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셀러의 눈으로 본 ‘알리바바’ 타고 해외 진출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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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셀러(?)입니다

직구엔 역직구로 대응하라. 저를 비롯한 커머스 셀러 여러분이 요즘 들어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일 겁니다. 아, 참고로 저 역시 개인사업자를 내고 구매대행 판매를 하고 있는(취재용, 지난달 주문 1건..^^), 엄연한 글로벌 셀러 중 한 명입니다. 셀러 여러분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고 있을 각종 광고 문자를 저 역시 받고 있고요. 그래서 ‘해외 진출’ 키워드가 얼마나 자주 눈에 띄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지난달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글로벌 셀러 교육 프로그램 안내 문자를 받았는데요. 무려 알리바바닷컴 입점 및 판매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네요? 상품 소싱처로 중국 플랫폼은 익숙했지만, 판매처로 중국 플랫폼은 또 새롭게 다가와서 저도 냉큼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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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의 뉴스픽은 조금 귀여운(?)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초보 판매자(접니다.) 입장에서 알리바바닷컴이 어떤 플랫폼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느낀 점을 정리했거든요. 물론 이렇게 끝내면 심심하니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실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프로 셀러들의 플랫폼 활용법도 취재를 통해 함께 곁들였습니다. 결과부터 밝히자면 알리바바닷컴 입점에는 빛과 어둠이 함께 존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중국 플랫폼 공습, 알리바바 타고 역진출은 어때요?

알리바바닷컴은 1999년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시작부터 함께한 B2B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를 고객으로 타깃한다면, 알리바바닷컴은 주로 기업 간 거래를 중개하는데요. 흔히 셀러(Seller)라 불리는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고, 저와 같은 소매 셀러를 포함한 유통업체들이 바이어(Buyer)로 알리바바닷컴에서 이들의 상품을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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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닷컴은 그 자체로 200여개 국가의 16개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거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조 및 유통사들의 글로벌 판로를 연결해주는 건데요. 알리바바닷컴 관계자에 따르면 플랫폼에 등록한 바이어 계정은 3억개, 이중 최근 거래를 진행한 활성 바이어 숫자는 4700만개가 넘고요. 5900개 이상의 카테고리 안에서 2억개 이상의 제품이 알리바바닷컴 안에서 팔리고 있으며, 하루 오가는 견적 문의만 40만회가 넘는다고 합니다.

“알리바바닷컴은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글로벌 시장의 이커머스가 성장한 영향을 받았는데요.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대비 셀러 숫자는 60%, 플랫폼 거래액은 무려 500%나 늘었습니다”
- 이결 씨케이브릿지(알리바바닷컴 한국 공식서비스센터) 부대표

B2B니까 보이는 특이점

알리바바닷컴 입점은 한국 셀러들에게 익숙한 오픈마켓 입점과는 사뭇 다릅니다. B2B니까 보이는 특이점들이 있는데요. 먼저 소비자 대상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에서는 흔한 판매 건당 ‘중개 수수료’를 알리바바닷컴은 따로 과금하지 않고요. 구간별로 다른 지원 사항이 포함된 ‘입점 패키지’를 선택해 5000~2만달러(700~2800만원) 상당의 연회비를 받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잘 팔리든, 안 팔리든 작은 셀러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고정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알리바바닷컴 한국 셀러용 입점 패키지별 혜택과 가격. 국가마다 입점 패키지 조건과 가격이 다르다. ⓒ알리바바닷컴 캡처

입점 패키지를 구매한 셀러는 기본적으로 알리바바닷컴에 원하는 만큼 상품을 자유롭게 업데이트하여 판매할 수 있습니다. 각 셀러별 브랜드를 특화하는 플랫폼 내 숍인숍 ‘미니 사이트’를 알리바바닷컴이 제공하는 에디터 기능을 통해 개설하여 운영할 수도 있고요. 별도의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를 통해 상품의 노출 빈도, 클릭 수, 바이어 방문율, 견적 요청 수 등 활동 전반을 일·주·월별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소비자 대상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로,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알리바바닷컴 내 개설된 미니 사이트 예시. 일종의 ‘브랜드 숍인숍’ 개설 기능이다. ⓒ알리바바닷컴 캡처

