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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브랜드 노티드가 디즈니처럼 ‘팬덤’ 만드는 방법

엄지용
엄지용
- 19분 걸림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4월 4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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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인터뷰라고요?

얼마 전 커넥터스 독자 한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구매대행 셀러이자 중국 배송대행지 사업을 막 시작한 이 분은 온라인 판매 사업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이 채널에서 커넥터스 콘텐츠 일부를 인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커넥터스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소개하는 인터뷰가 포함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요.

누군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건 일상이 된 저지만, 역으로 인터뷰 요청을 받는 건 참 생소합니다. 물론 최근까지도 왕왕 다양한 업계 분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저의 이야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남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커넥터스가 궁금하고, 이를 소개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서 조금 설렜습니다.

설렘과 동시에 살짝 떨리기도 했는데요. 혹여나 헛소리를 해버린다면, 이게 그대로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잖아요. 편집권이 저에게 있다면 여러 차례 교차검증을 거쳐서 실수를 가다듬을 수 있겠지만요. 이건 커넥터스가 아닌 다른 채널에 나가는 콘텐츠이니, 뭔가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진 느낌이랄까요.

아마 저와 인터뷰를 했던 많은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저라는 사람을 믿고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요. 저도 저희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한 제안을 해주신 독자님을 믿어보고자 합니다.

여기까지 별달리 인터뷰 준비 안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몇 시간가량 떠들었다는 이야기를 멋진 척 4문단으로 요약했는데요. 이번주 중 드디어 편집을 마친 영상 콘텐츠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대체 어떤 아이가 탄생할지, 닥치고 보니 두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독자님을 믿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디즈니를 지향하는 F&B 회사의 브랜딩 방법론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거의 정석처럼 여겨졌던 이커머스 판매자 진화론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구매대행, 위탁판매 등을 활용하여 적은 위험으로 무재고 판매를 하다가요. 점차 조금 더 마진율이 높은 원가에 매입 상품을 섞어 나가다가, 종국에는 자신만의 상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인데요.

여기서 모두의 고민은 대체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브랜딩이란 건 측정하기 쉽지 않기에, 느낌적인 느낌과 같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가 있고요. 정량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제 입장에서도 이 ‘브랜딩’을 그럴 듯하게 잘 설명하는 것은 오랫동안 꽤나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그렇다고 유통물류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이 영역을 계속해서 방치해둘 수도 없었던지라, 얼마 전 마케팅에 특화한 비즈니스 컨퍼런스인 <알바트로스 컨퍼런스>에 공부차 참가했습니다. 이건 그 자리에서 전해 들었던 브랜딩과 팬덤에 대한 이야기이고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거쳐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아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꽤나 유명해진 GFFG의 마케팅 총괄 디렉터를 맡았던 윤진호 초인마케팅랩 CEO의 이야기입니다.

윤진호 CEO는 마케터를 ‘고객의 브랜드 여정을 만들고 그것을 설계하는 기획자’라 설명합니다. 물론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도, 매출을 올리는 것도 마케터의 일이겠지만, 이건 결과적인 것이고요. 본질로 들어간다면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브랜드를 단순히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는 ‘팬덤’이라고 부릅니다. 바꿔 생각하면 팬덤이 형성될 정도의 브랜드라면 충분히 브랜딩이 잘 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F&B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유

이런 배경에서 윤 CEO가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일했던 GFFG는 참 흥미로운 회사입니다. GFFG는 도넛을 파는 노티드, 수제버거를 파는 다운타우너, 퓨전 한식을 파는 호족반 등 여러 음식점을 전개하는 F&B 사업자처럼 보이지만요.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프랜차이즈 제국을 만든 맥도날드가 아니라, 콘텐츠 IP(지적재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세계관을 창조한 ‘디즈니’를 향하고 있거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도산공원 핫플 메이커 GFFG는 F&B 넘어 ‘글로벌 IP 커머스’ 증명할까, 커넥터스]

윤 CEO가 2022년 9월 디즈니를 나와 GFFG에 합류하게 된 배경도 여기 있었습니다. 디즈니에서 곰돌이푸 캐릭터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꿀하우스>를 처음 전개하여 성과를 만들었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GFFG가 전개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노티드’를 디즈니처럼 만들어달라는 미션을 받은 것입니다.

