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뛰어든 ‘토스’가고객을 모으는 방법
토스 모바일 서비스 출시와 빠른 유심배송의 경험, 그 배경에 대해 추리를 해봤습니다.
토스가 모바일 통신요금 상품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 달 전이다. 여느 때처럼 송금할 일이 있어 토스앱을 사용하던 중에 토스 모바일 출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사전 예약을 하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편리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바일 핀테크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택시호출앱 타다를 인수해 모빌리티까지 진출한 토스인지라 매우 놀랄 일이 또 궁금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필자는 매일 같이 토스앱을 켜고 ‘행운복권’, ‘미션’, ‘퀴즈’ 등으로 하루에 백몇 원씩 줍줍하는 혜택성애자이다. 그 금액이 커서가 아니라 못받으면 섭섭하고, 하루에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그런 찜찜함 때문이다.
1초만에 사전신청을 해버렸다.
그날도 그랬다. 1초만에 토스 모바일 통신요금제 사전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평소 S사 5G 통신 서비스의 불통과 비싼 요금에 분통이었던 필자는 이참에 알뜰폰으로 갈아탈 기회와 명분까지 얻은 셈이다. 거기다 사전신청에 따른 할인 혜택은 덤이었다.
사전신청까지는 몇 단계가 필요했다. 토스의 안내에 따라 개인신상정보와 사용 중인 통신사와 월요금제를 입력했다. 그러더니 필자의 요금제를 이전보다 경제적(미사용 데이터 페이백)으로, 더 편리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가 뒤따랐다.
그런데 토스는 정작 언제 어떻게 개통해준다는 일정을 알려주진 않았다. 궁금했던 요금제 설명이나 서비스 혜택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홀린 듯 토스앱을 닫았다. 그리고 한달이 흘렀다.
한달을 기다렸는데 기다림은 없었다.
엊그제, 그러니까 2월 17일 금요일 일이다. 토스 모바일 신청을 까맣게 잊고 지냈던 필자는 평소처럼 토스앱을 사용 중에 사전신청한 모바일 요금제 가입이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한 달만의 연락이었다. 또 홀린 듯 가입버튼을 눌렀다.
기존 S통신사와 헤어질 결심 이후에 실행은 단 45초가 필요했다. 가입단계 첫 순서는 기존 통신사에서 온 ‘[Web발신] 번호이동(동의)☞연결하기’ 문자였다. 이후 ‘번호이동 해지로 소멸하는 혜택 확인’, ‘번호 이동 후 국제(로밍) 통화, 수신자 부담 요금 등 추가 청구’ 안내를 확인하는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놈의 약정에 발목이 잡힌 S와의 십여 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퀵배송 말고 택배로 보낼게요.
토스모바일 가입을 신청하자 개통의 마지막 단계인 ‘유심(USIM)배송’ 메시지가 떴다. 최초에는 당일배송이 가능한 퀵배송 매칭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그 이후에도 토스는 두어 번 퀵배송을 연결했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아무래도 배송지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이 아닌 집이 위치한 경기도 용인시로 선택한 것이 퀵배송 매칭의 실패 사유로 보인다. 퀵배송 서비스가 불가한 지역이었거나 운송료, 배송시간 등 여러이유로 배송업체가 거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퀵으로 배송할 수 있는 업체를 찾지 못해 택배 배송으로 요청했어요.” – 토스 모바일
유심이 퀵을 버리고 택배로 갈아탔다는 메시지가 5분만에 떴다. 안내에 따르면 택배 배송은 평균 2~3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유심(USIM)도착 24시간이 안걸렸다.
2~3일 걸린다던 유심배송은 하루도 안돼 도착했다. 먼저 택배속도에 놀랐고, 그래서 토스 모바일의 물류 계획이 궁금했다.
●토스는 사전예약 유도를 통해 유심수량을 파악하고, 제작소요일정을 계획했을 것이다.
●토스는 가입자 대기순서에 따라 당일(또는 주간단위) 동안 개통 인원수를 제한했을 것이다.
●토스는 일 최대 수용량(Capacity)에 따라 수도권 및 전국 배송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위 내용은 필자의 유추다.
토스는 개통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최대 처리 개통(물동)량을 예측해 서울 등 지역에 따라 원할한 고객응대 계획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토스로 이전하면서 이전보다 더 빠른 개통과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경험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요즘 말하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 전략처럼말이다.
토스가 물류를 직접 할리는 없겠지만
토스 모바일은 LG유플러스 이통통신사업자(MNO)의 통신망을 빌려 쓴다. 토스처럼 알뜰폰 사업자(MVNO)가 SK텔레콤, KT 통신망을 이용하는데 있어, 관련 USIM 제작이나 등록, 개통을 어떻게 하는지 IT에 문외한 필자는 잘모른다.
그러나 어디 어디 통신사나 알뜬폰 사업자들이 유심배송이나 신규폰 배송을 누가 맡고 있고, 누가 누가 유심 설치(개통)배송을 잘한다는 평판은 잘파악하고 있다. 평판은 좋은 고객경험에서 나오고 이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통신사 선택에 갈수록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처럼 어떻게 포장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엄지용 대표나 신승윤 에디터가 바통을 이어받아 토스 물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
아무튼 토스가 토스 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어 또 어떤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이 첫 번째로 만들어 낸 필자의 고객경험은 별점 5개 중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