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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편집샵에서 만난 발견의 가치

엄지용
엄지용
- 13분 걸림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9월 28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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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연휴 되세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커넥터스 운영자 엄지용입니다. 오늘부터 6일간 기나긴 연휴가 시작되고요. 저 역시 오늘 이른 새벽 강원도 모처로 떠나는 차에 올랐는데요.

저희 가족은 추석을 쇠지 않기로 한지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요. 모처럼 맞은 긴 연휴에 가까운 친척과 함께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숙소를 잡아 강원도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한가위 보내길 바랍니다.

원래는 뉴스레터 발행일인 목요일과 연휴가 겹쳤겠다, 겸사 한 주 쉬려고 했지만요. 6일에 달하는 긴 연휴를 다 쉬는 건 소상공인인 저에게 거대한 압박(...)으로 다가왔고요.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도 드릴 겸, 뭐라도 쓰려고 뉴스레터 발행 버튼을 누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내용을 준비한 것은 아닌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슬쩍 보고 가셔도 저는 참 고맙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무신사와 맞서는 오프라인’의 경쟁력

지난주 금요일 오전 11시는 무신사가 대구 동성로에 세 번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날입니다. 커넥터스도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오픈 하루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 초청받았고요. 신승윤님이 현장에 방문하여 매장 오픈 내용과 함께 무신사 진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 동성로 오프라인 패션 상권 분위기를 취재, 정리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무신사 대구 동성로 상륙, 로컬 패션샵은 두렵지 않다?, 커넥터스]

금요일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이 오픈한 것과 같은 시간, 저는 출장차 부산에 내려왔는데요. 당일치기로 할 일만 끝내고 돌아오긴 너무 아쉬워서, 일요일까지 부산에 머물며 잠깐의 여행을 즐겼습니다. 여행 일정의 시작은 역시나 부산 서면에 거주하는 현지 물류업계 지인과 함께하는 술자리였죠.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었던 금요일 밤. 마침 그날 발행한 콘텐츠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무신사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다음 오픈 지역으로 부산 ‘서면’을 콕 찍어, 공식화한 것인데요. 이 이야기 알고 있냐고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 분 왈. “이미 서면에는 다 소문나서 들어올 자리까지 집고 있다”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무신사 스탠다드 부산 진출설에 술렁이는 서면 상권, 커넥터스]

네, 저는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겸사 무신사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그 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남겼고요. 그 공간은 이미 몇 달 전 커넥터스가 취재하여 보도했던 쥬디스태화 상가 건물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네 번째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 알려진 서면 쥬디스태화 상가 1~2층 공간의 모습. 무신사는 올해 안에 무신사 스탠다드 서면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커넥터스

쇼루밍에 실패한 이유

아실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서면은 부산의 ‘강남’이라 일컬어지는 최번화가입니다. 유행의 첨단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트렌디한 음식점과 주점, 카페를 골목 곳곳에서 찾을 수 있고요. 특히 서면과 인접한 전포동 상권은 패션 편집샵들이 밀집해 있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2의 전포카페거리, 전리단길, 부산광역시보]

둘째 날인 토요일 저의 여행 코스는 바로 이 전포동 패션 편집샵들이었습니다. 여차하면 바로 서울로 올라갈 생각에 내려온지라, 여벌옷이 없어서 적당한 상의를 구매하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겸사, 상권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는데요. 그렇게 저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편집샵(파인드샵, 루프트, 브레슈)을 방문했고, 뭔가에 홀린 듯 서로 다른 세 개 브랜드(더뮤지엄비지터, 매스노운, 와일드띵스)의 옷가지를 현장에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왼쪽부터) 파인드샵, 루프트, 브레슈의 모습. 모든 매장 안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드나들었다. ⓒ커넥터스

사실 제가 구매한 세 가지 브랜드는 모두 무신사에 입점,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면 나름 스마트(?)한 쇼루머인 저는 오프라인 샵에서 만나는 상품 가격을 온라인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무신사 검색 정도는 기본 소양이고, 동일 상품이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으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진 않죠.

