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벙커의 ‘니치버스터’, 틈새에서 대중성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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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나눈다면요
커넥터스의 미디어 파트너 ‘데일리트렌드’를 운영하는 김소희님이 주최하여 8일부터 열리고 있는 <넥스트 커머스 2023> 행사에 양일째 참석하고 있습니다. 간만에 외부 행사 참가인데, 반가운 분들과 현장에서 인사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요. 특히나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리테일 영역 실무자 여러분의 발표는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물해줬습니다.
사실 커넥터스는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을 표방하지만요. 물류부터 시작한 저의 배경으로 인해, 유통 영역의 콘텐츠는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네쿠카배로 대표되는 IT, 커머스 플랫폼의 이야기는 저희 단골 소재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전방 고객단보다는 후방 운영단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많이 나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객 전방 영역까지 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요. 그 일환으로 김소희님의 데일리트렌드나 기묘한님의 트렌드라이트와 같은 리테일 영역을 잘 다루는 미디어와 제휴하여, 저희에게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부터 새로 제휴를 시작한 미디어 ‘픽쿨’과는 협력을 통해 저희에게 부족한 IT 영역의 콘텐츠를 채우고 있는데요. 일종의 미디어 얼라이언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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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저는 경계를 넘어서 관점을 나누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류 콘텐츠라고 우겼지만, 물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했고요. 물류와 상관없는 독자 여러분에게까지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물류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한 편에서는 제휴를 통해 물류와 상관없어 보이는 콘텐츠 역시 하나둘 저희 채널에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콘텐츠 또한 물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저희 독자 여러분에게 의미 있게 다가갔길 희망합니다.
사실 얼마 전 커넥터스 구독자인 한 물류기업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저희와 함께하는 필진 한 분을 언급하면서, 콘텐츠 너무 좋다고 팬심을 전해주더라고요. 나름 우리의 선택이 괜찮게 들어맞았나 싶어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빅블러’라고 이야기하는 융합의 시대입니다. 커넥터스가 운영하는 모임주소록 <커넥트 라운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미 경계를 특정할 수 없는 너무나 다양한 영역의 독자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과 새로운 관점을 나누고 싶은데요. 밑밥을 잔뜩 깐 이유는 오늘 다룰 콘텐츠 역시 평소 제가 잘 다루진 않았던 영역을 주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위클리 뉴스픽 :
그야말로 ‘다양성’이 폭발하는 시대
‘니치버스터(Niche Buster)’라고 들어보셨나요?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이 2012년 발행한 저서 <니치(Niche>에 언급된 개념인데요. 제임스 하킨은 틈새시장을 의미하는 ‘니치(Niche)’가 어떤 특이점을 바탕으로 주류(Mass) 시장까지 확장하며, 너무나 당연했던 블록버스터의 법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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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0년도 더 전에 언급된 개념이지만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소비 생태계를 설명하기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니치버스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이야기할 주제가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와인은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왠지 공부해야 하고, 어려운 문화처럼 여겨졌지만요. 지금은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생활접점 유통망까지 널리 퍼져서, 대중에게 사랑받고 매출 신장을 이끄는 블록버스터 카테고리가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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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와인은 여전히 ‘니치(Niche)’의 색깔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분명 여전히 소수의 강력한 몇몇 제품들이 매출을 이끄는 부분은 있지만요. 그 트렌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기도 하고요. 그 이상으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굉장히 다양한 품종과 종류의 와인들이 ‘롱테일’을 형성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이는 여타 주류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술이라고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취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나, 소주를 말아먹으면 잘 어울리는 한국형 라거 맥주가 전부였거든요. 지금 여러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하이트나 카스와 같은 소수 브랜드들이 막강한 블록버스터를 형성하며 이 시대의 주류 시장을 지배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야말로 다양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맥주를 넘어서 난생 처음 보는 수제맥주들이 대중 유통망에 깔리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고요. 혹자는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콜라보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입힌 새로운 제품들이 매 순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누군가는 다양성의 종말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보다는 그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다양성에 물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저는 조금 더 맞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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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벙커의 ‘니치버스터’ 전략
돌아와서 오늘 다룰 주제는 롯데마트가 준비한 리뉴얼 점포 제타플렉스의 자랑거리인 와인 특화 매장 ‘보틀벙커’입니다. 데일리트렌드가 8일 주최한 <넥스트 커머스 2023>에 연사로 참석한 강혜원 롯데마트 주류부문장(상무)의 발표에서도 저는 앞서 이야기했던 ‘니치버스터’를 느꼈거든요.
