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1년 만에 3배 넘게 팔린 비결

1. 이달 초(2일) 로렌스 맥콜레이(Lawrence MacAulay) 캐나다 농업식품부(Agriculture and Agri-Food Canada)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올해는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이기 때문인데요. 이를 기념함과 동시에 맥콜레이 장관의 내한에는 확실한 목적이 하나 더 있어 보였습니다. 바로 '돼지고기' 유통 파트너들을 다잡는 것입니다.

2. 맥콜레이 장관이 내한 1일차 방문한 곳은 놀랍게도 홈플러스였습니다. 홈플러스 본사에서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 및 경영진들과 ‘축산물 판매 협력 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요. 이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으로 이동하여 캐나다산 축산물 판매 현장을 살피고, 홈플러스의 대표 상품 캐나다산 ‘보리 먹고 자란 돼지’를 구워 시식까지 했습니다.

3.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맥콜레이 장관이 방문한 곳은 SSG닷컴 본사였는데요. SSG닷컴이 13일부터 시작한 쓱데이 행사에 선보일 캐나다산 농특산물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SSG닷컴은 앞으로 캐나다산 특산품 판매 행사를 정례화함과 동시에 취급 품목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4. 캐나다 농업식품부 장관이 멀리 한국까지 날아오자마자 홈플러스와 SSG닷컴을 연이어 방문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벌써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삼겹살, 목살, 항정살을 비롯한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한국에서 어마무시하게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실제로 언젠가부터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돼지고기 코너는 한돈과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양분하기 시작했고요. 동네 식육점에서도 캐나다산 삼겹살과 목살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3월 삼겹살 데이 때도 크게 활약했고, 저 역시 여러 번 구매해 먹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6. 특히 이번에 맥콜레이 장관이 방한 첫날부터 방문하여 삼겹살 구이를 시식한 홈플러스의 판매 성과가 괄목했는데요. 홈플러스에 따르면 2022년 홈플러스가 판매한 캐나다산 돼지고기 브랜드 '보리 먹고 자란 돼지'는 총 3650톤으로 2021년(1155톤) 대비 무려 3.2배 가까이 높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7. 그렇다면 이토록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당연히 소비자 관점에서는 맛 좋고, 가격 싸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설명 가능할지 모르겠는데요.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뒤에는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된 꽤나 복잡한 이슈들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8. 사실 돼지고기는 웬만해선 뭘 먹어도 맛있는데요. 그럼에도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맛있는 이유를 꼽는다면, 홈플러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돼지 사료로 보리를 먹여 육질이 좋고 맛이 고소하여 잡내가 적기 때문이라고요.

9. 이건 도토리 사료를 먹인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맛있다는 것과 비슷한 브랜딩 방법론이고요.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요. 사실 진짜 이유를 찾는다면 다른 데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