하지만 몇 가지 입점 패키지 과금 구간에 따라 제한되는 지원 기능도 눈에 띄는데요. 예를 들어 ‘쇼케이스’는 셀러가 지정할 수 있는 대표 상품 숫자를 의미하는데, 지정할 수 있는 숫자(3~6개)와 운영 개월수(3~6개월)가 제한됩니다. 이 쇼케이스로 지정한 상품은 알리바바닷컴 메인화면 테마 전시관을 통해 추가 노출되는 등 일반 상품보다 검색 순위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 쇼윈도처럼 이를 수시로 변경해가면서 노출 강화를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RFQ(Request for Quotation, 견적서 요청) 응답 기능도 입점 패키지 과금 구간에 따라서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40~60회로 제한됩니다. RFQ는 일종의 역견적 서비스인데요. 먼저 바이어가 구매하고 싶은 상품 정보가 포함된 요구사항(RFQ)을 알리바바닷컴 플랫폼에 올리면, 셀러는 이를 열람할 수 있고요. 바이어의 니즈에 맞춰서 셀러가 보유한 상품 견적을 역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RFQ는 셀러가 플랫폼 안에서 스스로 바이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라고 볼 수 있죠.

RFQ 프로세스. 플랫폼이 중간에 개입하는 역견적 서비스다. ⓒ알리바바닷컴 캡처

올린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닙니다

과금 구간에 따라 제한된 쇼케이스, RFQ 사용 횟수에서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셀러가 입점 패키지를 구매하고, 알리바바닷컴에 상품을 올린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올리기만 한다고 잘 팔리지 않는 것처럼, 알리바바닷컴에서도 기본적으로 추가 노출을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한 거죠.

예컨대 기본적으로 알리바바닷컴 플랫폼 알고리즘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서 상품을 업로드 해야만 노출이 강화되고요. 알리바바닷컴 측에 따르면 높은 상품 이미지 해상도, 상세한 상품 설명, 검색 친화적인 상품명과 키워드 설정, 낮은 가격, 높은 고객 문의 응답률 등을 종합 평가하여 높은 점수를 받는 셀러에게 더 많은 노출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알리바바닷컴이 제공하는 ‘키워드 광고’ 상품을 운영하는 것도 노출 강화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인데요. 물론 입점 패키지를 구매하면 과금 구간별로 키워드 광고를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지급해주지만요. 이를 전부 소진했다면, 추가로 클릭당 과금되는 광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실제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한 셀러에 따르면 ‘입점 패키지’ 요금은 말 그대로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비용일 뿐이지, 실제 거래까지 이어질 정도로 상품을 노출하고 견적서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쇼케이스, RFQ 응답, 광고에 대한 추가 비용 투자가 거의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알리바바닷컴의 입점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구매자에게 쇼케이스, 광고 크레딧, 바이어의 RFQ에 응답할 수 있는 권한을 일정 부분 제공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만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긴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가 그 주인공은 아니더군요. 알리바바닷컴은 입점 패키지를 구매한 셀러들에게 추가 광고 크레딧과 쇼케이스, RFQ 응답권을 판매하는데, 우리의 경우 이를 구매하고 나서야 조금씩 계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 A씨

중국 내수용이요? 이건 글로벌 공략용이죠!

또 한 가지. 알리바바닷컴 입점 경험이 있는 일부 셀러들은 알리바바닷컴이 중국 시장 진출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매 시장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셀러와 직접적인 가격 경쟁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그나마 한국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붙는 ‘화장품’과 ‘식품’ 정도에서만 경쟁이 가능한 정도라고요.

