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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오늘의집, 오카도에서 배운 것... 물류 혁신의 문법은 어떻게 바뀌었나

김철민
김철민
- 14분 걸림

“과거의 이커머스는 업계의 문법을 깨는 창조적 파괴자였지만, 이제는 기존 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설계하는 동반자로 진화해야 합니다”

물류 혁신의 최전선에서 10년을 보낸 강성주 오카도솔루션즈 한국 파트너십 담당 이사의 말입니다.

그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맥킨지에서 글로벌 오퍼레이션 담당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마켓컬리 물류 담당 리더로 새벽배송의 초석을 다졌고, 오늘의집의 운영 총괄로 가구 물류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현재는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에서 한국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오카도와 롯데쇼핑의 협업 첫 결과인 ‘롯데마트 제타’가 공개됐는데요. 그는 2년 전 롯데와 오카도가 체결한 1조원 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 물류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늘의집은 어떻게 ‘가구 물류’의 야생을 헤쳐가고 있나
PROLOGUE 어서 와, ‘물류’는 처음이죠? 2022년 2월 기준 월간 거래액 1800억원. ‘국내 최대’를 자부할 수 있는 인테리어 버티컬 커머스 오늘의집의 성과는 ‘물류’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의집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인테리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각 분야 국내 1위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과 글로벌 선도 리테일 테크 기업을 아우르는 그의 이력은 국내 이커머스 물류의 진화 과정을 보는 듯합니다. 오늘 ‘커넥터스가 만난 사람들’에서는 강성주 이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물류 혁신이라 불리는 것들이 어떤 형태로 바뀌었고, 재구성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오카도의 격자형 로봇 자동화 설비 ⓒOcado

컬리: 기존 물류 체계를 해체한 프레시 커머스의 선구자

“고객 조사만으로는 절대 샛별배송 같은 혁신이 탄생하지 않습니다. 물류 혁신의 본질은 기술적 도약이 아니라 고객 경험의 근본적 재설계에 있습니다”사

강 이사는 마켓컬리 초창기, 김슬아 컬리 대표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물류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전통적인 물류에 대해서 잘 몰랐던 그가 맡았던 샛별배송은 2년 반 만에 물류 처리량 13배 증가, 피킹 작업자 4천명, 배송 차량 1500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운영을 수반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강남보다 동탄에서 더 높은 구매력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기존 유통망에서 소외된 지역의 잠재 수요를 발굴한 결정적 증거였죠”

그의 흥미를 끈 것은 데이터가 보여준 예상치 못한 패턴이었습니다. 그가 말한 동탄에서의 신규 수요 발굴 사례는 물류 혁신이 단순한 배송 속도 경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류는 어찌 보면 새로운 시장 기회 발굴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류 효율화만 고집했다면 샛별배송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투자자들은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자본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소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여기 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점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성장 철학입니다. 컬리, 쿠팡 같은 기업을 중심으로 물류 영역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 있었던 이유는 운영 방법이나 기술 수준의 차이보다는 여기 투자한 자본의 ‘철학’에서 찾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은 물류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물류비용 절감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비자 행동 양식을 재정의 하는 물류를 고민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물류 시장에서도 위메프나 티몬은 비용 효율성을 택했고, 컬리와 쿠팡은 성장 속도를 우선시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철학이 경영 의사결정에 깊이 스며든 결과입니다”

강 이사는 최근의 물류 혁신이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시장 표준을 재정의 하려는 거시적 움직임의 결과라 평가합니다. 특히 쿠팡의 물류 인프라 투자와 컬리의 콜드체인 구축은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닌,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 봤습니다.

“일시적인 시간 동안 진행하는 특가 딜과 다르게 배송 시간을 재정의 한다면 소비자의 구매 주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전략이었습니다”

오늘의집: 콘텐츠 기반 물류의 새로운 가능성

오늘의집의 사례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지 보여줍니다. 가구 이커머스의 핵심 과제는 온라인에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용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집은 이 문제의 해법을 기술이나 물류 시스템이 아닌,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서 찾았습니다.

