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유통 키워드는 ‘창고형’, ‘자동화’, ‘물류’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전통적인 유통업의 상징인 백화점이 ‘종말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몇만 명의 신흥 부유층이 새로 생긴다는 중국은 물론 백화점 소비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9년에는 세계 최대 소매업체로 꼽혔던 시어스와 명품 백화점의 상징과도 같았던 바니스 뉴욕도 파산신청을 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실 백화점의 업황 부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일반화됐다. 좀 더 정확하게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침체하고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소비심리 부진에 더해 이커머스 채널의 급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팬데믹 현상은 백화점 몰락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백화점은 전형적인 20세기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구 이동 밀집과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백화점은 지하에 식품과 푸드코트, 1층 화장품과 잡화류, 2~3층 명품 및 여성 의류, 3~4층 남성 의류 및 캐주얼, 5~6층 가전과 가구, 7층 이상부터는 영화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로부터 높은 임대료와 수수료를 받고 매장을 운영하는 구조다. 한마디로 백화점은 윈도쇼핑과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편의형 공간이다. 그래서 백화점은 한때 ‘유통의 꽃’이라 불렸다. (물론 과거형이다.)

유통의 꽃, 백화점의 몰락

경기 침체와 더불어 팬데믹으로 명품 소비가 줄어든 것도 백화점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의류, 보석류, 시계 등 명품 소비는 2분기에 60%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명품 시장 규모는 20~35% 정도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일까? 118년 역사의 백화점 JC페니(J.C Penny)와 113년 전통의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도 이달 7일과 16일에 각각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코로나 기간에 파산한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만 벌써 두 곳이다.

지난 2월 투자 등급이 떨어진 메이시스(Macy’s)는 매장을 대거 폐쇄하고 대규모 감원을 시행했다. 노드스트롬(Nordstrom)과 블루밍데일지(Bloomingdale’s)도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연기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진은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시스는 4개월, 콜스(Kohl’s)는 6개월, 노드스트롬은 12개월 치의 현금만 남아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팬데믹이 더 길어질수록 미국 백화점 줄 파산 소식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Green Street Advisor)에 따르면 미국의 백화점 체인은 전체 쇼핑몰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5년 내 백화점의 약 절반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 유통업 변화의 3가지 키워드

첫째, 사라지는 윈도쇼핑

사실상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의 왕자였던 백화점과 마트의 고객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손님들이 입장하도록 할 것이다. 백화점 매장 내에서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상품을 설명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원 대신 키오스크 형태의 안내문이 강화될 것이다. 마트의 계산대에는 플라스틱 유리가 설치돼 계산원과 손님의 거리를 유지하게 할 것이다. 대형마트의 공용 공간이나 놀이 공간은 문을 닫고 푸드코트도 운영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 말인즉, 이제 백화점 내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물건을 구매하는 ‘윈도쇼핑’이나 ‘충동구매’가 사라질 것이란 뜻이다.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오프라인 강화하는 이커머스 

아마존 북스와 4스타 스토어, 와비파커(Warby Parker) 등 이커머스들의 오프라인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디지털 소비자를 포용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이커머스가 디지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상품이 진열되어 만져보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플랫폼이나 제품의 스토리를 담은 공간에서 철학을 경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형태를 오프라인에 구현하고, 즉시 구매보다는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결정하고 상품은 배송을 받는 구조가 될 확률이 높다.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찾아야 하는 과거 오프라인 형태가 아니라, 검색을 통해 상품을 바로바로 찾아오거나, 매장 내 컨베이어를 활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고객에게 이동하는 형태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무인매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이커머스의 UI/UX를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셋째, 속도 내는 창고형 매장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들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형 물류 창고(풀필먼트)나 창고형 매장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과거 원스톱 쇼핑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은 이제 방문하는 고객보다 고객을 찾아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배달 중심의 서비스 모델로 매장들의 거점을 재분석하고, 공간에 대한 활용법을 고민 중이다. 마치 코스트코(COSTCO)처럼 말이다. 

최근 유통업은 취급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만큼이나 중요해진 게 배송과 픽업 서비스이다. 이에 따라 각종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한된 공간(마트) 내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무인화에 대한 투자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브랜드 출시를 위해 리뉴얼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근거리 배송 최적화를 위한 매장으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최근 사람보다 10배 빠른 로봇(알파봇, Alphabot)이 운영하는 창고를 발표했다. ‘고객 주문-제품 픽업-배송’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크게 줄인다는 목표다. 일종의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fulfillment) 센터 개념이다.

아마존, 크로거 등 이커머스들도 대형 소매 유통점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물류창고의 로봇 자동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앞으로 식료품 온라인 주문 시장을 놓고 온라인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식료품의 피킹 및 배송 작업의 자동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의 픽업센터처럼 사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은 물류(배송)의 기점이 되는 ‘창고형 매장과 자동화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