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 복만사가 미국 시장에 침투한 비법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2월 12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커넥트레터 구독하기(무료)

카카오톡으로 소식 받기(무료)

온라인 거래가 주는 재미

안녕하세요. 이번 주 커넥트레터로 인사드리는 신승윤입니다. 최근 제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온라인 RPG 게임이 있으니 바로 ‘바람의나라 클래식’입니다. 한번쯤 들어보셨을 넥슨의 그 바람의나라가 맞고요. 클래식이란 부제가 붙은 건 이 바람의나라를 2000년대 초까지 서비스한 구버전으로 베타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료 정액제 게임이었던 바람의나라는 제게 메타버스 세상을 알게 해준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데요. 현실보다도 이 세계에 접속하고 싶어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모아 정액 요금을 내 보기도 했고요. 또는 PC방 사장님에게 기본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바람 자리’를 매번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레벨업보다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사람들과 수다 떠는 맛에 했던 게임이기에 여전히 얼굴을 알지 못하는 온라인 친구들도 많았죠.

바람의나라 클래식 출시 소식에 약 40만명의 유저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넥슨

그런 바람의나라는 제가 처음으로 ‘판매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RPG 게임은 유저 간에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거래하면서 성장을 도모하기 마련인데요. 늘 상거래에서 구매자 역할만 했었던 당시 12살의 제가 상대방과 장시간 흥정을 해가며 물건을 팔아본 경험은 굉장히 특별했습니다. 또 워낙 사기꾼이 많았던 게임이기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코만 베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죠.

하여 바람의나라 클래식 출시 소식에 오픈일부터 얼른 닉네임 선점에 나섰는데요. 어이가 없게도 서비스 초창기 거래 기능을 구현해 놓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유저들은 상당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캐릭터 간 거리를 두고서 각각 동시에 아이템과 돈을 버린 뒤 자리를 바꿔 교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사기꾼들이 창궐하며 무한 불신의 늪에 빠진 겁니다. 저 역시 ‘흑월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2번이나 사기를 당해 돈만 날렸어요.

다행히도 현재 바람의나라 클래식은 거래 기능이 추가돼 더 이상 원시적 방법의 거래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 일일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찾아다녀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용 커뮤니티를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거래 대상을 찾을 수 있어요. 국내성 동쪽에서 몇 시간이고 ‘OO 팜 가격 제시’를 외치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죠. 오히려 유료 정액제이던 시절보다 무료인 현재의 유저 시간 효율이 더 좋아진 모습인데요. 예전만큼의 설렘은 아니나 여전히 좋은 아이템을 모으고, 이를 적절한 가격에 팔기 위한 과정이 이 오래된 할아버지 게임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잠시 추억에 잠겨 봤고요. 본격적으로 뉴스픽 시작하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한방 화장품과 냉동 김밥, 미국에서 먹히네요?

지난 10일 한진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이커머스 셀러들을 위한 컨퍼런스 ‘언박싱데이(UNBOXING DAY)’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 커넥터스도 초대받아 다녀왔는데요. 이날 무대에는 실제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브랜드 관계자가 직접 나와 관련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K-뷰티 브랜드이자 한방 화장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선미녀’, 그리고 미국에서 품절 대란이 일었던 냉동 김밥 제조사 ‘복만사’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관련 내용을 추려 정리해봤습니다.

한진 '언박싱데이' 행사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이승윤 건국대 교수, 박현수 구다이글로벌 COO, 조은우 복만사 대표 ⓒ커넥터스

아마존 랭킹 1위를 만든 성장 변곡점

조선미녀는 ‘구다이글로벌’이 소유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조선미녀의 대표 상품인 ‘맑은쌀 선크림’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400억원 달성에 성공했다고요. 구다이글로벌은 2019년 조선미녀를 인수, 브랜드 전개 초기부터 해외 브랜드명을 ‘Beauty of Joseon’으로 정해 국내보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이 조선미녀를 인수할 당시 매출은 1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2021년 30억원, 2022년 400억원, 2023년엔 1400억원 규모로 키운 것인데요. 박현수 구다이글로벌 COO는 조선미녀의 2024년 매출을 3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거만 해도 K뷰티는 중국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얻은 결과라고요.

