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배달앱 두잇은 왜 ‘치킨 키우기’ 게임에 진심일 수밖에 없나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핀둬둬를 따라한 올웨이즈가 한국에 유행시키고, 최근까지 11번가의 고양이 키우기 게임, 이마트의 농장 경영 게임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앱테크 게임’ 열풍을 알고 있나요? 얼마 전에는 공동구매 기반 무료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두잇도 앱테크 게임을 시작했는데요. 두잇 앱 내 게임 속 병아리를 닭까지 키우면, 진짜 치킨을 보내준다고요? 아니, 대체 왜 이런 걸 하는 거죠?쿠팡이츠와 배민이 무료 배달로 경쟁하는 와중, 어쩌면 한 스타트업의 명운이 이 치킨 키우기 게임에 달렸을 지 모릅니다.

2. 앱테크 게임의 목적은 게임 내 보상을 바탕으로 구매전환 등 고객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건데요. 두잇이 치킨 키우기 게임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고객 행동 또한 명확합니다. 바로 두잇의 비즈니스 모델을 여타 배달앱과 다르게 만드는 팀주문(공동구매)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 팀주문의 성사 여부가 두잇의 지속가능성을 가른다고 하는데요. 조금은 특이한 배달앱의 게이미피케이션 방법론을 알 수 있습니다.

3. 겉 보기에 두잇 치킨 키우기 게임은 여타 앱테크 게임과 기본 인터페이스가 비슷비슷합니다. 매일, 그리고 잦은 접속을 유도하고요. 이에 따라 고객에게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성장 재화(모이)를 줍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뭔가 동네 이웃들과 상호 작용이 되네요? 이거 당근에서 보던 그 느낌인데요? 뜬금 배달앱에서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의 그 냄새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4. 두잇의 앱테크 전략은 큰 산을 마주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거대 배달앱이 각자의 방법으로 배달비 무료를 선언해 버렸고요. 단건배달을 중심으로 경쟁하던 이들이, 이제는 두잇이 활동하던 묶음배달을 새로운 배달의 기준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공동구매와 묶음배달 기반 무료 배달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만들어 온 두잇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소비자들이 더 이상 두잇을 찾을 이유가 사라질 지 모르는데요. 그래서 두잇의 치킨 키우기는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과연 스타트업 두잇은 거대자본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CHAPTER 1

앱테크 게임, 배달앱도 한다

요즘 이커머스 업계에서 '앱테크 게임'이 대유행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독자 여러분도 있을 것 같아 잠깐 설명하자면, 앱테크란 앱과 재테크의 합성어고요. 특정 커머스 앱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면 그에 따른 실물 보상을 주는 서비스를 '앱테크 게임'이라 부릅니다. 게임을 통해서 앱내 고객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죠.

흔히 앱테크 게임의 원조로 2015년 중국 핀둬둬가 출시한 농작물 키우기 게임을 쳐주고요. 2022년에는 한국의 핀둬둬를 표방하며 등장한 올웨이즈가 농작물 키우기 게임 ‘올팜’을 출시해 한국 안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며 일종의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유행에 탑승한 커머스 플랫폼으론 컬리의 작물 키우기 게임 ‘마이컬리팜’, 토스 공동구매에 붙은 고양이 키우기 게임이 있고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달리기로 퍼즐 조각을 모아 실물 상품과 교환하는 ‘그립런’을, 오늘의집은 식물 키우기 게임 ‘오늘의 가든’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11번가가 고양이 키우기 게임 ‘11키티즈’를, 같은달 이마트는 ‘이마트팜’이란 이름의 농작물 키우기 게임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는 등 앱테크 게임 열풍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특이하게 배달앱에서 앱테크 게임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공동구매를 바탕으로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평생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플랫폼 두잇 이야기인데요. 두잇은 앱내 미니게임으로 '치킨 키우기' 게임을 운영하고요.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게임 속 병아리를 닭까지 키우면 치킨을 얻을 수 있는(..?), 아 물론 내가 키운 닭이 치킨이 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이 디지털 치킨이, 아니 닭을 다 키우면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메뉴인 ‘교촌 허니 콤보’를 선물로 가져다줍니다.

게임을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두잇 앱 상단 '치킨 키우기' 아이콘을 탭하여 게임을 실행하면요. 위 이미지처럼 다른 앱테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메인 화면을 만납니다.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 재화인 '모이'를 모아 병아리에게 먹이면 레벨업을 거듭해 성체 닭으로 성장하고, 보상인 치킨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배달앱에 붙었다 뿐이지 여타 커머스 앱에 붙어있는 앱테크 게임과 비교하여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치킨각'처럼 게임 속 닭을 키우면, 현실 치킨을 보상해주는 다른 앱테크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하나 두잇의 치킨 키우기 게임을 실제 플레이 해본다면, 뭔가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묘하게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냄새가 나고, 이걸 강화하고자 하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는데요. 배달 플랫폼과 앱테크 게임, 그리고 지역 기반 커뮤니티까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에서는 보지 못했던 이 묘한 조합은 어떤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을까요?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격돌을 시작으로 공짜 배달비 서비스가 쏟아지는 와중, 공짜 배달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두잇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CHAPTER 2

게임이 공동구매 성공률을 높인다고요?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