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변곡점에서 발견한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 엑소텍이 한국에서 증명하려는 '전략 자동화'의 미래
기업 전략의 역사에서 혁신은 종종 주변부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전환이 그랬고, 지속가능경영이 그랬듯, 물류 자동화 역시 '비용 절감'이라는 후방 기능에서 시작되어 이제 '수익 창출'의 전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로봇 공학 유니콘 엑소텍(Exotec)이 2022년 20억 달러 가치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최초의 산업 유니콘이 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다. 이는 물류가 더 이상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임을 시장이 인정한 신호다.
한국 진출의 전략적 의미
2025년 6월, 엑소텍이 서울 인근에 아시아 두 번째 데모센터를 개소한 것은 흥미로운 관찰점을 제공한다. 왜 한국인가? 한국 시장은 높은 자동화 수요와 함께 까다로운 규제, 고비용 구조로 악명 높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회피하거나 신중하게 접근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복잡성은 진정한 혁신가에게는 기회다. 엑소텍 아시아·태평양 대표 류 타테와키는 한국의 물류 제약들을 "혁신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본다며 "도심 밀집 환경과 한정된 창고 공간은 오히려 엑소텍의 차세대 스카이팟 시스템이 가장 잘 발휘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제약을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적 사고의 구현이다.
피터드러커의 말처럼 ”혁신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올지 모른다”. 엑소텍은 한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잡성'에서 자신들의 차별적 역량을 증명하려 한다.
기술과 파트너십의 새로운 정의
엑소텍의 차세대 스카이팟 시스템은 14미터까지 랙을 수직으로 이동하며, 피킹, 버퍼링, 패킹을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다.
류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의 전략에 맞춘 물류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이자 컨설턴트, 그리고 통합 솔루션 제공자"라고 강조한다. 이는 전통적인 기술 공급 관계에서 벗어나 창고 자동화를 "장기적 비즈니스 성장의 전략적 기반"으로 재정의하는 접근법이다. 카르푸, 데카트론, 갭, 유니클로 등 30개 이상의 업계 선도 브랜드가 엑소텍을 신뢰하는 것은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 모델의 실효성을 증명한다.
중견기업 시장의 블루오션
엑소텍의 한국 전략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타겟 고객의 설정이다. 이미 자동화 파트너를 보유한 대기업 대신, '지금 도약 중인 중견기업'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류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계절성, 인력 부족, 멀티채널 복잡도 등의 압력을 받고 있는 리테일, 이커머스, 제조업 기업들이 기존 물류 모델을 재정의할 시점에 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소비자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배송 리드타임이 줄어드는 지금, 자동화는 '옵션'이 아니라 '전략적 필수'"라는 그의 진단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다.
이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을 연상시킨다. 기존 시장의 고급 고객을 공략하는 대신, 기존 솔루션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간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다.
모듈형 성장의 철학
엑소텍이 제시하는 단계적 자동화 접근법은 자동화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요구한다. 전통적으로 자동화는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 '올 오어 낫싱' 방식이었다. 하지만 엑소텍은 모듈형, 단계형 확장을 통해 이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
류 대표는 "자동화가 고객의 비즈니스 모델, 제품 특성, 창고 구조, 성장 전략에 맞춰져야 한다"며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작은 구성으로 시작한 뒤 성과를 확인하고 점차 확장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고객의 60% 이상이 반복 도입을 한다는 점은 이러한 단계적 접근법의 신뢰도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시뮬레이션과 ROI 분석을 통해 "다년간의 도입 로드맵, 투자 계획, 코스트 퍼 픽(CPP), 인건비 절감률, 주문 처리 리드타임 단축" 등 명확한 KPI를 제시하는 것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략적 컨설팅의 영역이다.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
엑소텍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기술 결정론적 접근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반복적 업무를 로봇이 맡을 때, 사람은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숙한 이해를 보여준다.
마틴 하이데거가 말한 '기술의 본질'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도 읽힌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엑소텍이 "자동화는 단순 설비가 아니라, 경쟁력의 구조"라고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태계 설계자로서의 역할
엑소텍이 한국에서 그리는 5년 후의 비전은 단순한 시장 확장을 넘어선다. 류 대표는 "5년 후 한국의 물류는 완전한 디지털화, 수직 최적화, 전략적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단순히 운영 문제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비전에서 엑소텍은 "단기 공급업체가 아닌 장기 파트너"로 자리잡고자 한다. 시스템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최적화, 확장, 개선"을 지원하며, "로봇 기술, 데이터 인텔리전스, 현지 시장 이해도를 결합해 한국 기업들과 함께 차세대 물류 전략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로컬 시스템 통합사, 컨설턴트, 규제 기관과 협업하는 한국형 물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1세기 기업 전략의 핵심이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다.
전략적 자동화의 새로운 지평
엑소텍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확장 사례가 아니다. 이는 물류 자동화가 어떻게 전략적 자산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 기업이 어떻게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 스터디다.
류 대표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된 물류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말한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목표를 넘어선 사명 선언이다. 이는 물류를 비용 항목이 아닌 "수익 창출 기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그들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제시하는 질문이다. "당신의 물류는 비용을 줄이고 있는가, 아니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향후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빠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조의 전환이다. 엑소텍은 그 전환의 설계도를 함께 그리겠다는 제안을 들고 왔다. 한국 기업들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 물류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 타테와키(Ryu Tatewaki), Exotec APAC 총괄 이사
일본, 독일, 이탈리아, 미국에서 14년 이상의 산업 자동화 분야 리더십 경험을 보유한 류 타테와키는 현재 Exotec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Exotec 합류 이전에는 Cognex Corporation의 일본 국가 책임자로 재직했다. 일본에서 공학 학위를, 독일 최고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 아래 인터뷰는 엑소텍 아시아·태평양 대표 류 타테와키(Ryu Tatewaki)와의 영문 서면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본 콘텐츠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일부 문맥은 번역 과정에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① “자동화는 단순 설비가 아니라, 경쟁력의 구조입니다.”