일단 ‘보틀벙커’는 업계 내외부를 막론한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제타플렉스의 확장은 모종의 이유로 잠실 1호점에 멈춰 있지만요. 보틀벙커는 서울 잠실을 시작으로 단독으로 창원, 광주점까지 확장했고요. 보틀벙커 세 곳의 월 평균 매출 성장률은 50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타플렉스를 뺀 보틀벙커 단독으로 미디어 노출도 많이 되고 있고요. 이는 보틀벙커가 롯데쇼핑에게 있어 그만큼 ‘자랑하고 싶은’ 사례라는 것을 반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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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문장은 보틀벙커를 ‘메가 와인 큐레이션 샵’이라 부를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여기 ‘메가’와 ‘큐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보틀벙커가 니치 시장을 ‘대중’의 영역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어떤 묘수가 숨어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키워드별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메가’가 갖는 의미
‘메가’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타플렉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특화 매장이고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1층 면적의 70%인 약 400평 규모를 활용하여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는 거대한 상품 구색, 요컨대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강 상무에 따르면 통상 롯데슈퍼 점포에 구비한 와인 구색이 100~200종, 롯데마트 점포에 구비하는 와인 구색이 500~1000종이라면요. 보틀벙커에는 5000종이 넘는 와인 종류를 구비했습니다.
여기 더해 보틀벙커는 와인에 특화한 매장이긴 하지만, 별도로 거대한 위스키 진열 공간을 마련했고요. 이 외에도 한국 전통주와 같은 다양한 주류와 함께, 주류와 함께 즐기면 좋을 안주 메뉴 또한 매장 별도 진열 공간을 할애하여 비치,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도 보틀벙커에 직접 방문해봤는데, 평소 다른 마트에서 안 보였던 다양한 브랜드를 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죠.
또 재밌는 것은 ‘체험’ 공간을 강조한 것인데요. 미디어에도 집중 소개됐던 공간인데 보틀벙커가 자신하는 80종의 주력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 탭’을 구축했고요. 테이스팅 탭 바로 옆 공간에는 와인과 곁들이면 좋을 음식을 곧바로 주문하여 시음 와인과 함께 즐길 수도 있습니다.
강 상무에 따르면 가끔 테이스팅 탭을 통해서 ‘5대 샤또 마셔보기’와 같은 이벤트를 열고, 프리미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도록 내놓기도 하는데요. 이 때면 매장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고객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그렇게 집객된 사람들이 보틀벙커에 온 김에 마음에 맞는 주류를 몇 개라도 구매한다면, 이 또한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겠죠?
대중을 이끄는 ‘니치’에 집중하다
롯데마트가 보틀벙커에서 ‘메가’를 강조하고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충했지만요. 사실 운영 관점에서 ‘다양성’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출을 이끄는 상품은 분명 특정 몇 가지로 쏠리기 마련인데, 다양한 상품 구색은 ‘재고’라는 거대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틀벙커가 5000종이 넘는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별도 마련한 이유는요. ‘와인 애호가’들이 기꺼이 방문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을 탐구하는 것을 즐기고, 또 그만큼 다양한 와인을 마시며 도전하는 성향이 있는 ‘마니아’들입니다. 그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구색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요. 실제로 보틀벙커에서는 대형마트 와인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불가리아산 와인을 만날 수 있고요. 대형마트에 납품을 안 하기로 유명한 내추럴와인 전문 유통사 ‘뱅베(Vin V)’가 취급하는 와인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보틀벙커는 상대적으로 ‘소수’라 볼 수 있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집중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보틀벙커가 ‘대중’ 시장을 공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강 부문장에 따르면 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통상 와인을 구매한다고 한다면 하는 행동이 뭐냐면요. 