윤 CEO가 생각하기에 노티드의 본질은 ‘도넛’이 아니었습니다. 고객들은 노티드에 ‘도넛’만을 먹기 위해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의 평가에 따르면 노티드 고객들은 오픈런과 몇 시간의 기다림을 감수할 만큼 큰 기대와 떨림을 안고 매장을 방문하고요. 그 안에서 경험한 것에 대한 인증샷을 남기고, 심지어 브랜드에 대한 사랑 고백까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합니다. 그리고 노티드가 새롭게 무엇인가를 한다면 다시 한 번 떨림을 안고 그곳에 방문하죠.

노티드가 신한카드와 콜라보해서 출시한 언박싱카드의 모습. 노티드는 신한카드 외에도 BTS, 로스트아크, 오아이오아이 등 이종 브랜드들과 다양한 콜라보를 함께 했다. ⓒGFFG

노티드는 도넛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노티드 매장과 온라인샵에서는 식료품뿐만 아니라 캐릭터 IP를 활용한 다양한 홈데코, 리빙 굿즈를 판매하고 있고요. 이를 넘어서 이상할 정도로 ‘콜라보’에 진심이기도 합니다. 식품업계는 물론 패션, 금융, 항공,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콜라보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이는 오프라인이라는 매장 공간과 먹어야 하는 식료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노티드 고객이 어디서든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고객 행동을 만드는 본질을 GFFG는 호텔업계에서 사용하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었죠.

“아무리 좋아하는 도넛도 일주일에 7번씩, 하루 18시간 동안 몇 번씩 먹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옷은 하루 종일 입을 수 있고, 축구 경기는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잖아요? 우리는 콜라보를 통해서 그 몇 시간을 점유하고 싶었습니다. 도넛을 먹지 않는 순간에도 고객들이 노티드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 윤진호 마케터초인랩 CEO

‘디즈니랜드’처럼 공간 설계하는 법

F&B 업계에 관심 있는 독자 분이라면 지난해 3월 31일 노티드가 잠실 롯데월드몰 5층과 6층 복층을 활용한 340평 규모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노티드 월드’를 공개한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노티드가 30~50평 이하의 소형 점포들을 전개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이례적이고 도전적인 시도였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노티드 월드’의 오픈런 열풍을 만든 3가지 브랜딩 방법론, 커넥터스]

특이한 건 이 노티드월드가 거대한 도넛 판매 공간이 아니라, 마치 ‘디즈니랜드’를 설계하는 것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먼저 노티드월드는 노티드가 갖춘 캐릭터 IP를 적극 활용하여 공간에 이야기를 입혔습니다.

예컨대 노티드 고객들이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로 ‘우유생크림도넛’이 있는데, 이게 도넛 빵 사이로 크림이 넘쳐흐르는 이미지로 유명하거든요. 노티드는 그 이미지를 차용하여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슈가베어’가 크림으로 잠실을 침공하는 스토리 라인을 잡았고요. 또 다른 인기캐릭터 크림버니는 노티드월드가 오픈하기 몇 주 전부터 잠실 거리 곳곳에서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슈가베어의 침공 소식을 알렸습니다. 윤 CEO의 설명에 따르면 캐릭터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고 유입하는 첫 번째 퍼널(Funnel)을 구성한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크림이 침공한 세상, 노티드월드가 온다, 마케터초인]

이어서 노티드는 사람들이 ‘노티드월드’라는 공간에 찾아와야 할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노티드월드 오픈 시기, 이미 노티드가 전국에 전개한 매장은 20개가 넘었는데요. 굳이 가까운 노티드 점포가 아니라, 멀리 잠실까지 발품을 팔아서 ‘노티드월드’를 방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서 노티드가 활용한 것은 노티드월드에서만 판매하는 ‘컵케이크’ 전용 메뉴였는데요. 미국 도넛 매장에서 도넛과 함께 컵케이크를 판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상한 컵케이크 메뉴는 그 자체로 노티드월드의 정체성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초대형 컵케이크 오브제를 활용한 포토존이 노티드월드에 마련된 배경도 여기 무관하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노티드는 노티드월드의 캐릭터 IP와 연결된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브랜드 컨셉을 담은 초대장을 만들어서, 노티드월드 오픈 소식을 많은 외부 브랜드들에게 알렸고요. 팬덤을 보유한 단단한 외부 브랜드들과 제휴를 통해 서로의 팬덤을 공유하며 연결된 세계관을 강화했습니다.