Q.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제 자동화를 단순한 자본 지출이 아닌, 경쟁력의 구조로 보고 있습니다. 엑소텍이 보는 창고 자동화의 핵심 전략적 가치는 무엇이며, 지금 한국에서 물류 모델을 다시 고민해야 할 산업군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A. 엑소텍에게 있어 창고 자동화는 단순한 효율성 확보를 넘어, 장기적 비즈니스 성장의 전략적 기반입니다. 자동화는 물류를 비용 항목이 아닌 수익 창출 기능으로 전환시켜, 민첩성, 확장성,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고객의 전략에 맞춘 물류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이자 컨설턴트, 그리고 통합 솔루션 제공자라고 자부합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계절성, 인력 부족, 멀티채널 복잡도 등의 압력을 받고 있는 리테일, 이커머스, 제조업 기업들이 기존 물류 모델을 재정의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배송 리드타임이 줄어드는 지금, 자동화는 ‘옵션’이 아니라 ‘전략적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② “좁고 빠르며, 규제가 많다” – 엑소텍이 본 한국 물류의 기회
Q. 한국의 물류 환경은 복잡합니다. 공간 제약, 소방법, 당일배송 요구, 고임금 구조까지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엑소텍은 이런 제약들을 어떻게 기회로 해석하고 있으며, 실제 시스템 설계나 시장 접근 방식에 어떻게 반영하고 계신가요?
A. 저희는 한국의 물류 제약들을 혁신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봅니다.
도심 밀집 환경과 한정된 창고 공간은 오히려 엑소텍의 차세대 스카이팟 시스템이 가장 잘 발휘되는 조건입니다. 14미터까지 랙을 수직으로 이동하는 로봇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고밀도 저장과 수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최신 시스템은 처리량과 피킹 속도가 대폭 향상돼,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소비시장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피킹, 버퍼링, 오더 시퀀싱, 패킹 기능을 단일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흐름을 최적화했습니다.
안전 측면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엑소텍은 인랙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등 한국의 까다로운 소방법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을 이미 완료했으며, 현지 소방 전문가들과 협력해 성능 저하 없이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모든 제약들이야말로 엑소텍처럼 유연하고 모듈화된 고성능 시스템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③ 단계적 자동화 vs 일괄 구축 – 기업들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Q. 엑소텍의 강점 중 하나는 모듈화된 자동화 시스템으로 단계적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 번에 통합 구축하자"는 선택도 고려됩니다. 실제 고객들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고, 엑소텍은 어떤 ROI 모델이나 로드맵을 제시하나요?
A. 엑소텍은 자동화가 고객의 비즈니스 모델, 제품 특성, 창고 구조, 성장 전략에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면 도입과 단계적 확장 두 모델 모두를 제공합니다.
엑소텍의 세일즈팀과 솔루션 엔지니어들은 함께 협업해 시뮬레이션과 ROI 분석을 진행하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 규모와 도입 시기를 제안합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작은 구성으로 시작한 뒤 성과를 확인하고 점차 확장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전 세계 고객의 60% 이상이 반복 도입을 한다는 점은 그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저희는 이를 위해 다년간의 도입 로드맵, 투자 계획, 코스트 퍼 픽(CPP), 인건비 절감률, 주문 처리 리드타임 단축 등의 명확한 KPI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④ 산업별 자동화 니즈는 어떻게 다른가요?
Q. 엑소텍의 스카이팟 시스템은 리테일, 제조, 3PL,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산업별 자동화 니즈는 어떻게 다르며,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산업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A. 산업군별로 자동화의 우선순위는 다릅니다.
리테일/이커머스는 다양한 SKU, 피킹 속도, 옴니채널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제조업은 정확한 시퀀싱, 버퍼링, 생산라인 연계가 핵심이고, 3PL은 다양한 고객 포트폴리오와 계절성 피크 대응이 중요하며, 헬스케어는 실시간 추적성, 무중단 운영, 오류 최소화, 온도별 워크플로우 등이 관건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현재 리테일, 소비재, 패션, 이커머스 중심으로 빠르고 밀도 높은 자동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3PL과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도 점진적인 자동화 니즈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엑소텍의 차세대 스카이팟은 피킹, 버퍼링, 시퀀싱, 패킹을 단일 플랫폼에 통합해, 산업 전반에서 더 높은 ROI를 기대할 수 있는 다용도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⑤ 엑소텍이 함께 그리는 ‘5년 후의 한국 물류 생태계’
Q. 엑소텍은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고객의 공급망 전략에 깊숙이 관여하는 파트너로 보입니다. 앞으로 5년 후, 한국의 자동화 물류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엑소텍은 어떤 파트너십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5년 후 한국의 물류는 완전한 디지털화, 수직 최적화, 전략적 통합이 이뤄질 것입니다. 단순히 운영 문제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으로 진화할 것으로 봅니다.
엑소텍은 그런 비전에서 단기 공급업체가 아닌 장기 파트너로 자리잡고자 합니다. 시스템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최적화, 확장, 개선을 지원합니다.
우리는 로봇 기술, 데이터 인텔리전스, 현지 시장 이해도를 결합해 한국 기업들과 함께 차세대 물류 전략을 공동 개발하고자 합니다.
또한 로컬 시스템 통합사, 컨설턴트, 규제 기관과 협업하는 한국형 물류 생태계를 구축해, 단기 대응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엑소텍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된 물류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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