주변에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묻고 추천을 받는 것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러한 주변인들의 질문을 받을 확률이 높고, 잠재적으로 대중의 구매의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롯데마트가 선택한 전략은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구매한다고 한다면 첫 번째로 생각나는 와인숍이 ‘보틀벙커’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강 부문장에 따르면 한국에는 다양한 와인숍이 있지만요. 와인 애호가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모든 상품을 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는 와인숍은 없었고요. 이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은 원하는 와인을 모두 구매하기 위해서 여러 와인 매장을 두루 방문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보틀벙커에 간다면 세상 모든 와인을 만날 수 있다면요? 와인 애호가들은 굳이 다른 매장을 염두에 두지조차 않고, 보틀벙커를 첫 번째 방문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보틀벙커는 통상 대중성 있는 와인을 취급하는 대형 납품사 10~15군데와 계약을 체결하여 와인을 공급받는 일반적인 롯데마트와 다르게요. 500개에 달하는 ‘소규모 와인 부티크 수입상’까지 접촉하여 다양한 와인 구색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았고요. 그 결과 앞서 잠깐 소개했던 뱅베를 포함하여 70개의 납품처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이런 노력을 감수했냐고요? 그래야만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묻는 지인들에게 ‘보틀벙커’를 가볼만한 곳이라 추천할 테니까요. 조기 수용자(Early Adaptor)이자 인플루언서인 와인 애호가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대중’ 채널까지 퍼져나갈 테니까요. 보틀벙커가 그 자체로 ‘입소문’의 시작점이 될 테니까요.
덩달아 와인 애호가들은 대중을 이끄는 인플루언서 역할뿐만 아니라요. 그 자체로 ‘구매력’이 있는 충성고객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인해서 이들은 값비싼 프리미엄 와인을 구매하기도 하고요. 그러지 않더라도 한 번에 다양한 여러 병의 와인을 구매하기도 한다고요. 이런 이들의 열성적인 구매성향을 보조하기 위해서 롯데마트는 ‘보틀벙커’ 앱을 통해 일정 구매금액이나 병수를 넘으면 할인을 해주는 시스템을 녹였습니다.
와인 대중화를 위한 ‘큐레이션’
앞서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를 ‘메가 와인 큐레이션샵’이라 부른다고 했고요. 메가에 이어지는 다음 키워드는 역시나 ‘큐레이션’입니다. 여기에서 큐레이션이란 매장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조합들을 추천해주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보틀벙커의 거대한 매장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다양한 주류와 안줏거리가 진열돼 있는데요. 매장 곳곳에 비치된 주류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주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온라인을 통해서 접하고, 읽을 수 있고요. 주류와 안주의 페어링을 설명해주는 안내판 또한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밌는 것은 보틀벙커 앱에서 제공하는 ‘푸드 페어링’ 기능인데요. 특정 음식과 잘 어울리는 주류의 마리아주(궁합)를 추천해주는 기능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요. 여기서 특정 음식이 샤퀴테리나 치즈와 같은 일반적으로 와인과 어울릴 것이라 생각되는 음식의 클리셰가 아니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예컨대 곱창, 닭갈비, 심지어 냉동만두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보틀벙커가 이러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한 이유도 ‘니치버스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보틀벙커는 와인이 ‘일상’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와인이 특별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어떤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쉬운 예로 와인을 스테이크를 써는 날에만 먹는 특별한 주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요. 퇴근 후 집에서 냉동만두를 돌려먹으면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주류가 돼야 대중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야 와인 시장의 외연이 커지고, 보틀벙커의 매출도 상승하니까요.
