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를 품은 물류, 물류를 품은 테크,

그리고 둘 다 품은 라이프스타일

저자: 이언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 · 해사산업연구본부 본부장 eklee@kmi.re.kr

고려대학교에서 공급망관리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원, LG CNS 엔트루컨설팅을 거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물류 · 해사산업연구본부 본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약 20년간 스마트항만물류, 콜드체인 및 공급망 혁신, 수출입물류 위기관리 플랫폼, 미래 신기술 적용 R&D 등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 부산시와 경상남도 물류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약 120년전 프랑스 예술가들이 상상한 2000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1899년, 1900년, 1901년, 1910년에 장 마크 코테(Jean-Marc Côté)와 다른 프랑스 예술가들이 미래 2000년의 삶이 어떠한 모습일지를 종이카드에 그렸다. 이를 미국의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가 우연히 발견해 1986년에 ‘미래: 19세기가 본 2000년의 모습(Futuredays: A Nineteenth Century Vision of the Year 2000)’ 에 소개했고, 이를 2015년 10월 워싱턴포스트지에 발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당시 1900년대 예술가들은 2000년이 되면 로봇 등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현실화 되었다.  

<그림 1>에서 로봇청소기, 캠핑카, 학교 원격 및 영상 수업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있는 기술이 되었다. 다만 날아다니는 소방관은 모습은 다르지만 현재 드론이 불을 끄고 있어 일부는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화가들이 그린 상상의 기술이 현실화되는데는 약 10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편 한국의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TV도 귀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 원격진료, 스마트폰 등 현재 모습을 거의 유사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림 2>에서 달나라 수학여행을 제외하고는 상상한 시점 기준으로 35년만에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2000년대의 현재 모습과 유사한 세상이 된 것이다.

지금은 어떠할까?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드론(Drone)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궁금증을 가졌다. 해당 기술이 어떤 것이고 이러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것인가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이때는 특별한 사람들이 다루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했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기술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아 지금은 제조, 유통, 물류산업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등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실시간 공급망 가시성), 존슨앤존슨(공급망 전체 디지털 컨트롤타워), 펩시(제조분야 디지털트윈 및 AI 도입) 와 같은 기업이 2023년 가트너 공급망 상위 25위 기업에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드론은 고가의 정밀장비로 인식되어 군사 기밀 혹은 위험한 공사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이 마트에서 장난감 드론을 구매해서 날리는 세상이 되었다.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드론이 영화 촬영장을 날아다니고, 건설 및 물류 작업 현장, 재난 인명구조 시에는 고해상도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제공하여 작업자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새로운 이름의 기술이 수없이 등장하고 소멸하는데, 이 중에 성공한 기술은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더 이상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이다. 전기, 세탁기,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맞이했을 때와 같이 놀랍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정마다 필수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일상용품이 되었다.

기술의 등장과 발전 속도가 예전과는 다르게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사람들을 통해 확산되는 속도도 빨라지
고 있다. 예를 들면 ChatGPT가 2022년 11월말 출시되었을 때 기술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의 놀라움에 열광했다.

이를 반영하듯 ChatGPT가 100만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단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편 더 놀라운 것은 트위터 경쟁자로 꼽히는 텍스트기반 소셜 앱인 스레드(Threads)다. 메타(Meta)의 인스타그램팀이 만든 스레드는 2023년 7월 출시한 후 2시간 만에 200만 명의 사용자를 등록했다.

이러한 기술발전과 확산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물류의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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