“조선미녀는 회사가 가장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중국 수출 붐이 일던 2015년 설립했는데요. 이후 한한령 사태가 터지며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와중에 우연히 거래처 브랜드 중 조선미녀가 매물로 나왔고, 이를 인수해 이번엔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도전해보기로 하며 시작된 겁니다”
- 박현수 구다이글로벌 COO

조선미녀는 국내에선 어쩌면 다소 촌스럽게 들릴 수 있는 이름인데요. 오히려 해외에서는 신비로운 동양의 분위기를 풍김과 동시에, 이것이 주력 상품인 한방 화장품과 시너지를 내면서 ‘모던 한방’이란 독특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박 COO는 “브랜드 이름부터 서체까지 한국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초기부터 공을 들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선미녀가 미국 시장을 공략한 이유에 대해 박 COO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 K팝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증가하던 때였고, 이때 모던 한방 화장품이란 조선미녀의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질 수 있겠다고 봤답니다. 기존 한방 화장품 라인은 꽤 고가로 형성돼 있었기에 조선미녀는 가격 허들을 낮추면서 보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고요. 특히 색조 화장품을 주로 소비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기초 화장품으로서 한방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 유효했다고 합니다.

관련해 조선미녀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게 유효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미녀는 글로벌 벤더사 ‘실리콘투’와 협력해 해외 물류, 현지 마케팅, 오프라인 유통망 구축을 함께했고요. 이를 통해 현지 시장 특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여 효과적인 진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진출 후에는 현지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과 협력해 제품 판매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직접적 피드백을 수집했습니다. 현지 적합성 평가와 함께 필요한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요.

조선미녀의 성장 변곡점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91만 팔로워 보유 틱톡커 Sarah Palmyra와 160만 팔로워 보유 틱톡커 Ava 등이 조선미녀 선크림을 사용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큰 바이럴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사실 당시 구다이글로벌은 마케팅 예산이 부족하여 해당 소수의 틱톡커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오히려 이게 잘 들어맞아, 이후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조선미녀 제품을 무상으로 협찬하는 등 성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때마침 햇빛 알레르기와 피부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조선미녀 선크림 바이럴 마케팅과 연결되면서 인지도를 크게 올렸고, Ava와는 콜라보 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돈독한 협력관계가 됐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1년 사이 유망한 K뷰티 브랜드를 연달아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등인데요. 이 두 브랜드 역시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조선미녀와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이뤄 전 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라 합니다. 특히 티르티르는 쿠션 라인에 강점이 있고, 라카코스메틱은 일본 매출 비중이 높은지라 세 브랜드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여러 국가에서 매출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란 게 뷰티 업계 관계자의 평가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신화숙 대표가 말하는 아마존의 ‘초격차’, 한국 브랜드 쟁탈전이 두렵지 않은 이유, 커넥터스]

냉동 김밥으로 미국인 입맛 공략한 썰

국내 냉동 김밥 1호 개발 업체 ‘복만사’는 복을 만드는 사람들을 줄인 이름입니다.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한 복만사 냉동 김밥은 경상남도 하동에서 만들어진 건데요. 로컬 기업 복만사는 작은 지방 도시에서 지난해 매출 57억원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이 됐고요. 올해 100억원 매출을 앞두고 있다 합니다.

조은우 복만사 대표는 복만사를 시작하기 전 고깃집, 죽집 등 여러 사업을 벌였다 합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고, 하동으로 도망치듯 귀촌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하동에서 다양한 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합니다. 다양한 간식을 개발해 놀이공원이나 휴게소에 납품하며 2019년 연매출 18억원 달성에 성공하는데요.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매출의 80%가 빠지며 다시 큰 위기를 맞았는데요. 이를 냉동 김밥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합니다.

