도 효용은 명확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미 거대한 규모로 자가 물류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입장에서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굳이 보관한다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요. 이는 곧 ‘로켓그로스’ 확장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이를 집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덩달아 기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지만 CJ대한통운, 한진 등 외부 택배사를 이용하던 고객들까지 쿠팡의 택배망을 이용하도록 하며 택배 관련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겠죠.

나아가 지금은 ‘로켓그로스’에 입점한 일부 업체에 한정적으로 집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요. 복수 판매채널 입점이 일반적인 국내 이커머스 환경상 쿠팡 외에 플랫폼에서 발생한 상품 주문에 대한 픽업까지 쿠팡의 택배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된다면 판매자들은 정말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우체국을 선택하듯, 쿠팡을 하나의 택배 서비스의 대안으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당장 쿠팡의 물류망이 자체 물류를 처리하기만도 여력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요. 물류 투자가 지속되고, 인프라의 여유가 생긴다면 이러한 확장 역시 쿠팡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이미 퀵플렉스로 택배업체의 구조를 갖춘 쿠팡이 심지어 ‘택배업체’들의 비즈니스 영역까지 침투해서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2023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쿠팡 김범석 의장은 ‘로켓그로스’ 사업이 아직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의장에 따르면 로켓그로스 판매 상품 수량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증가했지만요. 아직 쿠팡이 다루는 전체 매출에서 로켓그로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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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배자 번호판’이 붙은 쿠팡 화물차의 등장은 이런 쿠팡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수익모델인 로켓그로스 확장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설명하지 않았지만 4월에 개편된 ‘로켓그로스’에는 판매자의 진입 장벽을 확 낮췄다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기존 일반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었던 로켓그로스가 ‘간이사업자’를 대상으로도 확장했고요. 로켓그로스 입점을 위한 계약서 작성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CJ대한통운을 막론한 택배업체들은 이미 긴장하고 있겠지만요.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더욱 촉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쿠팡의 택배침공은 이제 그 전초전을 시작했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앞서 쿠팡과 택배업체와의 경쟁 구도를 쭉 이야기 했는데요. 사실 쿠팡은 CJ대한통운, 한진 등 다양한 택배업체와 협력 관계를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효율이 잘 나오는 핵심 지역은 쿠팡이 처리하고요. 아직 쿠팡이 직접 하기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지역은 택배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요.

제가 한 말에서 느껴졌겠지만, 이는 겉으로는 협력이지만요. 택배사 입장에서는 언제든 쿠팡이 협력을 접고 그들의 택배망을 바탕으로 협력사의 영역까지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적대적 공생’의 위험을 내포합니다. 이미 지난해 협력사 한진에서 대규모의 물량을 빼버린 쿠팡의 행보가 이 위험이 얼마든지 현실로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의 택배 침공, 한진의 합종연횡, 커넥터스]

택배업체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서 ‘연합군’을 구축하기 위해 한창입니다. 택배업체 스스로 물량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요. 쿠팡이 단순히 ‘택배’ 영역에서만 물류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쿠팡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연합군 구축은 모든 쿠팡 협력 물류업체들의 고민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규모의 법칙이 흔들리는 물류 세상, ‘연합군’ 전략이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것, 커넥터스]

또 오늘 미처 전하지 못했던 쿠팡의 대표 물류망 중 하나는 ‘쿠팡플렉스’인데요. 쉽게 말해 우리 주변 이웃의 ‘자가용 승용차’까지 쿠팡은 배송수단으로 이용하며 시시각각 튀는 이커머스 수요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선 쿠팡플렉스 배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태사자 김형준님의 인터뷰 콘텐츠가 재밌어서 한 번 소개드리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잘나갔던 연예인이 쿠팡플렉스 하는 이유(태사자 김형준), 직업의모든 것]

궁금하실 분이 있을까봐 쿠팡플렉스의 ‘승용차’ 배송은 어떻게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을 피했는지 쿠팡의 입장을 설명 드리면요. 승용차는 ‘화물차’가 아니기 때문에 유상운송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이게 뭔 이야기냐면요. 앞서 이야기했듯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고요. 자동차관리법에서는 ‘화물자동차’를 화물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화물적재공간을 갖추고, 화물적재공간의 총적재화물의 무게가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이 승차공간에 모두 탑승했을 때의 승객의 무게보다 많은 자동차라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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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가용 승용차’의 유상운송 금지는 규제에 없다는 것이 쿠팡측의 설명이고요. 따라서 쿠팡 캠프에서는 ‘픽업트럭’과 같은 화물적재 공간이 큰 ‘화물차’라 볼 수 있는 차량을 몰고 오는 쿠팡플렉스 배송인들의 업무 수행을 막는다고 합니다.

근데 쿠팡플렉스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저런 법을 일일이 신경 쓰고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물적재공간의 총적재화물 무게가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이 승차공간에 모두 탑승했을 때 승객의 무게보다 많은’이라는 법안의 표현이 좀 애매모호하기도 하고요. 누가 차에 실리는 화물의 무게를 일일이 잴 것이며, 승객의 무게 기준은 대체 무엇으로 잡아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로켓그로스 개편에 대해 판매자 관점에서 잘 정리한 콘텐츠가 있어서 소개드리고 싶은데요. 기존 수수료 요금제에서 ‘물류비’가 포함되는 일반 마켓플레이스 요금제로 바뀌면서 판매자들이 실제 내는 로켓그로스 비용의 변화가 언급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프로모션으로 할인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로켓그로스 요금보다 ‘저렴한 것’은 맞지만요. 프로모션은 영원할 수 없고, 체화재고에 따라 증가하는 물류비 등을 장기적으로 고려한다면 기존보다 ‘증가할’ 가능성은 보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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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옛날이야기부터 최근까지 포괄하여 정리하여 특히 분량이 많은데요. 독자 여러분에게 의미있는 내용으로 다가갔으면 좋겠고요. 슬쩍 커넥터스 유료 구독자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번 주에 올라갔어야 할 커넥터스 콘텐츠가 마감 참사로 ‘두 건’이나 누락됐습니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누락된 모든 콘텐츠는 이번 주 중에 모두 송고할 것을 약속드리며, 저는 다음 주에 또 재밌는 유통물류 콘텐츠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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