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쿠팡 2025년 2분기 실적 이후의 질문들
쿠팡이 실적 발표만 하면 주가가 출렁입니다.
숫자도 숫자지만, 시장은 늘 김범석의 '다음 수'를 궁금해하죠.
이번 2025년 2분기 실적 역시 흑자 지속 여부보다 더 많은 힌트를 남겼습니다.
이번 STREAMLINE은 쿠팡의 실적을 재료 삼아, '김범석의 뇌 구조'를 해부하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는 어떤 타이밍에 베팅하고, 왜 대만에 집착하며, 어떤 손익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숫자 너머의 패턴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분석은 전략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❶ 이번 실적, 무엇이 달랐나?
흑자는 유지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2025년 2분기, 쿠팡은 85억 2,400만 달러의 매출(+16% YoY)과 3,1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놀라운 건 시장 반응이었습니다. 실적 발표 후 쿠팡 주가는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조정 EBITDA는 4억 2,8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죠." – 쿠팡 CFO 가우라브 아난드, 2025년 2분기 컨퍼런스콜
이 수치는 '흑자 유지' 그 자체보다, '이 시점에 흑자 기조를 지켰다'는 타이밍에 주목하게 만듭니다. 물가 둔화, 경쟁사 구조조정, 환율 안정 등 외부 환경이 맞물린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 출처: Coupang Inc. 2025 Q2 Earnings Release, 2025.08.05
❷ 김범석은 언제 손익을 조절하는가?
그는 늘 '최대 효율의 타이밍'을 기다린다.
김범석 의장이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강조한 개념은 '운영 레버리지'였습니다.
"우리 모델은 고정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더 큰 규모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 김범석, 2025년 2분기 컨퍼런스콜
그는 늘 사업을 한 번에 키우지 않습니다. 대신 인프라를 '설계→적자→최적화→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수해왔죠. 이번 분기에도 풀필먼트 고정비는 그대로 둔 채, 신규 물량만 태워 레버리지를 극대화했습니다.
상품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 마진이 9%를 돌파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총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0베이시스포인트 개선되어 32.6%에 달했는데, 이는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의 효율성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이런 수익 구조는 고정비 중심의 풀필먼트 사업자들이 따라 하기 어렵습니다. 쿠팡은 이미 수천억 원 규모의 센터를 '묵혀두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 쓰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 출처: 쿠팡 IR 자료 및 2025년 Q2 컨퍼런스콜
❸ 왜 대만인가? 그의 뇌는 '보폭'을 계산한다
"크게 벌이지 않는다, 하지만 끈질기게 쌓는다."
이번 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대만'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2024년 4분기부터 매 분기 언급되고 있는 대만 시장에서 이번에는 구체적 성과가 드러났습니다.
대만 사업의 폭발적 성장 지표:
- 2분기 매출: 전분기 대비 54% 성장
- 전년 동기 대비: 세자릿수 성장률 달성
- 활성고객 수: 직전 1분기 대비 40% 증가
- 한국 중소기업 수출 효과: 일부 기업 매출 70배, 10배 증가 사례
"대만에서도 쿠팡의 풀필먼트 모델을 적용 중이며, 연초 설정한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김범석, 2025년 2분기 컨퍼런스콜
쿠팡은 대만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국과 유사한 도시 구조, 밀집도 높은 소비 시장, 낮은 라스트마일 진입장벽을 가진 이 시장을 '정밀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6개월 만에 이런 성장을 보인 것은 물류 인프라와 고객 경험이 문화적 장벽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증거입니다.
쿠팡의 대만 전략은 마치 항해 중 항구에 잠시 닻을 내리고, 다음 대륙 진출을 모색하는 지점처럼 보입니다.
※ 출처: 쿠팡 2025년 Q2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
❹ 시장은 왜 이익보다 '의도'를 주목했나?
이번 분기의 진짜 수확은 '설명된 전략'이었다.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은 한 가지 공통된 포인트를 짚었습니다. '이익보다, 이익의 구성요소가 더 중요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약 30%로, 작년 동기 대비 상당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이는 단가 인상이 아닌 물류 효율과 운영 자동화에 기반한 개선입니다.
특히 쿠팡은 광고·와우 멤버십 등 비물류 부문의 성장 없이도 이익률을 개선했는데, 이는 고객경험과 비용의 미세 조정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시장과 투자자는 이 같은 '조정 가능한 흑자 구조'를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합니다.
❺ 김범석의 '수익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는 미래의 단기 손실을 지금 수익으로 '상쇄'하지 않는다.
쿠팡의 뇌 구조는 일반적인 이커머스 CEO들과 달라 보입니다. 단기 손익보다 '장기 수익 설계도'를 더 우선시하죠.
예컨대, 많은 플랫폼이 광고 수익에 집중할 때 쿠팡은 광고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입점과 수수료 매출이 아니라 '직매입 + 풀필먼트'라는 무거운 길을 걷습니다. 왜일까요?
성장사업 부문을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매출 11억 9,000만 달러로 33% 성장했지만, 조정 EBITDA는 -2억 3,500만 달러로 손실폭이 확대되었습니다. 일반적인 CEO라면 이 손실을 줄이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범석은 오히려 투자를 늘렸습니다.
그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면, 장기 신뢰는 줄어든다는 점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 편집자 관점: 그의 회계 방식은 '재무'보다 '관계 자산'을 먼저 측정하는 듯 합니다.
❻ 이 구조는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확장 구조'를 만든다.
지금 쿠팡은 자금 소모보다 자기완결적인 수익구조를 통해 확장을 검토할 수 있는 드문 시기에 와 있습니다.
대만이든, 미래의 다른 해외 시장이든, 이미 검증된 모델을 이식하고, 현지화된 운영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확장 그 자체보다 '확장 후 흑자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는 쿠팡이 기존 이커머스와 다른, 거의 유일한 강점입니다.
❼ 마지막 질문: 이 구조는 얼마나 가치 있는가?
850억 달러, 그 숫자가 가리키는 건 '설계된 예술'이다.
지금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385억 달러(2025년 8월 기준). 하지만 투자은행들은 조심스럽게 '850억 달러' 수준까지의 밸류에이션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쿠팡이 이 수준의 운영 레버리지와 마진 구조를 유지한다면, 800억~85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 JP Morgan, 2025.08.06 리포트 중
그렇다면 이 구조는 예술일까요, 우연일까요? 편집자의 눈에는 오히려 설계된 예술에 가깝습니다. 마치 완성되지 않은 조각상이지만, 어느 방향으로 다듬어야 하는지를 아는 조각가처럼.
지금 쿠팡이 쌓고 있는 건 단기 수익이 아니라, 수익을 조절할 수 있는 뇌 그 자체입니다.
[참고 자료]
- Coupang Inc. Q2 2025 Earnings Release (2025.08.05)
- Coupang Inc. Q2 2025 Earnings Call Transcript
- JP Morgan Equity Research Report on Coupang (2025.08.06)
- Bloomberg, CNBC, 한국경제 외 실적 보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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