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에서 ‘쿠팡 풀필먼트’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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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돌고 돌아서

얼마 전 저녁 미팅을 위해 역삼동 거리를 걷고 있는데,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더군요. 도로에는 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옷깃을 여미고 다녔는데, 어느덧 완연한 봄입니다.

봄기운 탓일까요. 요즘 오래된 인연들로부터 왕왕 연락을 받곤 합니다. 얼마 전 동인천에서 만난 친구는 10여년 전 함께 밴드를 했는데요. 회사를 2개월 정도 쉬고 남미 일주를 마치고 최근 돌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남극에서 펭귄과 함께 찍었다고 보여준 그 사진은 마치 합성 같았는데, 이야기의 디테일을 봤을 때 뻥은 아닐 겁니다.

또 최근 만난 10여년 전 대외활동을 함께 했던 대학 선배는 어엿한 물류기업의 실무 책임자가 됐습니다. 과장님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아재 바이브가 느껴지는데, 요즘은 선임님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커넥터스를 시작하곤 처음 연락이 와서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 했는데요. 같은 부서에서 그와 함께 일하는 대학 후배가 또 저희 구독자라고, 반가운 마음에 연락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처음 만났던 후배님은 14학번이라 하고요. 제가 첫 직장에서 만들었던 콘텐츠를 대학 과제 할 때 그렇게 많이 써먹었다고 하는데, 직장을 두 번 바꿀 때까지 구독자로 따라와 준 것 아닙니까. 참 고맙더군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20학번 후배도 진로 상담 차 연락이 와서 같이 고기 먹은 기억이 있는데, 격세지감입니다. 무려 팬데믹 학번이 졸업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봄이라는 계절엔 인연을 연결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타이밍을 맞춰 최근 두 가지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물류 노하우 나누는 스터디 모임은 오늘이 모집 마감인데 이미 정원을 2배 가까이 초과한 사전신청 희망자가 몰렸고요. 필연적으로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오퍼레이션 역량의 한계로 모든 분을 모시지 못해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참가할 수 있는 모임도 계속해서 많이 열어보겠습니다.

다음주 수요일 열리는 생성AI 물류 활용법을 논의하는 컨퍼런스는 이미 얼리버드 티켓은 한참 전 매진됐고요. 본 티켓팅도 오프라인 참가 정원이 불과 10석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아직 신청기한이 남은 만큼, 기왕이면 ‘만석’ 완판까지 욕심내고 싶은데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에게 기운을 북돋아주세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챗GPT, 생성형AI는 어떻게 ‘물류’에 스며들까, 커넥터스]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10여년 전 지금 제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는 감히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미디어고, 창업이고 전혀 생각이 없었던 저는 어떻게 콘텐츠로 먹고사는 일을 하고 있고요. 직원 3명의 작은 미디어지만, 수천만원의 세금도 내면서 건실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기업 세금 감면 좀 해주세요...)

제가 오랜만에 만났던 사람들도 각자의 삶의 궤적을 밟고 있더군요. 뭐가 됐든 참 반가웠습니다. 어쩌면 잊혀질 수 있었던 인연이 다시 돌아 이어졌다는 것에 참 기쁘더군요. 또 돌아온 인연과 함께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고요. 우리는 그렇게 연결을 만들고 있고요. 여전히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믿습니다.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위클리 뉴스픽 :                

배민식 로컬 풀필먼트의 잔영

요즘 배달의민족 커머스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배달의민족의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사업 ‘배민스토어’에서 관측되는데요. 음식배달을 넘어선 본격적인 커머스 외연 확장을 준비하는 한편, 높은 물류 운영비용을 상각하는 지속가능성 측면의 시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로컬 상점’들의 배민스토어 입점을 받고 있고요. 오는 4월 말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를 시작으로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간 배민스토어에는 물류 역량을 갖춘 중대형 브랜드 및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로 입점했는데요. 이제 물류 역량이 따로 없는 동네 상점들도 본격적으로 배민스토어에 입점하여 빠른 물류를 연계해서 상품을 팔 수 있게 된 것이죠. 어쩌면 당근마켓의 로컬 커머스 ‘비즈프로필’ 영역을 배민이 본격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데, 두 1위 플랫폼의 서비스 비교는 아래 콘텐츠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민스토어의 로컬 커머스 침공, 당근마켓의 방어선은 ‘민심’에 있다?, 커넥터스]

