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스카이’, 이제는 샤오미와 경쟁한다고요?(feat. 브랜드 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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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카이 망한 거 아니냐고요? 망할 뻔했지만, 다시 살아났습니다. 한때 프리미엄 휴대전화 브랜드로 유명했던 스카이의 브랜드 라이센싱 권한은 2018년 팬택에서 한 작은 기업으로 팔려갔고요. 이후 전혀 다른 정체성으로 재탄생한 스카이는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 전년 대비 36%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됩니다. 빈사 상태의 브랜드가 대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냐고요? 제조, 물류, 공급망을 아우르며 그 비밀을 스카이 브랜드 오너인 브랜즈컴퍼니 박종일 대표로부터 들어봤습니다.
2. 스카이가 새롭게 설계한 브랜드 정체성은 ‘가심비’입니다. 괜찮은 품질의 생활 가전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하고자 하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산’ 역량이었습니다. 물론 브랜즈컴퍼니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요. 대부분의 제품을 1000여개의 해외 공장과 협력하여 OEM, ODM을 병행하여 제조하는데요. 무려 10년에 가까운 그 경험을 공유합니다.
3. 최근 브랜즈컴퍼니는 중국지사 설립 준비와 맞물려서, 웨이하이에 현지 물류센터를 구축했습니다. 기존 3PL에서 자사 물류로 조금 무거운 구조를 택한 것인데요. 브랜드 기업인 브랜즈컴퍼니가 ‘물류’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이유를 알 수 있고요. 사실 브랜즈컴퍼니 이전 세계적인 브랜드 빌더인 P&G나 유니레버의 공급망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업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죠. 하지만 브랜즈컴퍼니가 장차 하고 싶은 건 ‘브랜드 얼라이언스’이고, 어쩌면 4PL 물류기업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4. 브랜즈컴퍼니의 최근 거대한 관심사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입니다. 알리, 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에 입점하여 글로벌 소비자에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자 공격적인 확장에 열심인데요. 그렇다면 이들 플랫폼에 입점한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은 이제 필연일지 모릅니다. 스카이는 샤오미, 앵커, 베이스어스와 같은 가성비 전자제품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겠어요? 근데 두렵지 않다고요?
CHAPTER 1
망한 줄 알았던 스카이의 부활
세기말의 풍파를 겪은 분들이라면 ‘스카이(SKY)’라는 브랜드를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스카이는 SK텔레텍과 팬택을 거치며 맷돌폰 등 히트 제품을 만든 휴대전화 브랜드였지만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이후 급격하게 쇠퇴했고요. 결국 스카이 브랜드 라이선스는 2018년 ‘브랜즈컴퍼니(당시 착한텔레콤, 이후 2021년 스카이랩, 2023년 브랜즈컴퍼니로 사명 변경)’라는 회사에 팔려나가기 이릅니다.
“착한텔레콤은 2015년 4월부터 중고 자급제 단말기 유통 사업을 운영하면서 연매출 80억원 규모까지 성장시킨 경험(중고폰 사업은 2020년 번개장터에 매각)이 있습니다. 한창 중고폰 유통 사업을 하던 중 모 알뜰폰 통신사가 우리에게 팬택 스카이 재고 단말기를 팔아달라고 해서, 온라인 판매한 적이 있는데요. 불과 며칠 만에 2000~3000대가 팔려나가고, 심지어 몇몇 스카이 마니아들은 저희가 판매한 4대의 단말기를 전부 구매하고 포장 비닐까지 뜯지 않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스카이 브랜드를 추억하는 고객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알았죠. 이후 팬택으로부터 직접 우리에게 더 많은 재고 단말기를 팔고 싶다는 연락을 받아 이것도 잘 팔았고요. 이것이 인연이 돼 팬택이 저희에게 국내 사업 인수와 스카이 브랜드에 대한 독점 라이센싱을 제안했는데요. 수개월 간 숙고를 거쳐 서비스센터를 포함한 팬택의 국내 사업을 인수하고 스카이 브랜드에 대한 독점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2018년이었네요” - 박종일 브랜즈컴퍼니 대표
현재 브랜즈컴퍼니가 운영하는 스카이는 과거 프리미엄 휴대전화 브랜드를 표방했던 스카이와는 다릅니다. 브랜즈컴퍼니가 인수 직후인 2019년 스카이 폴더폰을 개발하여 판매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고요. 보조배터리, 충전 케이블, 무선 이어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주변기기와 액세서리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기 더해 가습기나 안마기, 선풍기와 같은 과거 스카이를 추억한다면 조금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생활 가전제품도 판매하고 있죠.
박 대표에 따르면 이는 브랜즈컴퍼니가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재정의한 결과입니다. 현시점 스카이는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가심비’ 제품 공급을 추구하는 생활 가전제품 브랜드이고요. 브랜드 슬로건 역시 과거 프리미엄 휴대전화 브랜드를 전개하던 시절에 사용했던 ‘It's Different’가 아니라 ‘Sky Begin Again’으로 바꾸었죠.
“야구 좋아하세요? 저는 타이거즈를 응원하는데요. 과거 해태타이거즈의 팀 색깔은 ‘근성’이었습니다. 돈은 없었지만 순수한 근성으로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에 성공했죠. 하지만 지금의 기아타이거즈는 ‘근성’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새로운 리더십과 선수를 바탕으로 다른 색깔을 내고 있죠. 스카이는 예전 고가 폴더폰, 피처폰이었지만 휴대폰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서 실패했습니다. 저는 스카이가 기존 갖고 있던 높은 가격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는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고 있고요. 스카이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샤오미 생태계에 있는 브랜드들, 예컨대 앵커(Anker)나 베이스어스(Baseus)와 같은 해외 브랜드와 경쟁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각 가전에 공급하는 제품이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스마트폰 등 5~10개 정도 되는 것으로 보는데요. 저희는 각 가전에 스카이 로고가 박힌 제품을 50~100개씩 공급할 것입니다. 그날까지 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사용되는 품질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입니다” - 박종일 브랜즈컴퍼니 대표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스카이의 브랜드 정체성이 완전히 바뀌었음에 불구하고, 최근 브랜즈컴퍼니의 매출 성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브랜즈컴퍼니는 2023년 기준 영업이익 흑자 경영 하에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요. 박 대표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 대비 36% 이상 성장한 150억원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지더군요.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요. 심지어 거의 빈사 상태로 죽어가던 스카이라는 브랜드에 전혀 다른 색깔로 숨을 불어넣어 성과를 만들고 있다니, 이게 참 굉장한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스카이가 정말로 향후 샤오미와 경쟁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요. 결국 가성비 하면 떠오르는 중국 브랜드들과의 경쟁은 필연처럼 다가올 텐데요. 한국 브랜드로 중국 브랜드를 ‘가성비’로 이기는 것이 정말 가능한 걸까요? 그렇다면 어떻게요? 그 답을 찾고자 박종일 브랜즈컴퍼니 대표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CHAPTER 2
생산 : ‘가성비’를 만들기 위한 전제
다시 태어난 스카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절대 가치는 ‘가격’과 ‘품질’입니다. 스카이는 현재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 공장 OEM과 ODM을 병행하여 제조하고 있는데요. 결국 가격과 품질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을 합리적인 원가에 생산할 수 있는 ‘공장’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고 합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