예컨대 노티드는 잠실에서 팝업을 운영하여 잘 알려진 또 다른 인기 캐릭터 ‘밸리곰’과 콜라보를 했고요. BTS 10주년 행사를 노티드월드에서 열고 전용 메뉴와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와 진행한 팝업스토어 행사에는 무려 9만명의 고객이 노티드월드를 방문하기도 했죠. 노티드와 밸리곰, BTS와 로스트아크의 공통점은 모두 ‘팬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윤 CEO는 노티드는 이렇게 ‘브랜드 순환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합니다. 먼저 노티드의 제품을 경험하도록 하고, 다양한 콜라보를 바탕으로 고객 생활 접점 곳곳에서 노티드 브랜드에 참여하도록 하면요. 고객들 사이에선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향후 노티드의 다른 도전에도 지속적인 방문과 참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팬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브랜드 순환 모델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윤 CEO는 이러한 방법이 노티드나 디즈니 같은 거대한 회사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는 서비스와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고민하고, 여기 고객이 참여하도록 만들고, 거기서 즐거움을 경험한 고객들의 재방문을 만든다면 다시 한 번 핵심 경험을 강화하는 순환 고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는 스토리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 윤 CEO가 발표 말미에 강조한 한 문장인데요. 지금 우리 서비스와 제품도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요? 커넥터스를 운영하는 저에게도 많은 생각거리가 남은 것 같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브랜딩 이야기 조금 더 해보죠

서두에 밝혔듯 저는 정량적인 숫자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숫자만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브랜드가 가진 서사의 힘을 믿고, 이는 때때로 숫자 이상의 파괴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번 주 올라온 커넥터스 콘텐츠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한 물류기업 이야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물류기업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여타 경쟁사들과 다르게요.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즈니스를 전개한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가치도 가치지만, 결국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느냐겠죠? 정기배송 서비스 브랜드 ‘옹고잉’을 운영하는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어르신만 고용하는 이상한 물류기업의 차별화 경쟁력, 커넥터스]

다음은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와 관련한 이야기인데요. 오늘 30~50평 규모 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노티드가, 수백평 규모의 ‘노티드월드’를 확장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했잖아요? 이렇듯 작은 점포에서 큰 점포로 확장을 하는 건 노티드만의 이야기는 아니고요. 또 역으로 큰 점포에서 작은 점포로 축소를 한 리테일 업체 사례도 존재하는데요. 올리브영, 다이소, GS더프레시까지. 커지면서 작아지는 매장 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GS더프레시, 다이소, 올리브영까지... 이 시국에 뜨는 ‘매장’의 특이점, 커넥터스]

마지막은 오늘 처음에 간만 보고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셀러들의 이야기입니다. 중국 플랫폼의 공습에 위기를 맞이한 구매대행 리셀러들의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브랜딩’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브랜딩은 여러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어려운 것이 맞습니다. 헌데 이 브랜딩 말고, 셀러들이 바라보는 시장의 기회가 없지 않다고 하네요? 위기의 근원인 중국 플랫폼들이 오히려 협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요? 이 시국에도 성장하고 있는 구매대행 셀러들의 이야기를 커넥터스가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중국 플랫폼 공습에도 성장하는 구매대행 셀러들이 찾은 위기 속 기회,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오늘 이 뉴스레터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마무리 하고 있는데요. 히로시마는 이번이 처음인데, 은근 개성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더군요.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 중인데, 혹시 히로시마 경험이 있는 독자 분은 추천해주시면 조금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주 목요일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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