“냉동 김밥은 부도 위기를 맞은 복만사의 마지막 돌파구였습니다. 해동해도 터지지 않는 냉동 김밥을 만들기 위해 수분 제어 기술에 많은 공을 들였고요. 그래서 냉동 김밥엔 오이같이 수분이 많은 재료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른 재료도 최대한 말려서 들어가요. 여기에 복만사가 개발한 급속 냉동 기술과 전용 용기를 더해 지금의 인기 상품을 완성했습니다”
- 조은우 복만사 대표

복만사는 미국의 대형 유통사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와 협력했습니다. 냉동 김밥에 대한 현지 소비자 반응과 구매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고요. 진출 초기 여러 종류의 김밥을 수출했는데, 그 중 유부우엉 김밥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크다는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우엉의 식감과 달고 짠맛이 미국인들에게 불고기 소스를 연상시키게 했다는데요. 이처럼 현지 입맛 공략의 중요성을 깨달은 복만사는 이후 키토제닉, 할랄 등 새 김밥 개발에 응용 중입니다.

그리고 복만사 역시 조선미녀처럼 소셜 미디어 덕을 크게 봤습니다. 지난해 여름 재미교포 Sarah Ahn을 시작으로 다수의 인플루언서들이 한국 냉동 김밥 시식 영상을 공유했고요. 이것이 유행과 챌린지로 이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중동 같이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한국산 냉동 김밥에 관심을 갖고 주문하기 시작했다고요.

현재 복만사 냉동 김밥은 미국에서 2.99~3.99 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김밥의 기본 가격이 10달러 가까이기에 냉동 김밥의 가성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건데요. 게다가 복만사는 꾸준히 웰빙 푸드 브랜딩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육류는 통관이 까다로워 채소 위주로 김밥을 쌌는데, 이게 현지에선 ‘비건 김밥’으로 알려지며 식단 관리를 위한 필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요. 나아가 현지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운맛 김밥 라인을 새롭게 개발 중이라는데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커머스 마케팅 전쟁은 계속된다

조선미녀와 복만사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엔 역시 현지 맞춤 마케팅 전략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처럼 온·오프라인 커머스 업계에선 지금도 새로운 마케팅 방식과 채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가운데 당근이 로컬 마케팅의 블루오션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취재에 동네 사장님들은 네이버 광고보다도 당근 광고를 더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분야’ 가게와 업체들을 중심으로 말이죠. 관련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즘 네이버 말고 당근 광고 한다고요? 당근이 로컬 마케팅의 블루오션 된 사연, 커넥터스]

한편 최근 들어 위기론에 휩쌓인 커머스 기업들이 있습니다. 한때 D2C(Direct to Customer) 성공 신화를 만들기도 했던 면도기의 달러쉐이브클럽, 안경의 와비파커와 같은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들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에서 D2C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그럼 이대로 D2C는 지나간 유행이자 실패 사례로 남는 걸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D2C의 종말? 그럼에도 ‘자사몰’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커넥터스]

이번에는 구매대행 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최근 AI 기술이 커머스 시장에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해외 상품을 국내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AI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중인데요. 무려 삼성전자의 음성 인식 AI 플랫폼 ‘빅스비’ 개발에 기여한 개발자들이 창업 및 출시한 구매대행 솔루션이 있습니다. 바로 ‘픽투셀’인데요. 이 솔루션을 만든 기업 그로들의 김규영 대표를 만나 창업부터 현 솔루션 운영 상황, 향후 비전까지 종합적으로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삼성전자 출신 AI 개발자들이 만든 구매대행 솔루션은 뭣이 다를까, 커넥터스]

마지막은 요즘 같은 때 무척이나 반가운 투자 유치 소식입니다. 에이블리가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전했는데요. 연초부터 퍼지던 알리바바의 에이블리 투자설이 현실로 일어난 거죠. 그럼 이미 막대한 공급처 네트워크와 글로벌 물류망을 갖춘 알리바바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의 에이블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로벌 패션업계 관계자들과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짜봤고, 이에 대한 에이블리의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에 투자한 이유, 두 가지 시나리오와 에이블리의 입장, 커넥터스]

연말이 되며 일도 바쁘고, 모임도 늘어 다들 피로 누적으로 고생하실 거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기온까지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시길 바라면서 이번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NOTICE]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비즈니스 채널 구독자수 1위. 7000명 이상의 실무자, 대표자가 선택한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뉴스레터 무료 구독]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