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는 게 쉬우면 우리 마누라가 박사다."

최정욱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이 유쾌한 표현은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구매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기업의 가치 중 60~70%는 외부에서 조달된다. '무엇을 어떻게 잘 사느냐'는 문제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달 방식의 혁신을 넘어 기업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내부 자산'에서 '외부 연결'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공급망 오케스트레이션(Supply Chain Orchestration)'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급망 혁신, CEO의 책무가 되다

애플의 팀 쿡은 종종 '회계사 출신 CEO'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을 혁신하며, 제조 역량이 없음에도 제조업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 모델을 구축한 핵심 인물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연결의 경제학'이라 정의한다. 실제로 애플, 나이키, 코스맥스 같은 대표적 제조기업들은 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제조업의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 비결은 강력한 구매 전략과 공급망 설계 능력, 그리고 이들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에 있다.

이는 과거 수직적 통합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던 전략에서, 수평적 연결과 조율을 통한 가치 창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연결 자산(connection asset)은 이제 물리적 자산보다 2~3배 높은 ROI를 창출하는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TCO와 TVO, '싸게 사기'보다 중요한 것들

전통적인 구매는 '단가'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TCO(Total Cost of Ownership), 나아가 TVO(Total Value of Ownership) 관점에서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