[함께 보면 좋아요! : 국내 소비자 59%가 쇼루머, 온라인 장보기 지출액 가장 커, 아시아경제]

그런데 웬걸. 무신사에 제가 구매하고자 한 상품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분명했지만요. 제가 구매하려는 것과 동일한 상품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집샵에서 만난 다른 옷가지들도 무신사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였지만, 무신사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이 많았고요. 혹여 무신사에 동일 제품이 있더라도, 오프라인 판매 가격이 온라인보다 저렴한 경우도 왕왕 보였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정말 무한할까

무엇보다 어디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와 상품을 모아놓은 편집샵의 큐레이션은 그 자체로 저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잠깐 들러서 필요한 티셔츠만 사겠다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어느덧 무려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편집샵 탐방에만 썼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무한한 진열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온라인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간이 무한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무신사에 들러서 옷가지를 사곤 하는 저도, 무신사의 모든 상품을 확인하진 않습니다. 실시간 ‘랭킹’을 보고, 라이크를 표기해둔 ‘브랜드’의 신상을 확인하는 정도이고요.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구매할 뿐이죠. (누가 그러는데 요즘에는 SNL이 유행시킨 ‘무신사 냄X’ 논란 때문에 랭킹 100위권 밖 상품만 보고 구매하는 분들도 있다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무신사 냄새"SNL 녹아든 쿠팡의 '칼날', 비즈워치]

반면, 이론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비해 턱없이 한정된 진열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요. 취향이 맞는 ‘큐레이션’을 잘하는 매장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발견의 즐거움은 가히 엄청납니다. 제가 방문한 편집샵 중에서는 ‘파인드샵’이 그랬는데요. 어찌 이렇게 제 취향의 스타일만 쏙 들여놨는지! 여러 벌 둘러보고, 만져보고, 입어보고를 반복했고요. 심지어 다른 편집샵을 찾으러 나갔다가 다시 또 방문했습니다.

요컨대 오프라인 편집샵은 무한한 온라인 진열 공간을 뒤지며 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야 하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특유의 ‘큐레이션’을 통해 크게 줄여줄 수 있었고요. 온라인에서는 구매할 수 없거나, 온라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방문, 구매한 2개의 편집샵 모두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전 상품 10% 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고요. 사이즈가 안 맞아 구매하지 못한 바람막이는 50% 할인이 붙어 판매되고 있었는데, 지금도 좀 아쉽네요.

돌아와서 서면에 들어설 예정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이들 편집샵들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보다는 기본 흰티, 기본 슬랙스, 기본 양말을 판매하는 곳이고요.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물류 관점에서 재고관리가 쉽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흰 티셔츠는 작년에도 팔렸고, 올해도 팔릴 것이고, 내년도 팔리겠지만요. 디자인이 (빡세게) 들어간 제품은, 그 유행이 끝난다면 영원히 안 팔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신사가 대구 동성로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이어, 첫 번째 편집샵 매장 ‘무신사 대구’ 오픈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한다면요. 언젠가 이들 로컬 편집샵과 무신사의 직접적인 경쟁도 현실화돼 다가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결국 누가 더 많은 고객들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오프라인에서 펼쳐질 경쟁의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이제 정말 연휴 시작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연휴의 시작입니다. 저도 취미로 글쓰기는 이 정도로 하고, 남은 연휴는 바쁘다는 핑계로 못했던 것을 많이 해볼까 하는데요. 일단 쌓여있는 책 중에서 몇 권을 가지고 왔는데, 연휴 기간에 한 권이라도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도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송의달의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천현우의 <쇳밥일지>를 충동 구매했는데,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거든요. 뭘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고요.

역시나 바쁘다는 핑계로 못 본 영화도 챙겨보려고 합니다. 아직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를 못 봤는데, 이번 추석 연휴에는 꼭 보려고 하고요. 이 외에도 지인에게 선물받은 영화 예매권이 좀 많이 남았는데, 사용기간이 9월 30일까지더라고요. 어떻게든 다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영화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이번 연휴를 보내려고 합니다.

사실 휴일 첫 날부터 업계 콘텐츠를 살펴보도록 큐레이션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으니까요. 오늘은 링크만 몇 개 남겨두니, 관심 있는 분들만 살펴주세요. 저는 연휴 끝나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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