배민스토어는 사실 그동안 ‘확장성’ 측면에서 제약이 존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입점 조건으로 ‘빠른 물류’ 역량을 갖춰야 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아래 커넥터스가 취재했던 이마트24 사례처럼 자체적으로 도심창고(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하고, 여기 배달망을 연결해야 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이마트24가 몰래 시작한 ‘퀵커머스 전용 MFC’ 추적기, 커넥터스]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큰 퀵커머스 물류망을 갖춰야 하는 특성상 그간 배민스토어에는 자연히 규모가 있는, 그러니까 비용 감당이 가능한 대형 프랜차이즈나 브랜드 업체들이 중심으로 들어섰고요. 사실 중대형 업체를 보더라도 퀵커머스 물류 역량을 내재화한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확장성엔 당연한 제약이 따랐습니다.

퀵커머스 ‘확장’을 위한 전초전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스토어’를 더 많은 이들에게 확장하고 싶은, 확장해야 하는 당위가 충분했습니다. 배민스토어 이전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라는 이름의 직매입 유통 형태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이미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도심창고 구축과 운영, 재고관리와 이에 연결되는 물류망 관리까지 플랫폼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컨대 애초에 도심 창고를 기반으로 ‘배송권역’이 제약되는 B마트 특성상 지역 확장을 위해서는 물류센터 구축과 부동산 임차료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고요. 더군다나 물류의 숙명처럼 B마트가 들어서는 많은 곳에서는 ‘민원’ 이슈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돈이 있더라도 서비스 범위를 늘리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슈로 돌아왔습니다. 여기 더해 B마트 침투 지역마다 따라오는 ‘골목상권 침탈 이슈’는 말해 뭣할까요. B마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철수와 재진입을 반복한 데는 이런 복잡한 배경이 있었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잘 나가는 B마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민 B마트’ 2년 만의 부산 영업 재개…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부산일보]

배민스토어는 그런 관점에서 B마트가 져야하는 확장성의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해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안 팔리고 사장되거나 폐기 위험에 놓일 수도 있는 골치 아픈 재고관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요. 입점 사업자가 매장이든, 물류센터든 알아서 물류 처리를 위한 공간을 들고 배민스토어에 입점하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탈’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요컨대 배민스토어는 깔끔하게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입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플랫폼스러운 비즈니스 모델이고요. 직접 물류 운영을 하지 않기에 배민스토어의 수익성은 B마트보다 높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뭔가 익숙하다면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등이 활용하던 오픈마켓의 구조가 여기 보이는 게 맞죠.

하지만 말이죠. 배민스토어는 오픈마켓의 태생적 한계인 ‘서비스 품질의 표준화가 어렵다는 특징’ 역시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네이버쇼핑에서 주문한 상품이 내일 올지, 내일모래 올지 모르는 것처럼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여러 업체들의 주문마감시간, 배달 타임라인은 업체마다 다르고요. 배달의민족이라는 단일 플랫폼에서 주문을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은 제각각인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때 등장하는 ‘풀필먼트’

흔한 타임라인을 이야기하자면 이럴 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흔히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풀필먼트’입니다. 쿠팡이 로켓그로스라 이름 붙이고, 최근 2022년 3, 4분기 쿠팡 흑자 전환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로 그 비즈니스 모델인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무엇이 쿠팡의 흑자를 만들었나(feat. 그런데 주가는 왜 떨어졌나), 커넥터스]

풀필먼트는 운영주체에 따라 그 단어가 포괄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흔히 아마존의 용처를 따라서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3자 판매자에게 플랫폼이 내재화한 물류망과 시스템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간 플랫폼에게 비용이었던 ‘물류’는 마치 물류업체의 그것처럼 수익모델로 변신하고요. 앞서 이야기했던 마켓플레이스의 날뛰는 고객 서비스 경험을 플랫폼의 물류망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표준화할 수 있죠. 직접 물류의 숙제였던 수익성도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으니 물류망을 내재화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굳이 안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SSG닷컴, 3PL 사업 시동…상온·공산품도 익일배송, 전자신문]

우아한형제들이 4월부터 공개할 배민스토어의 로컬 확장 버전은 바로 이 ‘풀필먼트’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로컬 퀵커머스 특성상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관해두고 시작하는 일반적인 풀필먼트의 개념과는 디테일이 다릅니다. 배민스토어 입점 사장님이 이미 갖춘 ‘매장’이 물류센터가 되고요. 이미 갖춘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재고가 돼 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여기까진 기존 배민스토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죠.

