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끝났다"...FSDD가 바꾸는 생활물류 시대

2025년 6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 상용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면적과 비슷한 도심 구역 안에서, 일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테슬라 전기차(모델Y 기반)를 호출해 요금을 지불하고 탑승할 수 있는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요금은 편도 4.20달러(한화 약 5,800원 수준)으로 정액제로 책정되어 있으며, 아직은 조수석에 안전 감시자가 탑승해 비상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서비스는 시범 운행이나 기술 데모 수준을 넘어선 ‘유료 상업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전환점이다.

무엇보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을 태우는 차’를 넘어서, ‘물건도 스스로 움직이는 사회’로의 전환을 열고 있다는 데 있다.

#. 배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FSDD’라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FSDD(Full Self-Driving & Delivery)는 말 그대로, 완전자율주행(FSD)과 무인배송(Delivery)이 결합된 개념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도로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주행을 제어하는 자율주행 차량에, 상품이나 식품 등을 배송할 수 있는 기능까지 붙인 구조다.

그러나 FSDD가 가져오는 변화는 기술의 융합 그 자체보다 ‘배송’이라는 일상의 정의를 바꾸는 데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냉장고가 우유가 떨어졌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다. AI가 날씨와 수요를 고려해 최적 배송 타이밍을 결정하고, 자율주행 배송차량이 근거리 거점에서 우유를 픽업해 문 앞에 놓고 간다. 소비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쇼핑도, 클릭도, 배송 요청도 없이 배송이 완료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존에는 얼마나 빠르게 배송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FSDD 시대에는 소비자가 ‘주문하기 전에’ 필요한 상품을 예측하고 조용히 도착하게 만드는 것이 차별점이 된다.

이는 단순한 라스트마일 자동화가 아닌, 생활 흐름 자체의 재설계다.

#. 도시의 인프라와 공간 전략까지 흔든다

이런 변화는 도시 설계와 부동산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도심 내 땅의 약 30%가 주차장·차고지·도로 확장 공간 등 차량 기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이 확산되고 차량 공유가 보편화되면, 이 공간들은 공동 배송 거점, 드론 충전소, 무인 픽업 라운지 등 새로운 물류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다.

단순한 물류 서비스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구조적 변화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자율배송 로봇의 보도 주행을 허용하거나, 도심형 배송 구역을 실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역시 규제 샌드박스, 교통 인프라 정책, 물류 네트워크 전략을 새로운 기준으로 점검할 시점이다.

#. 기업은 어떤 전략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이제 기업과 정책 담당자 모두가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 우리는 ‘배송 없는 쇼핑’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소비자가 행동하기 전에 수요를 감지할 수 있는 AI·데이터 기반은 충분한가?

-. 자율주행 기반 배송 시스템에 연동 가능한 파트너십과 인프라 전략은 마련돼 있는가?

지금까지는 ‘누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먼저 생활의 흐름을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커머스나 플랫폼 기업만이 아니라, 제조·리테일·물류 기업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공급망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한 기술 주도권을 가진 해외 기업에 의존하지 않도록, 국내 산업 생태계 차원의 AI 기반 물류 전략, 자율배송 네트워크, 도심형 인프라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 택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택배를 기다리는 경험’은 사라질 것이다

‘택배가 사라진다’는 말은 다소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소비자가 택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경험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자율주행과 AI, 무인배송 기술이 생활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면서, 소비자는 ‘배송’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물건을 수령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지 운송 수단이나 배송 플랫폼의 경쟁을 넘어선다.

‌‌배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상에서 사라지는 시대.

‌그 흐름 속에서 누가 먼저 생활을 설계하고, 소비자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배송’을 구현할 것인가.‌‌이것이 FSDD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전략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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