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에 나타난 ‘카카오 물류센터’의 정체
카카오 간판을 건 물류센터가 곤지암에 나타났다는데...
카카오 물류 연합군도 움직입니다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네이버 풀필먼트센터가 위치한 동네죠.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연면적 1560평(상온) 규모의 노란색 물류센터가 나타났습니다. 이미 준공을 마친 이 건물에는 속속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자동화 설비가 들어서고 있고요. 어느 정도 이상의 화주사 물량 유치를 마친 올 상반기 개장을 목표하고 있는데요. 이 물류센터의 정체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 아세테크와 함께 구축한 ‘카카오i 라스(LaaS; Logistics as a Service) 랩 1호점’입니다.
지난해 5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물류 솔루션 사업을 공식화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죠. 물류센터를 시작점으로 물류가 필요한 화주사와 물류사를 연결하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IT 기술을 적용하여 솔루션 사용료와 중개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설계했다는 이야기도 이미 했습니다. 그랬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이제 솔루션을 넘어 직접 물류까지 넘보는 것일까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이 노란색 물류센터는 ‘카카오’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카카오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제휴하여 카카오i라스 랩을 구축한 ‘아세테크’가 물류센터 운영을 담당하고요. 이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사가 지불하는 물류비를 수령하는 주체 또한 아세테크(정확히 말하면 아세테크 관계사인 ‘이트렁크’)입니다.
그렇다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역할이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화주사들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는 카카오i LaaS 플랫폼에서 여타 제휴 창고 파트너와 마찬가지로 ‘카카오i라스 랩’을 선택하여 물량을 위탁할 수 있고요. 이 물류센터 안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개발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OMS(Order Management System)’입니다. 현재 아세테크의 WCS(Warehouse Control System)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솔루션을 연동하는 과정을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고요.
물류센터에 찍힌 ‘카카오’ 브랜드
요컨대 카카오i라스 랩은 마치 플래그십 매장처럼 ‘카카오 브랜드’를 물류센터 전면에 내걸고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해당 물류센터의 화주사 영업 또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원합니다. 물류센터 운영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물류 파트너 업체가 담당하지만, 물류센터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것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고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i라스 랩을 향후 3~5개까지 확장할 예정입니다. 카카오i라스 랩 곤지암 1호점은 ‘아세테크’와 제휴해서 설립했지만, 이후 설립하는 2호점, 3호점 물류센터는 아세테크가 아닌 또 다른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협력하여 설계할 계획이라고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카카오i라스 랩은 AI 기술을 적용한 플래그십 물류센터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직접적인 자산을 투자하지 않고, 물류센터와 설비를 보유한 물류 서비스 운영 사업자들과 협력하여 구축한다”며 “향후 유휴 공간만 3000~5000평 정도 되는 큰 규모의 플래그십 센터도 오픈할 예정인데, 이렇게 된다면 일평균 4만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뭐가 달라진 건가요?
사실 앞서 이야기했듯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플래그십 센터 카카오i라스 랩 론칭 이전에도 창고 유휴공간과 화주 물량을 중개하는 플랫폼 ‘카카오i 라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i라스 랩 또한 겉으로는 ‘카카오 브랜드’가 달린 기존 카카오i 라스 플랫폼의 문법을 계승한 ‘에셋 라이트(Asset Light)’ 물류 서비스로 보이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는 강화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책임’에 있었습니다. 기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플랫폼을 통해 창고와 화주를 ‘중개’했다면, 카카오i라스 랩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화주 계약의 주체가 된다고요.
결과적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i라스 랩을 통해 서비스 품질의 통제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치 네이버가 물류 파트너와 지분교환, 투자 등으로 돈을 섞어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의 통제력을 높였듯, 쇼피파이가 유사한 방법으로 물류 네트워크에 돈을 섞은 것 처럼요. ‘에셋 라이트’ 물류 모델의 한계로 지적되는 통제력과 속도감을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입니다.
여기서 서비스 품질이란 IT 시스템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사실 이전 카카오i 라스 플랫폼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매칭 서비스만 받는 회사들도 입점했는데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이런 회사들로부터 중개 수수료야 받을 수 있겠지만, 물류 데이터를 파악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하고자 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목적 측면에서 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것과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을 물류센터에서 사용한다면 당연히 ‘데이터’도 확보할 수 없으니까요.
반면, 카카오i라스 랩의 운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센터에서 보다 원활히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요. 조금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운영과 시스템,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 중 카카오i라스 랩 이용 화주사를 대상으로 택배를 넘어선 당일배송, 새벽배송, 시간지정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 또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직접 물류 운영을 하는 방식이 아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물류 파트너 ‘LFR(LaaS Front Runners)’인 hy, 중앙일보M&P,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물류 서비스를 결합하여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i라스 랩뿐만 아니라 ‘파트너 인증제’ 도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i라스 인증 파트너 물류센터는 카카오i라스 랩처럼 카카오 브랜드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카카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조건임은 동일하고요. 그렇게 물류센터에 도입된 카카오 시스템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더욱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연결할 것입니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