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톡이 재편하는 글로벌 공급망 혁명
플랫폼을 넘어 시스템으로, 이커머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글로벌 이커머스 공급망이 중국 주도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적응해야 한다."
-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제연구소 소장)
패러다임의 전환: 이커머스 주도권의 이동
2024년 1분기, 모바일 앱 분석업체 센스타워와 시밀러웹의 데이터는 산업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가 총 4억 2,900만 명으로, 아마존(4억 2,800만 명)을 역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존 강자였던 아마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틱톡의 연합—일명 '알테쉬톡(Al-Te-She-Tok)'으로 불리는 연합—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넘어 전 세계 유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이커머스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이해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테무(Temu): 1억 8,500만 명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1억 6,400만 명
○쉬인(Shein): 8,000만 명
쉬인은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8억 5,000만 건의 앱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글로벌 쇼핑 앱 1위를 차지했다. 테무는 출시 2년 반 만에 90개국에 진출해 2024년 예상 매출 70.8억 달러(약 96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박 교수는 이 현상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건 플랫폼이 아닙니다. 디지털 제국입니다. 플랫폼이 전쟁을 벌이고, 시스템이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시스템 통합: 알테쉬톡의 경쟁 우위
전통적인 글로벌 이커머스 모델과 알테쉬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급망 설계에 있다. 박승찬 교수는 "알테쉬톡의 경쟁 우위는 단순한 가격 우위가 아니라 시스템 통합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이 통합 시스템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1. 수직적 통합 플랫폼: 공급망의 혁신적 재편성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일괄 위탁관리(Full hosted) 시스템은 재고 관리부터 고객 서비스, 반품, 결제까지 전 과정을 플랫폼이 직접 통합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중개 플랫폼이 아닌, 공급망 자체를 플랫폼의 일부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이커머스 모델에서는 판매자가 재고 관리, 배송,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거나 외부 업체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알테쉬톡 모델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운영된다. 판매자는 상품만 입고하면 나머지 모든 과정은 플랫폼이 담당한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 모델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극대화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과 반응속도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킨다.
2. 데이터 기반 초고속 생산체계: 리드타임의 혁명
쉬인의 AI 기반 생산 시스템은 패션 산업의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트렌드가 감지되면 인공지능이 즉시 이를 분석하고 상품 기획으로 연결한다. 이 데이터는 바로 광저우 스마트공장으로 전달되어 생산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가 신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데 4~6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쉬인은 이 전체 프로세스를 15일만에 완료한다. 이는 단순한 생산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시장 반응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차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예측(forecasting)에서 실시간 대응(real-time response)으로의 전환이다. 전통적인 생산 모델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생산을 계획한다면, 쉬인의 모델은 현재 발생하는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즉각 대응한다. 이는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장 적합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적 접근법이다.
3. 전략적 물류 네트워크: 인프라 패권의 확보
테무는 제품당 7~10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
머스크, CMA CGM, 코스코 쉬핑 등 세계 주요 해운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테무는 미국 내 30~35%, 글로벌 평균 40%의 적자율에도 불구하고 국제 물류망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적자 운영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물류 인프라 지배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전통적인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를 외부 서비스로 취급했다면, 알테쉬톡은 물류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직접 통제하려 한다. 이는 향후 글로벌 상거래의 주도권이 단순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아닌, 통합 물류 네트워크를 장악한 기업에게 넘어갈 것임을 시사한다.
한국 시장 영향과 기업 대응 전략
시장 침투의 실상: 통계로 본 구조적 변화
2024년 한국의 해외직구 총액은 7조 9,583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중국산 제품 비중이 48%를 차지한다. 이는 2019년 27.9%에서 5년 만에 18%p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소비자 선호도 변화가 아닌, 구조적인 시장 재편을 나타낸다.
국내 통신판매업체 폐업 건수가 2023년 78,580건에 달하고, 2025년 1~2월에만 의류 쇼핑몰 6,878건이 폐업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들도 있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세 가지 전략적 접근
박승찬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알테쉬톡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1. 알테쉬톡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는 이미 400개 이상에 달한다. 알리바바 그룹은 한국 시장에 11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1억 달러를 한국 셀러의 글로벌 진출 지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성공 사례로, 한 국내 화장품 스타트업은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통해 동남아와 유럽 시장에 진출해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알테쉬톡을 경쟁자가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의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텔링에 집중
단순 유통 차별화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는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를 "한국형 D2C(Direct to Consumer) 생태계"로 정의한다.
브랜드, 콘텐츠, 물류가 결합된 삼각 편대 전략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시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 경험과 가치를 판매하는 접근법이다.
3. 디지털 통상 외교의 강화
한국은 일 150달러 무제한해외직구가 가능한 반면, 중국은 연 26,000위안(약 480만 원)으로 제한하는 등 양국 간 비대칭적 규제 환경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정부와 협력하여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디지털 통상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인증 제도, 소비자 보호, 관세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과 조정을 요구한다.
시스템 혁신으로의 전환: 한국 기업을 위한 실행 전략
알테쉬톡의 성공은 속도·단가·광고중심의 기존 경쟁 패러다임이 구조·인프라·알고리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구체적 실행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공급망 통합 역량 강화
개별 기업이 알테쉬톡 수준의 수직적 통합을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전략적 파트너십과 제휴를 통해 유사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국내 물류 기업, 결제 시스템, 고객 서비스 제공업체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통합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2. 데이터 기반 애자일 생산체계 구축
쉬인의 초고속 생산체계를 모방하기보다, 한국 기업의 강점을 살린 데이터 기반 생산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소규모 배치 생산, 빠른 피드백 루프, 유연한 생산라인 등 애자일 방법론을 제조 과정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3. 차별화된 고객 경험 설계
알테쉬톡과의 직접적인 가격 경쟁은 지양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개인화된 서비스, 프리미엄 고객 지원, 특화된 제품 큐레이션 등을 통해 단순 가격 비교를 넘어선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4. 산업 협력 생태계 조성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업종별 협회, 정부 기관, 학계가 참여하는 산업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여 공동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스템 경쟁 시대의 리더십
알테쉬톡의 부상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단순한 플랫폼 경쟁에서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시스템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바뀐 지형도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위기의식을 넘어, 기존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지금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전체를 통합적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가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혁신을 요구한다.
알테쉬톡의 공격적 확장은 글로벌 이커머스의 게임 룰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변화를 단순히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의한 위협으로 인식하기보다, 글로벌 상거래 시스템의 근본적 재편으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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