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안 받아도 환불해드립니다" 커머스의 독인가, 약인가?
"환불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품은 반품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마존이나 테무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죠. 물건도 갖고 돈도 돌려받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반품 없는 환불(Returnless Refund)' 정책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복잡합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 업계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독이 될까요?
먼저 현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전자상거래협회 데이터를 보면, 국내 이커머스 반품률은 평균 20-30%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죠. 더 놀라운 것은 Logistics Management 연구에서 밝힌 반품 처리 비용입니다. 상품 판매가의 3분의 2에서 심지어 두 배까지 들 수 있다고 합니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만원짜리 티셔츠 하나를 반품받기 위해 배송비, 검수비, 재포장비 등으로 3만원이 든다면 어떨까요? 차라리 고객에게 그냥 주는 게 나은 상황이 됩니다.
바로 여기서 '반품 없는 환불'의 경제학이 시작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이 이 정책의 선구자가 된 이유도 바로 이런 계산 때문입니다. 특히 75달러(약 10만원) 미만 저가 상품의 경우 반품 처리 비용이 상품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각국의 서로 다른 접근법, 어떨까요?
1) 미국: 데이터로 승부하는 정교한 전략
미국 기업들의 접근법은 정말 체계적입니다. 아마존, 월마트, 타겟 모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언제, 누구에게, 어떤 상품에 이 정책을 적용할지 정교하게 계산합니다. 마치 보험료를 산정하듯이 말이죠.
예를 들어, 고객의 구매 이력, 상품 가치, 예상 처리 비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손익분기점에서만 정책을 발동시킵니다. 정말 스마트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 중국: 과열 경쟁이 낳은 뼈아픈 교훈
반면 중국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2021년 핀둬둬가 도입한 '환불만(仅退款)' 정책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무차별적 고객 유인책이었습니다. 타오바오와 JD닷컴도 경쟁적으로 뒤따랐죠.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조직적 사기 집단들이 '양털 깎기(薅羊毛)'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무력화시켰거든요. Caixin Global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을 받고 고의로 불량을 주장해 환불받는 수법이 거대한 지하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결국 2025년 4월, 중국 주요 플랫폼들은 정책을 전면 폐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3) 한국: 법적 기반 위에서 찾는 균형점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우리에게는 특별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미 소비자에게 7일 내 무조건 반품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법적 기반이 있다는 뜻이죠.
한국유통산업연구원 분석을 보면, 쿠팡은 이 틀 안에서 로켓배송 상품에 30일 반품을 보장하면서 일부 저가 상품에 대해 조용히 '회수 없는 환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쇼핑은 '반품안심케어' 같은 유료 서비스로 반품 비용을 플랫폼과 판매자가 분담하는 한국적 해법을 시도하고 있고요.
고객들은 이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정말 흥미롭습니다. '반품 없는 환불'을 경험한 고객의 51%가 해당 브랜드에서 다시 구매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아마존 관련 데이터 분석에서 이 정책을 경험한 고객의 78%가 30일 이내에 재구매자로 전환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반품을 경험한 고객의 재구매율 45%와 비교하면 정말 큰 차이죠.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고객 입장에서는 "이 회사는 나를 믿고 이렇게 해주네"라는 신뢰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브랜드 전체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렇다면 성공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맥킨지(McKinsey) 리포트와 중국의 실패, 미국의 성공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규칙 설정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상품을', '어떤 상황에서' 정책을 적용할지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상품 가격 및 마진율: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저가, 고마진 상품으로 대상을 한정합니다
- 상품 카테고리: 재판매가 불가능한 위생용품, 파손 위험이 큰 제품들을 우선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반품 사유: '단순 변심'보다는 '상품 파손'이나 '오배송' 같은 명확한 사유일 때 적용하면 효과적입니다
- 고객 등급: 과거 구매액이 높고 반품률이 낮았던 우수 고객에게 우선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AI 기반 사기 탐지 시스템 구축
정책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사기 탐지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비정상적인 구매 및 반품 패턴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노력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기간에 여러 계정으로 특정 상품에 대해 반복적으로 '반품 없는 환불'을 요청하는 사용자들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죠.
3) 고객 세분화를 통한 차등 적용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고객의 생애 가치(CLV)를 기준으로 세분화해서 정책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VIP 고객에게는 로열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더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겠죠.
4) 재고 관리와의 연동
'반품 없는 환불'을 단순한 고객 서비스가 아닌, 재고 관리 전략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즌이 끝나가는 겨울 의류 재고에 대한 반품 요청이 들어올 경우, 반품을 받아 창고에 보관하는 대신 이 정책으로 처리해서 보관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죠.
5) 명확한 내부 가이드라인 수립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고객 서비스 팀이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업계에 드리는 제언
국내 물류·유통업계 관계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반품 없는 환불'이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고 고객 경험이 차별화 포인트가 된 지금, 이 카드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가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됩니다. 무분별한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거든요. 반대로 미국처럼 철저한 준비 없이는 시도하기도 어렵고요.
그렇다면 우리만의 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한국형 점진적 도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강력한 소비자보호법이라는 장점이 있으니까, 이를 활용해서 특정 카테고리나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테스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데이터 수집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상품이, 어떤 고객이, 어떤 사유로 반품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거든요.
마무리하며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커머스의 미래 승자는 누가 더 관대한 정책을 펼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스마트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반품 없는 환불'은 분명 양날의 검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략과 시스템을 갖춘다면, 이 정책은 커머스 업계에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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