실제로 제가 들은 알리바바닷컴 입점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조했던 것은 ‘중국 내수 시장’ 판매가 아니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이 전 세계 유통업자들의 소싱처가 됐기 때문에, 중국 밖의 글로벌 바이어들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특히 해외 바이어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한국 셀러 상품 1순위로 ‘뷰티와 퍼스널케어(Beauty & Personal Care)’를, 2순위로 ‘식음료(Food & Beverage)’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또 다른 알리바바 입점 셀러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중국의 저관여 생필품을 초저가로, 국내 5일 내 배송을 시작하면서 고통 받는 한국 판매자, 제조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셀러 대상 알리바바닷컴 입점 설명회에 참가하면 마치 ‘한국 시장은 우리가 직접 투자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이제 해외로 나가 경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헌데, 한국 제조사가 해외로 나간다고 중국 공장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나요, 뭐. 결과적으로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셀러들을 입점시켜 중국 셀러들이 갖추지 못한 뷰티, 그리고 한국산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 외에는 쉽지 않아요. 저관여 생필품은 물론이고 중저가 전자제품 카테고리까지도 이미 중국 셀러에게 다 따라 잡혔습니다”
- 미국, 동남아,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산 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셀러 B씨

요약하자면 한국 셀러들이 알리바바닷컴을 통해서 중국 소매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고요. 그나마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바이어를 대상으로 상품을 노출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수단으로 알리바바닷컴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내 바이어와 커머스 셀러들 역시 오래전부터 소싱처로 알리바바닷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분명 검증됐다 볼 수 있어요.

다만, 글로벌로 나간다고 해서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중국 제조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확실한 상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알리바바닷컴 입점 패키지로 대표되는 고정비 투자 이상의 효율을 가져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알리바바닷컴 입점 경험이 있는 셀러들의 평가였습니다.

요는 ‘개미 셀러’가 들어가서 뭘 할 만한 시장은 아니라는 건데요. 한 편에서 그나마 우위를 갖고 있었던 카테고리도 중국산 카피 제품의 범람으로 이를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뷰티와 식품 카테고리 경쟁력도 언젠가는 중국 셀러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시장에는 스치고 있었는데요. 시장의 고민은 더더욱 깊어지는 듯합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대지만요

중국 플랫폼의 공습으로 고민인 국가는 한국만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가 겪었던 고민을 한 발 먼저 세게 맞은 국가가 존재하니 미국인데요. 한국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시장을 뒤흔든 강자는 오히려 후발주자인 ‘테무’였죠. 그런데 테무의 미국 공습 데이터를 보니 의외의 사실이 몇 가지 보이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편견과는 다른 어떤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테무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은 만큼,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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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이야기를 하나 더 가져왔습니다. 한국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최근 2024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딜리버리히어로가 전년 대비 ‘두자릿수’ 매출 증가를 강조하는 와중,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 시장의 분위기는 뭔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전개하는 모든 사업 부문 중에서 유일하게 거래액이 전년 대비 역성장했거든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만들었던 높은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이건 한국 빼고는 그야말로 처참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쿠팡이츠의 공세가 계속되는 와중,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시장에 계속해서 투자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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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쉽지 않은 시대이지만, 와중에 성장을 증명하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어지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무색하게 창업 후 불과 1년여 만에 대규모 투자 유치 행보를 계속하는 기술 기업의 대표를 얼마 전에 만났는데요. 최근 12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소식을 발표한 달파(Dalpha) 이야기입니다. 달파는 마치 다이소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쇼핑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데요. 요즘 이커머스 시장 고객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 시장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고요. 위기 상황에서도 뜨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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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근로자의 날이 겹쳐서 그런지, 더욱 짧게 느껴지는 5월의 첫 주인데요. 다음 주는 또 어린이날 대체휴일이 다가오니, 이번 주말은 또 많은 분들에게 기대되지 않나 싶습니다. 모두 행복한 한 주 마무리되시길 바라며, 저희는 다음 주에 또 다른 유통물류 업계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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