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이 60년 만에 나무 어상자를 ‘OOO’로 바꾼 이야기(feat. 공유물류)
물류의 기본은 물건을 담는 박스일 겁니다. 박스가 표준화 되고, 공용화 되는 것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데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일어난 '나무로 만든 어상자의 변신'을 소개합니다.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부산공동어시장은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수산물 역사의 산 증인과 같은 곳입니다. 국내 수산물 위판 전체 물량의 30%를 담당함은 물론, 특히 고등어 생산량의 80%가 부산공동어시장을 거치는데요. 이러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부산공동어시장은 최근까지도 60년 전 방식 그대로 ‘나무 어상자’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건 부산공동어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고요. 전국 대부분의 어시장이 비슷한 상황인데요. 불과 몇 개월 전 이 긴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다회 사용이 가능한 ‘빨간 플라스틱 어상자’가 도입된 것입니다.
2. 이 새로운 어상자가 도입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상자 용량과 모양을 합의하는 데만 장장 3개월이 넘게 걸렸으니까요. ‘아니, 국가 표준규격이 정해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1은 알지만 2는 모르시는 겁니다. 어시장에서 어상자는 곧 화폐와 같은 거래 단위로 사용되는데요. 이에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거래에 얽힌 수많은 시장 안팎 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많은 불편함에도 국내 수산물 위판장에서 나무 어상자가 계속 쓰였던 이유는 분명 있던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3. 사실 어시장의 경매 단위가 나무 어상자로 60년 동안 굳어진 또 다른 원인은 물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흔히 ‘구루마’라 부르는 손수레, 아니 부산공동어시장에선 일제강점기부터 써온 것이니 명칭도 그 시절 그대로가 맞겠군요. 이 손수레로 옮길 수 있는 최적의 상자 단위부터 역사가 시작된 것인데요. 여기 60년 긴 세월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체가 또 ‘물류기업’입니다. 새로운 어상자를 도입한 주체인 로지스올이 기존 관성을 깨기 위해 어떤 물류 관점의 이점을 어시장 관계자에게 제공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4. 부산공동어시장을 포함해 국내 어시장은 대부분 어획량 감소, 인력 부족,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 추진 중이기도 한 ‘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이 관점에서 이번에 부산공동어시장에 도입된 다회용 어상자는 현대화 사업의 새로운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 적용보다도 기존 물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어시장 상황에 맞춰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새로운 어상자에 숨어 있는 공유 물류 프로세스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