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자동화 없이도 ‘출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네 가지 전제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거창한 첨단 자동화를 포함하여 비용 투자 하나 없이 ‘작업 속도’와 ‘정확도’로 대표되는 물류센터의 출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믿겠어요? 여기 네 가지 전제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수천억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식품 브랜드 기업(이그니스)의 현직 물류센터장인 필자가 그가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단독 공개합니다.

2. 작업 속도와 정확도 모두를 높이는 완벽한 이커머스 물류 출고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업 현장에서는 100% 당일 출고라던가, 오출고율 0%와 같은 지표를 강조하는 물류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 단계로 들어간다면 이건 유니콘 같은 거라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차피 발생하는 트레이드오프 상황에서 자사만의 출고 관리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3.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왕왕 자사 물류센터에 어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좋을지 묻는 질문들이 돌아다닙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우문’입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은, 자동화 설비 이전부터 물류센터가 추구하던 목표이자 결과입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 자동화 설비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용만 내뿜고 전혀 도움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판단하냐고요? 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4. 효율적인 이커머스 출고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현장 작업자들의 관점에서 ‘단순하고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사뭇 거창하게 보이는 로봇 첨단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 시스템의 목표 또한 그 시작점은 ‘단순함’에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알 수 있습니다.


PROLOGUE

이커머스 물류 실무 가이드, 어디 없나요?

“이커머스 스타트업 물류 담당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몇 년 동안 수많은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물류 관련 강연을 하며 여러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현업을 뛰며, 이직을 고민하는 물류 담당자들에게도 통용됩니다. 그들에게도 “이 기업 요즘 어때?”와 같은 평판을 묻는 질문을 왕왕 받곤 했거든요. 그 질문 속에는 그들이 해당 기업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녹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전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서 같은 물류라고 불리는 업무더라도, 그 디테일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사실상 현장에서 펼쳐지는 거의 모든 일을 물류 담당자가 맡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문화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와중에 이런 업무를 고도화할 수 있는 어떤 경험과 노하우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일목요연 정리한 내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뿐입니다. 물류학 전공서는 잘 정리된 프레임워크를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요. 그것은 규모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됐기에,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커넥터스>와 같은 전문 미디어나 교양서가 물류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전하기도 하지만요. 아무래도 콘텐츠 창작자가 물류 실무를 전문적으로 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무자의 깊은 고민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가족과 함께 상품을 포장하여, 계약한 택배사를 통해 출고하던 이커머스 셀러가 어느 정도 상품이 팔리는 순간 3자물류(3PL) 기업의 서비스 이용을 고민하고요. 3자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던 업체는 어느 순간 자사물류를 내재화할 것을 고민합니다. 3자물류를 사용하든, 자사물류를 내재화하든,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기업들은 이커머스의 성장 단계에서 숱하게 펼쳐질 물류와 관련된 고민들을 몸으로 익히며, 각자의 노하우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노하우는 어떤 한 기업의 역량으로만 남거나요. 때때로 이직을 선택한 현장 실무 담당자와 함께 기업에 체득되지 않고 사라질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물류 운영의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현재까지 그런 가이드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애초에 물류를 다루는 교양서 자체가 부족하고요. 제가 2022년 1월 출간한 단행본 <커넥터스>가 수천권 수준의 판매량에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도서 온라인몰 물류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요.

그래서 <커넥터스>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입고와 적치, 출고와 주문 및 재고관리, 물류센터 세팅과 설비 및 시스템 도입, 협력업체 커뮤니케이션과 물류비 측정, 현장 인력관리와 R&R 분배, 조직문화 설계까지. 이커머스 물류 성장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와 솔루션을 아우르는 <커넥터스> 안에 연재로 담아보고자 합니다.

이 연재는 커넥터스의 오랜 독자이기도 한 양거봉 이지로지스 물류센터장과 함께합니다. 그는 프리오 이전에 배민프레시, 미팩토리, 팀프레시, 펫프렌즈, 다노 등 다양한 브랜드, 커머스, 물류 스타트업에서 ‘이커머스’ 물류센터 현장부터 SCM(Supply Chain Management)까지 다양한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작게는 수십평 규모부터 크게는 수천평까지. 새로운 물류센터를 세팅하고, 가동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미 세팅된 거대한 물류망을 다루는 대기업 실무자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작은 형태의 물류부터 효율을 만들고 성장시킨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 오랜 노하우를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들과 하나둘 나누겠습니다.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일컬어지는 이커머스 물류 현장의 다양한 고민을 알고, 해결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번 연재를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피드백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몇 달 이상 장기전이 될 이 프로젝트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더 고도화하고 싶습니다. 아래부터는 양거봉님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풀필먼트 실무 백서 연재 리스트

EP1-1. 스타트업 물류 하드보일드 : 어느 실무자의 하루

EP1-2. 스타트업 물류 하드보일드 : 왜 일하는가

EP2-1. 풀필먼트 운영 개선을 위한 선행 과제, ‘관점의 확장’

EP2-2. 택배를 넘어선 이커머스 기업들, 후발주자들이 바라볼 물류의 틈새

EP3-1. 5개의 이커머스 스타트업 물류센터를 ‘셋업’하고 배운 것

EP3-2. 개미 셀러도 할 수 있는 이커머스 물류 셋업 AtoZ

EP4-1. 이커머스 폭발 성장이 ‘물류’를 터뜨릴 수 있다고요?