“와인의 일상화는 우리가 꿈꾸는 비전입니다. 보틀벙커를 오픈할 당시(2021년 12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절정이었거든요. 당시 우리는 떡볶이, 순대와 같은 배달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와인을 추천했고,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 속의 음식들을 어떻게 와인과 매칭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보틀벙커 론칭 초기 소믈리에이자 셰프와 계약하여 컨설팅을 받았고요. 이를 바탕으로 페어링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우리 팀원들은 모두 와인 자격증을 취득했고요. 우리 팀의 모든 회식은 테이스팅의 연속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식견과 소비자 관점에서 우리의 실험이 합쳐진 콘텐츠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 강혜원 롯데마트 주류부문장(상무)
이렇듯 보틀벙커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요. 그렇다고 보틀벙커가 와인이 갖는 ‘다양성’의 가치를 희석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는 보틀벙커의 공간 디자인 관점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일단 보틀벙커는 매장 전면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에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을 진열하지만요. 대중성을 갖춘 와인 틈틈이 다양한 실험적인 와인들을 함께 층을 지어 노출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보틀벙커 안에서 와인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익숙했던 것들뿐만 아니라, 새로 다양한 와인을 발견하고, 자연스러운 도전을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와인 초보자라고 남들이 사는 것을 똑같이 사는 것은 재미없잖아요? 우리는 매장 방문 고객들이 보틀벙커 안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을 구성합니다. 푸드 페어링뿐만 아니라요. ‘피크닉에 어울리는 와인’, ‘여름철 비가 오는 날 어울리는 와인’ 같은 상황별 큐레이션도 함께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 강혜원 롯데마트 주류부문장(상무)
여기까지 보틀벙커의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를 일종의 롯데마트 전체 주류 데이터를 증명하는 ‘테스트베드’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보틀벙커는 그야말로 ‘다양성’을 폭발시켜 대중부터 마니아까지 다양한 이들의 반응을 실험하는 공간이 되고요.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성’을 갖춘 상품을 발굴하여, 보틀벙커보다 작은 구색을 진열하는 롯데마트나 롯데슈퍼의 주류 진열대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다분히 머천다이저의 ‘감’에 의거하여 상품을 소싱하는 것과 비교하여 확연히 실패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앞서 잠깐 이야기했듯 분명 ‘다양성’은 재고관리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지만요. 이를 상쇄하고도 다양성을 구축해야만 하는 여러 효용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오늘 퇴근 후 와인 한 잔 어떤가요? 여름의 초입을 앞둔 서울은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이런 날 강 부문장이 추천하는 와인은 ‘펫낫(페티양 나투렐, Petillant Naturel)’이라고 합니다. 펫낫은 잔잔한 기포가 매력적인 내추럴 스파클링 화이트와인인데요. 비오는 날 쳐질 수 있는 기분을 올려줄 수 있다나요?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물류 아닌 콘텐츠는 어떤가요?
간만에 물류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봤는데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음에 불구하고, 재고관리니 SKU(Stock Keeping Units)니 하는 운영 측면의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읽은 독자 여러분에게는 이번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갔을까요? 처음 시작하면서 이야기했지만, 리테일 영역은 아직 저에게 많이 부족한지라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고요. 이 글도 사실 어제 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번 뒤집고 새벽에 재차 마무리 했습니다. 덕분에 뉴스레터 지각을 피하진 못했는데, 송구한 마음이고요. 그럼에도 내용이 괜찮았다면 주변 분들에게 커넥트레터와 커넥터스를 추천해주세요.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 주제가 주제였으니 관련된 큐레이션을 이어가자면요. 지그재그와 29CM의 팝업스토어가 각각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성수동 이구성수 안에서 진행되고 있거든요. 재밌는 것은 ‘패션 버티컬’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두 플랫폼의 팝업스토어는 전략 측면에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커넥터스와 기묘한님의 분석을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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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커넥트레터가 다뤘던 주제와 연결되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최근 쿠팡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민주노총 택배노조 간부 3명을 대상으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죠. 소송전이 시작된 만큼 향후 법원의 판단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데요. 여기 쿠팡이 본격화하고 있는 ‘택배’ 비즈니스와 엮인 CJ대한통운에 대한 판례가 있다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두 기업이 노동 이슈에 대해서는 같은 고민을 공유할 것 같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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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슬슬 전선을 형성하며 달아오르는 반쿠팡 연합군의 소식이 눈에 띄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쿠팡과 맞서야 하는 SSG의 비밀무기죠? SSG닷컴과 지마켓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그 윤곽을 완전히 드러낸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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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소식은 지금은 외부 콘텐츠로 먼저 큐레이션드리지만요. 앞으로 커넥터스가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다뤄볼만한 내용으로 보는데요. 독자 여러분과 계속해서 소식 업데이트할 것을 약속드리며, 저희는 다음 주에도 재밌는 유통물류 콘텐츠로 찾아오겠습니다. 아차, 오늘 <넥스트 커머스 2023> 방문하시는 분은 인사해요. 저는 아침부터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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