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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나이키, 삼성의 공통점은 '구매-물류 통합 전략' " 최정욱 국민대 교수가 말하는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

김철민
김철민
- 9분 걸림
"싸게 사는 게 쉬우면 우리 마누라가 박사다."

최정욱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이 유쾌한 표현은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구매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기업의 가치 중 60~70%는 외부에서 조달된다. '무엇을 어떻게 잘 사느냐'는 문제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달 방식의 혁신을 넘어 기업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내부 자산'에서 '외부 연결'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Supply Chain Orchestration)'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급망 혁신, CEO의 책무가 되다

애플의 팀 쿡은 종종 '회계사 출신 CEO'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을 혁신하며, 제조 역량이 없음에도 제조업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 모델을 구축한 핵심 인물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연결의 경제학'이라 정의한다. 실제로 애플, 나이키, 코스맥스 같은 대표적 제조기업들은 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제조업의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 비결은 강력한 구매 전략과 공급망 설계 능력, 그리고 이들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에 있다.

이는 과거 수직적 통합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던 전략에서, 수평적 연결과 조율을 통한 가치 창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연결 자산(connection asset)은 이제 물리적 자산보다 2~3배 높은 ROI를 창출하는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TCO와 TVO, '싸게 사기'보다 중요한 것들

전통적인 구매는 '단가'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TCO(Total Cost of Ownership), 나아가 TVO(Total Value of Ownership) 관점에서 접근한다.

GM과 도요타의 경쟁은 그 대표적 사례다. GM은 부품 단가만 보면 도요타보다 평균 10~15% 저렴했지만, 품질 문제, 납기 지연, 재고 비용을 고려한 TCO는 오히려 15~20% 높았다. '싸게 샀지만 결국 비싸게 치른' 셈이다.

따라서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구매 가격 대비 TCO 비율'을 주요 성과 지표로 삼고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총 소유비용 대비 높은 효율을 의미하며, 구매 전략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물류는 더 이상 '운송'이 아니다

기업 내에서 물류는 오랫동안 '비용 센터'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물류는 공급망 최적화와 고객 경험을 결정짓는 전략적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머스크(Maersk)는 2022년부터 자사 정체성을 '운송회사'에서 '공급망 통합자(Global Supply Chain Integrator)'로 전환하며, 디지털 플랫폼과 가시성 솔루션에만 약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물류가 단순 운송이 아닌, 공급망 설계와 최적화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가치창출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확장된 구매, 경험과 가치까지 구매하라

최 교수가 제시한 '확장된 구매(Extended Purchasing)'는 제품이나 자재를 넘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과 기능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조달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읽고, 음악을 틀고, 마사지까지 제공하는' 모빌리티 공간을 원한다. 이러한 기술이 사내에 없을 경우, 구매를 통해 외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현대차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확장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매 전략은 더 이상 조달 부서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 정체성 확장 자체를 견인하는 핵심 엔진이 되었다.

구매와 물류의 전략적 통합, SCM의 본질

"세탁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재료비이고, 그 재료는 물류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말은 구매와 물류가 분리 불가능한 전략적 기능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급망 경쟁은 결국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대 공급망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게이 레츠(系列)' 공급자 구조를 통해 품질, 납기, 유연성 모두에서 GM을 능가했고, 이것이 양사 간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의 근본적 차이를 만들어냈다.

동반성장,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

많은 기업이 협력사 지원을 '사회적 책임'이나 '정부 권고사항' 정도로 인식한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제시한다.

"삼성이 협력사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무너지면 삼성도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협력사 품질 개선에 1원을 투자했을 때, 약 3.2원의 품질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이는 ROI 220%에 해당하는 전략적 투자다. 협력사 육성은 이타 주의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공급망 통합의 4단계 성숙도 모델

최 교수는 구매와 물류의 통합을 다음과 같은 4단계 성숙도 모델로 설명한다.

  1. 기능적 분리 (Functional Silos): 구매와 물류가 독립적으로 운영
  2. 교차 인식 단계 (Cross-functional Awareness): 상호 영향 인지
  3. 협업 단계 (Collaboration): 공동 의사결정 수행
  4. 전략적 통합 (Strategic Integration): 통합 SCM 전략 수립 및 실행

글로벌 기업의 70%는 이미 3~4단계에 진입해 있으나, 국내 기업 다수는 아직 1~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오히려 한국 기업에게 '구매-물류 통합'이 미개척된 경쟁력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 용어로 읽는 미래 SCM

  1.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 공급망 구성요소를 조율해 전체 최적화를 달성하는 전략적 운영 능력
  2. 연결 자본(Connection Capital): 네트워크, 파트너십, 협업 수준 등 조직 외부와의 연결 역량 총합
  3. TVO(Total Value of Ownership): TCO를 넘어, 협력관계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까지 고려하는 평가 개념
  4. 5PL: AI ·빅데이터 기반으로 공급망을 예측·분석·통제하는 디지털 기반 고도 물류 플랫폼
  5. PLLI(Procurement-Logistics Integration Index): 조직 내 구매-물류 통합 수준을 진단하는 정량적 지표

결론: 연결의 질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20세기에는 '잘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잘 연결하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

기술과 자본, 공장과 인력은 이제 기본 요건일 뿐, 연결의 방식과 깊이가 경쟁력의 본질이 되었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매와 물류라는 양 날개를 전략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단편적 거래에서 벗어나, 공급망 전체를 조망하는 ‘조율자(orchestrator)’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최정욱 교수는 현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구매, SCM, 생산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 경영대학과 Arizona State University Supply Chain 학과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한국구매조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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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네카쿠배경제학』의 저자이자 네이버 프리미엄 유통물류 전문 채널 '커넥터스' 운영사인 비욘드엑스 대표입니다.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이 물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공급망의 진화 과정과 그 역할을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 물류 혁신 정책 수립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eyon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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