오늘의집의 ‘버티컬’은 커머스를 향하지 않는다
CHAPTER 1 커뮤니티에서 버티컬 슈퍼앱으로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얼마 전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 소식을 밝혔습니다. 산업은행이 1000억원을 투자하며 주도한 이번 투자에는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KB디지털플랫폼펀드, 스마일
“오늘의집은 3년간 상업적 수익 없이 사용자 인테리어 사진만 축적했습니다. 이는 전통적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이었죠”

강 이사는 오늘의집이 콘텐츠를 쌓아온 과정이 결국 ‘구매 확신(Confidence to buy)’이라는 가구 이커머스 물류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찍어 올린 수십만 장의 인테리어 사진은 가구 구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었고, 이는 고객 주문을 이끌어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개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그의 접근법은 물류 혁신이 반드시 자동화나 배송 속도 향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또 물류 서비스 구축에 있어 전통적인 ‘이동과 보관’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던집니다. 물류는 물류를 넘어 고객 경험의 전 주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재정의 돼야 합니다.

오카도: 자동화를 넘어선 물류 생태계의 구축자

오카도는 영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없는 온라인 식료품 유통 사업으로 성공한 유통업체로, 완전 자동화된 물류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있어 오카도는 유통업체들의 경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파트너’가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물류 혁신의 다음 단계는 기존 체계의 전면적 대체가 아닌, 공존과 협력입니다”

강 이사는 오카도의 글로벌 전략의 성공은 혁신과 통합의 균형에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오카도는 한국에서는 롯데마트, 일본에서는 이온, 호주에서는 콜스 등 현지 유통 강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의 자동화 물류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은 ‘리테일’로 돈 벌지 않는다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데일리트렌드’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CHAPTER 1 ‘이온’의 리테일이 흔들린다? 뉴스에서 하루가 머다하고 언급되는 ‘경기 불황’이란 단어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지난달 받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만 봐도 쉽지 않은 분위기가 체
“완전 자동화 물류센터는 단순히 인건비를 절감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재고 정확도와 제품 신선도, 주문 처리 속도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통합 시스템입니다”

오카도의 자동화 솔루션은 단순한 로봇 도입이 아니라 전체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종합적 접근법을 택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물류 자동화가 비용 절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오카도가 롯데와 함께 구축 중인 자동화 물류센터는 향후 한국 식품 물류의 표준이 되고자 합니다. 이는 물류 기술이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경쟁 우위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인프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물류의 본질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물류 적용입니다. 빠른 의사결정, 실패 허용, 그리고 지속적 개선 사이클이 핵심입니다”

물류 혁신의 근간과 패러다임 전환

강 이사는 물류 혁신의 근간이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사람과 조직 문화’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커머스 물류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의사결정 구조: 현장 실무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수평적 구조

2. 성과 측정: 객관적 지표를 통한 즉각적 피드백 시스템

3. 보상 체계: 회사 성장에 동참하는 스톡옵션 중심의 인센티브

4. 인재 밀도: 최고의 물류 시스템은 최고의 인재

그는 특히 이 4가지 요인 중에서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와 자율성, 실력 기반 성장, 명확한 보상이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류 산업의 미래는 이러한 인재들을 어떻게 유치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류 산업은 이제 파괴적 혁신이라는 낭만적 단계를 지나 실질적 가치 창출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강 이사의 이야기는 국내 물류 산업이 ‘창조적 파괴’ 단계를 지나 ‘통합적 혁신’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물류 혁신은 기존 시스템의 대체가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물류의 미래는 기술력 경쟁이 아닌 협력적 생태계 구축에서 찾아야 합니다. 강 이사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파괴자가 아닌 동반자로 지속가능한 물류 혁신을 이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물류 산업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는 기술적인 과제를 넘어 파괴가 아닌 통합, 경쟁이 아닌 협력, 그리고 혁신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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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도롯데마트 제타마켓컬리오늘의집분석룸

김철민

『네카쿠배경제학』의 저자이자 네이버 프리미엄 유통물류 전문 채널 '커넥터스' 운영사인 비욘드엑스 대표입니다.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이 물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공급망의 진화 과정과 그 역할을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 물류 혁신 정책 수립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eyon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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