4월부터 벌어질 변화가 있다면 이제 배민스토어 입점사가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이륜차 라이더 배달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배민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은 상품 카테고리마다 다른 1.8~8.8%의 중개수수료와 3% 내외의 결제수수료를 배달의민족에 내고요. 이와 별도로 6000원의 물류비를 추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 물류비 중에서 일부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설정 가능하죠. 그러니까 배민스토어 고객부담 물류비는 입점 사업자의 설정에 따라서 0원~6000원까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배민스토어의 입점 사업자 부담 배달비 안내. 수수료와 별도로 부과되는 6000원의 배달비를 고객과 나눠서 분담하는 구조다. ⓒ배민비즈니스

물류에서 ‘돈’ 버는 배달 플랫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구조라면 맞습니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이라는 이름의 단건배달 서비스를 통해서 음식점을 대상으로 조리된 음식을 배달의민족의 물류망으로 처리하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조리음식을 배달하는 배민1의 경우 중개수수료로 6.8%를 받고 있는데, 이것이 비조리음식의 서로 다른 카테고리별 수수료로 분화된 구조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이렇게 물류망을 운영하지만요. 이를 비용으로 스스로 감수하지 않고, 이미 플랫폼 입점과 결합된 서비스로 묶음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구조는 ‘배민1’의 배달비 부담 구조에서 드러나 있는데요. 상점주와 고객이 공동 분담하여 플랫폼에 지급하는 배달비는 이번 배민스토어와 동일한 6000원이지만요. 라이더가 플랫폼에서 지급받는 금액은 통상 3000원 내외거든요. 여기서 프로모션 요금이나 거리할증 등 라이더 운영에 필요한 추가 지출을 제외한 차액은 배달의민족이 물류에서 남기는 이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배달기사 한 명이 수행하는 배달건당 수수료가 많게는 몇만원까지 치솟았던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이때 배달의민족은 ‘물류’에서 돈을 벌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히려 큰 손실을 봤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츠의 진격을 막기 위한 무기로 ‘단건배달’을 내세웠고, 여기 플랫폼은 큰돈을 태웠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달비 1만원 시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커넥터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쿠팡이츠가 촉발한 ‘단건배달’ 경쟁은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배민1과 쿠팡이츠 모두가 단건배달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끝났고요. 이제 한국의 1강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은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한 행보를 밟고 있습니다. 라이더가 지급받는 배달비는 이제 예전 같지 않고, 올라간 소비자 부담 배달료 등으로 인해 줄어든 배달 수요로 인해 숱한 ‘콜사(라이더앱에서 수행할 배달주문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 것을 뜻하는 은어)’가 겹쳤습니다.

몇몇 언론 미디어들은 여전히 배달의민족이 물류에 돈을 쓰는 ‘적자’를 보는 플랫폼이라 여기고 있지만요. 많은 배달대행업계 실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배달의민족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정설입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사업을 별도로 떼어낸 실적을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 변화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요. 2022년의 수익성 개선을 볼 수 있는 지표는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시아 플랫폼 비즈니스 거래액(GMV)은 성장 정체와 분기 역성장의 암흑기를 걸었고요. 하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 플랫폼 비즈니스의 매출액(Revenue)은 오히려 2022년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3% 가량 크게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4분기 기준 아시아 사업의 매출 총이익률은 8.6%로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실적 요약. 시장 전체 거래액은 위기이지만,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사업 매출과 이익률은 크게 개선됐다. ⓒDeliveryhero

이는 음식배달 시장 전체는 정체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사업은 거래액과 상관없이 어딘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딜리버리히어로 전체 매출에서 대한민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 확보를 향한 행보가 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아시아 지역 둔화와 남미의 초인플레이션에도 수익성을 높여 가는 딜리버리히어로, 픽쿨]

여전히 남은 ‘확장성’의 숙제

오는 4월 본격적인 확장 행보를 펼쳐질 예정인 배달의민족의 커머스 수익사업 ‘배민스토어’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입점업체의 파이를 확장할 수는 있겠지만요. 여전히 배민스토어의 ‘카테고리’ 확장성은 제약된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데요.

예컨대 수수료와 별도로 배민스토어 입점업체에게 과금되는 건당 6000원의 물류비는 여전히 소상공인에겐 부담되는 금액이라는 유통업계의 평가를 받고요. 그렇기에 ‘객단가’가 높은 상품을 다루는 상점 중심의 배민스토어 입점으로 제약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요.

