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무역 지도를 펼치다: 지정학 격변기의 글로벌 무역 재편과 기업 생존 전략

북미·중국·글로벌 사우스의 삼각 구도로 재편되는 세계 무역, 한국 기업의 대응은?

지난 10년간 세계 무역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때 자유무역의 깃발 아래 하나로 통합되는 듯했던 세계 시장은 이제 지정학적 균열과 경제 안보의 논리에 따라 새로운 경계선을 그리고 있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계 무역은 연평균 2.9%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그 성장의 양상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북미 지역의 '경제 요새화'다. 미국은 리쇼어링(본국 회귀), 니어쇼어링(인접국 생산), 프렌드쇼어링(우방국 협력) 전략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북미 경제권의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통한 북미 경제 통합과 첨단 산업 육성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서방과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독자적인 경제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대일로(BRI) 사업을 통한 신흥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 확대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 새로운 세계 질서의 형성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상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세계 경제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개발도상국들이 이제는 능동적인 경제 주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세안 등은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며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은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트 차이나'를 표방하며 고도성장을 이어가는 인도는 미국, EU,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미국, 인도 등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기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감지 및 대응 능력을 키우고, 성장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며, 스마트한 니어쇼어링 전략을 통해 생산기지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북미의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활용한 시장 진출, 아세안과 인도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EU의 환경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 요구된다. 무역 지형의 대전환기,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 무역은 단순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넘어 지정학적 영향력과 경제 안보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새롭게 그려지는 무역 지도 위에서 기업들은 더욱 전략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정확한 현실 인식과 미래를 향한 선제적 대응이다.


○북미, '요새'를 구축하다: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미국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북미를 탄탄한 '무역 요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니어쇼어링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제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인프라 확충과 2026년 USMCA 재협상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특히 USMCA 재협상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국, 서방과의 '디커플링' 심화,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미국 및 EU와의 무역 마찰 심화로 중국은 '홀로서기'를 위한 전략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서방과의 무역은 감소하는 반면, 글로벌 사우스와의 무역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대일로(BRI) 사업을 통해 신흥 시장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중국-러시아 간 경제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전환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 압박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공급망 재편, 기술 경쟁 심화 등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 세계 무역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다

개발도상국들은 더 이상 세계 경제의 변방이 아닙니다. 글로벌 사우스는 새로운 무역 동맹과 파트너십을 통해 서방 의존도를 줄이고, 세계 무역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세안 등 지역 블록들은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고, 북반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성장과 공급망 참여 확대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사우스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세안,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거점,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

미·중 갈등 속에서 아세안은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차이나+X' 전략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중국과의 무역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U의 탄소 규제 강화는 아세안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입니다. 아세안 진출 한국 기업들은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EU 시장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인도, '포스트 차이나'를 꿈꾸다: 고성장과 기회의 땅

인도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정부 지원,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무역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EU, 아세안 등 주요 경제 블록과의 무역 협력을 강화하며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합니다.

EU,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에너지 위기 등으로 EU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정체, 러시아와의 무역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 인도, 아프리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EU의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도입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기업 리더들을 위한 5가지 생존 전략

  1. 회복력 있고 투명한 공급망 구축: 공급망 다변화,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핵심 부품 자체 생산 등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2. 지정학적 역량 강화: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감지 및 대응 능력을 키우고, 유연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3. 성장 시장에서의 존재감 확대: 글로벌 사우스 등 고성장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4. 스마트 니어쇼어링 채택: 생산 거점을 본국 시장 근처로 이전하여 비용 절감, 공급망 안정성 확보, 탄소 배출 감소 등의 효과를 누려야 합니다.
  5. 지역 차별화에 투자: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변화에 대한 민첩성을 높이고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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