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정이 여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
지난 7월 31일 극적 타결된 한미 관세 협정은 단순한 통상정책 변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13년간 지속된 자유무역 체제의 종료를 알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 관세율과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로 구성된 이번 협정은 물류업계에 전례 없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 FTA에서 '딜' 중심 통상으로...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한미 FTA 시대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었다. 협정문에 따라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기업들은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정반대다. 관세율 조정을 위해 한국이 약속한 투자 규모는 일본(5500억 달러), EU(6000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으로, 미국이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일관된 '투자 연계형 관세 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물류업계에 근본적 변화를 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관세율표만 보고 운송비를 계산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는 국가 간 '패키지 딜'의 내용을 파악해야만 물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용 증가와 물동량 감소의 이중고
가장 즉각적인 타격은 비용 구조의 변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급등했다.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회복을 위해 모든 비용 절감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그 첫 번째 대상이 물류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세 정책 강행 시 한국 실질 GDP가 최대 0.4%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자동차 운반선과 부품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관 절차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FTA 원산지 증명 대신 새로운 서류 요건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세관의 원산지 규정 검증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리드타임 증가와 공급망 예측 가능성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생산기지 이전과 허브 기능 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