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CJ대한통운의 경쟁자가 될까

“모빌리티 업계가 화물운송 시장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공유차량 업체인 <타다>가 화물운송 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소식을, 얼마 전 한 물류전문매체가 전하면서 소문의 진위를 놓고 물류와 모빌리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관련기사(‘타다’ 여객운송 넘어 화물운송시장까지 넘봐, 출처: 물류신문)에는 타다가 화물운송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는 그 어떤 사실도 확인할 수가 없다. 타다 측의 입장이나 반론도 내용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다만, 기사에는 타다 고객들 중 일부가 소형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타다 차량을 이용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요약하자면 1.5톤 미만의 화물운송 차량이나 개인용달차량에 태우기에는 짐의 양이 적고, 택시를 이용하기에는 그 양이 많을 경우 타다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용 고객들은 배차가 빠른 편의성과 운송 요금 측면에서 타다가 용달과 택시의 적절한 혼합 형태라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화물로 보이는 십여 개의 박스가 <타다> 차량에 실리고 있다. 출처: 물류신문

 

데자뷔가 느껴졌다… 우버 vs FedEx의 경쟁 시나리오

몇 년 전 <우버가 페덱스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란 제목의 뉴스페퍼민트 칼럼이 떠올랐다. 이 내용은 2015년 이코노미스트 기사(Uber Driving Hard)를 기반으로 작성됐는데, 골자는 당시 우버가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Uber Eats)의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면서 우버 앱을 통해 생필품 택배 주문도 가능해지면 페덱스(FedEx)와 같은 전통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하는 시대가 열릴 것을 알린 점이다.

페덱스 CEO 프레데릭 W. 스미스(Frederick W. Smith)는 당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우버에 대해 “물류산업이 복잡하고 진입 장벽이 높아서 우버가 페덱스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라고 시장의 관측을 일축했다.

필자는 20년 동안 물류업(출입기자, 한진 경영기획실 근무 등)에 종사하면서 DHL, UPS와 같은 물류기업들이 영토 확장을 위해 화물차, 비행기, 선박, 창고 등 인프라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성장한 것을 지켜봤기에 당시 스타트업에 불과한 우버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돈을 버는 구조이다. 차량으로 박스 한두 개 나른다고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도 한진, 롯데(구 현대로지스틱스) 보다 후발주자였지만 과거 삼성 HTH택배, 대한통운을 차례대로 M&A(인수합병)하면서 택배 1위에 오른 만큼 ‘물류는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불린다.

뒤통수를 맞다… 자본 게임에서 알고리즘 전장으로

그런데 기사를 읽는 내내 필자는 뒤통수를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우버가 페덱스와 비교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분석 내용을 읽어 내려간 아래의 지점부터다.

우버의 가장 큰 장점은 배송차량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자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타 운송업체들은 최적의 운송경로(라우팅, routing)를 찾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지만 우버는 우버 이용자들의 데이터만 모아도 비교적 쉽게 최적의 알고리즘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알고리즘 외에도 우버가 전통적인 물류기업과 비교해 갖는 경쟁력은 플랫폼과 네트워크 효과를 꼽을 수 있다. 2016년 Techcrunch에 소개된 기사(Why Your Next Package Will Be Delivered By An Uber)를 참고할 수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친구이자 사업 동료였고 제네피츠(Zenefits) COO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가 2014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우버가 만들어낸 선순환 구조를 스케치한 내용을 소개했다. 우버가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를 풀이한 것으로, 신속성과 편리함이 고객 만족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고객 만족도와 수요가 점점 높아지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버가 2013년에 자신들의 구호를 “모두의 개인 전용 운전사(Everyone’s private driver)’에서 “당신의 생활과 물류의 만남(Where lifestyle meets logistics)”으로 바꾼 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었다.

제네피츠(Zenefits) COO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가 2014년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우버가 만들어낸 선순환 구조’. 출처: 테크크런치

 

우버처럼 타다나 카카오 등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이 배송 시장에 나서면 어떨까. 기존 택배사는 택배 기사가 하루에 한 번씩 동네를 돌며 물건을 전달한다. 택배센터에서 하루에 배송할 모든 물량을 갖고 나가는 구조이다 보니 같은 동네에 두세 번 씩 배송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타다나 카카오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수백, 수천 명의 기사를 골목골목에 분 단위로 배치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익일 배송이라는 정형화된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타다나 카카오는 지금 당장 배송기사를 배치할 수 있다. 물론 일반 택배요금보다 훨씬 더 비싸겠지만 말이다.

 

택시로 화물을 나른다… 관점을 바꾼다면

2016년 필자가 CLO 편집장이던 시절에, 후배인 엄지용 기자(현 바이라인네트워크 소속)에게 카카오 택시를 호출해서 화물운송을 의뢰해보고 관련 내용을 기사화할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당시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승차 공유나 차량호출처럼 공유경제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적으로 출현하던 시절이라 택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활용한 운송 서비스가 상용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싶었다.

(관련기사: 카카오 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 1시간 배송을 완수하라, 2016. 출처: CLO)

물론 이 실험은 현행법 상(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여객운수사업법) 불법이다. 대한민국은 사람의 이동(탈 것)과 화물의 운송 수단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실험의 결과는 소형화물 운송수단으로써 택시는 꽤 매력적이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을 통한 차량 호출로 ▲예약이 쉽고 ▲요금 시비가 없으며 ▲화물 추적 등 가시성 확보는 물론 배송자(택시기사) 정보 파악이 용이하다. 택시를 통한 화물운송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 서비스인 퀵에 비해 ▲즉시 배차(배송)가 가능하고 ▲분당, 일산 등 수도권 배송의 경우 퀵보다 가격이 저렴(퀵사마다 서비스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비교 우위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하다. 이외에도 대중교통을 화물운송 수단으로 이용하면 사회적으로 비용이 부담되는 화물차 증차를 억누르고, 이로 인한 매연 저감 등 환경문제에도 이점이 많다.

 

이커머스와 생활물류… 배달이 매출을 지배한다

이커머스(e-commerce)의 활성화로 배달 서비스가 기업의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쿠팡의 쿠팡맨(로켓배송)과 마켓컬리의 새벽(샛별)배송이 좋은 예이다. 국내 이커머스에게 물류가 마케팅이 된 첫 사례로 꼽힐 정도다.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방금 전 온라인에서 산 옷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앱을 열고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배송 서비스가 이커머스들의 매출 향상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른바 ‘생활물류’ 시대에 타다나 카카오 등 모빌리티 업계가 화물운송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어쩌면 쿠팡이나 11번가, 지마켓 등 이커머스나 O2O(online to offline),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업체들에게 타다나 카카오 같은 실시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빌리티 시장은 CJ대한통운, 롯데, 한진택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물론 모빌리티 업계가 화물운송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 개인택시와 카풀 업체 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면허 재산권 논란처럼 국내 화물운송 시장도 영업용 번호판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첨예한 대립이 존재한다. 카카오나 타다 같은 모빌리티 업체들이 화물운송 서비스를 공식화하는 순간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닥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돈 되는 물류를 목전에 두고 모빌리티 업체들이 속앓이 하는 사연이 여기에 있다.

물류는 전 세계 GDP의 12%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산업이다.

모빌리티 기업들이 화물운송 시장으로 시선을 넓히는 이유이기도 하다.