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물류는 최적의 의사결정이 수익을 좌우하는 비즈니스다. 그러나 기존 물류 의사결정은 베테랑 관리자의 경험과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이러한 암묵지(暗默知)를 형식화하고 디지털 역량으로 변환하는 '결정 중심 AI(Decision-Centric AI)'는 물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수백만 가지 의사결정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는 AI는 단순한 효율화 도구를 넘어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진화 중이다.
"AI가 의약품을 어디부터, 누구에게, 어떻게 배송할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박진규 교수(오믈렛AI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단연코 가능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대답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실제 국내 물류 현장에서 이미 검증된 결과라는 사실이다. 박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물류 AI 시스템은 현재 국내 대형 의약품 유통회사, 음식 배달 플랫폼, 택배사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운용되며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물류 산업의 특성상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물류 비즈니스는 미세한 효율성 개선이 대규모 수익 변화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극명하게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에서 인간의 계산 능력 한계를 뛰어넘는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물류의 본질은 의사결정 비즈니스다
전통적으로 물류 산업은 자산 기반(Asset-based) 비즈니스로 인식되어 왔다. 트럭, 창고, 지게차 같은 물리적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물류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는 본질적으로 '의사결정 비즈니스'다. 어떤 경로로, 어떤 순서로,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품을 이동시킬지 결정하는 과정이 물류의 핵심이며, 이 결정의 질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한다.
오랫동안 이러한 의사결정은 베테랑 물류 관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왔다. 이런 '암묵지'는 쉽게 정형화되거나 전수되지 않았고, 이는 물류 산업이 디지털 전환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