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한 달 내내 ‘공짜 배송’을 멤버십에 녹인 이유는?
※ 이 콘텐츠는 커넥터스와 ‘트렌드라이트’의 제휴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1. 컬리가 최근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기긴 하지만 오랜 숙원이었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다시금 성장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요. 지난 6월 25일 첫 선을 보인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 론칭이 대표적입니다.
2. 그런데 사실 컬리나우만큼 부각은 안됐지만, 테스트 단계인 퀵커머스 서비스와 달리 컬리의 전체 손익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의사결정처럼 보이는 발표가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3. 컬리가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고객을 대상으로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쿠폰을 무려 31장이나 매달 제공한다는 거였는데요. 31장이면 한 달 내내 쓰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숫자이고요. 사실상 멤버스 고객에게는 ‘완전 무료 배송 혜택’을 주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4. 잠깐 소개하자면 컬리멤버스는 월 1900원에 가입할 수 있는 컬리의 유료 멤버십입니다. 기본적으로 월 이용료 1900원을 내면 2000원을 즉시 적립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요. 컬리가 이번 무료배송 쿠폰 31장 지급 소식을 알리면서 ‘월 0원으로 매일 무료 배송’ 혜택을 강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5. 컬리에 따르면 컬리멤버스 고객은 장보기 스타일에 따라서 자주 구매하는 고객은 ‘코어’를, 한 번에 많은 액수를 구매하는 고객은 ‘플러스’를 사용하면 좋다고 가이드 합니다. 이번에 무료 배송 쿠폰 31장이 제공되는 것은 ‘코어’ 옵션인데요. 지난해 8월 컬리멤버스 출시 이전 월 4500원에 무제한 무료배송(최소주문금액 15000원) 혜택을 제공했던 컬리의 유료 멤버십 ‘컬리패스’가 컬리멤버스 혜택에 다시 결합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무제한 무료배송이 흑자 반전을 만든다고요?
6. 그렇다면 이제 막 흑자 전환에 성공한 컬리가 이렇게 과감한 수를 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컬리의 과감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적인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7. 사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어떻게든 주문 한 건당 평균 금액을 끌어올리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고객이 상품을 결제하면, 물류센터에 전달이 되고, 출고 및 포장 과정을 거친 후 택배사를 통해 배송되게 됩니다. 여기서 출고 및 포장비용이나 택배 배송 비용은 주문 한 건 단위로 과금되기에, 고객의 평균 주문 금액이 커질수록 이커머스 기업의 이익률은 증가합니다.
8. 예를 들어 배송비가 2천원일 때, 주문 금액이 2만원이면 비용률이 10%이겠지만요. 주문 금액이 4만원이라면 배송 비용률은 5%로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객의 건당 주문금액을 높이기 위해 연계 구매 추천 기능을 고도화하거나, 대용량 상품일수록 할인 폭을 크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합니다.
9. 그런데 이러한 업계의 일반적인 트렌드에 반하는 전략을 펼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쿠팡입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를 통해 최소주문금액 조건 없는(로켓프레시의 경우 1만5000원)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고객 주문 숫자와 빈도는 성장하겠지만, 대신 평균 주문금액은 하락하게 됩니다.
10.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쿠팡의 손익은 급속도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들과 달리 쿠팡이 물류센터 운영은 물론 상품 배송까지 직접 고용한 인력을 중심으로 처리하기 때문인데요. 쿠팡의 주문 숫자가 늘어나면 물류센터 가동률과 배송 집적도가 올라가고,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쿠팡의 길을 따르는 컬리, 다른 점은?
11. 컬리가 멤버스 혜택 개편에 나선 것 역시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컬리는 작년에만 창원과 평택에 각각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이 오픈하였고요.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을 통해 자체 배송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 결국 이번 의사 결정은 컬리에게 있어서, 주문 단위당 손익을 개선하기 보다는요. 주문 숫자의 성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당면 과제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당장 컬리의 손실은 늘어날지 몰라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격적인 무료 배송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3. 더욱이 컬리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주문 빈도를 높여, 고객이 컬리를 ‘주 구매 채널’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고객들은 한 번 정한 주 구매 채널을 잘 떠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공산품과 달리 품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몇 번의 만족을 경험하면 이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14. 다만, 그러려면 고객이 자사 채널에서 보다 자주 구매하도록 하여 신뢰도를 쌓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컬리는 이를 멤버스 기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1900원이라는 최저 멤버십 가입비를 제시하여 허들을 낮춰 일단 고객을 모으고요. 여기에 가입비 이상의 적립금에 더해 할인 쿠폰을 계속 제공하면서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형태입니다.
15. 이렇게 컬리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게 된다면, 이는 다시 더 나은 공급가 협상력과 물류 효율 증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자연스레 후발주자들이 건너올 수 없는 경제의 해자를 형성하며, 컬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마치 쿠팡이 걸어갔던 길을 컬리도 똑같이 따라가게 되는 거죠.
16. 하지만 여기서 변수는 역시나 ‘상품 가격’입니다. 공산 생필품이 주력이었던 쿠팡의 경우,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동시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최저가를 유지하여 재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는데요.
17. 반면 컬리는 고품질이라는 강점을 지닌 대신에, 상품 가격은 다소 비싸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비싼 상품 가격이라는 장벽 때문에 지속적인 쿠폰 할인을 더해 일부 수요는 직접 만들어내야 할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최소한의 흑자는 지켜야 하는 컬리의 현 상황에서, 쿠폰 할인에 필요한 마케팅 비용은 상당한 제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8. 물론 컬리는 가격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PB를 강화하고, 독점 상품을 확보하여 가격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차별화 상품군을 늘려나가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얼마나 고객을 설득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컬리의 중장기 전략의 성공을 좌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