EP4-2. 터져버린 이커머스 물류를 해결할 구원투수 ‘커뮤니케이션’

EP5-1.모든 이커머스 물류의 고민이 ‘비용 집행’으로 연결되는 이유

EP5-2. 1PL과 3PL의 갈림길,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체크리스트

EP6-1. 대체 물류 효율과 ‘바코드’가 뭔 상관이냐 묻는 사람들에 대한 항변

EP6-2. 이커머스 물류 관리의 시작, ‘기준 정보’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EP7-1. ‘입고’ 관리에 소홀한 물류센터 생산성, 안녕할 수 있을까요?

EP7-2. 이커머스 물류 효율을 좌우하는 복병, ‘입고 관리’ 방법론 AtoZ

EP8-1. 이커머스 물류의 알파이자 오메가, ‘출고 관리’가 뭐길래

EP8-2. 이커머스 출고 관리를 잘하는 가장 쉬운 방법,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EP8-3. 첨단 자동화 없이도 ‘출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네 가지 전제

CHAPTER 1

마치 유니콘 같은 출고 관리의 목표에 관하여

(전편에서 계속) 물류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주변에서 ‘100% 당일 출고’라던가, ‘오출고율 0%’와 같은 지표를 내걸면서 화주사 영업을 하는 3PL(3자물류) 및 풀필먼트업체를 본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은 흔히 자사만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에 더하여 물동량의 급격한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운영 역량을 강조하곤 한다.

여기서 물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일 출고율 100%나 오출고율 0%와 같은 지표는 물류업체라면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것인데, 왜 새삼스럽게 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혹자는 자사 물류팀이나 물류 처리를 대행하는 3PL 업체에 이러한 목표 달성을 요구한 기억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그런 방법이 궁금해서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분이 있을지 모른다.

명확하게 밝히고 시작하자면 ‘속도(당일 출고율 100%)’와 ‘정확성(오출고율 0%)’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출고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특정 화주를 대상으로 시기나 물량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환경에서는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이 불가하지 않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장기적인 운영을 전제한다면, 단연코 어떤 물류 현장을 가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일매일 미출고, 오출고 관련 문제는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이 때문일까. 최소한 지금까지 내가 만난 수많은 이커머스 물류 실무자들 중에서 그들의 물류팀(혹은 우리와 계약한 3PL)이 출고 업무를 너무 잘한다고 자부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기업의 규모나 물동량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매일 같이 발생하는 고객 클레임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심지어 앞서 이야기했던 100% 당일 출고와 오출고율 0%를 자랑하는 물류회사의 직원들조차 사석에서는 현장에서 매일매일 터져 나오는 문제와 엉켜버린 프로세스에 대한 푸념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출고 관리 효율화의 첫 번째 전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현장의 문제는 물류 역량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물류 역량이 뛰어나다면 문제의 크기가 덜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이 됐든 모든 문제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CHAPTER 2

트레이드오프 상황에서 ‘목표’ 설정하기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출고 작업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물량 규모와 운영 역량을 막론하고 대부분 출고 관리의 목표는 최대한 합리적인 비용으로 ‘시간’과 ‘물동량’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일 출고율’과 ‘오출고율’은 각각 작업 속도와 정확성을 대표하는 관리 지표임에 분명하다.

예컨대 고객 주문 마감시간(Cut-off)부터 피킹 및 포장 작업을 마무리하여 택배 등 배송사에 상품을 인계하여 속도를 높이는 것, 또 급격하게 늘어나는 물동량 증가에도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작업 인력, 공간, 설비 등 ‘캐파(Capacity, 일일 처리 역량)’를 확충하는 것은 모두 ‘당일 출고율’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CS 인입을 낮추기 위해서는 출고 정확성을 유지하여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 안정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오출고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출고 관리를 위한 지표는 이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것이 사실이나 1) 당일 출고율을 높이면서, 2) 오출고율을 낮추는 운영을, 3) 비용 효율적으로 한다면 사실상 물류 운영 관점에서 더 이상 필수적인 개선 사항은 없다고 봐도 과언 아니다. 고객사와 자사 유관부서의 출고 관련 불만 또한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모든 지표를 완벽하게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모든 지표들이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교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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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자동화 없이도 ‘출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네 가지 전제
PROLOGUE 이커머스 물류 실무 가이드, 어디 없나요? “이커머스 스타트업 물류 담당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몇 년 동안 수많은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물류 관련 강연을 하며 여러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현업을 뛰며, 이직을 고민하는 물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