또 적재함 크기가 작은 이륜차 라이더를 중심으로 한 배달망의 특성으로 인해 처리할 수 있는 상품 부피의 제약과 라이더들의 심리적인 부담 역시 넘어서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처리하길 기피하는 ‘똥짐’, 그러니까 쌀이나 반려동물용품(고양이모래), 생수 같은 카테고리도 배민스토어가 취급하는데요. 이런 상품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선 생각보다 높은 프로모션 요금이 투하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그 쿠팡조차 하지 못했던 로컬 단위의 대규모 커머스 마켓플레이스를 구축을 위한 행보를 배달의민족이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고요. 덩달아 ‘이익’을 남기는 이들을 찾기 힘든 퀵커머스 판에서 수익성까지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업계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배민스토어의 성패는 한국 로컬 커머스 업계가 서비스 확장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여기 ‘묶음배달’이 출동하면 어떨까?

앞서 이야기했던 배민스토어의 확장 행보에 최근 배민1이 시작한 ‘알뜰배달’ 서비스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시환경 변화에 따른 여러 이유로 지난해 배달비는 정말 눈에 띌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갔는데요. 이에 따라 단건배달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쿠팡이츠와 배민1 모두가 조금 더 배달비가 저렴한 대신 속도는 느린 ‘묶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게 별건 아니고요. 플랫폼들이 단건배달 경쟁에 불을 붙이기 이전부터 배달대행 업체들이 하던 표준 배달 방식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즘 쿠팡이츠 어때요? ‘묶음배달’과 ‘대리점망’ 전환에 얽힌 라이더들의 사정,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바로고가 쿠팡이츠의 침공에 맞서는 법, 커넥터스]

재밌는 것은 ‘알뜰배달’의 배달비 부담 기준인데요. 소비자에게 부가하는 배달비가 저렴해지는 것은 분명 맞거든요? 근데 정작 알뜰배달을 사용하는 음식점 사장님 입장에서는 이 배달비가 기존 부담하던 금액보다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배달 라이더는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갈까요? 이쪽 역시 그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이 알뜰배달의 배달비 분배 기준에서도 배달의민족의 ‘수익성’을 향한 행보는 찾아볼 수 있는데요. 왠지 모르게 불안한 음식점 사장님과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커넥터스가 듣고 정리했습니다. 근데 배민1의 단건배달 물류비 분담 방식이 거의 그대로 배민스토어에 적용된 것을 생각하면, 알뜰배달도 배민스토어에 활용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민1의 ‘소비자 알뜰배달’, 음식점주와 라이더에겐 알뜰하지 않다고요?, 커넥터스]

어쩌다 오늘 뉴스레터는 배민 특집이 돼버린 것 같은데요. 배민 아닌 소식 하나 업데이트 드리자면, 한참 돌고 있던 큐텐의 ‘위메프’ 인수설이 점점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가 최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하여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이번주 중 직접 위메프 M&A 계약 마무리에 나선다”고 보도한 것인데요. 커넥터스도 앞서 큐텐이 티몬에 이어 왜 도대체 ‘위메프’까지 품고자 하는지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는데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이커머스판 흔드는 '큐텐' 위메프·인터파크 품는다, 매일경제]

[함께 보면 좋아요! : 큐텐은 정말 ‘위메프’를 인수할까? 내부자들의 생각,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3주 연속 목요일 발송하던 커넥트레터가 금요일 레터가 된 이유는 할 말 없이 저의 일정관리 실패 때문인데요. 생각보다 금요일 발송 레터의 오픈율이 괜찮아서 깜짝 놀라고 있는데, 다음주에도 금요일에 발송하게 되면 그냥 저희 금요일 발송 뉴스레터로 바꿀까 싶습니다. 스티비 뉴스레터 트렌드 리포트를 보더라도 1주일 중에 금요일이 가장 오픈율이 높고, 반대로 목요일은 평일 중에 가장 오픈율이 낮다고 나오더라고요.

여기까지 헛소리였고요(...) 이번 주에는 커넥터스 구독자 여러분에게 주중 송고해야 했던 콘텐츠도 하나 송고하지 못했는데, 주말 중에라도 독자 여러분께 부족한 콘텐츠 채워서 공유 드리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글.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connect@beyondx.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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